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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없는 소년 / 동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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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없는 소년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레미라는 소년이 어머니와 둘이서 살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제롬은 레미가 아기일 때부터 파리에 갔기 때문에, 레미는 아버지의 얼굴도 모릅니다.


어느 날, 아버지가 다리를 크게 다쳤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어머니는 할 수 없이 레미가 아끼는 암소를 팔아서 파리에 돈을 부쳤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치료를 받아 상처는 나았으나 다리를 절어 일을 못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자리를 잃고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는 레미를 이유 없이 미워하며 쌀쌀하게 대했습니다.


어느 날 밤, 아버지와 어머니가 주고받는 얘기를 듣고 레미는 몹시 놀랐습니다.
자기가 주워다 기른 아이라는 것을 비로소 알았기 때문입니다.
8년 전 겨울, 제롬이 파리에 갔다가 길에 버려져 있는 갓난아기를 발견했습니다.
매우 호화스런 옷을 입고 있는 아기를 본 제롬은 틀림없이 부잣집 아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래서 나중에 친부모가 나타나면 큰 사례를 받을 속셈으로 아기를 데려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친부모를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레미를 고아원으로 보내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날, 레미는 아버지를 따라 마을의 식당에 갔습니다.
제롬이 레미에게 이야기하는 소리를 듣고 있던 어떤 손님이,
"그렇다면 그 아이를 내가 키우면 어떻겠소?"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 손님은 누가 보아도 떠돌아다니는 악사임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악기를 연주하며 구경꾼들에게 고양이와 원숭이들의 재주를 보여 주고, 구경꾼들이 던져 주는 돈으로 살아가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 악사는 흰 눈썹과 흰 수염이 무척 인자한 느낌을 주는 할아버지였습니다.
레미를 고아원으로 데려가려고 나섰던 제롬은 이 할아버지를 만나자 생각이 달라졌는지, 일단 레미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날, 그 할아버지가 찾아오자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 아이을 키우느라고 많은 돈이 들었소. 그러니 데려가려거든 셈을 치르고 가시오." 제롬이 할아버지에게 손을 내밀며 재촉하였습니다. 할아버지는 무서워 떨고 있는 레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나서, 은화를 탁자 위에 꺼내 놓았습니다.

레미는 어머니와 슬픈 작별을 하고, 마을을 떠났습니다.
레미는 비탈리스 할아버지로부터 여러 가지 재주를 배웠습니다.
매일 원숭이와 세 마리의 개와 함께 연극을 하고 노래를 불러서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탈리스 할아버지는 레미에게 틈틈이 글을 가르쳤고, 다음에는 악보 읽는 법을 가르쳐서 악기도 연주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추운 겨울을 힘들게 보낸 후, 거리에서 연극을 하는데 순경이 나타났습니다.
"경찰서에 신고도 하지 않고 무대를 만들면 안 돼요! 당장 이 곳을 떠나시오."
비탈리스 할아버지가 어디서라도 연극을 할 수 있는 허가증을 보여주었지만 그 순경은 또 다른 트집을 잡았습니다.
"우리 마을에서는 개에게 입마개를 하기로 되어 있소. 법을 어겼으니 그냥 둘 수 없소."
"모두 얌전해요. 사람을 물지 않는답니다."
"안 돼." 순경이 개를 잡으려고 손을 내밀자 레미가 얼른 막아 섰습니다.
화가 난 순경이 레미를 밀었습니다.
"아이에게 이 무슨 난폭한 짓이오!" 비탈리스 할아버지가 순경에게 바싹 다가서며 따졌습니다. 이 싸움 때문에 결국 할아버지는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할아버지, 빨리 돌아오세요."

레미는 원숭이와 개들을 데리고 떠돌아다니다가, 강가에서 밀리건 부인 가족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자기네 배를 타고 여행을 하고 있던 밀리건 부인은,
"병든 내 아들의 친구가 되어 주면 좋겠어. 할아버지가 감옥에 서 나올 때까지 함께 지내요."
하고 친절하게 맞아 주었습니다. 레미는 밀리건 부인의 아들 아아더와 친하게 되었습니다.
"아아더는 외롭단다. 형제도 없어. 원래는 형이 있었는데, 그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누구에겐가 빼앗겼단다. 아무리 찾아도 소용 없었지. 그 애도 지금쯤 너만큼 자랐을 텐데……. 가엾은 그 애 가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지내는지……. 그 애만 있다면 우리 아아더가 저렇게 외롭지는 않을 텐데. 레미, 내 부탁을 들어 주지 않겠니? 나는 네가 영원히 우리와 함께 살면 좋겠구나."
밀리건 부인은 이렇게 말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레미는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도 저마다 걱정과 슬픔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두 달이 지나, 비탈리스 할아버지가 돌아왔습니다.
레미는 정든 밀리건 부인과 아아더와 헤어져, 또다시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파리를 향하여 여행을 계속하던 레미 일행은 산 속에서 심한 눈보라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살지 않는 오두막집에서 하룻밤을 지냈는데, 깜빡 잠든 사이에 이리가 고양이 두 마리를 물고 가 버렸습니다.


원숭이도 이리한테 물린 상처 때문에 병이 나서 시름시름 앓더니 죽고 말았습니다.
연극을 할 수 없게 된 비탈리스 할아버지는 레미를 갈로폴리에게 얼마 동안 맡기려고 찾아갔습니다. 갈로폴리는 불쌍한 아이를 데려와, 거리에서 재주를 부려 돈을 벌게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레미는 거기서, 바이올린을 켜는 마티아와 친구가 되었습니다.


갈로폴리는 돈을 적게 벌어 오는 아이가 있으면, 밥을 굶기고 심한 매질을 하였습니다.
비탈리스 할아버지는 갈로폴리가 나쁜 사람임을 알고, 곧 레미를 데리고 밖으로 나와 버렸습니다. 그 날 밤, 할아버지는 추운 거리를 헤매다가 추위와 굶주림으로 눈 위에 쓰러져서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경찰에서는 할아버지의 신분을 친구 갈로폴리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경찰관은 레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비탈리스 노인의 본래 이름은 카를로 발자니란다. 그는 이탈리아의 훌륭한 음악가였지. 그런데 목에 병이 생겨서 노래를 부를 수 없게 된 뒤로는 고양이와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는 떠돌이가 되었지."
이 말을 들은 레미는 비탈리스 할아버지에게서 배운 것을 잊지 않고, 반드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레미는 인정이 많은 꽃집 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꽃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친절한 꽃집 사람들과 온실에서 여러 가지 꽃을 가꾸며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비바람이 몹시 휘몰아쳐서 온실이 부서지고 꽃이 다 망가져 버렸습니다. 꽃집은 빚쟁이에게 빼앗기게 되어 레미는 더 이상 그 곳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계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파리를 떠나려는데, 갈로폴리네 집에서 알게 된 마티아를 만났습니다.
갈로폴리가 아이를 때려 상처를 입혀서 감옥에 갇혔기 때문에 마티아는 자유의 몸이 되었던 것입니다.
두 소년은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레미의 노래 솜씨와 고양이 카피의 재주도 놀라웠지만, 마티아의 바이올린 연주는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들은 가는 곳마다 환영을 받았습니다.

돈도 조금씩 모을 수 있어서, 레미는 어머니에게 드릴 선물로 암소를 한 마리 샀습니다.
"엄마, 저 레미예요!"
"오, 레미가 돌아왔구나! 얼마나 보고 싶었다고……."
레미의 양어머니는 레미를 꼭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런데 레미야, 우린 또 헤어져야겠구나. 하지만 엄마는 기쁘단다."
레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눈을 크게 떴습니다. 어머니는 편지 한 통을 갖고 와서 말했습니다.
"한 달 전에 파리에서 어떤 신사가 우리 집에 왔단다. 레미야, 놀라지 마라. 그 분은 네 친어머니의 부탁을 받고 온 거였어. 그래서 아버지가 비탈리스 노인을 찾으러 파리에 가셨지. 여기 아버지의 편지에 보니까, 네 친어머니가 런던에 계시다는구나. 레미, 네가 돌아와서 반갑지만 어서 런던으로 떠나거라."
어머니는 레미가 아기일 때 입고 있었던 옷이라면서 조그마한 옷을 주었습니다.
레미는 마티아와 함께 런던을 향하여 떠났습니다.

바다를 건너 런던에 도착한 레미는 양어머니가 가르쳐 준 변호사를 찾아갔습니다.
변호사는 레미의 친어머니가 밀리건 부인이라는 것을 말해 주었습니다.
밀리건 부인은 레미가 가져온 옷을 보더니,
"오, 이 옷은 분명히 내가 우리 아기에게 입혔던 것이야." 하고 말하며 레미를 가슴에 꼭 안았습니다. 마침내 레미는 친어머니를 찾았습니다. 동생 아아더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마티아도 같이 살게 되었고, 레미의 오랜 방랑 생활은 이제 끝이 났습니다. 레미의 양어머니도 런던으로 오셔서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많은 고생을 겪은 레미는 이제야 따뜻한 가족의 품에 안겨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후 마티아는 음악가가 되어 훌륭한 연주회를 열었고, 레미는 비탈리스 할아버지의 무덤을 파리에 새로 마련해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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