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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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동물로서의 인간

 

무릇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국가라는 커다란 사회를 형성하고 그것을 유지하는 정치 행위에 최고의 인간성이 있다고 설파하였다. 물론 인간은 관점에 따라 여러 다른 특성으로 파악될 수 있다. 가령 마르크스는 경제성으로, 카시러는 상징성으로, 후이징거는 유희성으로 인간을 파악한다. 그러나 어떤 특성으로 인간을 이해하든 인간은 결국 그들이 소속한 사회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렵고 따라서 정치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치성은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성 중의 하나이다. 인간은 사회의 한 성원으로서 그 사회의 다른 성원들과 상호 작용하며 살고 있다. 정치라는 것은 이러한 생존을 위한 상호 작용의 역학 관계라고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독일의 소설가 토마스 만의 지적대로, 인간사에서 정치적인 것과 정치적이지 않은 것의 차이를 구별하기 어려우며, 정치적이지 않은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우리들은 흔히 정치를 국가의 최고 권력자와 그 측근들만이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수가 많다.

 

인간이 고립되어 개별적으로가 아니고 모여서 집단적으로 살아가는 한, 거기에는 상이한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사회를 유지하고 원활히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행정이 필요하게 된다. 따라서 사회는 지도자와 대표자들과 행정가들을 필요로 한다. 사회 성원들은 그들을 선출해야 한다. 이해 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도출하고 행정을 수행하는 일을 비롯하여 그런 일을 담당할 지도자나 대표자나 행정가를 선출하는 일이 모두 정치적인 행위이다. 정치는 인간이 사회 생활을 하는 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며, 우리 모두가 관계하고 또 관계해야 하는 것이다.

 

나라의 정치 지도자를 비롯하여 대표자들이나 행정가들을 일반 사람들이 자유롭게 선출할 수 없는 군주 국가나 독재 국가라면 몰라도 그들을 국민이 자유롭게 뽑을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치라는 것은 밑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국민이 자신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정책 결정자로 뽑고 그들이 부패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제대로 대변하도록 감시하고 압력을 행사하는 일이야말로 중요한 정치 행위의 하나인 것이다.

 

구미의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일찍부터 투표로 지도자나 대표자를 국민들이 선출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각종 지도자나 대표자를 뽑는 투표에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정치참여인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에서 전두환의 집권기까지 정치가 후퇴를 거듭하여 정치에 국민들의 참여를 배제한 채 집권 세력이 권력을 독점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민주화되어 대통령도 선거로 선출하게 되었고 지방자치가 실시되어 지방에서도 행정의 책임자들을 선거로 선출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들은 역대 독재 정권들이 정치를 독점하기 위해 행한 정치 기피 선전에 세뇌되고 그들 독재 정권의 부패상을 많이 보아온 탓으로, 특히 민주화된 이후에도 독재에 빌붙어 출세했던 자들이 여전히 정치판의 주축이 되어 구태의연한 모습들을 보이는 까닭에, 최근에는 급격히 정치를 나쁜 것으로 생각하거나 아니면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이제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하여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되니까 정치를 피하거나 무관하게 여기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정치와 같이 더러운 것에는 관계하지 않는다는 초연한 태도나 아예 그런 것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는 무관심한 태도는 정치를 더욱더 부패시키고 정치를 관계해서는 안 되는 부정적인 것으로 만든다.

 

우리 국민들이 갑자기 이렇게 된 데에는 이른바 지식인들의 냉소적인 태도 탓도 작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말할 것도 없고 독재 권력이 무너진 후에도 쿠데타로 권력을 탈취하고 독재를 자행한 자들과 그 추종자들은 나무라지 않은 채 정치는 으레 그렇고 그런 것이라거나 오히려 독재 권력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 대통령 병이나 권력욕에 눈이 어두운 사람인 듯이 냉소적인 시각을 전파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정치가 계속 악순환을 거듭하는 근저에는 지식인들의 그러한 위선적인 태도가 하나의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정치 과정에서 배제되고 참다운 자유 민주주의를 체험하지 못한 채 부패한 정치만을 경험해 온 한국인들은 정치 과정에서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고 실질적으로 권장되는 지금에 와서 정치에 오히려 더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하게 되었다. 하나의 커다란 아이러니다. 그래서 정치에 참여하여 어떤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생각을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경향마저 생기고 있는 것 같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제는 민주주의가 잘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정치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사람들은 선거에 무관심하고 투표일에는 놀러가기에 바쁘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가 없이는 유지되지 못한다.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열심히 정치에 참여할 때만이 유지되고 발전된다. 정치적 행위는 시민의 가장 고귀한 책임이라는 존 케네디 미국 대통령의 지적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민주주의가 행해지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참여하여 자신들의 주의주장을 반영시켜야 한다. 과거와 같은 독재 체제에서는 국민들의 정치 참여나 영향력이 아예 배제되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민주 체제에서는 참여하는 만큼만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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