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북창설화
by 송화은율정북창설화
조선 명종 때의 학자·관리·도인(道人)인 정렴(鄭毆)에 관한 설화. 풍수설화. 정렴의 자는 사결(士潔)이며 호는 북창(北窓)이다. 짐승 소리를 알아듣는 지음설화(知音說話)·연명설화(延命說話)·수도설화(修道說話) 등이 전한다.
홍만종(洪萬宗)의 ≪해동이적 海東異蹟≫에 의하면, 정북창은 세상에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할 줄 알았고, 또 대낮에는 그림자가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생이지지(生而知之)한 천재요, 그림자가 없는 귀신이었다는 세평을 들을 만하였다.
실제로 북창이 중국에 갔을 때 봉천전(奉天殿)에서 중국의 도사를 만났는데, “우리 나라는 삼신산(三神山)이 있어서 낮에도 도사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을 항상 볼 수 있으니 무엇이 귀하겠는가?”라 하며 신선이 되는 단계를 설명하니까 중국 도사가 슬그머니 피해 버렸다.
유구(琉球)에서 중국에 온 사신에게 유구 말로 주역을 강의하고, 각국에서 온 사신이 물으면 그 나라 말로 척척 대답을 하자 천인(天人)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내가 듣고서 해득한 것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지 오래다.”라고 대답하였다.
그가 금강산에 올라 휘파람을 불었더니 바위와 골짜기가 진동하고 중들은 피리 소리로 여겼다고 한다. 이상은 문헌에 나타난 설화이며, 현전하는 구전설화는 다음과 같다.
① 사촌이 죽은 아버지의 묘 자리를 구하기 위해 정북창에게 부탁하였는데 구하여 준 묘 자리가 진흙밭으로 물구덩이인지라 돌을 넣고 매장하면서 사촌형인 정북창에게 나쁜 터라고 원망을 하였다. 그런데 사실은 그곳이 옥관자가 여럿 나오는 명당이었다. 돌을 넣은 수가 옥관자를 달 후손이 태어날 숫자였던 것이다.
② 산중을 가다가 까마귀가 ‘대육(大肉) 대육’ 하고 우는 소리를 듣고 시신을 찾았으나 오히려 살인자로 누명을 쓰고 죽게 되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새소리를 알아듣는 지음이 있다는 증거로 재판관인 원님이 품속에 감추어 둔 제비의 울음소리를 해석해서 살아났다.
지음은 천기(天機)를 누설하는 것이라 하여 왕이 정북창을 잡아 죽이려고 품속에 든 제비의 소리를 알아듣는지 묻자, “어미 제비가 임금님이 잡으신 새끼 제비를 살려 달라고 하면서 ‘피불용 육불용 골불용(皮不用 肉不用 骨不用)’이라 웁니다.”라고 말하니까 감탄하면서 정북창을 살려 주었다.
③ 친구인 윤두수(尹斗壽) 이야기로, 정북창이 그에게 40세밖에 못 살 단명할 팔자이니 천상의 신선을 만나서 수명을 연장해 달라고 빌라고 일러 주었다.
그런데 신선이 그렇다면 이 비밀을 알려 준 정북창의 수명을 줄여서 윤두수의 수명을 연장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는 바람에 윤두수는 장수하고 정북창은 단명하였다 한다.
④ 정북창은 충청남도 아산시 송악면 솔리라는 곳에서 태어났는데, 계수(季嫂)의 아들인 조카는 사랑하지만 정작 자기 자식 셋은 사랑하지 않아서 아내가 불평을 하였다. 얼마 뒤에 아들 삼 형제가 한날한시에 죽어 슬피 우는데, 자세히 보니 정북창이 혼인하기 전에 죽인 구렁이가 복수하려고 아들로 태어난 것이었다. 그 내용을 이미 알아챈 정북창이 자기 자식을 미워하였던 것이다.
위의 문헌과 구전설화를 통하여 보면 정북창은 무불통지한 천재요 천문 지리와 동물과 귀신의 세계까지 이해한 이인(異人)임을 알 수 있다.
≪참고문헌≫ 海東異蹟,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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