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정지용 시집에 대하여 / 평론 / 이해문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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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芝溶詩集[정지용시집][]하야

 

鄭芝溶氏[정지용씨]朝鮮詩人中[조선시인중]에 누구보다도 詩評判[시평

]이좋은 분인듯하다. 今日[금일]朴八陽[박팔양], 金華山氏[김화산씨]

또는 몇해[]自殺[자살]李章熙氏等[이장희씨등]과함께 寡作[과작]

이며 健實[건실]하고力量[역량]있는 詩人[시인]으로 손꼽어온것이었다.

[]詩人的素質[시인적소질]은 벌서 學生時代[학생시대]부터 그頭角[

]을 나타내었든 것으로이제에도 엣날芝溶氏[지용씨][]圓熟期

[원숙기][]近作[근작]보다도 좋았었다고 말하는이가 있는것을본

.

이러한[]가 그의 親友[친우] 朴龍喆氏[박용철씨]努力[노력]으로

[시집]刊行[간행]하자 文壇一部[문단일부]에서는 暴雨[폭우]와같은

[찬사]가 쏟아진것도 그럴듯한일이었다. 出版記念會[출판기념회동]

[회합]에 있어서의것은고만두고라도 朴八陽[박팔양], 金起林[김기림],

月灘[박월탄], 毛允淑外諸氏[모윤숙외제씨]로부터 各其紙上[각기지상]

[]하야 感覺[감각]聯珠[연주] 詩魂[시혼]極致[극치]等用語[

용어]를 애낌없이 羅列[나열]하야 紹介或[소개혹]論評[논평]한것을 보았

.

筆者[필자]와같은 微微[미미]一個無名[일개무명]詩學徒[시학도]로서

[]히이렇게赫赫[혁혁]先輩[선배]詩集[시집][]하야무었이라

愚感[우감]呶呶노노]할수가 있을른지 모르나 []詩集[시집]

心誠意[성심성의], 連續[연속]하여본남이지 다시 詩壇權威諸氏[시단권위제

]評文[평문][]하야 考究[고구]하야볼때 朴八陽氏[박팔양씨]

金起林氏[김기림씨]詩集[시집]價値[가치]嚴正批判[엄정비판]하는

核心[핵심][]한듯한 []이있고 毛允淑氏[모윤숙씨]讚辭[찬사]

終始[종시]하였으며 朴月灘氏[박월탄씨]綿密[면밀]詩魂[시혼]

批判[비판]表情[표정]警告[경고](每申所載[매신소재] 言語[언어]

技巧[기교][]치않도록云云[운운]이 그것이다)까지있었든것이다鄭芝

溶氏[정지용씨][]平凡[평범]하거나卑俗的[비속적]이아니고獨特[

]詩境[시경]開拓[개척]하야高踏的[고답적]藝術的芳香[예술적방

]薰致[훈치]은함은事實[사실]이로되[]에있어 萬若[만약]끝까지自我

陶醉[자아도취]一路[일로]만으로[]한다면[]詩風[시풍]理解

[이해]하는 一部文人以外[일부문인이외]에는 難解或[난해혹]은 너무나個人

[개인적]이라는非難[비난]이 있을줄로 生覺[생각]한다. 妄言多謝[망언다

].(李孤山)

 

출전 : 朝鮮中央日報[조선중앙일보]1936. 3. 25.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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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다 1 / 정지용

 

고래가 이제 橫斷[횡단] 한뒤

海峽[해협]天幕[천막]처럼 퍼덕이오.

 

……힌물결 피여오르는 아래로 바독돌 자꼬 자꼬 나려가고,

 

[]방울 날리듯 떠오르는 바다종달새……

 

한나잘 노려보오 훔켜잡어 고 빩안살 빼스랴고.

 

미억닢새 향기한 바위틈에

진달레꽃빛 조개가 해살 쪼이고,

 

청제비 제날개에 미끄러저 도

유리판 같은 하늘에.

바다는 속속 드리 보이오.

청대닢 처럼 푸른

바다

 

꽃봉오리 줄등 켜듯한

조그만 산으로 하고 있을까요.

 

솔나무 대나무

다옥한 수풀로 하고 있을까요.

 

노랑 검정 알롱 달롱한

블랑키트 두르고 쪼그린 호랑이로 하고 있을까요.

 

당신은 이러한風景[풍경]을 데불고

힌 연기 같은

바다

멀리 멀리 航海[항해]합쇼.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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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1 / 정지용

 

소리치며 달려 가니

연달어서 몰아 온다.

 

간 밤에 잠살포시

머언 뇌성이 울더니,

 

오늘 아침 바다는

포도빛으로 부풀어젔다.

 

철석, 처얼석, 철석, 처얼석, 철석,

제비 날어 들듯 물결 새이새이로 춤을추어.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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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1 / 정지용

 

누어서 보는 별 하나는

진정 멀 고나

 

아스름 다치랴는 눈초리와

[]실로 잇은듯 가깝기도 하고

 

잠살포시 깨인 한밤엔

창유리에 붙어서 였보노나

 

불현 듯소사나 듯

불리울 듯맞어드릴 듯

 

문득령혼 안에 외로운 불이

바람 처럼 일는 悔恨[회한]에 피여오른다

 

힌 자리옷 채로 일어나

가슴 우에 손을 념이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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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2 / 정지용

 

[]을 열고 눕다.

[]을 열어야 하눌이 들어오기에.

 

벗었던 眼鏡[안경]을 다시 쓰다.

日蝕[일식]이 개이고난 날 밤 별이 더욱 푸르다.

 

별을 잔치하는 밤

흰옷과 흰자리로 단속하다.

 

세상에 안해와 사랑이란

별에서 치면 지저분한 보금자리.

 

돌아 누어 별에서 별까지

海圖[해도] 없이 航海[항해]하다.

 

별도 포기 포기 솟았기에

그중 하나는 더 훡지고

 

하나는 갖 낳은 양

여릿 여릿 빛나고

 

하나는 發熱[발열]하야

붉고 떨고

 

바람엔 별도 쓸리다

회회 돌아 살어나는 []!

 

찬물에 씿기여

砂金[사금]을 흘리는 銀河[은하]!

 

마스트 알로 섬들이 항시 달려 왔었고

별들은 우리 눈섭기슭에 아스름 港口[항구]가 그립다.

 

大熊星座[대웅성좌]

기웃이 도는데!

 

淸麗[청려]한 하늘의 悲劇[비극]

우리는 숨소리까지 삼가다.

 

理由[이유]는 저세상에 있을지도 몰라

우리는 제마다 눈감기 싫은 밤이 있다.

 

잠재기 노래 없이도

잠이 들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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녯니약이 구절(옛 이야기 구절) / 정지용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차저 오는 밤

둑 길에서 불럿노라

 

나가서도 고달피고

돌아와 서도 고달폇노라.

열네살부터 나가서 고달폇노라.

 

나가서 어더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락,

아버지닐으노니 ──

 

기름불은 깜박이며 듯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을 고이신대로 듯고

니치대든 어린 누이 안긴데로 잠들며 듯고

방 문설쭈에는 그사람이 서서 듯고,

 

큰 독안에 실닌 슬픈 물 가치

속살대는 이 시고을 밤은

차저 온 동네사람들 처럼 도라서서 듯고,

 

── 그러나 이것이 모도 다

그 녜전부터 엇던 시연찬은 사람들이

닛지 못하고 그대로 간 니야기어니

 

이 집 문고리나, 집웅이나,

늙은신 아버지의 착하듸 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여다 부친 밤한울이나,

 

이것이 모도다

그 녜전 부터 전하는 니야기 구절 일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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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아(갈릴레이) 바다 / 정지용

 

나의 가슴은

조그만 갈릴레아 바다」.

 

때없이 설레는 波濤[파도]

[]風景[풍경]을 이룰수 없도다

 

예전에 門弟[문제]들은

잠자시는 []를 깨웠도다

 

[]를 다만 깨움으로

그들의 信德[신덕][]되도다

 

돗폭은 다시 펴고

키는 方向[방향]을 찾었도다

 

오늘도 나의 조그만 갈릴레아에서

[]는 짐짓 잠자신 줄을 ──.

 

바람과 바다가 잠잠한 후에야

나의 嘆息[탄식]은 깨달었도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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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메기(갈매기) /  정지용

 

돌아다 보아야 언덕 하나 없다, 솔나무 하나 떠는 풀잎 하나 없다.

해는 하늘 한 복판에 白金[백금]도가니처럼 끓고, 똥그란 바다는 이제 팽이

처럼 돌아간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고양이 소리를 하는구나.

고양이가 이런데 살리야 있나, 늬는 어데서 났니? 목이야 히기도 히다,

래도 히다, 발톱이 깨끗하다, 뛰는 고기를 문다.

힌물결이 치여들때 푸른 물구비가 나려 앉을때,

갈메기야, 갈메기야 아는듯 모르는듯 늬는 생겨났지,

내사 검은 밤비가 섬돌우에 울때 호롱불앞에 났다더라.

내사 어머니도 있다, 아버지도 있다, 그이들은 머리가 히시다.

나는 허리가 가는 청년이라, 내홀로 사모한이도 있다, 대추나무 꽃 피는 동

네다 두고 왔단다.

갈메기야, 갈메기야, 늬는 목으로 물결을 감는다, 발톱으로 민다.

물속을 든다, 솟는다, 떠돈다, 모로 날은다.

늬는 쌀을 아니 먹어도 사나? 내손이사 짓부푸러젔다.

水平線[수평선]우에 구름이 이상하다, 돛폭에 바람이 이상하다.

팔뚝을 끼고 눈을 감었다, 바다의 외로움이 검은 넥타이 처럼 맍어진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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甲板[갑판]우(갑판 위) /  정지용

 

나지익 한 하늘은 白金[백금]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 처럼 부서지며 끓어오른다.

동글동글 굴러오는 짠바람에 뺨마다 고흔피가 고이고

배는 華麗[화려]한 김승처럼 짓으며 달려나간다.

문득 앞을 가리는 검은 海賊[해적]같은 외딴섬이

흩어저 날으는 갈메기떼 날개 뒤로 문짓 문짓 물러나가고,

어디로 돌아다보든지 하이한 큰 팔구비에 안기여

地球[지구]덩이가 동그랐타는것이 길겁구나.

넥타이는 시언스럽게 날리고 서로 기대슨 어깨에 六月[육월]볕이 시며들고

한없이 나가는 눈길은 水平線[수평선] 저쪽까지 []폭처럼 퍼덕인다.

 

바다 바람이 그대 머리에 아른대는구료,

그대 머리는 슬픈듯 하늘거리고.

 

바다 바람이 그대 치마폭에 니치 대는구료,

그대 치마는 부끄러운듯 나붓기고.

 

그대는 바람 보고 꾸짖는구료.

 

별안간 뛰여들삼어도 설마 죽을라구요

빠나나 껍질로 바다를 놀려대노니,

 

젊은 마음 꼬이는 구비도는 물구비

두리 함끠 굽어보며 가비얍게 웃노니.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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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을(겨울) /  정지용

 

방울 나리다 누뤼알로 구을러

한 밤중 잉크빛 바다를 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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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마단] / 정지용

 

䟱開[소개]

눈 우에도

춥지 않은 바람

 

클라리오넽이 울고

북이 울고

천막이 후두둑거리고

[]가 날고

야릇이도 설고 흥청스러운 밤

 

말이 달리다

불테를 뚫고 넘고

말 우에

기집아이 뒤집고

 

물개

나팔 불고

 

그네 뛰는게 아니라

까아만 空中[공중] 눈부신 땅재주!

 

甘藍[감람] 포기처럼 싱싱한

기집아이의 다리를 보았다

 

力技選手[역기선수] 팔장 낀채

외발 自轉車[자전거] 타고

 

脫衣室[탈의실]에서 애기가 울었다

草綠[초록] 리본 斷髮[단발]머리 째리가 드나들었다

 

원숭이

담배에 성냥을 키고

 

防寒帽[방한모] 外套[외투] 안에서

나는 四十年前[사십년전] 悽凉[처량]한 아이가 되어

 

내 열살보담

어른인

열여섯 살 난 딸 옆에 섰다

열길 솟대가 기집아이 발바닥 우에 돈다

솟대 꼭두에 사내 어린 아이가 가꾸로 섰다

가꾸로 선 아이 발 우에 접시가 돈다

솟대가 주춤 한다

접시가 뛴다 아슬 아슬

 

클라리오넽이 울고

북이 울고

 

가죽 쟘바 입은 團長[단장]

이욧! 이욧! 激勵[격려]한다

 

防寒帽[방한모] 外套[외투] 안에서

危殆[위태] 千萬[천만] 나의 마흔아홉 해가

접시 따러 돈다 나는 拍手[박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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九城洞[구성동] / 정지용

 

골작에는 흔히

流星[유성]이 묻힌다.

 

黃昏[황혼]

누뤼가 소란히 싸히기도 하고,

 

꽃도

귀향 사는곳,

 

절터드랬는데

바람도 모히지 않고

 

[]그림자 설핏하면

사슴이 일어나 등을 넘어간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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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뚝새 / 정지용

 

굴뚝새 굴뚝새

 

어머니

문 열어놓아주오, 들어오게

이불안에

식전내 재워주지

 

어머니

산에 가 얼어죽으면 어쩌우

박쪽에다

숯불 피워다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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歸路[귀로] / 정지용

 

舖道[포도]로 나리는 밤안개에

어깨가 저윽이 무거웁다.

 

이마에 []하는 쌍그란 季節[계절]의 입술

거리에 []불이 함폭! 눈물 겹구나.

 

제비도 가고 薔薇[장미]도 숨고

마음은 안으로 喪章[상장]을 차다.

 

걸음은 절로 드딜데 드디는 三十[삼십]分別[분별]

咏嘆[영탄]도 아닌 不吉[불길]한 그림자가 길게 누이다.

 

밤이면 으레 홀로 돌아오는

붉은 술도 부르지않는 寂寞[적막]習慣[습관]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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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돌아오시니
(在外革命同志[재외혁명동지]에게) / 정지용


백성과 나라가
夷狹[이협]에 팔리우고
國祠[국사]에 邪神[사신]이
傲然[오연]히 앉은지
죽엄보다 어두은


鳴呼[명호] 三十六年[삼십육년]!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燦爛[찬란]히 돌아오시니!


허울 벗기우고
외오 돌아섰던
山[산]하! 이제 바로 돌아지라.
자휘 잃었던 물
옛 자리로 새소리 흘리어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燦爛[찬란]히 돌아오시니!


밭이랑 문희우고
곡식 앗어가고
이바지 하올 가음마자 없어
錦衣[금의]는 커니와


戰塵[전진] 떨리지 않은
戎衣[융의] 그대로 뵈일밖에!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燦爛[찬란]히 돌아오시니!

사오나온 말굽에
일가 친척 흐터지고
늙으신 어버이, 어린 오누이


상긔 불현듯 기달리는 마을마다
그대 어이 꽃을 밟으시리
가시덤불, 눈물로 헤치시라.


그대들 돌아오시니
피 흘리신 보람 燦爛[찬란]히 돌아오시니!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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汽 車[기차] / 정지용

 

할머니

무엇이 그리 슬어 우십나?

울며 울며

鹿兒島[녹아도]로 간다.

 

해여진 왜포 수건에

눈물이 함촉,

! 눈에 어른거려

기대도 기대도

내 잠못들겠소.

 

내도 이가 아퍼서

故鄕[고향] 찾어 가오.

 

배추꽃 노란 四月[사월]바람을

汽車[기차]는 간다고

악 물며 악물며 달린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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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벗 / 정지용

 

석벽(石壁) 깎아지른

안돌이 지돌이,

한나절 기고 돌았기

이제 다시 아슬아슬하구나.

 

일곱 걸음 안에

벗은, 호흡이 모자라

바위 잡고 쉬며 쉬며 오를 제,

산꽃을 따,

나의 머리며 옷깃을 꾸미기에,

오히려 바빴다.

 

나는 번인(蕃人)처럼 붉은 꽃을 쓰고,

약하여 다시 위엄스런 벗을

산길에 따르기 한결 즐거웠다.

 

새소리 끊인 곳,

흰 돌 이마에 휘돌아 서는 다람쥐 꼬리로

가을이 짙음을 보았고,

 

가까운 듯 폭포가 하잔히 울고,

메아리 소리 속에

돌아져 오는

벗의 부름이 더욱 고왔다.

 

삽시 엄습해 오는

빗낱을 피하여,

짐승이 버리고 간 석굴을 찾아들어,

우리는 떨며 주림을 의논하였다.

 

백화(白樺) 가지 건너

짙푸르러 찡그린 먼 물이 오르자,

꼬리같이 붉은 해가 잠기고,

이제 별과 꽃 사이

길이 끊어진 곳에

불을 피고 누웠다.

 

낙타털 케트에

구긴 채

벗은 이내 나비같이 잠들고,

 

높이 구름 위에 올라,

나릇이 잡힌 벗이 도리어

아내같이 예쁘기에,

눈뜨고 지키기 싫지 않았다.

 

출처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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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분 / 정지용

 

네 방 까지

五間[오간] 대청

섯달 치위

어험 섰다

네가 통통

거러 가니

꽃분 만치

무겁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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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꼬리와菊花[국화] / 정지용

 

물오른 봄버들가지를 꺾어들고 들어가도 문안사람들은 부러워하는데 나는

서울서 꾀꼬리소리를 들으며 살게 되었다

 

새문밖 감영앞에서 전차를 나려 한 십분쯤 걷는 터에 꾀꼬리가 우는 동내

가 있다니깐 별로 놀라워하지 않을뿐 외라 치하하는 이도 적다

 

바로 이 동내 人士[인사]들도 매간에 시세가 얼마며 한평에 얼마 오르고

나린것이 큰 關心[관심]거리지 나의 꾀꼬리이야기에 어울리는 이가 적다

이사짐 옮겨다 놓고 한밤 자고난 바로 이튿날 해살바른 아츰쟈리에

서 일기도 전에 기와골이 []인듯 쨔르르 쨔르르 울리는 신기한 소리

에 놀랐다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우는것이었다

나는 뛰어나갔다

 

적어도 우리집 사람쯤은 부주깽이를 놓고 나오던지 든채로 황황히 나오던

지 해야 꾀꼬리가 바로 앞 나무에서 운 보람이 설것이겠는데 세상에 사람들

이 이렇다시도 무딀줄이 있으랴

 

저녁때 한가한 틈을 타서 마을둘레를 거니노라니 꾀꼬리뿐이 아니라 까토

리가 풀섶에서 푸드득 날러갔다 했더니 장끼가 산이 쩌르렁 하도록 우는것

이다

 

산비들기도 모이를 찾어 마을어구까지 나려오고시어머니 진지상 나수어

다 놓고선 몰래 동산 밤나무 가지에 목을 매여 죽었다는 며누리의 넋이 새

가 되었다는 며누리새도 울고하는 것이었다

 

며누리새는 외진곳에서 숨어서 운다밤나무꽃이 눈 같이 흴 무렵아츰

저녁 밥상 받을 때 유심히도 극성스럽게 우는 새다실큿하게도 슬픈 우름

에 정말 목을 매는 소리로 끝을 맺는다

 

며누리새의 내력을 알기는 내가 열세살적이었다

지금도 그 소리를 들으면 열세살적 외롬과 슬픔과 무섬탐이 다시 일기에

며누리새가 우는 외진곳에 가다가 발길을 도리킨다

 

나라세력으로 자란 솔들이라 고소란히 서있을수 밖에 없으려니와 바람에

솔소리처럼 안윽하고 서럽고 즐겁고 편한 소리는 없다오롯이 敗殘[패잔]

한 후에 고요히 오는 慰安[위안] 그러한것을 느끼기에 족한 솔소리솔소리

로만 하더라도 문밖으로 나온 값은 칠수 밖에 없다

 

동저고리바람을 누가 탓할 이도 없으려니와 동저고리바람에 따르는 홋홋하

고 가볍고 自然[자연]과 사람에 향하야 아양떨고싶기까지한 야릇한 情緖[

] 그러한것을 나는 비로소 알어내었다

 

팔을 걷기도 한다그러나 주먹은 잔뜩 쥐고 있어야할 理由[이유]가 하나

도 없고그 많이도 흉을 잡히는 입을 벌리는 버릇도 동저고리 바람엔 조금

벌려두는것이 한층 편하고 수얼하기도 하다

 

무릎을 세우고 안으로 깍지를 끼고 그대로 아모데라도 앉을수 있다그대

로 한나잘 앉었기로소니 나의 게으른 탓이 될수 없다머리우에 구름이 절

로 피명 지명 하고 골에 약물이 사철 솟아 주지 아니하는가

 

뻐끔채꽃엉겅퀴송이그러한것이 모다 내게는 끔직한것이다그밑에 앉

고보면 나의 몸동아리마음할것 없이 호탕하게도 꾸미어지는것이

 

사치스럽게 꾸민 방에 들 맛도 없으려니와나히 三十[삼십]이 넘어 애인

이 없을 사람도 뻐끔채 자주꽃 피는데면 내가 실컷 살겠다

 

바람이 자면 노오란 보리밭이 후끈하고 송진이 고혀 오르고 뻐꾸기가 서로

불렀다

 

아츰 이슬을 흩으며 언덕에 오를때 대소롭지안히 흔한 달기풀꽃이라도 하

나 업수히 녁일수 없는것을 보았다이렇게 적고 푸르고 이쁜 꽃이었던가

새삼스럽게 놀라웠다

 

요렇게 푸를수가 있는것일가

 

손끝으로 익깨어 보면 아깝게도 곱게 푸른 물이 들지않던가밤에는 반디

불이 불을 켜고 푸른 꽃닢에 오므라붙는것이었다

 

한번은 닭이풀꽃을 모아 잉크를 만들어가지고 친구들한테 편지를 艶書[

] 같이 써 붙이었다무엇보다도 꾀꼬리가 바로 앞 에서 운다는 말을

알리었더니 安岳[안악]친구는 굉장한 치하편지를 보냈고 長城[장성]벗은 겸

사겸사 멀리도 집아리를 올라왔었던것이다

 

그날사 말고 새침하고 꾀꼬리가 울지않었다맥주거품도 꾀꼬리울음을 기

달리는듯 교요히 이는데 長城[장성]벗은 웃기만 하였다

 

붓대를 희롱하는 사람은 가끔 이러한 섭섭한 노릇을 당한다

 

멀리 연기와 진애를 걸러오는 사이렌소리가 싫지 않게 곱게 와 사라지는것

이었다

 

꾀꼬리는 우는 제철이 있다

 

이제 季節[계절]이 아조 바뀌고보니 꾀꼬리는 커니와 며누리새도 울지 앟

고 산비들기만 극성스러워진다

 

꽃도 닢도 이울고 지고 산국화도 마지막 슬어지니 솔소리가 억세여간다

꾀꼬리가 우는 철이 다시 오고보면 長城[장성]벗을 다시 부르겠거니와 아

조 이우러진 이 季節[계절]을 무엇으로 기울것인가

 

동저고리바람에 마고자를 포기어 입고 []단초를 달리라

 

꽃도 朝鮮黃菊[조선황국]은 그것이 꽃중에는 새틈에 꾀꼬리와 같은것이

내가 이제로 黃菊[황국]을 보고 []하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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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븨(나비) / 정지용

 

시기지 않은 일이 서둘러 하고싶기에 暖爐[난로]에 싱싱한 물푸레 갈어 지

피고 燈皮[등피] 호 호 닦어 끼우어 심지 튀기니 불꽃이 새록 돋다 미리 떼

고 걸고보니 칼렌다 이튿날 날자가 미리 붉다 이제 차즘 밟고 넘을 다람쥐

등솔기 같이 구브레 벋어나갈 連峯[연봉] 山脈[산맥]길 우에 아슬한 가을

하늘이여 秒針[초침] 소리 유달리 뚝닥 거리는 落葉[낙엽] 벗은 山莊[산장]

[]유리까지에 구름이 드뉘니 후 두 두 두 落水[낙수] 짓는 소리 크

기 손바닥만한 어인 나븨가 따악 붙어 드려다 본다 가엽서라 열리지 않는

[] 주먹쥐어 징징 치니 날을 氣息[기식]도 없이 네 []이 도토혀 날

개와 떤다 海拔[해발] 五千呎오천척] 우에 떠도는 한조각 비맞은 幻想[

] 呼吸[호흡]하노라 서툴러 붙어있는 이 自在畵[자재화] []은 활

활 불피여 담기여 있는 이상스런 季節[계절]이 몹시 부러웁다 날개가 찢여

진채 검은 눈을 잔나비처럼 뜨지나 않을가 무섭어라 구름이 다시 유리에 바

위처럼 부서지며 별도 휩쓸려 나려가 []아래 어늰 마을 우에 총총 하뇨

白樺[백화]숲 회부옇게 어정거리는 絶頂[절정] 부유스름하기 黃昏[황혼]

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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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무 / 정지용

 

얼골이 바로 푸른 한울을 울어렀기에

발이 항시 검은 흙을 향하기 욕되지 않도다

 

곡식알이 거꾸로 떨어저도 싹은 반듯이 우로!

어느 모양으로 심기여젔더뇨? 이상스런 나무 나의 몸이여!

 

오오 알맞는 位置[위치]! 좋은 우아래!

아담의 슬픈 遺産[유산]도 그대로 받었노라

 

나의 적은 年輪[연륜]으로 이스라엘의 二千年[이천년]을 헤였노라

나의 存在[존재]宇宙[우주]의 한낱焦燥[초조]汚點[오점]이었도다

 

목마른 사슴이 샘을 찾어 입을 잠그듯이

이제 그리스도의 못박히신 발의 聖血[성혈]에 이마를 적시며

 

오오! 新約[신약]太陽[태양]을 한아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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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 / 정지용

 

내가 인제

나븨 같이

죽겠기로

나븨 같이

날라 왔다

검정 비단

네 옷 가에

앉았다가

[] 훤 하니

날라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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蘭 草[난초] / 정지용

 

蘭草[난초]닢은

차라리 水墨色[수묵색].

 

蘭草[난초]닢에

엷은 안개와 꿈이 오다.

 

蘭草[난초]닢은

한밤에 여는 담은 입술이 있다.

 

蘭草[난초]닢은

별빛에 눈떴다 돌아 눕다.

 

蘭草[난초]닢은

드러난 팔구비를 어쨔지 못한다.

 

蘭草[난초]닢에

적은 바람이 오다.

 

蘭草[난초]닢은

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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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에 맞는 이 / 정지용

 

당신은 내맘에 꼭 맞는이

잘난 남보다 조그만치만

어리둥절 어리석은척

옛사람 처럼 사람좋게 웃어좀 보시요

이리좀 돌고 저리좀 돌아 보시요

코 쥐고 뺑뺑이 치다 절한번만 합쇼

 

내맘에 꼭 맞는이

 

큰말 타신 당신이

쌍무지개 흥예문 틀어세운 벌로

내달리시면

나는 산날맹이 잔디밭에 앉어

(口令구령)를 부르지요

 

앞으로 .」

뒤로 .」

 

키는 후리후리어깨는 산고개 같어요

내맘에 맞는이람이 오다.

 

 

蘭草[난초]닢은

칩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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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몸매 / 정지용

 

내가 바로

네고 보면

섯달 들어

긴 긴 밤에

잠 한숨도

못 들겠다

네 몸매가

하도 곻아

네가 너를

귀이 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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老人[노인]과 꽃 / 정지용

 

老人[노인]이 꽃나무를 심으심은 무슨 보람을 위하심이오니까등이 곱으

시고 숨이 차신데도 그래도 꽃을 가꾸시는 양을 뵈오니손수 공드리신 가

지에 붉고 빛나는 꽃이 매즈리라고 생각하오니희고 희신 나룻이나 주름

살이 도로혀 꽃답도소이다

 

나히 耳順[이순]을 넘어 오히려 女色[여색]을 길르는 이도 있거니 실로

[]하기 그지없는 일이옵니다빛갈에 []할수 있음은 빛이 어늬 빛일

런지 靑春[청춘]에 마낄것일런지도 모르겠으나 衰年[쇠년]에 오로지 꽃을

사랑하심을 뵈오니 거륵하시게도 정정하시옵니다

 

봄비를 맞으시며 심으신것이 언제 바람과 해빛이 더워오면 곻은 꽃봉오

리가 []불혀듯 할것을 보실것이매 그만치 老來[노래]의 한 季節[계절]

이 헛되히 지나지 않은것이옵니다

 

老人[노인]枯淡[고담]한 그늘에 어린 子孫[자손]戱戱[희희]하며 꽃

이 피고 나무와 벌이 날며 닝닝거린다는것은 餘年[여년]骸骨[해골]

[장식]하기에 이러탓 華麗[화려]한 일이 없을듯 하옵니다

 

해마다 꽃은 한 꽃이로되 사람은 해마다 다르도다만일 老人[노인] 百歲

[백세후]起居[기거]하시던 窓戶[창호]가 닫히고 뜰앞에 손수 심으신

꽃이 爛熳[난만]할때 우리는 거기서 슬퍼하겠나이다그꽃을 어찌 즐길수

가 있으리까꽃과 주검을 실로 슬퍼할자는 靑春[청춘]이요 老年[노년]

것이 아닐가 합니다奔放[분방]히 끓는 情炎[정염]이 식고 豪華[호화]

고도 홧홧한 부끄럼과 건질수 없는 괴롬으로 []놓은 靑春[청춘]의 웃옷

을 벗은 뒤에 오는 淸秀[청수]하고 孤高[고고]하고 幽閑[유한]하고 頑强[

]하기 []과 같은 老年[노년][]으로서 어찌 주검과 꽃을 슬퍼

하겠읍니까그러기에 꽃이 아름다움을 실로 볼수 있기는 老境[노경]에서

일가 합니다

 

멀리 멀리 나 따끝으로서 오기는 初瀨寺[초뢰사]白牧丹[백목단]

一點[일점] 淡紅[담홍]빛을 보기위하야

 

의젓한 詩人[시인] 포올 클로오델은 모란 한떨기 만나기위하야 이렇듯 멀

리 왔더라니제자위에 붉은 한송이 꽃이 心性[심성]天眞[천진]과 서로

의지하며 즐기기에는 바다를 몇식 건늬어 온다느니보담 美玉[미옥]과 같이

琢磨[탁마]春秋[춘추]를 진히어야 할가 합니다

 

실상 靑春[청춘]은 꽃을 그다지 사랑할배도 없을것이며 다만 하눌의 별물

속의 진주 마음속에 사랑을 表情[표정]하기 위하야 꽃을 꺾고 꽂고 선사하

과 찢고 하였을뿐이 아니었읍니까이도 또한 老年[노년]智慧[지혜]

法悅[법열]을 위하야 靑春[청춘]이 지나지 아니치 못할 煉獄[연옥]試練

[시련]이기도 하였읍니다

 

嗚呼[오호] 老年[노년]과 꽃이 서로 비추고 밝은 그어늬날 나의 나룻도 눈

과 같이 히여지이다 하노니 나머지 靑春[청춘]에 다이 설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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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범 / 정지용

 

늙은 범이

내고 보니

네 앞에서

아버진 듯

앉았구나

내가 서령

아버진 들

네 앞에야

범인 듯이

안 앉을가?

어찌 자노?

어찌 자노?

 

四四調 五首[사사조 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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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하늘) / 정지용

 

그의 모습이 눈에 보이지 않었으나

그의 안에서 나의 呼吸[호흡]이 절로 달도다

 

물과 聖神[성신]으로 다시 낳은 이후

나의 날은 날로 새로운 太陽[태양]이로세!

 

뭇사람과 소란한 世代[세대]에서

그가 다맛 내게 하신 일을 진히리라!

 

미리 가지지 않었던 세상이어니

이제 새삼 기다리지 않으련다

 

靈魂[영혼]은 불과 사랑으로! 육신은 한낯 괴로움

보이는 한울은 나의 무덤을 덮을쁜

 

그의 옷자락이 나의 五官[오관]에 사모치지 안었으나

그의 그늘로 나의 다른 한울을 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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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海峽[해협] / 정지용

 

正午[정오] 가까운 海峽[해협]

白墨痕跡[백묵흔적]的歷[적력]圓周[원주]!

 

마스트 끝에 붉은[]가 하늘 보다 곱다.

甘藍[감람] 포기 포기 솟아 오르듯 茂盛[무성]한 물이랑이어!

 

班馬[반마]같이 海狗[해구] 같이 어여쁜 섬들이 달려오건만

一一[일일]히 만저주지 않고 지나가다.

 

海峽[해협]이 물거울 쓰러지듯 휘뚝 하였다.

海峽[해협]은 업지러지지 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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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 정지용

 

선뜻! 뜨인 눈에 하나차는 영창

달이 이제 밀물처럼 밀려 오다.

 

미욱한 잠과 벼개를 벗어나

부르는이 없이 불려 나가다.

 

한밤에 홀로 보는 나의 마당은

湖水[호수]같이 둥그시 차고 넘치노나.

 

쪼그리고 앉은 한옆에3 힌돌도

이마가 유달리 함초롬 곻아라.

 

연연턴 綠陰[녹음], 水墨色[수묵색]으로 짙은데

한창때 곤한 잠인양 숨소리 설키도다.

 

비듥이는 무엇이 궁거워 구구 우느뇨,

梧桐[오동]나무 꽃이야 못견디게 []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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盜 掘[도굴] / 정지용

 

百日致誠[백일치성]끝에 山蔘[산삼]은 이내 나서지 않었다 자작나무 화투

불에 확근 비추우자 도라지 더덕 취싻 틈에서 山蔘[산삼]순은 몸짓을 흔

들었다 삼캐기늙은이는 葉草[엽초] 순쓰래기 피여 물은채 돌을 벼고 그날밤

에사 山蔘[산삼]이 담속 불거진 가슴팍이에 앙징스럽게 后娶[후취]감어리

처럼 唐紅[당홍]치마를 두르고 안기는 꿈을 꾸고 났다 모래불 이운듯 다

시 살어난다 警官[경관]의 한쪽 찌그린 눈과 빠안한 먼 불 사이에 []

양이 조옥 섰다 별도 없이 검은 밤에 火藥[화약]불이 唐紅[당홍] 물감처럼

곻았다 다람쥐가 도로로 말려 달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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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알리아(다알리아) / 정지용

 

가을 볕 째앵 하게

내려 쪼이는 잔디밭.

 

함빡 피여난 따알리아.

한낮에 함빡 핀 따알리아.

 

시약시야, 네 살빛도

익을 대로 익었구나.

 

젓가슴과 붓그럼성이

익을 대로 익었구나.

 

시약시야, 순하디 순하여 다오.

암사심 처럼 뛰여 다녀 보아라.

 

물오리 떠 돌아 다니는

힌 못물 같은 하눌 밑에,

 

함빡 피여 나온 따알리아.

피다 못해 터저 나오는 따알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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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레 / 정지용

 

딸레와 쬐그만 아주머니,

앵도 나무 밑에서

우리는 늘 셋동무.

 

딸레는 잘못 하다

눈이 멀어 나갔네.

 

눈먼 딸레 찾으러 갔다 오니,

쬐그만 아주머니 마자

누가 다려 갔네.

 

방울 혼자 흔들다

나는 싫여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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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다른 太陽[태양] / 정지용

 

온 고을이 밧들만 한

薔薇[장미] 한가지가 솟아난다 하기로

그래도 나는 고하 아니하련다

 

나는 나의 나히와 별과 바람에도 疲勞[피로]웁다

 

이제 太陽[태양]을 금시 일어 버린다 하기로

그래도 그리 놀라울리 없다

 

실상 나는 또하나 다른 太陽[태양]으로 살었다

 

사랑을 위하얀 입맛도 일는다

외로운 사슴처럼 벙어리 되어 []길에 슬지라도

 

오오나의 幸福[행복]은 나의 聖母[성모]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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띄(띠) / 정지용

 

하늘 우에 사는 사람

머리에다 띄를 띄고,

 

이땅우에 사는 사람

허리에다 띄를 띄고,

 

땅속나라 사는 사람

발목에다 띄를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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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프(램프) / 정지용

 

람프에 불을 밝혀 오시오 어쩐지 람프에 불을 보고싶은 밤이외다.

하이한 갓이 []잎처럼 알로 숙으러지고 다칠세 끼여 세운 등피하며

가지가지 맨듬새가 모다 지금은 古風[고풍]스럽게된 람프는 걸려 있는이 보

다 앉인 모양이 좋읍니다.

 

람프는 두손으로 바처 안고 오는양이 아담 합니다. 그대 얼골을 濃淡[

]이 아조 []한 옴겨오는 繪畵[회화]鑑賞[감상]할수 있음이외다.

딴 말슴이오나 그대와 같은 [][]의 얼골에 純粹[순수]繪畵[

]再現[재현]함도 그리스도敎的[교적] 藝術[예술]自由[자유]이외다.

그 흉칙하기가 松虫[송충]이 같은 石油[석유]를 달어올려 조희빛 보다도

고흔 불이 피는 양이 누에가 푸른 뽕을 먹어 고흔 비단을 낳음과 같은 좋은

敎訓[교훈]이외다.

 

흔히 먼 산모루를 도는 밤汽笛[기적]이 목이 쉴때 람프불은 적은 무리를

둘러 쓰기도 합니다. 可憐[가련]한 코스모스 우에 다음날 찬비가 뿌리리라

고 합니다.

 

마을에서 늦게 돌아올때 람프는 수고롭지아니한 고요한 情熱[정열]과 같이

자리를 옴기지 않고 있읍데다.

 

마을을 찾어 나가는 까닭은 漠然[막연]鄕愁[향수]에 끌리워 나감이나

돌아올 때는 가벼운 嘆息[탄식]을 지고 오는것이 나의 日誌[일지]이외다.

그러나 람프는 역시 누구 얼골에 향한 情熱[정열]이 아닌것을 보았읍니다.

다만 힌조히 한겹으로 이 큰밤을 막고 있는 나의 보금자리에 람프는 매우

自信[자신]있는 얼골이옵데다.

 

電燈[전등]은 불의 造花[조화]이외다. 적어도 []불의 原始的[원시적]

情熱[정열]을 잊어버린 架設[가설]이외다. 그는 우로 치오르는 불의 혀모상

이 없읍니다.

 

그야 이 深夜[심야]太陽[태양]과 같이 밝은 技工[기공]이 이제로 나오

겠지요. 그러나 森林[삼림]에서 찍어온듯 싱싱한 불꽃이 아니면 나의 性情

[성정]은 그다지 반가울리 없읍니다.

 

性情[성정]이란 반듯이 實用[실용]에만 기울어지는것이 아닌 연고외다.

그러나 역시 부르는 소리외다.

 

람프를 주리고 내여다 보면 눈자위도 분별키 어려운 검은 손님이 서있읍니

.

 

누구를 찾으십니까?

 

만일 검은 망또를 두른 髑體[촉루]가 서서 부르더라고 하면 그대는 이러한

不吉[불길]한 이야기는 忌避[기피]하시리다.

 

덧문을 구지 닫으면서 나의 良識[양식]은 이렇게 解說[해설]하였읍니다.

 

죽음을 보았다는것은 한 錯覺[착각]이다

 

그러나 죽음이란 벌서 부터 나의聽覺[청각]안에서 자라는 한 恒久[

]黑點[흑점]이외다. 그리고 나의 反省[반성]正確[정확]位置[

]에서 나려다 보면 람프 그늘에 채곡 접혀 있는 나의肉體[육체]가 목이

심히 말러하며 祈禱[기도]라는것이 반듯이 精神的[정신적]인것 보다도 어떤

때는 純粹[순수]味覺的[미각적]인수도 있어서 쓰데 쓰고도 달디 단 이상

한 입맛을 다십니다.

 

天主[천주]聖母[성모]마리아는 이제와 우리 죽을때에 우리 죄인을 위

하야 비르소서 아멘

 

그러므로 예전에 앗시시오 []란시스코는 우로 오르는 종달새나 알

로 흐르는 물까지라도 姉妹[자매]로 불러 사랑 하였으나 그중에도 불의姉妹

[자매]를 더욱 사랑하였읍니다. 그의낡은 망또 자락에 옴겨 붙는 불꽃을 그

는 사양치 않었읍니다. 非常[비상]히 사랑하는 사랑의 表象[표상]인 불에게

흔 벼쪼각을 애끼기가 너무도 인색 하다고 하였읍니다.

 

이것은 聖人[성인]行蹟[행적]이라기 보다도 그리스도敎的[교적] Poesie

出發[출발]이외다.

 

람프 그늘에서는 季節[계절]騷亂[소란]을 듣기가 좋읍니다. 먼 우뢰와

같이 부서지는 바다며 별같이 소란한 귀또리 울음이며 나무와 잎새가 떠는

季節[계절]戰車[전차]가 달려옵니다.

 

[]을 사납게 치는가하면 저윽이 부르는 소리가 있읍니다. 귀를 간조롱

이하야 이 괴한 소리를 가리여 들으럅니다.

 

역시 부르는 소리외다. 람프불은 줄어지고 壁時計[벽시계]는 금시에 황당

하게 중얼거립니다. 이상도하게 나의 몸은 마른 잎새 같이 가벼워집니다.

[]을 넘어다 보나 []불에 익은 눈은 어둠속을 분별키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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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日記[일기]에서 / 시조 아홉[] / 정지용

 

큰바다 아페두고 힌날빗 그미테서

한백년 잠자다 겨우일어 나노니

지난세월 그마만치만 긴하품을 하야만.

 

아이들 총중에서 승나신 장님막대

함부루 내두루다 기고 말엇것다

얼굴붉은 이친구분네 말슴하는 법이다.

 

창자에 처져잇는 기름을 씨서내고

너절한 볼구니 살뎅이 여내라

그리고 피스톨알처럼 덤벼들라 싸호자!

 

참새의 가슴처럼 깃버여 보자니

승내인 사자처럼 부르지저 보자니

氷山[빙산]이 푸러질만치 손을잡어 보자니.

 

시그날 기운뒤에 갑작이 조이는 맘

그대를 시른차가 하마산을 돌아오리

온단다 온단단다나 온다온다 온단다.

 

배암이 그다지도 무서우냐 내님아

내님은 몸을배ᄆ마는 실허요

리가치 새간해가 넘어가는 풀밧우.

 

이지음 이실([])이란 아름다운 그말을

글에도 써본저이 업는가 하노니

가슴에 이실이이실이 아니나림 이여라.

 

이밤이 기풀수락 이마음 가늘어서

가느단 차디찬 바눌은 잇스려니

실이업서 물디린실이 실이업서 하노라.

 

한백년 진흑속에 뭇쳣다 나온듯.

([])처럼 여프로 기여가 보노니

ᄂ푸른 하눌아래로 가이업는 모래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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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정지용

 

청대나무 뿌리를 우여어차! 잡어 뽑다가 궁등이를 찌였네.

짠 조수물에 흠뻑 불리워 휙 휙 내둘으니 보라빛으로 피여오른 하늘이 만

만하게 비여진다.

채축에서 바다가 운다.

바다 우에 갈메기가 흩어진다.

 

오동나무 그늘에서 그리운 양 졸리운 양한 내 형제 말님을 잦어 갔지.

형제여, 좋은 아침이오.

말님 눈동자에 엇저녁 초사흘달이 하릿하게 돌아간다.

형제여 뺨을 돌려 대소. 왕왕.

 

말님의 하이한 이빨에 바다가 시리다.

푸른 물 들뜻한 어덕에 해살이 자개처럼 반쟈거린다.

형제여,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사랑이 부질없오라.

 

바다가 치마폭 잔주름을 잡어 온다.

형제여, 내가 부끄러운데를 싸매였으니

그대는 코를 불으라.

 

구름이 대리석 빛으로 퍼져 나간다.

채축이 번뜻 배암을 그린다.

오호! ! ! ! ! ! !

 

말님의 앞발이 뒤발이오 뒤발이 앞발이라.

바다가 네귀로 돈다.

! ! !

말님의 발이 여덜이오 열여섯이라.

바다가 이리떼처럼 짓으며 온다.

 

! ! !

어깨우로 넘어닷는 마파람이 휘파람을 불고

물에서 뭍에서 八月[팔월]이 퍼덕인다.형제여, 오오, 이 꼬리 긴 英雄[영웅]이야!

날세가 이리 휘양창 개인날은 곱슬머리가 자랑스럽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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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정지용

 

까치가 앞서 날고,

말이 따러 가고,

바람 소올 소올, 물소리 쫄 쫄 쫄,

六月[육월]하늘이 동그라하다, 앞에는 퍼언한 벌,

아아, 四方[사방]이 우리 나라 라구나.

아아, 우통 벗기 좋다, 희파람 불기 좋다, 채칙이 돈다, 돈다, 돈다, 돈다.

말아,

누가 났나? 늬를. 늬는 몰라.

말아,

누가 났나? 나를. 내도 몰라.

늬는 시골 듬에서

사람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살고

내사 대처 한복판에서

말스런 숨소리를 숨기고 다 잘았다.

시골로나 대처로나 가나 오나

량친 몬보아 스럽더라.

말아,

멩아리 소리 쩌르렁! 하게 울어라,

슬픈 놋방울소리 마춰 내 한마디 할라니.

해는 하늘 한복판, 금빛 해바라기가 돌아가고,

파랑콩 꽃다리 하늘대는 두둑 위로

머언 힌 바다가 치여드네.

말아,

가자, 가자니, 古代[고대]와 같은 나그내길 떠나가자.

말은 간다.

까치가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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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時計[시계] / 정지용

 

옵바가 가시고 난 방안에

숫불이 박꽃처럼 새워간다.

 

산모루 돌아가는 차, 목이 쉬여

이밤사 말고 비가 오시랴나?

 

망토 자락을 녀미며 녀미며

검은 유리만 내여다 보시겠지!

 

옵바가 가시고 나신 방안에

時計[시계]소리 서마 서마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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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어래요 / 정지용

 

한길로만 오시다

한고개 넘어 우리집

앞문으로 오시지는 말고

동산 새이길로 오십쇼

늦인 봄날

복사꽃 연분홍 이슬비가 나리시거든

동산 새이길로 오십쇼

바람 피해 오시는이 처럼 들레시면

누가 무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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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3 / 정지용

 

외로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

 

바다 우로

밤이

걸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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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4 / 정지용

 

후주근한 물결소리 등에 지고 홀로 돌아가노니

어데선지 그누구 씨러저 울음 우는듯한 기척,

 

돌아 서서 보니 먼 燈臺[등대]가 반짝 반짝 깜박이고

갈메기떼 끼루룩 끼루룩 비를 부르며 날어간다.

 

울음 우는 이는 燈臺[등대]도 아니고 갈메기도 아니고

어덴지 홀로 떠러진 이름 모를 스러움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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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5 / 정지용

 

바독 돌 은

내 손아귀에 만져지는것이

퍽은 좋은가 보아.

 

그러나 나는

푸른바다 한복판에 던젔지.

 

바독돌은

바다로 각구로 떠러지는것이

퍽은 신기 한가 보아.

 

당신 도 인제는

나를 그만만 만지시고,

귀를 들어 팽개를 치십시요.

 

나 라는 나도

바다로 각구로 떠러지는 것이,

퍽은 시원 해요.

 

바독 돌의 마음과

이 내 심사는

아아무도 모르지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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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1 / 정지용

 

바람 속에 薔薇[장미]가 숨고

바람 속에 불이 깃들다.

 

바람에 별과 바다가 씻기우고

푸른 뫼부리와 나래가 솟다.

 

바람은 音樂[음악]湖水[호수].

바람은 좋은 알리움!

 

오롯한 사랑과 眞理[진리]가 바람에 玉座[옥좌]를 고이고

커다란 하나와 永遠[영원]이 펴고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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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2 / 정지용

 

바람.

바람.

바람.

 

늬는 내 귀가 좋으냐?

늬는 내 코가 좋으냐?

늬는 내 손이 좋으냐?

 

내사 왼통 빩애 젔네.

 

내사 아므치도 않다.

 

호 호 칩어라 구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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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철

 

천재 있는 詩人[시인]이 자기의 制作[제작]을 한번 지나가버린 길이오 넘

어간 책장같이 여겨 그것을 소중히 알고 앨써 모아두고 하지않고 물우에 떠

러진 꽃잎인듯 흘러가 버리는대로 두고서 한다하면 그 또한 그럴듯한 心願

[심원]이리라. 그러나 凡庸[범용]讀者[독자]란 또한 있어 이것을 인색한

사람 구슬 갈므듯 하려하고 다시또한번을찾어 그것이 영원한 花甁[

]에 새겨 머믈러짐을 바라기까지 한다.

 

지용의[]가 처음 朝鮮之光[조선지광](昭和二年二月[소화이년이월])

發表[발표]된 뒤로 어느듯 十年[십년]에 가까운 동안을 두고 여러가지 刊行

[간행물]에 흩어저 나타낫던 作品[작품]들이 이詩集[시집]에 모아지게 된

것은 우리의 讀者的心願[독자적심원]이 이루어지는 기쁜일이다. 單純[단순]

히 이기쁨의表白[표백]인 이跋文[발문]을 쓰는가운대 내가 조금이라도 序文

[서문]스런 소리를 느려놀 일은 아니오 []는 제스사로 할말을 하고 갈

자리에 갈 것이지마는 그의詩的發展[시적발전]을 살피는데 多少[다소]

代關係[연대관계]部別[부별]說明[설명]이 없지못할것이다.

 

第二部[제이부]收合[수합]된것은 初期詩篇[초기시편]들이다 이時期[

]는 그가 눈물을 구슬같이 알고 지어라도 내려는듯하든 時流[시류]에 거

슬려서 많은 많은 눈물을 가벼이 진실로 가벼이 휘파람불며 비누방울 날리

든 때이다.

 

第三部[제삼부] []는 같은時期[시기]副産[부산]으로 自然童謠[자연

동요]風調[풍조]를 그대로 띤 童謠類[동요류]民謠風詩篇[민요풍시편]

들이오.

 

第一部[제일부]는 그가 가톨릭으로 改宗[개종]한 이후 촉불과손, 유리창,

바다 1[]으로 비롯해서 制作[제작]詩篇[시편]들로 그 深化[심화]

詩境[시경]妥協[타협]없는 感覺[감각]初期[초기] 諸作[제작]이 손

쉽게 親密[친밀]해질수 있는 것과는 또다른 境地[경지]를 밟고있다.

 

第四部[제사부]는 그의信仰[신앙]直接[직접] 關聯[관련]있는 詩篇[

]들이오.

 

第五部[제오부]素描[소묘]라는 []를 띠였든 散文二篇[산문이편]

.

 

그는 한군대 自安[자안]하는 詩人[시인]이기 보다 새로운 詩境[시경]

拓者[개척자]이려한다. 그는 이미 思索[사색]感覺[감각]奧妙[오묘]

結合[결합][]해 발을 내여 드딘듯이 보인다. 여기 모인 八十九篇[

십구편]은 말할것없이 그의 第一詩集[제일시집]인것이다.

 

이 아름다운 詩集[시집]에 이 []跋文[발문]을 부침이 또한 아름다

운 인연이라고 불려지기를 가만이 바라며

 

朴 龍 喆[박용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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發熱[발열] / 정지용

 

처마 끝에 서린 연기 따러

葡萄[포도]순이 기여 나가는 밤, 소리 없이,

가믈음 땅에 시며든 더운 김이

등에 서리나니, 훈훈히,

아아, 이 애 몸이 또 달어 오르노나.

가쁜 숨결을 드내 쉬노니, 박나비 처럼,

가녀린 머리, 주사 찍은 자리에, 입술을 붙이고

나는 중얼거리다, 나는 중얼거리다,

부끄러운줄도 모르는 多神敎徒[다신교도]와도 같이.

아아, 이 애가 애자지게 보채노나!

불도 약도 달도 없는 밤,

아득한 하늘에는

별들이 참벌 날으듯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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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 정지용

 

눈 머금은 구름 새로

힌달이 흐르고,

 

처마에 서린 탱자나무가 흐르고,

 

외로운 촉불이, 물새의 보금자리가 흐르고……

 

표범 껍질에 호젓하이 쌓이여

나는 이밤,적막한 홍수를 누어 건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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