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유리창 / 정지용 / 자기 의식 표현으로서의 시

by 송화은율
반응형

정지용의 작품(자기 의식 표현으로서의 시), 유리창

 

정지용의 이런 초기시에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경항은 기본적으로는 순수 서정시의 세계라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그가 <시문학파>의 창립 동인으로 중요한 활동을 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또한 정지용과 시문학파의 동인들과는 동인 관계였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김영랑, 김현구 등과 같이 남해와 다도해를 여행할 정도로 친근한 관계였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이런 관계 때문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순수 서정시의 옹호자, 지지가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박용철이나 김영랑과는 달리 정지용은 다양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모더니즘의 한 경향인 이미지즘이 동원하고 있다. 유리창 이 시는 정지용의 이미지스트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시의 하나이다. 그는 이 시에서 슬픈, 외로운 황홀한이라는 두 마디를 제외하고는 일체의 감정적인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다만 밤에 홀로 유리창 가에서서, 유리창의 안과 밖의 정황을 나타내는 이미지를 서술하고 있다. 이 때 유리창은 안과 밖을 단절하고, 서정적 주체와 대상이 각기 다른 상황에 있음을 보여주는 객관적 상관물의 역할을 한다. 유리창을 매개로 하여, 밖의 어둠의 세계와 안의 밝음의 세계를 구별하고 있으며, 밖의 죽은 아이의 세계와 안의 어린 아이를 그리워하는 어른의 세계가 대비되기도 한다. 아울러 이 유리창은 이 두 세계가 만나는 접점이기도 하다. 즉 밖의 어둡고 차가운 세계는 유리창에 차갑게 응결된다. 그리고 서정적 주체는 이 차갑게 응결되는 것을 지우는 행동을 반복함으로써, 그 실체를 자꾸 확인하고자 한다. 유리창에 어리는 반짝이는 별, 물 먹은 별을 통하여 아이를 만나는 환상적인 체험을 하고 있다.

 

- 윤여탁, ‘시의 소통 구조와 감상’(시교육론)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