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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 1 /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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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산 1 / 정지용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솔이 베혀짐즉도 하이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 다람쥐도 좃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뚯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번 지고 웃고 올라 간뒤 조찰히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히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兀然)히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속 겨울 한밤내 ----   


 요점 정리

 지은이 : 정지용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율격 : 내재율

 성격 : 산문적, 서술적, 은일[세상을 피해 숨음]적, 동양적, 감각적

 어조 : 독백적 어투

 심상 : 시각적

 제재 : 장수산의 겨울 밤 풍경

 주제 : 고요하고 청정한 세계에 안주하고자 하는 동양적 세계관 /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 / 장수산의 절대 고요와 탈속의 세계에 대한 염원

 

 특징 : 산문시의 형태와 의고적 어투로 자연과 동화되어 시름을 잊고자 하는 시적 화자의 태도를 장수산 겨울 달밤을 배경으로 하여 탈속의 세계에 대한 염원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산문적인 어투를 사용하고, '쩌르렁, 희고녀, 내음새' 등 청각, 시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적 이미지를 사용하고 시적 대상을 형상화했으며, '희고녀, 이란다' 등 영탄적 어조와 의문형을 사용하여 화자의 감정을 드러내고 있으며, 의고형 어미를 사용하여 고풍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으며 산의 유장함과 동양적 정신세계를 부각시키며, 시행의 종결을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아 의식의 연 속적 흐름을 표현함.

 출전 : 文章 2호, 1939. 3

 

 

 내용 연구

벌목정정(伐木丁丁)[나무를 베는 소리가 '정정'함. '정정'은 의성어 / 한자의 음차.] 이랬거니 아람도리[아름드리] 큰솔이 베혀짐즉도[도끼로 나무를 벨 때 울리는 쩌렁쩌렁한 소리를 낼 만한 아름드리 나무가 울창한 산의 장엄함을 표현한 구절]하이[의고체로 고풍스러운 느낌을 줌]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즉도 하이[청각적 심상을 통해 오히려 장수산의 고요함을 강조] 다람쥐도 좃지 않고 뫼ㅅ새도 울지 않어 깊은산 고요[신비로울 정도로 고요한 세계]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산 속의 고요가 시적 화자의 마음 깊이 사무친다는 표현 / 청각의 촉각화] 눈과 밤이 조히[종이]보담 희고녀![눈 덮인 장수산의 밤풍경을 비교법을 사용하여 시각화시키고 있음.  / 세속과 인연을 끊은 장수산의 풍경] 달도 보름을 기달려 흰 뜻은 한밤 이골을 걸음이랸다[걷기 위한 것인가 / 보름달도 맑고 깨끗하게 비춰 화자로 하여금 산책을 나오게 함 / 우연적인 자연현상을 의도가 있는 것처럼 표현]? 웃절 중[화자에게 삶의 깨달음을 준 장수산과 이미지가 상통하는 존재로 세속적 욕망과 집착을 초극한 인물]이 여섯판에 여섯번 지고 웃고[무욕의 경지 / 자족과 여유] 올라 간뒤 조찰히[아담하고 깨끗하게] 늙은 사나히의 남긴 내음새를 줏는다[화자는 자신과 바둑을 두며 모두 지고도 웃고 올라간 늙은 중의 삶의 모습을 통해 자족과 여유, 무욕의 태도를 생각하게 되고, 삶의 태도를 배우고 따라함]?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히 심히 흔들리우노니[시름에 젖은 화자의 내면] 오오 견디랸다 차고 올연(兀然)히[홀로 우뚝하게. / 시름을 견뎌내겠다는 화자의 다짐]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절대 고요와 탈속적 공간으로 설정됨]속 겨울 한밤내[장수산의 고요함과는 대조적으로 시적 화자는 내면에서 끊임없는 갈등을 가지고 있지만, 화자는 슬픔과 꿈을 모두 장수산 속의 겨울 한밤의 적막 속에 묻어 버리려고 다짐한다. 다시 말해서 장수산의 고요를 통해 시름을 견뎌 내려는 시적 화자의 의지가 드러난 구절] ----

 

 이해와 감상

 황해남도 재령군에 있는 747m의 산으로 황해도의 금강산으로 불리우는 장수산을 세속과 단절된 순수한 공간으로 표현한 이 시는 '장수산'의 공간적, 시간적 이미지를 빌어 동양적 세계관에 동화되어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시적 화자의 정신 세계를 보여 주는 작품으로 산중의 이미지를 정밀하게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의 시적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겨울 달밤의 산중으로, 밤의 정밀과 고요는 눈 덮인 산중의 달밤을 하나의 깊은 정신적 공간으로 새롭게 형상화하고 있다. 즉, 이 작품은 고요한 자연의 정경과 깊은 내면 의식을 교묘하게 조화시켜 놓음으로써 시적 표현이 도달할 수 있는 하나의 성취를 보여 준다.

 

 이 시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시어는 '고요'함을 상징하는 '장수산'의 이미지에 있다. 장수산은 고요하고 적막하면서도 세속적 공간과 절연된 무욕의 세계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이러한 '장수산'과는 다르게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그 시름을 '장수산의 웃절 중'에게서 무욕의 삶을 발견하게 되고, 인간적 고뇌를 극복하고자 한다. 이 같은 의식적인 노력은 인간과 자연이 일체화되는 과정으로 이는 동양적 세계관의 추구라고 할 수 있으며, 화자는 슬픔과 꿈을 모두 장수산 속의 겨울 한밤의 적막 속에 묻어 버리려고 다짐한다.

 

 

 심화 자료

 

 정지용(鄭芝溶 1902-미상)

 시인. 충북 옥천(沃川) 출생.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거쳐, 일본 도시샤[同志社]대학 영문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모교의 교사, 8·15광복 후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京鄕新聞社) 편집국장을 지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순수시인이었으나, 광복 후 좌익 문학단체에 관계하다가 전향, 보도연맹(輔導聯盟)에 가입하였으며, 6·25전쟁 때 북한공산군에 끌려간 후 사망했다. 1933년 <가톨릭 청년>의 편집 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그를 시단에 등장시켰으며, 1939년 <문장(文章)>을 통해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의 청록파(靑鹿派)를 등장시켰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대상을 선명히 묘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작품으로, 시 "향수(鄕愁)", "유리창1", "비", "압천(鴨川)", "이른봄 아침", "바다" 등과, 시집 <정지용 시집>이 있다.

 

 장수산(長壽山) 2

풀도 떨지 않는 돌산이오 돌도 한덩이로 열두골을 고비고비 돌았세라 찬 하눌이 골마다 따로 씨우었고 어름이 굳이 얼어 드딤돌이 믿음즉 하이 꿩이 긔고 곰이 밟은 자옥에 나의 발도 노히노니 물소리 뀌또리처럼 직卽직卽하놋다 피락 마락하는 해耔살에 눈우에 눈이 가리어 앉다 흰시울 알에 흰시울이 눌리워 숨쉬는다 온산중 나려앉는 휙진 시울들이 다치지 안히 ! 나도 내더져 앉다 일즉이 진달래 꽃그림자에 붉었던 절벽絶壁 보이한 자리 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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