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배 / 타고르 라빈드라나드(Tagore, Rabindranath)
by 송화은율종이배 / 타고르 라빈드라나드(Tagore, Rabindranath)/ 김기태 옮김
날마다 나는 종이배를 하나씩 흐르는 물에 띄워 보냅니다.
크고 검은 글씨로 나는 종이배 위에 내 이름과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을 적어 놓습니다.
낯선 나라 누군가가 내 배를 발견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집 전원에서 따온 슐리꽃을 내 작은 배에 싣고 이 새벽의 꽃들이 밤의 나라로 무사히 실려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종이배를 띄우고 하늘을 보고, 바람 안은 흰돛 모양의 조각구름을 바라봅니다.
하늘의 내 또래 장난꾼이 내 배와 경주하기 위하여 바람을 구름에 날리는지 알 수 없어요 !
밤이 오면 나는 얼굴을 팔 안에 묻고 한밤의 별 아래 내 종이배가 흘러 흘러가는 꿈을 꿉니다.
잠의 요정들이 그 배에 노를 젓고 뱃짐은 꿈으로 가득찬 바구니입니다.
Paper boats
Day by day I float my paper boats one by one down the running stream.
In big black letters I write my name on them and the name of the village where I live.
I hope that someone in some strange land will find them and know who I am.
I load my little boats with shiuli flowers from our garden, and hope that these blooms of dawn will be carried safely to land in the night.
I launch my paper boats and look up into the sky and see the little clouds setting their white bulging sails.
I know not what playmate of mine in the sky sends them down the air to race with my boats!
When night comes I bury my face in my arms and dream that my paper boats float on and on under the midnight stars.
The fairies of sleep are sailing in them, and the lading is their baskets full of dreams.
요점 정리
작자 : 타고르 라빈드라나드(Tagore, Rabindranath)/ 김기태 옮김
갈래 : 서정시. 산문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사색적. 서정적
어조 : 이상을 염원하는 순수한 어조
서정적 자아 : 자신의 꿈과 이상을 종이배에 실어 보내는 어린이
제재 : 꿈의 이상
표현 : 어린이가 주는 꾸밈없는 순수의 이미지와 이 작품의 주제인 꿈과 이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서로 조화를 이룸으로써 표현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주제 : 꿈과 이상의 세계에 대한 동경
구성 :
전반부 4행과 후반부 4행이 시상의 전개 과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구분된다. '종이배-꽃-물' 등으로 이어지는 시적 이미지는 후반부에서 '조각-구름-하늘-꿈'으로 전화(轉化)되어 나타난다.
내용 연구
종이배 : 시인의 꿈과 동경을 담은 시적 대상
슐리꽃 : 열대산의 콩과 식물. 씨는 청량 음료와 변비약의 재료로 쓰임
요정 : (서양의 전설이나 동화에 나오는) 사람의 모습을 한 불가사의한 마력을 지닌 정령.
날마다 나는 종이배를 하나씩 흐르는 물에 띄워 보냅니다. : 날마다 종이배를 띄우는 시인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위의 표현은 자신의 소망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다는 마음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간주하는 것이 옳다. 서정적 자아는 이상적 세계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으로 종이배를 띄운다. 그러나 이러한 막연한 방법은 자신이 취한 역사적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비판되기도 한다.
이 새벽의 꽃들이 밤의 나라로 무사히 실려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 자신의 꿈과 소망을 담은 꽃들이 그 소망이 펼쳐지는 '밤의 나라'에 무사히 도달하기 간절히 염원하고 있다. 소망과 이상의 세계에 도달하고 싶은 염원과 혹시 도달하지 못할 것에 대한 염려의 표현이다.
나는 종이배를 띄우고 - 조각구름을 바라봅니다. : 시선의 이동을 주의 깊게 살펴 보자. 강물을 바라보던 시인은 눈을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하늘에도 자신의 꿈을 담은 종이배와 비슷한 모습을 한 조각구름이 두둥실 떠 있고, 이 조각구름에도 시인은 종이배처럼 자신의 꿈과 소망을 담는다. 이는 종이배와 조각구름의 형태적 유사성에 기인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주위에 있는 모든 대상들에게 자신의 꿈을 실어 보내고자 하는 시인의 꿈과 이상의 세계에 대한 간절한 염원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늘의 내 또래 장난꾼이 - 바람을 구름에 날리는지 알 수 없어요! : 자신이 꿈을 담은 종이배와 하늘의 조각구름을 견주어보고 있다. 종이배가 조각구름으로 전화(轉化)되어 나타난다. '내 또래 장난꾼'은 서정적 자아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해와 감상
이 시는 작가의 동양적 신비 사상이 강하게 나타난 작품이다. 동심의 세계에 젖어 명상을 통하여 한없이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꿈을 싣고 떠나고 싶은 상상의 세계를 노래하였다. 평범한 제재와 일상적인 언어로써 나타냈다. '종이배'는 자신의 상상의 세계이다. (출처 : 윤병로 외 3인저 노벨문학교과서)
감상2
이 작품에서 주목되는 것은 시적 대상으로서의 '종이배'이다. '종이배'는 시인의 꿈과 동경을 담은 것이다. 시인은 그것을 강물에 떠보내면서 막연하게나마 그 꿈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기를 기다린다. 실상 모든 시인은 독자에게 종이배를 띄워 보내는 심정으로 시를 쓰는지도 모른다. 독자에게 그 종이배를 반드시 찾아내야 할 의무는 없다. 낯선 나라의 누군가가 내 배를 발견하고 그 배를 띄운 나의 마음까지 이해해 주면 그저 고마운 것처럼, 시는 소박하게 독자에게 다가서야 한다.
자기 심정을 서정적으로 토로하고 있는 시적 어조도 정서적인 감응력을 높이고 있다. (출처 : 권영민 저 지학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타고르가 우리 문학에 미친 영향
타고르는 우리 나라에 "패자의 노래", "동방의 등불"이라는 두 편의 시를 보내기도 했다. 그의 시는 <청춘>, <창조> 등에 소개되었고, 김억에 의해 시집 <기탄잘리>, <신월(新月)>, <원정(園丁)> 등이 번역되었다. 이렇게 번역된 타고르의 시는 임을 노래한 연시(戀詩), 산문시의 가락 등에서 만해 한용운에게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되고 있다.
타고르의 시와 범아일여
범아일여(梵我一如)는 인도의 우파니샤드에 나오는 사상으로서, 이 사상은 고대 인도의 바라문 계급을 중심으로 발달한 종교인 바라문교의 철학 사상인 고대 인도의 철학사상이다. 이는 우주의 근본 원리인 범(梵)과 개인의 중심인 아(我)가 일치한다는 점이다. 타고르는 이를 시의 바탕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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