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전가팔곡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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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가팔곡

 

 

세상 일이 서툴러 버려진 몸이 견무(논밭의 이랑, 여기서는 초야, 농촌에서 일하는 것)에 늙어가니

바깥일(세상 돌아가는 정세, 부귀영화에 관심을 갖는 일) 내 모르고(알 수 없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고

(농촌생활)속에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은 풍년을 원하노라.

 

농부가 찾아와 이르되, 봄이 왔으니 밭에 가세

앞집에 쇼보(소의 쟁기로 해석) 잡고, 뒷집에 따비(쟁기)를 가져오네.

두어라(옛 시가에서, 어떤 일이 필요하지 아니하거나 스스로의 마음을 달랠 때 영탄조로 하는 말) 내 집부터 하랴 남이 (먼저)하니 더욱 좋다.

 

여름날 더운 때에 (햇빛에) 달아있는 땅이 (마치) 불이로다.(불처럼 뜨겁다)

밭고랑을 매자 하니 땀이 흘러 땅에 떨어지네.

어사와('어여차'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곡식 알맹이 하나하나에 맺힌 고생과 괴로움을 어느 분이 알아주실까?

 

가을이 되어 곡식을 보니 좋기도 좋구나.

내 힘으로 이룬 것이어서 먹어도 맛있구나.

이 밖에(농사짓는 일) 천사만종('사'란 한 수레에 메는 네 마리의 말이란 뜻이고, '종'은 옛날 무게의 단위. 호화로운 마차 천 대와 쌀 만 섬의 봉급이란 뜻으로 부귀 영화를 말함)을 부러워하여 무엇하리오.

 

밤에는 삿자리(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를 꼬고 한낮에는 띠풀을 베어

초가집 잡아매고 농기구 좀 손질하여라(추스리다. 정비하다, 손질하다)

내년에 봄 온다 하거든 곧 (농사일에) 마음과 힘을 다하리라(시작하리라).

 

새벽이 밝아오자 지빠귀가 소리한다.(온갖 것들이 소리한다라는 뜻)

일어나거라 아이들아(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님) 밭을 살펴보러 가자꾸나

밤사이 이슬 기운에 얼마나 (곡식이) 길어났는고 하노라.

요점 정리

지은이 : 이휘일

갈래 : 연시조

구성 : 평시조 8수가 연첩(連疊)으로 구성되어 있음.

시조의 내용을 곡별로 살펴보면,

첫 곡은 서문격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

두 번째 곡에서 다섯 번째 곡까지는 춘(春)·하(夏)·추(秋)·동(冬) 사시에 걸쳐 농민이 해야 할 농사일의 노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 여섯 번째 곡에서 여덟 번째 곡까지는 하루를 새벽·낮·저녁으로 나누어 일하는 즐거움을 구성지게 노래함.

성격 : 전원적, 향토적

주제 : 향촌(鄕村)에서의 노동의 즐거움, 초야(草野)에서의 농사일의 즐거움, 농촌의 삶과 정서

특징 : 자연친화적 삶을 노래한 이전 시기의 강호가나 농민들의 생활상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린 작품과는 달리, 직접 농사일을 하고 그속에서 농촌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내용 연구

 

 

세상 일이 서툴러 버려진 몸이 견무(논밭의 이랑, 여기서는 초야, 농촌에서 일하는 것)에 늙어가니

바깥일(세상 돌아가는 정세, 부귀영화에 관심을 갖는 일) 내 모르고(알 수 없고)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고

(농촌생활)속에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정성스러운 마음은 풍년을 원하노라.

 

 

농부가 찾아와 이르되, 봄이 왔으니 밭에 가세

앞집에 쇼보(소의 쟁기로 해석) 잡고, 뒷집에 따비(쟁기)를 가져오네.

두어라(옛 시가에서, 어떤 일이 필요하지 아니하거나 스스로의 마음을 달랠 때 영탄조로 하는 말) 내 집부터 하랴 남이 (먼저)하니 더욱 좋다.

 

 

 

여름날 더운 때에 (햇빛에) 달아있는 땅이 (마치) 불이로다.(불처럼 뜨겁다)

밭고랑을 매자 하니 땀이 흘러 땅에 떨어지네.

어사와('어여차'를 예스럽게 이르는 말)! 곡식 알맹이 하나하나에 맺힌 고생과 괴로움을 어느 분이 알아주실까?

 

 

가을이 되어 곡식을 보니 좋기도 좋구나.

내 힘으로 이룬 것이어서 먹어도 맛있구나.

이 밖에(농사짓는 일) 천사만종('사'란 한 수레에 메는 네 마리의 말이란 뜻이고, '종'은 옛날 무게의 단위. 호화로운 마차 천 대와 쌀 만 섬의 봉급이란 뜻으로 부귀 영화를 말함)을 부러워하여 무엇하리오.

 

밤에는 삿자리(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를 꼬고 한낮에는 띠풀을 베어

초가집 잡아매고 농기구 좀 손질하여라(추스리다. 정비하다, 손질하다)

내년에 봄 온다 하거든 곧 (농사일에) 마음과 힘을 다하리라(시작하리라).

 

새벽이 밝아오자 지빠귀가 소리한다.(온갖 것들이 소리한다라는 뜻)

일어나거라 아이들아(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은 아님) 밭을 살펴보러 가자꾸나

밤사이 이슬 기운에 얼마나 (곡식이) 길어났는고 하노라.

 

보리밥 지어 담고 명아주국을 끓여

배를 곯는(배가 고픈) 농부들을 진시(원래 뜻은 진즉이라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제 때인 듯)에 먹이어라.

아이야 한 그릇 올려라. (내가) 친히 맛보고 보내리라.

 

서산에 해 떨어지고 풀끝에 이슬이 맺힌다.

호미를 둘러메고 달을 등에 지고 집에 돌아가자꾸나

이 중에 (농사일의) 즐거운 뜻을 남들에게 말하여 무엇하리오.

 

 

또 다른 해석

 

 

[원풍(願豊)]

세상일에 서툴러 버림받은 이 몸이 밭이랑 사이에서 늙어가니

세상 밖의 일은 내가 알 수 없고, 또 내가 하는 일은 무엇인고.

이 속에서도 나라 위한 붉은 마음은 풍년을 원하노라.

[춘(春)]

이웃 농부가 찾아와 이르되, 봄이 왔으니 밭에 나가세.

앞집에서 소를 보내고 뒷집에서 따비를 보내네

아아! 내 집 농사부터 하랴, 남부터 먼저 하니 더욱 아름답구나.

[하(夏)]

여름날 한창 더울 적에 햇빛에 달아있는 땅이 마치 불 같도다.

밭고랑 매자하니 땀이 흘러 땅에 구르네.

아아! 곡식 한 알 한 알의 고생을 어느 분이 알아 주실까?

[추(秋)]

가을이 되어 곡식을 보니 좋기도 참으로 좋구나

내 힘으로 이룬 것이니 먹어도 맛이 유별나구나

이 즐거움 외에 천사만종을 부러워하여 무엇하리오.

[동(冬)]

밤에는 삿자리를 꼬고 낮엔 띠풀을 베어

초가집 잡아매고 농기구를 손질하여라

내년에 봄 온다 소리 들리거든 곧 농사일 시작하리라.

[신(晨)]

새벽이 돌아와 사위 밝아지니 온간 것들이 소리하는구나.

일어나거라, 아이들아. 밭을 살펴보러 가자꾸나.

밤사이 이슬기운에 얼마나 곡식이 길어났는고 하노라.

[오(午)]

보리밥 푸짐하게 지어 담고 명아주 국을 끓여

배를 곯는 농부들을 제 때에 먹이어라.

아이야! 한 그릇 가져오너라. 내 친히 맛을 보고 나서 그들에게 보내리라.

[석(夕)]

서산에 해 떨어지고 풀 끝엔 이슬이 묻어난다.

호미를 둘러매고 달을 등에 지고 집에 돌아가자꾸나.

이런 생활의 즐거운 재미를 남들에게 말하여 무엇하리오.

이해와 감상

 

1664년(현종 5) 이휘일(李徽逸)이 지은 시조. 국문필사본. 작자가 45세 때 지은 이 작품은 농촌의 풍경과 농민의 노고를 소재로 하여 8곡의 단가(短歌), 곧 평시조 8수가 연첩(連疊)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의 〈서전가팔곡후 書田家八曲後〉에, “나는 농사 짓는 사람은 아니나, 전원에 오래 있어 농사일을 익히 알므로 본 것을 노래에 나타낸다. 비록 그 성향(聲響)의 느리고 빠름이 절주(節奏)와 격조(格調)에 다 맞지는 않지만, 마을의 음탕하고 태만한 소리에 비하면 나을 것이다. 그래서 곁에 있는 아이들로 하여금 익혀 노래하게 하고 수시로 들으며 스스로 즐기려 한다(存齋集 권4).”라고 하여, 이 시조의 저작동기를 밝히고 있다.

시조의 내용을 곡별로 살펴보면, 첫 곡은 서문격으로 풍년을 기원하는 뜻을 나타내고, 두 번째 곡에서 다섯 번째 곡까지는 춘(春)·하(夏)·추(秋)·동(冬) 사시에 걸쳐 농민이 해야 할 농사일의 노고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그 다음 여섯 번째 곡에서 여덟 번째 곡까지는 하루를 새벽·낮·저녁으로 나누어 일하는 즐거움을 구성지게 노래하였다.

이상과 같이 구성된 〈전가팔곡〉의 시조는 농가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잘 대변하고 있어서, 마치 시경 詩經 의 빈풍(羚風) 칠월장(七月章)을 축소해 놓은 듯한 느낌을 가지게 한다. 또한, 한자투성이로 된 재래의 고시조와는 달리 순수한 우리말로 적은 점이 특징이다.

첫 곡의 “우국성심(憂國誠心)은 연풍(年豊)을 원하노라”와 세 번째 곡의 “입립신고(粒粒辛苦 : 곡식 한 알 한 알에 농부의 고생이 스며 있음.) 어늬 분이 알아실고”에 나타난 정도가 한자어로 적힌 것의 전부이다.

이 시조는 본래 존재집 에 수록되지 않은 채 필사본으로 전해지다가, 1960년 김사엽(金思燁)에 의하여 처음으로 세상에 소개되었다. 이후 1988년 여강출판사(驪江出版社)에서 영인본으로 낸 존재집 에 실리게 되었다.

참고문헌 存齋集, 閨壺是議方과 田家八曲(金思燁, 瀛西高秉幹博士 頌壽紀念論叢, 慶北大學校, 1960).(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이휘일(李徽逸)

 

1619(광해군 11)∼1672(현종 13). 조선 후기의 학자. 본관은 재령(載寧). 자는 익문(翼文), 호는 존재(存齋). 참봉 시명(時明)의 아들로, 승의랑(承議郎) 시성(時成)에게 입양되었으며, 어머니는 인동장씨로 흥효(興孝)의 딸이다. 현일(玄逸)의 형이 된다.

13세 때 외할아버지 흥효의 문하에 들어가서 맹자 의 존심양성 (存心養性)의 설을 힘써 배웠다. 또한, 주역 의 선천후천설과 주돈이(周敦蓬)의 태극설을 배워 흔연히 깨달은 바가 있었다. 그리고 선현들의 인(仁)에 대한 언구들을 모아 구인략 求仁略 이라 이름하여 이를 아침저녁으로 독송하였다.

1661년(현종 2) 수석(水石)을 찾아 저곡(楮谷)에 옮겨 살면서 학문에 전념하였다. 일찍부터 정주(程朱)의 성리학을 궁구하여 이회(理會)하지 못한 바가 없었으나, 병자호란을 겪고 나서는 성리학 공부를 중단하고 손자(孫子, 이름은 孫武)와 오자(吳子, 이름은 吳起)의 병서를 읽어 기정합변(奇正合變)의 묘리를 연구하고 산천의 험이(險易)와 주변국가의 정황을 조사하여 효종의 북벌계획에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그러나 효종이 죽은 뒤에는 쓸모가 없음을 깨닫고 다시 근사록 · 심경 · 성리대전 · 역학계몽 · 주자절요 · 퇴계집 등을 연구하여 성리학의 일가를 이루었다.

또한, 예를 존중하여 가례 를 참작, 상제대요(喪祭大要)와 절목(節目)을 궁진정리(窮盡整理)하여 습속(習俗)의 폐단을 시정하였다. 뒤에 학행으로 천거되어 참봉에 임명되었으나 부임하지 않았다. 영해의 인산서원(仁山書院)에 봉향되었다. 저서로는 존재집 · 구인략 · 홍범연의 가 있다. 참고문헌 存齋集(李徽逸).(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가사십이수(田家詞十二首)

조선 전기에 성현(成俔)이 지은 한시. 칠언고시 12수, 작자의 문집 ≪허백당시집 虛白堂詩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전가사십이수〉는 농촌의 생활을 정월에서 12월에 이르기까지 월령체(月令體)로 읊고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전가사십이수〉 정월령은 해동이 되어 화풍에 버들개지 패는 시절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동산에 올라 달맞이하며 화목을 다지고, 노인들은 풍년들기를 점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전가사십이수〉 이월령은 거여목(螳隆 목숙)과 쑥이파리가 돋아나는 계절이다. 나라와 고을의 창고에는 봄장리 쌀을 두고도 춘궁기에 빌려 주지 않아 집집이 양식 걱정뿐이다. 그래도 때를 놓치지 않고 보리농사나 하려니 종자도 없고 영농자금마저 없음을 한탄하고 있다.

 

〈전가사십이수〉 삼월령은 뻐꾸기와 제비가 찾아오는 시절이다. 농사일에 바빠 술 한잔 마실 틈도 없다. 농부들은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촌락의 하급관리만 설치고 다닌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사월령은 봄농사를 마치고 밭에는 누에가 가득 잠잔다. 누에는 가물어야 잘 자라고, 농사에는 비가 와야 벼와 곡식이 잘 된다. 그런데 가뭄에 물방아의 물로 물을 끌어대니 하늘이 어느 편을 도울지 딱하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오월령은 만물이 무성한 여름이다. 맛있는 떡을 찧는 소리, 단옷날 그네뛰기, 푸른 벼의 모, 비를 기다리는 마음을 읊었다.

 

〈전가사십이수〉 유월령은 유월 염천에 늙은이도 고생하며 논을 맨다. 품앗이로 이 집 저 집의 논에 김을 매고 소를 타고 돌아오는 정경을 그리고 있다.

 

〈전가사십이수〉 칠월령은 동편 울타리의 참외, 작은 독의 신곡 술, 이웃끼리 얼큰히 취해서는 서로 부축하는 미덕과 농사일 절반을 마치고 호미에 묻은 흙을 씻는 흐뭇한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전가사십이수〉 팔월령은 기러기 오는 만추(晩秋) 정경, 붉은 구름 빛깔의 황금 들녘, 게가 알을 배는 몸이 한가한 시절에 노소 없이 태평성세를 노래한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구월령은 무잎과 토란알 살찌는 시절에 낫을 차고 달구지를 밀어 언덕으로 올라가 벼를 거두고 청주 한 말, 닭 한 마리로 신림(新林)에 가서 가을에 고사 드리는 모습이다.

 

〈전가사십이수〉 시월령은 집채처럼 쌓인 백곡과 집집이 옷 다듬는 소리와 시루떡 찌기가 있다. 그러나 부자는 세금이 적어 곳간이 풍부해도 빈자는 세금 내기에도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십일월령은 서설(瑞雪)이 내려 보리를 적신다. 그리고 토방의 삭정이불, 가마 속의 유락(乳酪) 같은 콩, 소를 구유로 몰아 콩깍지 써노라니 문밖에 아전이 와서 세금 내라고 한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십이월령은 남산·북산에 얼음투성이다. 장작과 온돌을 그리워 하며 늙은이는 문권(文券) 들고, 할멈은 길쌈 감독, 종이 창에 피마자 등불, 납향(臘享) 고사에 제사고기 마련한다., 새해 맞으며 작년과 같을까봐 땅과 농사를 맡은 신인 구룡(句龍)에게 하소연하며 좋은 회답 기다린다는 내용이다.

 

〈전가사십이수〉 은 풍부한 풍속을 담고 있어 풍속시로서도 가치가 있다. 한시가 가지는 우리 감정의 고유소(固有素) 처리에 다소간 미흡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15세기의 농촌현실을 월별로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래서 후대에 출현한 〈농가월령가〉와 좋은 비교가 된다. 〈농가월령가〉는 체재상 이 작품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서두사(序頭辭)가 첫머리에 나온 점과 국문가사이기에 급박한 생활의 율동을 자유자재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차이가 난다.

≪참고문헌≫ 東文選, 虛白堂詩集, 한국문학통사 3(조동일, 지식산업사, 198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전가사시(田家四時)

 

고려 후기에 김극기(金克己)가 지은 한시. 오언율시 4수. ≪동문선≫ 권4에 수록되어 있다. 농가의 사계절, 즉 봄·여름·가을·겨울을 각각 한수씩 읊었다.

첫째 수는 바쁜 농사철인 봄을 표현하였다. 봄날의 바쁘고 부산한 들일의 모습과 자연의 싱그러움을 그려내면서도 춘궁기의 고단한 면도 아울러 묘사하고 있다.

둘째 수는 농번기인 여름의 모습이다. 붉은 해로 상징되는 긴 여름철의 무더위 속에 노인만 집 보라고 남겨두고 식구들이 모두 들녘으로 나가 일하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려운 살림 속에서도 나그네에게 정성 어린 술과 안주로 대접하는 농촌의 훈훈한 인정에 감사하고 있다.

셋째 수는 결실의 계절인 가을의 정경을 읊고 있다. 더운 여름을 고생 끝에 보내고 귀뚜라미 우는 가을을 맞아, 거둔 벼를 찧어 햅쌀밥을 짓는다. 붉은 단풍이 아름답고, 물고기도 살찌는 가을의 풍요함 속에서 나그네에게 술잔을 건네면서도 과중한 공납 걱정으로 근심하는 농민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다.

넷째 수는 겨울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겨우살이에 대비하여 초가집을 고치고 나서 매와 개를 데리고 사냥을 나가 잡아온 고기를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한다. ‘소혈(巢穴)’과 같은 옹색한 농민들의 생활이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이 작품은 작자가 나그네살이의 과정에서 직접 본 농촌의 현실을 생동감 있게 묘사하면서 농촌사회의 원인적인 가난함과 비리 등을 파헤친 것으로 표현력의 사실성이 돋보인다.

≪참고문헌≫ 東文選.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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