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再生)설화
by 송화은율재생(再生)설화
죽음을 전제로 한 삶의 새로운 탄생을 주요 줄거리로 삼는 설화.
〔개 설〕
죽음이 없거나 탄생이 없는 재생설화는 존립할 수 없다. 그러나 죽음이나 탄생이 반드시 글자 그대로의 죽음이나 탄생만일 수는 없어서 죽음에 해당하는 고통이나 탄생에 해당되는 환희로 그 중요한 국면이 바뀔 수 있다.
죽음과 탄생을 전제로 한 재생설화는 일종의 입사식(入社式, initiation)과정을 일컫는 전승 서사양식이라 할 수가 있고, 그것이 고비의 전환이라는 의미에서 넓게는 변신설화의 변형임이 분명해진다.
변신설화가 주로 형태의 변형을 위주로 하면서 상황의 전환을 꾀한다면, 재생설화는 죽음과 탄생이라는 계기를 통하여 상황의 전환을 기도하는 변신설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재생설화에는 재생이 전제가 되어 있고, 그 재생이 죽음과 탄생을 필수로 삼기 때문에 죽음과 탄생에 이르는 매체로서의 영혼이 문제가 된다.
애니미즘이라든지 애니머티즘과 같은 고대 종교심성은 인류의 원초적 의식이라서 그런 의식과 관련된 옛사람들의 상상력은 우선 영혼불멸관념과 관련되고, 따라서 죽음에 대한 불사(不死), 곧 자연의 순환체계에 따른 리듬감 있는 생명력의 지속이 그들의 관념 속에 들어 있었음을 지적할 수 있다.
그러한 의식과 상상력을 반영하는 설화는 재생의 방식을 여러 가지로 상정한다. 가장 손쉬운 도형은 단순히 죽었던 사람이 다시 살아나 목숨을 연장하고, 조금 발전하면 죽은 사람의 혼백이 다른 사람의 것으로 다시 태어나거나 동물이나 식물 또는 신이나 정령(精靈)으로 변하여 생명을 연장하는 방식이 된다.
〔유형 및 특징〕
재생의 유형은 신화·전설·민담에 따라 부활·환생(還生)·환생(幻生)으로 크게 나눈다. 환생(幻生)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지만, 그것이 신이나 정령 혹은 신선이 된다는 뜻이거나 승천형식으로 간주할 때 초월자가 된다는 뜻이라고 규정짓는다면, 이와 같은 재생의 유형은 신화에 있어서 환생(幻生)이 압도적으로 많고, 전설에 있어서는 환생(還生)이 많으며, 민담의 경우도 환생이 지배적이다.
대체로 재생설화의 주지가 되는 환생(還生)은 한국설화의 경우 동물환생이 으뜸이다. 그것은 다음으로 인간환생·식물환생·광물환생의 순위가 되는데, 동물이라 하더라도 소나 개 등 가축류와 나비·벌 등 곤충류나 조류, 그리고 뱀·용 등으로의 환생(還生)이 두드러진다.
소나 개 같은 주변의 친근한 동물에 주어지는 감정이입이라든지, 새·나비·벌 등 이른바 나는 물체에 이입시킨 영혼관, 그리고 뱀·용과 같은 교감동물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우리 민족의 자연관과 상관관계에 있음을 말한다.
재생설화를 통하여 드러나는 동물환생은 인간과 동물이 자연 속에서 하나됨을 증명하는 것으로, 일찍이 고대종교심성으로 말하면 짐승은 반드시 인간보다 하위동물이 아니고 오히려 영수(靈獸:가장 신령한 짐승) 혹은 교감동물로서 짐승이 인간보다 더 영험스러울 수가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동물환생은 원초적으로 말하면 상승이동일 수도 있었고, 후대에 이르러 형성된 죄와 벌의 상징인 동물천시의 표상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물론, 시대와 더불어 동물환생에는 두 가지 상반된 관념이 복합된다. 예를 들면, 죽어서 뱀이 되거나 뱀으로 태어났다가 선비가 되는 설화 등으로 보아서 뱀에 대한 이율배반적인 감정은 교감동물에 대한 신성감정과 죄와 벌의 상징인 천대로 어우러진 것이다.
재생설화는 이제 입사식의 흔적을 거의 담고 있지 않다. 남아 있는 것은 원초 사유와 고대 종교심성의 민족심상이다. 죽었다 살아나는 불사의 소망이 빚어놓은 민족적 이미지는 여러 형태를 이루고 있지만, 결국 그것은 고대종족의 영혼관이거나 내세관을 반증하는 지론에 지나지 못한다.
≪참고문헌≫ 變身說話의 類型分析과 原初思惟(李相日, 大東文化硏究 8, 1972), 變身說話의 先行思惟(李相日, 成均館大學校論文集 21, 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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