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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의 웃음과 해학을 통한 슬픔의 극복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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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의 웃음과 해학을 통한 슬픔의 극복

 

여러모로 풍부한 민속 유산을 지니고 있는 남도 땅 진도.

 

유장한 씻김굿이 있는가 하면 질펀한 들노래가 있고, 마을마다 아낙들이 지정된 장소에 모여서 노래하는 우리식 노래방이 있어 전통 시대의 노래가 아직도 이어지는 섬. 장례 풍습도 독특하여 늘 세인의 관심을 끌어왔다. 1979년에 연극으로도 올린 <다시래기>의 한 대목을 보자.

 

가상주 : 장삿집에 장사를 하지 않으면 어디서 장사를 하나?

산받이 : 무슨 장사? 뭘 팔아?

가상주 : 장삿집에서 팔 거라고는 뻔하지.

산받이 : 뻔하다니?

가상주 : (비밀 이야기 하듯이) 애비 송장을 팔아야지.

산받이 : 에끼 천하에……. 진짜 상주가 들었단 말이야!

가상주 : 그건 자네씨가 모르는 말씀이야! 내가 돈을 벌려고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아버지 값이 얼마나 나가는지 그걸 저울질해 보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렇게 해서 모은 돈으로 아버지 제사 밑천 삼고, 비석도 해드리고, 묘막도 짓고,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협조 정신을 시험해 보려는 것이니, 얼마나 효성 지극하고 건전한 장사냐 말이야?

장삿집(상가)’이니 애비 파는 장사를 해야 한다?

 

아버님 영전에 애비 송장을 판다는 것은 엄격한 유교적 관습에서 보면 놀랄 만한 일이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옛 진도의 풍습에서는 애비와 에미를 늘 장례식날 팔아왔기 때문이다.

 

다시래기는 장례식을 애비를 팔 정도로 윳기는 난장판으로 꾸미는 장례놀이다. 예부터 우리에게는 양반집에 초상이 나면, 상민을 불러다가 상여를 메게 하고 단골이 소리를 메기는 전통이 있었다. 민촌에서는 마을민 모두가 상두꾼이 되어 상여놀이를 한다. 슬픔에 잠긴 유족들을 웃게 하는 다시래기를 보노라면, 도대체 상갓집에 와 있는지, 아니면 놀이판에 와 있는지 모를 지경이다.

 

상갓집의 놀이 풍습은 진도만의 독특한 것이 아니다. 섬보다 육지 쪽이 일찍 소멸되었을 뿐, 장례와 놀이는 하나로 묶여 이어져 왔다.

- 주강현, 우리 문화의 수수께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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