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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성(定州城) - 백 석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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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定州城) - 백 석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백석의 등단작이자 그의 초기시 세계를 확연히 보여 주는 작품으로 정주성과 그 주위의 밤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정주성은 형태가 온전히 남아 있는 성이 아닌, 성문은 헐려져 그 일부만이 남아 있을 뿐인 퇴락한 성이다. 화자는 그처럼 폐허가 된 성의 모습을 잠자려 조을던 무너진 성터헐리다 남은 성문이 / 한울빛같이 훤하다라는 시각적 묘사로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그와 아울러 정주성주위의 밤풍경들을 다채로운 감각적 이미지로 묘사함으로써 폐허가 된 성의 모습을 한층 실감나게 환기시키고 있다. ‘헝겊 심지에 아주까리 기름의 쪼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라는 청각적 묘사와, ‘반딧불이 난다 파란 혼들 같다어데서 말 있는 듯이 크다란 산새 한 마리 어두운 골짝이로 난다와 같은 시각적 묘사가 바로 그것이다.

 

정주성과 그 주위의 밤풍경들에 대한 이러한 다채로운 감각적 묘사는 폐허가 된 정주성의 풍경을 한층 을씨년스럽게 만드는 동시에 무너져버린 역사의 허망함까지도 환기시켜 주고 있다. 다시 말해, 풍경 묘사는 단순히 유물로서의 정주성에 대한 정물적 풍경 묘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폐허가 된 정주성의 풍경으로부터 역사의 허망함을 환기시켜 주는 것이다.

 

이 같은 풍경 묘사에 이어 마지막 시행에서 날이 밝으면 또 메기 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라는 행위의 서술을 첨가시키고 있다. 여기서 메기 수염 늙은이의 모습은 폐허가 된 정주성의 모습과 절묘한 시적 대응을 이루어, ‘정주성의 황폐함과 역사의 퇴락함을 더욱 실감나게 환기시켜 준다. 물론 이러한 모습의 유사성보다도 풍경 묘사에 이어 첨가된 인간의 행위가 서술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고 있다. 즉 그 행위의 서술은 청배를 파는 것으로, 그것은 일상적인 삶의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일상적인 삶의 행위는 라는 부사와 올 것이다라는 미래 시제와 관련 맺으면서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이 시는 역사의 허망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상적인 삶의 행위는 계속 이어진다는, 인간의 끈끈한 삶을 퇴락한 정주성을 통해 제시하고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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