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략담(智略譚)
by 송화은율지략담(智略譚)
이인(異人)이 아닌 평범한 인물이 꾀를 써서 남을 속이기도 하고, 오히려 반대로 남에게 속기도 하는 이야기를 다룬 설화. 숙종대왕·박문수·김삿갓·김선달형·꾀보 하인 등이 자주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이 밖에 오성과 한음, 푸대접을 받는 사위, 아전, 학동, 상좌 등도 나온다.
숙종대왕·박문수 등 지체가 높은 사람은 자기 정체를 숨기고 자기보다 지위나 능력에서 열세인 상대방을 꾀를 써서 도와주기도 하고, 마음씨가 나쁜 자, 악행을 저지르는 자의 소행을 밝혀서 처단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이 언제나 꾀로써 이기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뜻밖에 자기들보다 한 수 위인 상대, 즉 이인이나 지혜로운 아이를 만나 오히려 지략에서 눌리기도 한다.
지략담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주인공은 김선달형 인물이다. 그들은 남다른 기지로 곤궁한 처지를 모면하려고 남들을 속이지만 그 대가가 한 끼의 식사, 하룻밤 잠자리이니 악행이라도 큰 죄는 아니다. 자기 능력에 닿지도 않는 일을 맡고 나서거나, 상대방의 물건을 슬쩍하여 도리어 맡겨 놓고 그 대신 음식을 먹는다.
모르는 사람을 아는 체하거나 친척을 가장하기도 하고, 가짜 부고를 내어 부의금을 거두고, 빚쟁이에게 빚은 저승에서 갚았노라고 둘러댄다. 대동강·초친 팥죽·밀 반대기 등 엉뚱한 물건을 팔아먹고, 어리석은 체하면서 남의 음식을 먹어 치운다.
자신이 무엇인가를 훔치고는 점잖은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고, 음식을 공평히 나눈다면서 혼자 먹어 치운다. 콧대 높은 기생·처녀·과부를 허술한 주인공이 뜻밖의 술수로 차지한다.
이런 김선달형 인물은 지방마다 특색이 있으며, 방학중·정만서·정수동·태학중 등 여러 인물들이 있다. 김선달형 인물도 언제나 성공만 하는 것은 아니다. 똑똑한 안사돈이나 말 잘하는 아낙네 등에게 한 수 지기도 한다.
그리고 김선달형 인물은 아니지만 평소에 푸대접을 받던 사위가 장인(장모)에게, 혹은 꾀보 하인이 상전을 어떤 기회에 꾀를 써서 평소의 울분을 설욕하기도 한다.
지략담은 자주 경쟁담의 형태를 띠기도 하고 소담(笑談)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호랑이·여우 등 힘이 강한 상대를 여우·토끼·두꺼비·게 등의 약한 쪽이 꾀로써 물리치는 동물담도 지략담에 속한다.
≪참고문헌≫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충청남도민담(최운식, 집문당, 1980).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