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정읍사(井邑詞)

by 송화은율
반응형

정읍사(井邑詞)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 멀리 비춰 주소서.
시장에 가 계신가요?
위험한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느 곳에서나 놓으십시오.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

 

달님이시여, 좀더 높이높이 돋으시어
멀리 비추어 주소서
지금쯤 전주 시장에 가 계시옵니까?
어두운 밤길을 가시다가
혹시 진데를 디뎌 흙탕물에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옵니다.
몸이 고달프실 텐데 아무 데나 짐을 부려놓고 편안히 쉬소서
당신이 가시는 길에 날이 저물까 두렵사옵니다.  - 金 東 必

 

달님이시여, 좀더 높이 돋으시어
멀리 비추어 주십시오
시장에 가 계십니까?
진 데를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느 것이나 다 부려놓고 오십시오
나의 가는 데가 저물까 두렵습니다. - 朴 晟 義

 

저기 저 달님이시여!
높이높이 돋아 올라서 멀리멀리 비춰 주십시오.
지금쯤 어느 시장에 가 계시옵니까?
어두운 밤길을 가다가
혹시 진 데를 디뎌 수렁물에 빠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밤길을 가다가 몸이 고달프시면 아무데서나 짐짝을 부려 놓고 편안히 쉬십시오.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습니다.
혹시나 내 남편이 가는 길이 어두울까 봐서요. - 鄭 炳 昱

 

달이여, 높이 높이 돋우시어,
멀리 멀리 비치십시오.
시장에 가 계십니까?
혹시 진 곳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어디에든지 놓고 계십시오(어느 사람에다 마음을 두고 계십니까?)
나의 임(나의)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습니다. - 全 光 鏞

 


 요점 정리

 작자 : 어느 행상인의 처, 미상

 갈래 : 고대 가요, 서정시

 연대 : 미상(백제로 추정)

 형식 : 내용상 3장 6구, 여음을 뺀 본사설은 6행으로 2줄씩 합해보면 3장 6구(각 장에 후렴구가 있음)의 시가 형식이어서 시조의 근원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성격 : 서정적, 기원적, 망부가

 구조

기, 1장

‘달’에 남편의 안녕을 청원, 천지신명에의 기원

서, 2장

남편에 대한 야행침해(夜行侵害) 염려, 남편의 안녕 기원

결, 3장

남편의 무사 귀가를 기원, 남편의 편안함을 간구

 

 주제 :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

 의의 : 현재 가사가 전해지는 유일한 백제 가요. 국문으로 표기된 가장 오래된 노래. 시조 형식의 원형을 가진 노래

 

 관련 : <고려사> '악지'에는 백제 시대의 가요와 그 배경 설화가 기록되어 있고, '정읍사' '선운산가' '지리산가' '방등산가' '무등산가'의 다섯 편이 그것이다.

 표현 : 직서법, 비유법을 사용, 후렴구 사용

 출전 : 악학궤범(樂學軌範)구성 :

 

 

내용 연구

 

전강, 소엽, 후강전, 과편, 소엽 ( 궁중 무용 반주에 사용된 음악 곡조 명칭)

달님[소망, 기원의 대상, 빛  ↔  '즌데(어둠)'와 대립으로 달은 높이 돋아 먼 곳까지 비출 수 있는 '광명'의 상징]이시여['하'는 존칭, 높임의 호격 조사], 높이 높이['곰'은 강조의 접마사] 돋으시어
노피곰[멀리 멀리] 비춰 주소서.[]


져재 [시장 / 곡조 명칭 '후강전'의 마지막 글자 '전'과 '져재'를 붙여 '전져재'로 읽는다면 '전주 시장'에로 해석될 수도 있음]에 녀러신고요[가 계신가요? / 다니고 계신가요?]
즌데[진곳, 위험한 곳으로 남편에게 닥칠 수 있는 위험한 요소, 다른 여성, 남편을 유혹하는 것으로 '달님'과 대립]을 디딜까 두렵습니다[ 할까 두렵습니다.]
어느이다[어느 곳에서나, 어느 누구에게] 놓으십시오.
(당신 가시는 곳에) 저물까 두렵습니다.[어둠]

 

시적 화자는 남편을 걱정하며 기다리는 순종적 여인으로 남편이 다른 여자를 만나지 않을까 의심하고 질투하는 속된 여인

 

 이 노래는 멀리 행상 나간 남편의 안전을 기원하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을 노래한 작품으로 고려사 악지에 의하면 행상 나간 남편이 밤에 돌아오는데 해를 입을까 두려워 하는(야행침해) 아내가 자신의 염려하는 마음을 '달'에게 빌어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하고 있는 작품으로 여기서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라는 후렴구를 빼고 작품을 읽으면 오늘날 시조와 어느 정도 유사한 맥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시조의 원형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여기서 특히 '달'은 남편의 무사 안전을 도와주는 '절대자'의 의미가 담겨 있어 우리의 민속 신앙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즌데'라는 말은 밤길 귀가길에 닥칠 지 모르는 위험이나 또는 남편이 가서는 안될 곳을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본다. 그래서 여기서 '즌데'는 아내의 입장에서 남편에게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상황을 상징한다.

 

 

 

 

 고어 아래아( · )는 해석과 표기의 편의상  'ㅏ'로 표기함

 달하 : 달(月)님이시여. 여기서의 달은 모든 것을 아는 천지신명 또는, 절대자를 상징하는 것으로 민속 신앙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음. '하'는 고려 시대까지는 존비(귀하고 천함)의 구별이 없이 쓰이다가 조선 시대에 와서 극존칭 호격 조사로 쓰임

 노피곰 도다샤 : 높이 높이 돋으시어, 높(어근)+이(부사화 접미사)+곰(강세 접미사) * '노피'의 부사에 '곰'이 붙어서 뜻을 강조함

 머리곰 : 멀리멀리, 멀리멀리까지 * 멀(형용사의 어간)+이(부사화 접미사)+곰(강세 접미사)

 비취오시라 : 비치어 주십시오 * 비취고시라>비취오시라(ㄱ탈락). ~ 고시라 : 명령형 어미 : 달에게 남편의 무사함을 청원하는 아내의 걱정스런 마음이 표현되어 있으며, 남편이 가는 길에 달빛을 환히 비춰주라고 기도한다.

 어긔야 어강됴리 아으 다롱디리 : 악률에 맞추어 부르는 뜻 없는 소리로 '어기여차'와 같은 의미의 조흥구

 져재 : 저자에, 시장에. ㅣ모음 뒤에만 오는 처소부사격조사 '예'가 생략된 형태. 또는 '後腔全 져재'의 '全 져재'를 붙여서 '전주시장에'로도 해석하는 이도 있음. 

 녀러신고요 : 가 계신가요. 녀(동사 어간으로 行의 의미) +러(회상시제선어미)+시(존경의 선어말 어미)+ㄴ고요(의문형 어미)

 즌 : 진. 즌( '즐다'의 관형사형)기본형은 '즐다'  ※ 즐다>질다(전설모음화)

 되(ㄷ+아래아+ㅣ: 의존 명사)랄 : 뎨(곳) 여기서 즌되는 위험한 곳을 의미

 드되욜세라 : 디딜까 두렵다 ※ 드되(어간) + 요(삽입 모음)+ㄹ세라(경계의 평서형종결어미) :  남편의 안전에 대한 아내의 걱정(야행침해 : 밤에 다니다가 곤란한 일을 겪는 것)이 구체적으로 나타난 구절이다. ‘즌 되’는 밤길이 남편에게 닥칠지도 모르는 위협이나 위험을 비유한 말로, 남편의 무사를 비는 아내의 간절한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 어떤 이는 '즌 데'를 더러운 곳, 즉 남편이 가서는 안 될 곳(사창가)이란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어느이다 : 어느 곳에다, 어느 곳에다가, 어느(대명사)+이(처소격 조사'ㅣ'의 속철)+다(어미)

 노코시라 : 놓으십시오. 놓(어간) + 고시라(높임의 명령형종결어미)

 내 : 남편, 임. '내'가 곧 남편임은 부부는 일체임을 나타낸 것. * 나(대명사)+ㅣ(주격 조사)

 가논 : 가는 * 가+나(현제시제 선어말 어미)+오(삽입 모음)+ㄴ(관형사형어미)>가논

 졈그랄셰라 : 저물까 두렵다. ※ 졈글다(日暮)>저물다>저믈다>저물다 : 졈글다를 '잠기다'로 해석하여 '나쁜 곳으로 빠져 들어간다'로도 봄.

 어긔야 내 가논 데 졈그랄셰라 : 남편이 가는 곳에 해가 저물어 집에 오기 힘들까 두려워 하는 남편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기만을 기원하는 아내의 마음이 담겨 있다. 여기서 ‘내’라는 단어는 나(아내)와 남편이 동일시된 표현이다.

 

 

 

 

(1) 작품 선정의 취지

 

 이 작품은 현전하는 유일한 백제의 가요이자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최고(最古)의 노래이다. 이 노래는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어떠한 관점에서 파악하느냐에 따라 시적 화자의 성격이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어, 작품의 의미를 능동적으로 구성해 내는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을 통해 학생들은 작품 속에 나타난 표현이나 구성의 아름다움을 파악하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에 비추어 현대적 시각에서 시적 화자에 대한 평가를 다양하게 해 봄으로써 작품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기르게 될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이 단원은 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가치에 비추어 작품의 의미나 가치를 능동적이고 다양하게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교사는 학생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여 학습목표를 성취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작품을 능동적으로 수용하되, 자의적으로 해석하거나 다른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소규모 모둠 학습이나 발표 학습을 적절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3) 작품연구

 

 이 작품은 어느 행상인의 아내가 남편을 기다리면서 걱정하는 마음을 달에 의탁하여 노래한 백제 가요이다. 정읍은 전주의 속현으로 그 고을 사람 가운데 행상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자 그의 아내가 산 위의 바위에 올라가 남편 간 곳을 바라보다 이 노래를 불렀다는 기록이 고려사악지 에 전한다. 노래의 전문이 실린 곳은 1493년에 편찬된 '악학궤범'으로 이 노래가 고려 시대를 거쳐 조선 시대에도 불리어져서 국문으로 표기된 것으로 보인다.

 

 이 노래를 현대어로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달님이시어, 높이 높이 돋으시어

 아아, 멀리 좀 비추어 주십시오.

 저자에 가 계십니까?

 아아, 진흙탕을 디딜까 두렵구나.

 어느 곳에나(무거운 짐을 풀어)놓으십시오

 아아, 내 임이 가는 곳에 (날이) 저물까 두렵구나.

 

 이 작품은 고려 조선조를 통하여 속악(俗樂)의 하나로 오랫동안 궁중에서 연주되었으며, 특히 조선조에 들어서서는 섣달 그믐달, 궁중 나례(儺禮) 뒤에 처용무(處容舞), 봉황음(鳳凰吟), 삼진작(三眞勺), 북전(北殿) 등과 함께 연주되었다.

 

 이 작품과 유사한 주제를 가진 작품으로 기한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는, 부역 나간 남편을 기다리는 노래인 백제의 부전 가요 선운산가 와 박제상의 아내가 치술령에 올라가 남편을 기다리면서 부른 노래인 신라의 부전가요 치술령곡을 들 수 있다. 특히, 치술령곡 은 정읍사와 마찬가지로 배경 설화에 망부석의 모티프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모티프는 김소월의 초혼(招魂)에 이어지고 있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