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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주사(將進酒辭)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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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주사(將進酒辭)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아무리 지난날을)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요점 정리

갈래 : 사설시조

작자 : 정철(鄭澈)

성격 : 낭만적, 유흥적, 허무적, 퇴폐적, 풍류적

심상 : 묘사적(북망산천의 묘사는 영상미의 극치를 보여줌)

표현 : 초장에 쓰인 수사법은 a-a-b-a형식의 반복법, 열거법, 대조법이고, 형식상 파격이 심하지만 3장의 구성 체계에서 중장이 길어지는 사설시조의 기본틀을 유지하고 있음

제재 : 술

주제 : 인생 무상과 음주 취락 권유, 술로써 인생의 무상함을 해소함

의의 : 이 시조는 국문학사상 최초의 사설 시조라고 불리는 '장진주사(將進酒辭)'라는 작품이다. <순오지>(홍만종의 시화)에 이백(李白), 이하(李賀), 두보(杜甫)의 명시인 <장진주>와 시상이 같다고 평함

출전 : <송강가사 이선본>

내용 연구

 

算(산) 노코 : 산가지를 놓고. 수를 세고

無盡無盡(무진무진) : 한없이. 끝없이

주리혀 매여 : 졸라 묶여

流蘇寶帳(유소 보장) : 곱게 꾸민 상여(喪輿)

우러 네어 : 울며 따라가거나

어욱새 : 억새풀

속새 : 속새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

덥가나무 : 떡갈나무

白楊(백양) : 버드나무

수페 : 숲에

가기곳 것거 : 가기만 하면

 

뉘 한잔 먹쟈 할고 : 인생무상에 대한 인식

 

이해와 감상

 

조선 중기에 정철(鄭澈)이 지은 사설시조. ≪송강가사 松江歌辭≫ 및 ≪문청공유사 文淸公遺詞≫에 실려 전하며, ≪청구영언≫·≪근화악부 槿花樂府≫ 등 각종 가집(歌集)에도 널리 수록되어 있다.

 

≪순오지 旬五志≫에는 이 노래가 이백(李白)·이하(李賀)의 명시인 〈장진주 將進酒〉를 본받았다 하고 두보(杜甫)의 시에서도 뜻을 취하였다 하였다. 그러나 거기에서 소재와 시상을 취하였을 뿐, 독창성과 개성이 뛰어난 작품이다.

이 노래는 ≪송강가사≫에 실려 있다는 점과 가집에 노래 제목이 붙은 채 독립적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가사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만도 없는 것이 〈장진주사〉는 평시조의 정형을 일탈하면서도 3장 구성체계라는 사설시조의 구조적 질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한다면 사설시조로 봄이 옳다.

즉, 초장(한 盞 먹새그려∼無盡無盡 먹새그려)의 음보수가 동일하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 경향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이는 시조창에서의 초장에 해당하는 것을 가곡창에서는 두 장으로 나누어 부르게 된 데서 생기는 경향이다. 또한 3장 가운데 대체로 중장(이 몸 주근 後면∼먹쟈 할고)이 길어지는 경향도 아울러 보이고 있어, 사설시조의 형식적 특성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고 하겠다.

게다가 진본(珍本) ≪청구영언 靑丘永言≫ 등의 가집에서 가곡창이나 시조창으로 연행하는 자료들 틈에 함께 소개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장진주사〉에 화답(和答)한 것으로 보이는 후대의 시조작품(空山木落 雨蕭蕭梨듸∼어즙어 昔年歌曲이 郞今調가 하노라)에서도 본 작품을 ‘가곡’이라 칭하고 있어 가곡창이나 시조창으로 불렸을 것은 더욱 확실시된다.

결국 이 노래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초·중·종장 모두 평시조의 틀에서 일탈하였으되, 중장에서 특히 길어지는 사설시조의 보편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하겠다.

〈장진주사〉는 내용의 측면에서 본다면 권주가(勸酒歌)로 분류된다. 인생이란 허무한 것이니 후회하지 말고 죽기 전에 술을 무진장 먹어 그 허무함을 잊어버리자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마찬가지라, 죽으면 술 한 잔 먹자고 할 사람이 없을 것이니, 꽃 꺾어 술잔 수를 세어가며 무진장 먹자고 한다.

초장은 반복법을 주로 사용하고 중장은 대조법과 병치법의 교묘한 조화에 의하여 표현의 묘를 살렸다. 전체적으로 암울한 분위기에 걸맞는 소재를 선택해서 인생의 허무함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절묘하게 표현하고 있다.

특히, 고사성어나 한문 조어를 피하고 우리말의 일상적 생활어를 시어로 선택함으로써 시대를 넘어서는 문학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이백의 〈장진주〉가 남성적인 호방함을 보임에 비하여 이 작품은 여성적인 우수(憂愁)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대조적이며, 서정성과 낭만성이 교차하고 있다.

≪참고문헌≫ 旬五志, 松江歌辭(星州本·李選本·關西本·別集), 鄭松江의 將進酒辭 硏究(洪在烋, 대구교육대학논문집, 1969).(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이해와 감상1

 

이 시조는 우리 나라 최초의 사설 시조로서 이백(李白)의 '장진주(將進酒)'를 연상케 한다. 전반부에서는 꽃을 꺾어서 술잔 수를 셈하는 낭만적인 태도를, 후반부에서는 무덤 주변의 삭막한 분위기를 표현하여 죽음이후의 삭막하고, 음울한 분위기가 대조적으로 제시되면서 인생 무상의 인식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죽음이나 무상감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술을 마시며 해소하고자 하는 작가의 호방한 성품과 태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이처럼 완연한 대조적 내용은 인생 무상(人生無常)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이 작품은 애주가로 이름이 높고 호방한 성격의 소유자인 송강 정철이 성품이 잘 드러난 권주가(勸酒歌)이다. 대부분의 사설시조가 작자, 연대 미상인데 반해 이 노래는 지은이와 신원이 확실한 것이 특징이다. 본문 초장의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에는 송강 정철의 호탕한 성격이 잘 드러나 있으며, 중장과 종장에서는 인간의 최대 약점인 죽음과 인생의 무상감을 강조하여 상대를 설득하려는 의도가 확연하다. 이백, 두보의 송주시(頌酒詩 - 술을 노래한 시)와 시상이 비슷하고 더러는 구절을 인용한 것도 있으나, 순 우리말로 조금도 부자연스럽거나 서투른 점이 없어 나름대로의 독특한 경지를 개척한 걸작이라 하겠다.

심화 자료

사설 시조

 

시조의 한 형식. ‘장시조’ 또는 ‘장형시조’라고도 한다.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두 구 이상에서 각각 그 자수가 10자 이상으로 늘어난 시조이다.

시조를 형식상으로 분류하면 평시조·엇시조·사설시조로 나뉘는데, 평시조는 정제(整齊)된 형식적 틀을 깨뜨리거나 규범을 벗어나는 경우가 없다.

반면 엇시조와 사설시조는 이 같은 규범에서 벗어나 있다. 그 중 사설시조는 평시조의 기본형에서 가장 벗어난 시조의 형식으로 율조의 제약을 벗어나 어조가 사설체로 되어 있고, 초장·중장·종장의 구분이 가능한 시조이다.

이 파격구(破格句)는 중장의 1·2구가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종장과 초장도 벗어나는 수가 있고 세 개 장이 각각 다 벗어날 때도 있다. 현존하는 고시조 가운데에서 약 15%의 시조가 이에 해당된다.

주제는 평시조가 양반 사대부들의 한정·애정·탈속을 내용으로 지은 것이 많은 데 반해, 사설시조에서는 자수상에 구애됨이 없이 인간생활을 사실적으로 담아내고 있는 점이 특징적이다.

현존하는 사설시조에서 작자로 나타나는 인명은 약 30여명에 지나지 않아 평시조에 비하여 작자가 후세에 알려지지 못하였다. 다만, 서리 출신들을 중심으로 하는 평민계층에서 널리 지어졌을 것으로 믿어진다.

발생시기는 명종·선조시대까지 올려보는 학설도 있으나, 통계상으로 볼 때 영조·정조시대에 지어진 것이 많아서 숙종시대로 보는 것이 옳을 듯하다.

시조 창의 한 가지로서 사설시조는 엮음시조·편시조(編時調)·주슴시조·습시조(拾時調)·좀는시조 등 많은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사설’과 같이 리듬이 모두 촘촘하다는 뜻이다.

사설이라 함은 가곡의 편(編)과 같이 장구 장단이 촘촘해지거나 시조에서와 같이 한 박자 안의 리듬이 촘촘해질 경우를 말한다. 즉, 사설의 뜻은 시조가사 자수(字數)의 많고 적음에서 온 이름이 아니고, 음악적인 리듬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가곡 중 편의 음악적인 형태와 비교되는데, 가곡의 편은 초삭대엽 (初數大葉)·농(弄)·악(樂) 등 곡의 16박 한 장단을 10박 한 장단으로 바꾸고, 단형시조와 장형시조 등 시조의 자수와 관계없이 부르게 되어 있다.

즉, 단행시조일 경우에는 가곡의 기본장단에 의하여 부르고, 장형시조일 경우에는 중장 또는 종장에서 자수가 늘어나므로 가곡 편곡조에서는 5장 중 2·3장과 5장에서 장단을 연장하는 방법에 의하여 늘어난 시조가사 자수를 소화시킨다.

그러나 사설시조(또는 편시조)에서는 시조의 자수가 아무리 늘어나더라도 평시조와 같이 본 장단 속에서 불러야 하기 때문에 한 박자 안에 2자에서 4자까지 불러야 한다. 한 박자 안에서 3·4박자씩 부르게 되면 그 리듬이 복잡하게 된다.

≪참고문헌≫ 歌曲源流, 國文學通論(張德順, 新丘文化社, 1963), 古詩歌論攷(李能雨, 宣明文化社, 1966), 時調音樂論(韓國國樂學會, 1973), 古時調文學論(秦東赫, 螢雪出版社, 1976), 韓國詩歌文學史(朴乙洙, 亞細亞文化社, 1997).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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