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제석본풀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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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석본풀이

(장고 반주가 멎는다. 장고 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대의 흥을 돋운다.)

((말로))

무녀 이렇게 개명경(開門經)으로 치니

아홉방 고방문(庫房門)이

쟁?던 문이 다~~열리 집니다

열어 났으니 아기씨요

동냥이나 좀 주시요

옥단춘아 아버님 잡꺖던 쌀독에 쌀 한바릿대 떠다드려라

아버님 쌀독에 쌀뜨러 가니

부처님 도술(道術)로 청룡(靑龍)이 구부로 치도로 맨들아 놓고

 

잽이

무녀 어머님 쌀독에느 항룡(黃龍)이 구부로 치도로 맨들아 놓고

아홉성제 오라버니 쌀독에는 청학(靑鶴) 백학(白鶴)이 알을 품도록 맨들아 놓고

 

잽이

무녀 또 당금애기 쌀독에는 납짝 거무가 줄을 살~짝 쳐났구나

쌀뜨러갔는 사람 눈에

아이고 아기씨요 무섭어서 무섭어서 못뜨겠십니더

대리 왔다 하이 스님이 한다는 말이 아기씨요 그리 말고

아기씨 잡꺖던 쌀독에

납작거무가 줄일 쎶이니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한바릿대마 떠다주모 소승(小僧)은 돌아가겠십니다

 

잽이

무녀 옥당추이 매상금이

참 당금애기 데리고 서이서 쌀뜨러 가는 새에

참 이스님에 거동 보소

오날 해로 어찌 지울꼬?

어른들은 없다 소리 듣고

지나 진진 해에

삼한 세준을 태이러 왔는데 어찌하여 해를 지우겠노?

 

잽이

무녀 돌아서서 자리 밑구녕으로 타주 놓고

[장고 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다가 이내 멈춘다. 장고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녀의 흥(興)을 돋운다.]

 

((말로))

 

무녀 우로는 받는 척

밑으로는 대문천에 다 흘렀다

 

잽이

무녀 옥당추이 하는 말이

아이고 스님요

동냥으로 댕길라거덩 자리나 성한거로 가지고 댕기지

밑빠진 자리를 가지고

어찌 동냥으로 댕깁니까?

 

무녀 앞문에 옥당춘아 비가지 오너라 씰어넣어 디리자

체이 가져 오너라 까불어 넣어 디리자

우리 절이

스님이 한다는 말이

아이고 아기씨요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두리다가 이내 멈춘다. 장고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녀의 흥(興)을 돋운다.]

((말로))

무녀 우리 절에 고양(供養) 올릴 백미(白米) 쌀으노

비가지고 쓸모 쑤시내가 나서 못받고

체이 가지고 까불모 버들내가 나서 못받십니다

 

잽이

무녀 그럼 어찌하진 말이요?

딧동산 올라가서 깨똥나무로 꺾어다가

임불로 곰불로 하낙씩 집어넣어야 댑니다 한다

그러이께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다가 이내 멈춘다.)

((말로))

 

무녀 세사 지나 진진 해를 어찌 지우겠노?

그러이

쌀을 밑구녕

다 자리 밑구녕으로 타주 놓고

대문천에 이래 흘리나여 저(箸)로 갖다 집어너야 더디여 살~

해가 질끼 아이가?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려다 이내 멈춘다.)

 

<중략>

 

 

((창으로))

무녀 스님도 집어 넣고

당금 애기 집어 넣고

얼마 만침 집어 넣더라니

동(東)에 동산(東山) 돋은 해가

일라 서산(日落 西山)을 다넘어 갔네

 

잽이 아~디야

무녀 아이고 당금 애기

하는 말이

((말로))

 

잽이 좋다~

 

[창(唱)으로]

무녀 스님요스님요

어서 가시요

해가 졌으니

어서 가시요

 

잽이 아~디야

무녀 스님이 하는 말이

아기 씨요

아기 씨요

집을 두고서

매르 가라오

유수(流水)같이

흐르는 밤~에

하릿 밤만

유(留)해 갑시다.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구연자는 동해안 지역의 큰무당인 김유선으로 무형문황재로 지정된 분으로 무가 부문 기능 보유자이다.)

갈래 : 서사 무가, 구비 서사시,

성격 : 무속 신화, 적층적, 구비적, 주술적

표현 : 신성성과 오락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고, 경상도 사투리와 음악성이 강한 언어 사용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인물 :

여자 : 주인공인 당금애기는 뛰어난 미모와 재주를 갖춘 여인으로, 온갖 재난을 극복하고 삼신으로 좌정함

남자 : 남자 주인공인 스님은 우리 고유의 신으로 이해할 수 있음

구성 : 본문에는 발단의 일부분이 실렸다.

발단 : 집에 남겨진 당금애기에게 스님이 찾아온다.

전개 : 스님은 당금애기에게 잉태를 시키고 사라진다.

위기 : 부모님과 오빠들이 집으로 돌아와 당금애기가 임신한 사실을 안다. 오빠들은 당금애기를 죽이려고 하다가, 어머니의 반대로 뒷산 바위굴 속에 당금애기를 가둔다.

절정 : 하늘의 도움으로 당금애기는 바위굴 속에서 아들 세 쌍둥이를 낳는다.

결말 : 당금애기와 세 아들은 스님을 찾아가 신직(神職)을 받는다.

주제 : 고난 끝에 삼신이 된 당금애기

의의 : 우리 나라에서 가장 널리 불리는 서사 무가이자, 가장 연원이 오래된 생산신 신화(현재도 활발하게 구연되고 살아있는 구비 서사시로 진행형임)

줄거리 : 옛날 아들만 아홉을 둔 고귀한 신분의 부부가 딸을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어서 산천에 열심히 기도를 드려 귀한 딸을 낳아, 이름을 당금애기라고 지었다. 당금 애기가 처녀가 되었을 때, 부모와 아홉 오빠들이 일 때문에 오랫동안 집을 비우게 되었다. 그들이 집을 떠난 후 어느 도승이 도술로 자물쇠를 채운 열두 대문을 통과해서 당금애기 처소에까지 들어와 시주를 청했다. 당금애기는 마지못해 시주를 주었으나, 일부러 자루 밑을 찢어 놓았기 때문에, 그 쌀은 대문간에 다 흩어졌다. 스님은 당금애기에게 나무젓자락으로 그 쌀을 담는 동안에 해가 졌다. 스님이 당금애기에게 그녀의 방에서 하룻밤 자게 가게 해 달라고 막무가내로 요구하자, 결국 병풍을 가운데 치고 양쪽에서 스님과 당금애기가 각각 자기로 했다. 그날 밤 당금애기는 붉은 구슬 세 개가 자신의 치마 폭에 떨어져 안기는 꿈을 꿨다.

다음 날 아침 스님은 당금애기가 꾼 꿈을 말해 주면서 아들 세쌍둥이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아 기르다가 그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으면 심어, 그 줄기를 따라 찾아오며 박씨 하나를 주고 문득 사라졌다.

당금애기는 그 달부터 태기가 있어, 만삭이 되었다. 그때 부모님과 오빠들이 돌아와 당금애기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오빠들은 당금애기의 목을 작두로 잘라 죽이려 했다. 그러나 어머니가 겨우 말려 당금애기는 뒷산의 바위 굴 속에 갇히게 되었다.

며칠 후 어머니가 그 굴 속에 가 보았더니. 당금애기는 아들 세쌍둥이를 낳아 잘 기르고 있었다. 하늘에서 학 세 마리가 내려와 아이 하나씩을 품어 기르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 아버지를 찾아줄 것을 요구하자, 당금애기는 박씨를 울 밑에 심게 했다. 다음날 아침 일어나 보니 박 줄이 끝없이 뻗어 있어 그 줄을 따라 금강산까지 가서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당금애기와 세 아이들에게 각각 신직(神職)을 주었고, 그래서 당금애기는 삼신으로 좌정하게 되었다.

(옛날 어느 명문가에 어여쁜 무남독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그녀 혼자 집을 지키게 된다. 이때 그녀의 미모를 소문으로 듣고 기회를 엿보던 젊은 중이 나타나 시주를 청하는 체하면서 그녀를 유혹하여 정을 통한다. 이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쫓겨나 그 중을 찾아가 해산하며, 아이가 자란 뒤 그녀 자신은 삼신이 되고 아이는 제석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출전 : 한국의 별신굿 무가 제 8권

 

내용 연구

제석본풀이 : 제석본풀이는 '제석신의 근본 내력을 말로 풀어낸 것'이라는 뜻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 보면 삼신할미의 내력과 관련이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삼신할미는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잉태와 출산을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이다.

(전략)

당금애기가 스님에게 고방문이 잠겨 동냥을 줄 수 없다고 함

(중략)

(장고 반주가 멎는다. 장고 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대의 흥을 돋운다.)

((말로 : 판소리에서는 '아니리'라 함))

무녀 이렇게 개명경(開門經 : 잠긴 문을 열게 하는 경문)으로 치니

아홉방 고방문(庫房門 : 세간 등의 온갖 물건들을 넣어두는 방의 문)이

쟁깄던(잠겼던) 문이 다~~열리 집니다

열어 났으니 아기씨요

동냥이나 좀 주시요[쟁겼던 문이 - 동냥이나 좀 주시오 : 앞 장면에서 고방문이 잠겨 동냥을 줄 수 없다고 말한 당금애기에게 스님이 이제는 고방문을 열어 놓았으니 동냥을 달라는 뜻으로 한 말이다. 스님의 신이한 능력이 나타나 있다.]

옥단춘아 아버님 잡숬던 쌀독에 쌀 한바릿대(바리때에 하나 가득. '바리때'는 '중의 밥그릇', 한 짐) 떠다드려라

아버님 쌀독에 쌀뜨러 가니

부처님 도술(道術)로 청룡(靑龍)이 구부로 치도로(굽이 치도록) 맨들아 놓고[부처님 도술로~맨들아 놓고 : 스님이 도술을 부려 쌀을 뜨러간 사람의 눈에 마치 청룡이 굽이를 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는 뜻이다.]

잽이(판소리에서는 '고수'라 하고, 악기 반주 담당, 무녀의 대화 상대, 무녀의 흥을 돋우는 사람, 보조 진행자이기도 함)

무녀 어머님 쌀독에느 항룡(黃龍 : 황룡)이 구부로 치도로 맨들아 놓고

아홉성제(아홉 형제. 당금애기는 아홉 명의 오빠가 있음.) 오라버니 쌀독에는 청학(靑鶴) 백학(白鶴)이 알을 품도록 맨들아 놓고

잽이

무녀 또 당금애기 쌀독에는 납짝 거무(납작 거미)가 줄을 살~짝 쳐났구나.

쌀뜨러갔는 사람 눈에[쌀뜨러갔는 사람 눈에 : 쌀을 뜨러간 사람의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이러한 조화가 실제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쌀을 가지러 갔던 시녀의 눈에만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당금애기의 쌀독에서 쌀을 가져오게 하려고 부린 조화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

아이고 아기씨요 무섭어서 무섭어서 못뜨겠십니더.

대리(도로) 왔다 하이(왔다고 하니까) 스님이 한다는 말이 아기씨요 그리 말고

아기씨 잡숬던 쌀독에

납작거무(납작한 거미)가 줄을 칬이니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치고

한바릿대마 떠다주모 소승(小僧)은 돌아가겠십니다.

잽이 야.

무녀 옥당추이 매상금이(옥단춘이 매상금이. 당금애기 몸종들)

참 당금애기 데리고 서이서 쌀뜨러 가는 새에

참 이스님에 거동 보소

오날 해로 어찌 지울꼬?[오날 해로 어찌 지울꼬? : "오늘 해가 질 때까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라는 뜻으로 스님이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한 것이다. 부모가 없는 사이에 집에 오기는 했으나 아직까지 해가 길게 남아 밤에 잠을 청하고 갈 수 없음을 걱정하는 모습으로 스님은 어떻게든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끌 궁리를 하고 있다. 희곡에서는 독백에 해당한다.]

어른들은 없다 소리 듣고

지나 진진 해에(길고 긴긴 해에)

삼한 세준(신성한 존재인 석가여래)을 태이러(임신시키려) 왔는데(스님이 당금애기 집에 찾아온 이유가 직접 드러남) 어찌하여 해를 지우겠노?(스님은 삼한 세준을 태어나게 할 목적으로 찾아와 해가 질 때까지 시가을 끌려고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속생각이 따로 있다.)

잽이

무녀 돌아서서 자리 밑구녕으로 타주 놓고[돌아서서 자리 밑구녕으로 타주 놓고 : 스님이 계획적으로 동냥을 얻으러 갈 때 가지고 가는 자루 아래쪽으로 찢어 놓았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곡식으로 받아도 모두 흩어지게 된다. 흘러 내린 쌀을 담는 동안 시간을 벌어 보겠다는 계략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장고 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다가 이내 멈춘다. 장고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녀의 흥(興)을 돋운다.]

((말로))

무녀 우로는 받는 척

밑으로는 대문천(바닥)에 다 흘렀다

잽이

무녀 옥당추이 하는 말이

아이고 스님요

동냥으로 댕길라거덩 자리나(자루나) 성한거로 가지고 댕기지

밑빠진 자리를 가지고

어찌 동냥으로 댕깁니까?

무녀 앞문에 옥당춘아 비가지(빗자루를 가지고) 오너라 씰어(쓸어)넣어 디리자(드리자)

체이(키. 곡식 등을 까불러 고르는 기구. 앞은 넓고 평평하게, 뒤는 좁고 우굿하게 생겼으며, 버들고리 같은 것으로 엮어 만듦.) 가져 오너라 까불어(까불러. 곡식에 섞인 거나 티 같은 것을 키에 담아, 위아래로 부치어 날려 보내어.) 넣어 디리자.

우리 절이

스님이 한다는 말이

아이고 아기씨요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두리다가 이내 멈춘다. 장고잽이가 장고 반주 없이 사설을 받아 무녀의 흥(興)을 돋운다.]

((말로))

무녀 우리 절에 고양(供養) 올릴 백미(白米) 쌀으노

비가지고 쓸모 쑤시내(수수 냄새. 수수에서 나는 냄새. 빗자루를 수수대와 줄기로 만들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임.)가 나서 못받고

체이 가지고 까불모 버들내가 나서 못받십니다.[비가지고 쓸모- 버들내가 나서 못받십니다 : "빗자루로 쓸면 수수냄새가 나서 안되고, 키로 까불면 버들냄새가 나서 안됩니다."라는 말로 대문간에 흩어진 쌀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서 키로 까불려 주겠다는 당금애기의 말에 대해 스님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잽이

무녀 그럼 어찌하진 말이요?

딧동산(뒷동산) 올라가서 깨똥나무(개똥나무. '누리장나무'라는 나무 이름임.)로 꺾어다가

임불로 곰불로(앞으로 뒤로. 혹은 입으로 불어가며) 하낙씩 집어넣어야 댑니다 한다.[임불로 곰불로 하나씩 집어넣어야 댑니다 한다 : "앞에서 뒤에서 하나씩 하나씩 집어 넣어야 된다고 스님이 말했다."라는 말로 '임'은 '앞'이고 '곰'은 '뒤'이다. 이 말들이 살아 있는 예로는 비의 앞부분을 가리키는 '이물'과 배의 뒷부분을 가리키는 '고물'을 들 수 있다.]

그러이께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다가 이내 멈춘다.)

((말로))

무녀 세사 지나 진진 해를 어찌 지우겠노?

그러이

쌀을 밑구녕

다 자리 밑구녕으로 타주 놓고

대문천에 이래 흘리나여(바닥에 흘려)(箸 :젓가락)로 갖다 집어너야 더디여(일이 더디어져) 살~

해가 질끼 아이가? [대문천에 이래 - 애가 질끼 아이가? : "대문 앞에 흐른 쌀을 그렇게 젓가락으로 한 알씩 집어 넣어야 드디어 해가 질 것 아니겠느냐"라는 말로 대문간에 흩어진 쌀을 젓가락으로 한 알씩 집어 넣어야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스님의 속마음이 직접적으로 무녀의 입을 통해 나타나는 부분으로 스님의 음흉한 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출하고 있다.]

(장고잽이가 잠깐 장고를 두드리려다 이내 멈춘다.)

((창으로))

무녀 : 딧동산으로 올라 가서

깨똥 나 ~ 무로 꺽어 와서

잽이 : 아 ~ 디야.

무녀 : 절루 하여서(젓가락을 만들어서) ~ 집어 넣네.

옥단춘이도 집어 넣고

매상금도 집어 넣고

잽이 : 아 ~ 디야.

무녀 스님도 집어 넣고(집어넣었더니)

당금 애기 집어 넣고

얼마 만침 집어 넣더라니

동(東)에 동산(東山) 돋은 해가

일라 서산(日落 西山)을 다넘어 갔네[얼마 만침 - 다넘어 갔네 : 그러는 사이에 시간이 흘러 해가 서산을 넘어갔다는 말이다. 결국 스님은 당금애기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갈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한 것이다.]

잽이 아~디야

무녀 아이고 당금 애기

하는 말이

((말로))

잽이 (흥을 돋우며) 좋다~

[창(唱)으로]

무녀 스님요스님요

어서 가시요

해가 졌으니

어서 가시요

잽이 아~디야

무녀 스님이 하는 말이

아기 씨요

아기 씨요

집을 두고서

매르 가라오 [매르 가라오 : 뫼로 가라고 합니까? 산으로 가라고 합니까? 그렇게 하라는 것은 도리에 맞는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또는 어디로 가라는 것이오.]

유수(流水)같이

흐르는 밤~에

하릿 밤만

유(留 : 머물렀다)해 갑시다.

잽이 : 아 ~ 디야.

무녀 : 그 소리를 치니야 당금애기가

후면[後園 : 후원, 뒤뜰] 빌당[別堂 : 주로 시집을 가지 않은 양반가의 처녀들이 머물던 곳] 안이라.

하는 곳으는 남자 들도야 몬 오는 곳인데

어찌 남정네가 와서

자고 가잔 말입니까

아이구 ~

아기씨요

이 말 왔다가

해가 져서 일모(日暮) 댔는데(저녁이 되었는데)

어디로 가랍니까

하릿 밤만 유(留)해 갑시다.

( 이 작품에 등장하는 스님은 우리 고유의 신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본문에 나타난 그의 모습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래서 가지고 있던 바랑의 밑을 일부러 찢어 해가 질 때까지 시간을 끌 구실을 마련하기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의 면모를 보여 준다. 이러한 신의 모습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심화 자료

'제석본풀이'

'제석본풀이'는 '제석신의 근본 내력을 말로 풀어낸 것'이라는 뜻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삼신 할미의 내력을 담은 서사 무가임을 알 수 있다. 이 무가가 전국적으로 가장 널리 불려지는 것은 삼신 할미가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잉태와 출산을 관장하는 신이기 때문인 것으로 이해된다. 후반부에서 아이들이 아버지를 찾아가는 내용은 고구려 건국 신화에서 유리가 아버지인 주몽을 찾아가는 내용과 맥이 닿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본풀이

'본풀이'는 '신의 근본 내력을 말로 풀어낸 것'이라는 뜻으로, 곧 무속 신화를 뜻한다. 무당들은 굿을 하면서 이 내력담을 악기 반주에 맞추어 노래로 부르는데, 이를 서사 무가라 한다. 노래로 구비 전승되는 신화라는 점에서 구비 서사시이고, 문학적으로는 서사 갈래에 속한다. 전국적으로 많은 유형이 잇는데, 그 중에서 '제석본풀이', '바리공주' 등이 가장 유명하다. 지역적으로 보면 제주도 지역의 서사 무가가 내용도 풍부하고, 숫자도 가장 많다.

신화로서의 '제석본풀이'

'제석본풀이'는 천부지모형 신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남자 주인공인 도성, 곧 남신은 천신으로서의 성격을 보여 주고 있고, 여자 주인공인 당금애기는 지역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생산신의 성격을 보여 주고 있다. 따라서, 이 신화의 내용은 부계신인 천신과 모계신인 지신의 결합을 통해서 새로운 생명, 곧 후계자가 탄생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제석본풀이

서사무가의 하나. 전국적으로 전승되며, 지역에 따라 무가의 명칭이 다르다. ‘성인노리푸념’(평안북도 강계), ‘삼태자(三胎子)풀이’(평안남도 평양), ‘셍굿’(함경남도 함흥), ‘제석본풀이’ 또는 ‘당금아기’(경기지방), ‘시준풀이’·‘시준굿’ 또는 ‘당고마기’(동해안지방), ‘제석풀이’(충청북도지방), ‘제석굿’(전라남도지방), ‘초공본풀이’(제주도) 등 여러 가지 호칭이 있다.

문학적 측면에서 이야기의 공통성이 있으므로 하나의 서사유형으로 설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조사된 자료는 55편에 이르는데, 공통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옛날에 어여쁜 딸아기를 둔 명문의 가정이 있었는데, 불가피한 일이 있어 가족들은 집을 떠나고 딸아기만 혼자 집에 남게 된다.

이 때 딸아기의 인물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들은 스님이 딸아기 집을 찾아와서 시주를 청하면서 딸아기와 접촉을 가진 뒤 사라진다. 딸아기는 잉태를 하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온 가족들에게 이 사실이 드러나자 추방을 당한다. 딸아기는 아들 세쌍동이를 낳아 기른 후 스님을 찾아가서 아들들의 이름을 짓고 신직을 받는다. 자신은 삼신이 되고 아이들은 제석신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각 지역에 따라 또는 구연한 무당에 따라 차이를 보인다. 대체로 동북부지역의 전승본과 서남지역 전승본, 그리고 제주도지역 전승본으로 나뉜다. 동북부지역에는 강계·평양·함흥·양평·강릉·울진·삼척·영덕·동래 등지가 포함된다.

이 지역 전승본의 특징은 스님이 딸아기와 한방에서 자고 떠난 뒤 딸아기가 잉태하고, 추방당한 딸아기는 토굴 속에 감금되어 삼형제를 낳아 기른 뒤 아이들과 함께 스님을 찾아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스님은 아이들이 자신의 친아들임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험을 부과하는데, 아이들이 모든 시험을 무난히 통과한다는 내용도 이 지역 전승본에만 남아 있는 부분이다. 이와 같이, 이 지역 전승본은 내용이 비교적 풍부하고 부자관계가 강조되어 있다.

서남지역 전승본에는 화성·오산·안성·청주·영동·부여·줄포·순창·광주·목포·진도·해남 등에서 채록한 자료가 포함된다. 이 지역본의 특징은 스님이 시주를 받고 딸아기에게 쌀알 세 개를 먹이거나 또는 손으로 머리를 만지거나 하고 사라진 뒤 딸아기가 잉태하게 되며, 부모에게 추방당한 딸아기는 임신한 몸으로 스님을 찾아간다는 것이다.

서남지역 전승본에는 동북지역본에 있는 부자상면 과정이 생략되어 있다. 또한, 스님이 자고 가기를 요청하고 잉태를 꿈으로 암시하는 장면도 없다. 서남지역본은 부부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마지막에 스님이 불도를 부정하고 세속으로 환원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신성성이 퇴색되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본은 딸아기가 낳은 아들 삼형제가 과거에 급제했으나 중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급제가 취소되자, 이에 격분한 끝에 연추문 종각을 부순다. 이에 딸아기를 제석궁에 가두니 어머니를 구출하기 위해 아들 삼형제가 무법(巫法)을 배워 굿을 하게 되었다는 후반부가 부연되어 있다.

 

제주도에서는 ‘초공본풀이’가 무신신화적(巫神神話的) 성격을 띠고 있어 본토의 ‘제석본풀이’와는 신화적 기능에서 차이를 나타낸다.

〈제석본풀이〉가 불리는 굿은 지역에 따라서 명칭이 다르나, 대체로 재수가 있기를 빌거나 생산을 증진시키려는 굿이다. 함경도의 성인굿, 평안도의 재수굿, 중부지방의 안택(安宅), 호남지방의 축원굿, 동해안지역의 별신굿, 제주도의 큰굿 등은 모두 〈제석본풀이〉가 구연되는 무의(巫儀)이다. 이들은 삶의 풍요를 위해 베풀어진다는 점에서 공통성이 있다.

또한, 제석신이라는 명칭은 불교에서 따온 것일지라도 기능면에서는 불법수호가 아니라, 한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지켜주고 수명과 다산을 관장하는 무속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제석본풀이〉는 불교적 영향을 받은 무속신화임을 알 수 있다.

〈제석본풀이〉의 내용은 아기를 잉태하고 낳고 기르는 것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이야기가 생산을 주관하는 생산신 신화로 형성된 것은 인간의 출산과 농작물의 결실을 유추시켜 이해한 무속적 사고에 기인한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 연구된 〈제석본풀이〉의 신화적 해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석본풀이〉의 여주인공은 각 편에 따라 ‘서장애기’·‘세주애기’·‘당금아기’·‘금각씨’·‘제석님네 맏딸아기’·‘자지명아기’ 등으로 다양하다. 본래의 고유명칭은 ‘당금아기’이며 ‘당금’이라는 말은 촌신(村神) 또는 곡신(谷神)을 의미하는 고어 ‘단暇’에서 유래되었다. 즉, 당금아기는 한 지역을 관장하는 지역수호여신이라는 의미이다.

동해안 별신굿에서 가장 먼저 불리는 서사무가가 바로 〈제석본풀이〉이다. 별신굿은 마을을 지키는 골맥이신에 대한 무속제전이라는 점에서 당금아기의 신으로서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난다.

 

한강 이남 중부지방에서 채록한 〈제석본풀이〉에서는 스님이 쌀 세 알을 당금아기에게 주어 이것을 삼킨 당금아기가 잉태하게 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당금아기가 지모신이고 아들 삼형제가 곡신(穀神)이라는 의미이다.

동북부지역본에서 토굴 속에 갇힌 당금아기가 삼형제를 출산한다는 얘기 역시 식물의 씨앗이 땅 속에서 싹이 터서 땅 위로 돋아나는 것을 상징한다. 즉, 당금아기는 지모신이자 지역수호신이며 아울러 생산신이라는 것이다.

〈제석본풀이〉의 남주인공은 그 명칭이 지역에 따라 ‘황금산주재문장’·‘서인님’·‘석가여래시준님’·‘삼한시준님’·‘황금산중상’·‘황금대사’·‘황금산황애중’·‘황금산주재선생’ 등으로 나타난다.

 

여기에서 불교와 관련된 중 또는 세존 등의 명칭을 제거하면 ‘황금산’이라는 명칭만 남는다. ‘산’이라는 말은 중이 거처하는 곳을 뜻하며, ‘황금’이라는 말은 곧 대신(大神)을 의미하는 고어 ‘한暇’이라는 말과 연관이 있다.

남주인공은 불교가 전래된 뒤 신분이 스님으로 바뀐 것이고, 본래는 천신(天神)이었다고 본다. 그 근거로서 남주인공은 천상에서 인세로 하강하거나 인세에서 천상으로 승천하는 내용이 있다.

또, 딸아기가 잉태할 때 붉은 구슬을 받는 꿈을 꾸는데, 이것은 곧 태양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리고 남주인공이 딸아기와 헤어지면서 박씨를 주는데 박씨는 곧 밝음의 씨앗으로서 광명의 원천을 나타낸다는 점 등을 든다.

이와 같이 〈제석본풀이〉는 천신계의 남성신과 지모신인 여성신이 결합하여 새로운 신을 탄생시키는 신화로서, 단군(檀君)·주몽(朱蒙) 등의 국조신화와 동궤(同軌)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오랜 기간 전승하면서 불교의 영향을 받아 스님과 귀한 집 처녀가 결합한다는 내용으로 변모되었다. 또한, 유교적 윤리관에 따른 합리성의 추구로 딸아기의 부정한 행실을 징벌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제석본풀이〉의 자료를 제시하면 〔표〕와 같다.

≪참고문헌≫ 韓國巫歌의 硏究(徐大錫, 文學思想社, 1980), 巫歌(徐大錫, 口碑文學調査方法, 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79).(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제석본풀이(帝釋本-)

큰 굿의 제석거리나 무의(巫儀)에서 낭송되는 서사무가(敍事巫歌). 제석신(帝釋神)의 유래를 노래한 것이다. 제석은 원래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신 제석천(帝釋天)에서 유래하며 제석본풀이는 불교적 영향을 받은 무속신화로 알려져 있지만 그 신의 개념이 일정하지 않다. 즉 삼불제석(三佛帝釋)과 제석삼신(帝釋三神)이 혼용되고 아기를 점지한다는 세 신령인 삼신과도 혼동되고 있다. 제석본풀이는 지역에 따라 명칭이 다른데, 함경남도 함흥에서는 셍굿, 평안북도 강계에서는 성인노리푸념, 평안남도 평양에서는 삼태자(三胎子)풀이, 경기도에서는 당금아기, 동해안에서는 시준풀이 또는 시준굿, 충청북도에서는 제석풀이, 전라남도에서는 제석굿, 제주도에서는 초공본풀이라고 불린다. 전승되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 어느 명문에 인물이 뛰어난 딸이 하나 있었는데, 부모들은 불가피한 일이 있어 집을 비우고 딸만 혼자 남아 있게 되었다. 이 때 도술이 높은 중이 이 집을 찾아와 시주를 청하면서 딸과 접촉을 가진 뒤 사라졌다. 딸은 잉태를 하게 되고 집으로 돌아온 부모에게 발각되어 쫓겨난다. 딸은 중을 찾아가서 아들 3형제를 낳고, 자신은 삼신(三神)이 되고 아이들은 제석신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각 지역에 따라 또는 구연한 무당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천신계(天神系)의 남성과 지신계(地神系)의 여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신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단군·주몽 등의 국조신화와 맥락을 같이 한다. 제석본풀이가 구연되는 굿은 함경도의 신선굿, 평안도의 재수굿, 중부지방의 안택(安宅), 호남지방의 축원굿, 동해안 지역의 별신굿, 제주도의 큰굿 등이다. 대체로 재수굿이거나 생산 증진을 기원하는 굿이며 가신(家神)인 성조신과도 확실한 구분이 없고 세존단지·성조단지·제석단지 등 민속에서는 생산신(生産神)인 농신(農神)과도 혼용되고 있다. 즉 제석본풀이의 내용이 생산신 신화로 형성된 것은 다산과 풍요로운 수확을 기원하는 무속적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출처 :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제석본풀이(帝釋本-)

당금아기라고도 한다. 제석본풀이는 지방에 따라 내용도 조금 달라지고 명칭도 다르다. 동해안지방에서는 시준풀이 또는 시준굿, 영남지방에서는 세존굿, 충북지방에서는 제석풀이, 전남지방에서는 제석굿, 제주도에서는 초공본풀이, 평양에서는 삼태자(三胎子)풀이, 평북 강계에서는 성인노리푸념, 함흥에서는 셍굿이라고 부른다. 이들 노래가 불리는 굿도 중부지방에서는 안택이라 하지만 지방마다 이름이 다른데 대체로 가내의 평안, 무병장수, 자손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이 목적이며 그 대상이 중부지방의 경우 제석신(帝釋神)이다.

제석신이나 세존 등 불교적인 명칭으로 보아 제석본풀이의 내용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무속신화로 여겨진다. 그것은 지방이나 구연하는 무당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옛날 어느 명문가에 어여쁜 무남독녀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가족들이 모두 집을 비우고 그녀 혼자 집을 지키게 된다. 이때 그녀의 미모를 소문으로 듣고 기회를 엿보던 젊은 중이 나타나 시주를 청하는 체하면서 그녀를 유혹하여 정을 통한다. 이 때문에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쫓겨나 그 중을 찾아가 해산하며, 아이가 자란 뒤 그녀 자신은 삼신이 되고 아이는 제석이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한편 중부지방에서 제석본풀이를 당금아기라고도 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유래한다. 당금아기의 당금이란 지역의 수호신을 가리키는 고어이며 따라서 당금아기는 바로 그녀 자신이 지역의 수호신이거나, 아니면 그 딸이라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야기의 남주인공은 원래는 천신이었는데 불교의 영향에 따라 중으로 바뀐 것이라고 보면 이 이야기의 신화적 성격이 드러난다.(출처 : 동아백과사전)

제석본풀이(帝釋本-)

전국에서 전승되는 무속신화로 전승지역에 따라 〈성인노리푸념〉(강계)·〈삼태자풀이〉(평양)·〈셍굿〉(함흥)·〈당금아기〉(양평)·〈시준풀이〉(강릉)·〈제석풀이〉(청주)·〈초공본풀이〉(제주) 등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제석본풀이〉는 전국에서 약 40여 편이 채록되었는데 각 편의 공통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옛날에 아름다운 딸아기를 둔 명문대가가 있었는데 가족들은 불가피한 일로 집을 떠나고 딸아기만 남아 있게 된다. 이때 법술(法術)이 높은 중이 딸아기의 인물이 뛰어나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와 시주를 받으며 수작하고 간 뒤 딸아기는 잉태하게 된다. 가족들이 돌아와 이 사실을 알고 딸아기를 쫓아낸다. 딸아기는 아들 3형제를 낳고 중을 만난 뒤 자신은 삼신(三神)이 되고 아들들은 제석신이 된다. 이러한 내용은 전승지역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남한강을 남북의 경계로 하고, 소백산맥을 동서의 경계로 하여 한반도 동북지역 전승본과 서남지역 전승본, 그리고 제주도지역 전승본으로 나누어진다. 동북지역본은 딸아기가 시주 온 중과 별당에서 함께 자며 꿈속에서 구슬을 받고 잉태를 한 뒤 토굴 속에서 아들 3형제를 낳는다. 아들들이 자라서 아버지를 찾아달라고 졸라 중을 찾아가니 중은 친아들임을 확인하기 위한 시험들을 치른 뒤 아들로 인정한다. 서남지역본은 중이 시주를 받아가면서 집어준 쌀 세 톨을 삼키고 딸아기는 잉태를 한다. 쫓겨난 딸아기가 중을 찾아가서 아이를 낳자 중은 중노릇을 그만두고 딸아기와 살림을 차린다. 제주도본에는 과거를 보다가 중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낙방한 자지명아기의 아들들이 무당노릇을 배워 무업(巫業)을 시작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런 점에서 오늘날 이 무가의 신화적 기능이나 의미는 전승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석본풀이〉의 본래 모습은 무속(巫俗)의 생산신 신화로서 한국의 고대 건국신화와 같은 성격을 가지는 천부지모형(天父地母型) 신화였을 것으로 보인다. 〈제석본풀이〉는 재수굿·별신굿 등의 기복제(祈福祭) 무의(巫儀)에서 구연되었다. 기원적으로는 '영고'·'무천'·'동맹' 등 고대 제천의식과 같은 촌락공동체의 수호신에 대한 제전에서 비롯되었으며, 굿의 목적은 인간의 출산과 농경의 풍요를 기원하는 데 있었다. 경기도 양주에서는 제석거리 뒤에 풍농을 비는 소놀이굿이 이어지며 햇곡식을 담아 모시는 '제석단지'나 '시준단지'의 습속은 무속의 제석신이 농경생산신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점에서 〈제석본풀이〉는 무속의 생산신 신화가 불교 전래 이후에 변모된 것으로 생각된다. 여주인공의 명칭은 '서장애기'(평양)·'세주애기'(함흥)·'제석님네 맏딸아기'(청주·부여)·'당금아기'(강릉·양평·수원)·'자지명아기'(제주도) 등으로 다양하나 고유한 명칭은 '당금아기'이며, 이는 '마을신'이나 '골짜기의 신'이란 의미를 가지는 ''에서 유래한 말이다. 중으로 나타나는 남주인공은 여성에게 잉태를 시키는 파계승의 행각을 벌이지만 오히려 신성시되고 있다는 점, 천상에 살면서 박씨로 자신의 신분을 암시했다는 점에서 천신적(天神的) 존재임이 드러난다. 이렇게 볼 때 〈제석본풀이〉는 천신계의 남성과 지신계의 여성이 결합하여 새로운 생산신을 출산하는 신화로서, 〈단군신화〉나 〈주몽신화〉 등 고대건국 신화와 같은 뿌리에서 형성되었으나 전승과정에서 불교의 영향으로 변모된 무속신화임이 확인된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삼신

산육(産育)을 관장하는 신. 가신(家神)의 하나로 ‘산신(産神)’·‘삼신할머니’ 또는 ‘삼승할망’이라고 부른다. 삼신의 어원은 ‘삼줄’·‘삼가르다’ 등의 사례로 미루어, 본디 ‘삼’이 포태(胞胎)의 뜻이 있어 포태신을 지칭한다고 볼 수 있다. 삼신의 유래를 말해주는 서사무가로 〈제석본풀이〉(또는 당금애기무가)와 〈삼승할망본풀이〉가 있다.

〈제석본풀이〉는 제석굿에서 구송되는 것으로 흔히 당금애기가 삼신이 되기도 하고 삼불제석이 삼신이 되기도 한다. 〈삼승할망본풀이〉에서는 삼신할망이 어떻게 산육을 관장하게 되었는지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삼신의 신앙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인다.

중부지방에서는 중간을 막고 두 끝을 터서 그곳으로 물건을 넣고 어깨에 메거나 허리에 두르던 전대(纏帶) 모양의 주머니에 쌀을 담고 한지 고깔을 씌워서 안방구석에 매달고 명절이나 가족 생일, 제삿날에 음식의 일부를 바치고 산 속에 관계되는 기원을 올리는데, 이것을 흔히 제석주머니라고 불렀다.

영남지방에서는 큰 바가지에 쌀을 담고 한지로 덮어 묶고 안방 시렁 위에 모셔놓은 것을 삼신바가지라 부르는데, 위에다 수명장수의 상징으로 타래실을 놓는 경우도 있다. 이 바가지가 삼신단지로 바뀌어 놓이는 경우도 많다. 지금도 농어촌에서는 가끔 그런 것들을 볼 수가 있는데, 호남지방에서는 단지에 쌀을 넣어서 위와 같이 모시고 지앙단지·지앙동우들로 부른다.

평소에는 안 놓다가 출산 전후에만 안에 쌀을, 위에는 미역을 걸쳐놓는 수도 있다. 같은 호남에서도 전라북도에서는 단지보다 바가지를 삼신의 용기로 쓰는 경우가 더 많은 느낌이다. 모시는 날짜, 안에 쌀을 넣는 일 등은 다 같고, 한지로 덮은 뒤에 왼 새끼줄로 감는 예가 많다.

삼신은 산 속을 전반적으로 관장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모셔진다. 아이를 낳게 되면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빌기 위해서 삼신상을 차리는데, 삼신상에는 밥과 미역국을 세 그릇씩 혹은 한 그릇씩 올리는 것이 예사이다.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도 갖가지 질병이 따르기 때문에 삼신을 위하는 의례가 지속적으로 행하여진다.

삼신은 산 속에 관계되는 신앙의 소산으로 일반적 출산, 문학적 설명, 종교적 의례가 결합된 관념이다. 의학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출산의 중요성을 감지하여 이를 방비하고자 했던 소박한 관념을 엿볼 수 있다.

≪참고문헌≫ 朝鮮常識問答(崔南善, 國文社, 1953), 濟州島巫俗資料事典(玄容駿, 新丘文化社, 1980), 韓國民俗綜合調査報告書 全12권(文化財管理局, 1970∼198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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