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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끼전 - 자치가, 화충전(華蟲傳)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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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끼전 - 자치가, 화충전(華蟲傳)

 

앞부분의 줄거리

 

엄동설한에 장끼가 아내 까투리와 함께 자식들을 거느리고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가 콩 한 알을 발견한다. 까투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굶주린 장끼는 고집을 부려 먹으려고 한다.

 

 

까토리 하난 말이,

"그 콩 먹고 잘 된다 말은 내 먼저 말하오리다. 잔디 찰방수망(察訪首望)으로 황천 부사(黃泉府使) 제수(除授)하야 청산을 영이별(永離別) 하오리니 내 원망은 부대 마소. 고서(古書)를 볼량이면 고집불통(固執不通) 과하다가 패가 망신(敗家亡身) 몇몇인고. 천고(千古) 진시황(秦始皇)의 몹슬 고집 부소(扶蘇)의 말 듣지 않고 민심 소동(民心騷動) 사십 년에 이세(二世) 때에 실국(失國) 하고 초패왕(楚覇王)의 어린 고집 범증(范增)의 말 듣지 않다가 팔천 제자(八千弟子) 다 죽이고 무면도강동(無面渡江東)하야 자문이사(自刎而死)하야 있고, 굴삼려(屈三閭)의 옳은 말도 고집불청하다가 진무관(秦武關)에 굳이 갇혀 가련 공산(可憐空山) 삼혼(三魂)되야 강상에 우는 새 어복 충혼(魚腹忠魂) 부끄럽다. 그대 고집 과하다가 오신명(誤身命) 하오리다."

 

 

장끼란 놈 하난 말이,

"콩 먹고 다 죽을가, 고서를 볼작시면 콩 태(太)자 든이마다 오래 살고 귀히 되니라. 태고(太古)적 천황씨(天皇氏)는 일만 팔천 세를 살아 있고, 태호 복희씨(太昊伏羲氏)는 풍성이 상승(相承)하야 십오 대를 전해 있고, 한 태조(漢太祖) 당 태종(唐太宗)은 풍진 세계(風塵世界) 창업지주(創業之主) 되였으니 오곡 백곡(五穀百穀) 잡곡(雜穀) 중에 콩 태자가 제일이라. 궁팔십(窮八十) 강태공(姜太公)은 달팔십(達八十) 살아 있고, 시중천자(詩中天子) 이태백(李太白)은 기경 상천(騎鯨上天)하야 있고, 북방(北方)의 태을성(太乙星)은 별 중에 으뜸이라. 나도 이 콩 달게 먹고 태공같이 오래 살고, 태백같이 상천(上天)하야 태을 선관(太乙仙官) 되오리라."

 

 

까토리 홀로 경황(驚惶) 없이 물러서니, 장끼란 놈 거동 보소, 콩 먹으러 들어갈 제 열두 장목 펼쳐 들고 구벅구벅 고개 조아 조츰조츰 들어가서 반달 같은 혀뿌리로 드립더 꽉 찍으니 두 고패 둥글어지며 머리 우에 치난 소래 박랑사중(博浪沙中)에 저격 시황(狙擊始皇)하다가 버금 수레 마치난 듯 와지끈 뚝딱 푸드득 변통 없이 치였구나.

까토리 하난 말이.

"저런 광경 당할 줄 몰랐던가, 남자라고 여자의 말을 잘 들어도 패가(敗家)하고, 기집의 말 안 들어도 망신(亡身)하네."

까토리 거동 볼작시면, 상하 평전 자갈 밭에 자락 머리 풀어 놓고 당글당글 궁글면서 가슴 치고 일어 앉어 잔디풀을 쥐어 뜯어 애통하며, 두 발로 땅땅 굴으면서 붕성지통(崩城之痛) 극진(極盡)하니, 아홉 아달 열두 딸과 친구 벗님네도 불상타 의논하며 조문(弔問) 애곡(哀哭)하니 가련 공산 낙목천(落木天)에 우름 소래 뿐이로다.

 

 

까토리 슬픈 중에 하난 말이,

"공산 야월(空山夜月) 두견성(杜鵑聲)은 슬픈 회포(懷抱) 더욱 설다. 통감(通鑑)에 이르기를, 독약(毒藥)이 고구(苦口)나 이어병(利於病)이요, 충언(忠言)이 역이(逆耳)나 이어행(利於行)이라, 하였으니 자네도 내 말 들었시면 저런 변 당할손가, 답답하고 불상하다. 우리 양주 좋은 금실(琴瑟) 눌더러 말할소냐, 슬피 서서 통곡(痛哭)하니 눈물은 못[沼]이 되고, 한심은 풍우(風雨)된다. 가삼에 불이 붙네, 이내 평생 어이 할고."

 

장끼 거동 볼작시면 차위 밋테 업대어서,

"예라 잇년 요란하다. 후환(後患)을 미리 알면 산에 갈 이 뉘 있시리, 선(先) 미련 후 실기(後失期)라. 죽는 놈이 탈 없이 죽으랴, 사람도 죽기를 맥(脈)으로 안다 하니 나도 죽지 않겠나 맥이나 짚어 보소."

까토리 대답하고 이른 말이,

"비위맥(脾胃脈)은 끊어지고, 간맥(肝脈)은 서늘하고, 태충맥(太沖脈)은 걷어가고, 명맥(命脈)은 끊져가네. 애고 이게 웬일이요, 원수로다. 원수로다. 고집불통 원수로다."

 

 

장끼란 놈 하난 말이,

"맥은 그러하나 눈청을 살펴보소. 동자(瞳子) 부처 온전한가."

까토리 한심 쉬고 살펴보며 하난 말이

 

"인제는 속절없네. 저 편 눈에 동자 부처 첫 새벽에 떠나가고 이 편 눈에 동자 부처 지금에 떠나려고 파랑보에 봇짐 싸고 곰방대 붙여 물고 길목 버선 감발하네, 애고 애고 이내 팔자 이대지 기박(奇薄)한가, 상부(喪夫)도 자주 한다. 첫째 낭군 얻었다가 보라매에 채어가고, 둘째 낭군 얻었다가 사냥개에 물려가고, 셋째 낭군 얻었다가 살림도 채 못하고 포수에게 마저 죽고, 이번 낭군 얻어서는 금실도 좋거니와 아홉 아달 열 두 딸을 낳아 놓고 남혼 여가(男婚女嫁) 채 못 하야 구복(口腹)이 원수로 콩 하나 먹으려다 저 차위에 덜컥 치었으니 속절없이 영이별 하겠고나. 도화살(桃花煞)을 가졌난가, 상부살(喪夫煞)을 가졌난가, 이내 팔자 험악하다. 불상토다, 우리 낭군, 나이 많아 죽었난가, 병이 들어 죽었난가, 망신살(亡身煞)을 가졌든가, 고집살(固執煞)을 가졌든가, 어찌하면 살려 낼고. 앞뒤에 섰난 자녀 뉘라서 혼취(婚娶)하며, 복중(腹中)에 든 유복자(遺腹子)난 해산 구원(解産救援) 뉘라 할까. 운림 초당(雲林草堂) 너른 뜰에 백년초를 심어 두고 백년 해로(百年偕老) 하겠더니 삼 년이 못 지나서 영결종천(永訣終天) 이별초(離別草)가 되었구나, 저렇드시 좋은 풍신(風身) 언제 다시 만나 볼까, 명사 십리(明沙十里) 해당화(海棠花)야 꽃 진다 한(恨)을 마라, 너난 명년 봄이 되면 또다시 피려니와 우리 낭군 한번 가면 다시 오기 어려워라, 미망(未亡)일세, 미망일세, 이 몸이 미망일세."

한참 통곡하니 장끼란 놈 반눈 뜨고

 

 

"자네 너무 설워 마소, 상부 자진 네 가문(家門)에 장가가기 내 실수라. 이말 저말 잔말 마라, 사자(死者)난 불가부생(不可復生)이라 다시 보기 어려우니, 나를 굳이 보랴거든 명일 조반 일즉 먹고 차위 임자 따라가면 김천(金泉) 장에 걸렸거나 전주(全州) 장에 걸렸거나 청주(淸州) 장에 걸렸거나, 그렇지 아니하면 감영도(監營道)나 병영도(兵營道)나 수령도(守令道)의 관청고(官廳庫)에 걸리든지 봉물(封物) 집에 얹혔든지 삿도 밥상 오르든지 그렇지 아니하면 혼인(婚姻)집 폐백 건치(乾雉) 되리로다. 내 얼굴 못 보아 설워 말고 자네 몸 수절(守節)하야 정렬부인(貞烈夫人) 되압소서, 불상하다, 이내 신세 불상하다. 우지 마라 우지 마라 내 까토리 우지 마라. 장부 간장 다 녹난다. 네 아모리 설워하나 죽는 나만 불상하다.

 

 

장끼란 놈 기를 쓴다. 아래 곱패 벋디디고 위곱패 당기면서 버럭버럭 기를 쓰나 살 길이 전혀 없고 털만 쏙쏙 다 빠지네.

 

뒷부분의 줄거리

 

덫의 임자가 나타나 장끼를 빼어 들고 가버린 뒤 까투리는 장끼의 깃털 하나를 주워다가 장례를 치른다. 문상 왔던 갈가마귀, 부엉이, 물오리 등이 청혼하나, 까투리는 거절한다. 그러다가 까투리는 홀아비 장끼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하여 백년 해로(偕老)하다가 물속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자료 출처 : 현대문학(1955. 8), 최상수 교주(校註)

 

 

 

 

요점 정리

 

갈래 : 국문 소설, 우화 소설, 의인 소설, 판소리계 소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구성 : 위기에 해당

 

성격 : 우화적, 풍자적, 해학적

 

주제 : 조선조의 남존여비(男尊女卑)와 개가(改嫁) 금지 사상에 대한 비판과 풍자, 남성 중심 사회 제도의 풍자와 인습의 타파

 

의의 : 여자의 말이라고 까투리의 말을 무시하다가 죽은 장끼와, 장끼가 죽은 뒤 곧바로 개가한 까투리를 통하여 남존여비와 개가 금지라는 당시의 유교 도덕을 비판, 풍자한 조선 후기 국문 의인 소설이다.

 

 

줄거리 : 장끼가 아내 까투리와 함께 아홉 아들, 열두 딸을 거느리고 엄동설한에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가 콩 한 알을 발견한다. 굶주린 장끼가 먹으려 하니 까투리는 지난밤의 불길한 꿈을 말하며 먹지 말라고 말린다. 그러나 장끼는 고집을 부리며 그 콩을 먹자 덫에 치어 죽는다(自業自得). 죽으면서 아내에게 개가하지 말고 수절하여 정렬 부인이 되라고 유언한다.

 

덫의 임자가 나타나 장끼를 빼어 들고 가버린 뒤 까투리는 장끼의 깃털 하나를 주워다가 장례를 치른다. 까투리가 상부(喪夫)하였단 말을 듣고 문상왔던 갈가마귀와 물오리 등이 청혼하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러다가 문상 온 홀아비 장끼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한다.

재혼한 이들 부부는 아들딸을 모두 혼인시키고 명산대천을 구경하는 등 백년 해로(百年偕老)하다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내용 연구

 

 

잔디 찰방 : 여기서는 잔디로 덮인 무덤을 맡아 보는 사람, 잔리를 관리하는 직책

 

수망 : 관리 임용시 적어 올리는 후보자 3명(삼망) 중 첫째

 

황천부사 제수하여 : 황천에 가는 사신이 되는 것이므로 죽는다는 뜻.

 

부소 : 진(晉)의 시황제(始皇帝)의 장자(長子)

 

범증 : 초나라 항우의 모신(謀臣)

 

초패왕 : 항우

 

범증 : 초나라 항우의 모신(謀臣)으로 아부(亞父 : 아버지 다음가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흔히 임금이 공신을 존경하여 부르던 말. 중국 초(楚)나라의 항우가 범증을 존경하여 부른 데서 유래하였다.)라고 일컬었음

 

굴삼려 : 중국 전국 시대에 있었던 초의 문학가, 자는 평, 삼려는 벼슬 이름, 초회왕이 충간(忠諫)을 받아들이지 아니하므로 드디어 멱라수에 몸을 던져 죽었다.

 

범증의 말 - 자문이사하야 잇고 : 범증이 초패왕에게 한고조를 먼저 칠 것을 역설하였으나, 초패왕은 도리어 한 고조의 술책에 넘어가서 범증의 말을 따르지 않았다. 그리하여 초패왕은 한 고조에게 많은 군사를 잃고 초한의 국경인 오강으로 도주하였으나, 자기의 고향인 강동으로 건너갈 낯이 없었으므로 자결하였다.

 

진무관 : 진(秦)나라의 지명, 초회왕이 굴평의 충간(忠諫)을 받아들이지 아니하고 아들 자란의 권유로 진나라를 방문하려다가 사로잡혀 죽은 곳

 

삼혼 : 사람의 넋

 

어복충혼 : 굴원

 

오신명 : 몸과 목숨을 그르침

 

천황씨 : 중국 고대 상황의 첫째

 

복희씨 : 수인씨를 이은 임금, 팔괘를 만들었음

 

풍성 : 들리는 명성

 

한태조 : 유방

 

당태종 : 이름은 세민, 고조의 둘째 아들, 수의 말엽에 고조를 도와서 사방을 정복하고, 천하를 통일하여 명주(明主)라 일컫는다.

 

강태공 : 태공망의 속칭. 여상

 

이태백 : 당나라 현종 때의 큰 시인

 

궁팔십 - 살아 있고 : 강태공이 80이 되기까지는 위수에서 고기를 낚으며 궁합 80을 지내고, 80살에 달하고자 주문왕을 만나 군사(軍師)가 되어 현달(顯達)한 80을 살았다.

 

시중 천자 - 기경 상천하야 있고 : 태백이 채석강에서 놀다가 술이 취하여 강물에 비치는 달을 잡으려고 하다가 빠져 죽었는데, 뒷사람이 이를 미화하여 이태백은 강물의 고래를 타고 하늘에 올라갔다고 한다.

 

태을 선관 : 작위를 가지고 있는 신선

 

경황 : 놀라서 당황하여

 

 

장목 : 깃대 끝에 장식으로 단 꿩의 꽁지깃, 여기서는 꿩의 꽁지깃을 가리킴

 

조츰조츰 : 차츰차츰. 조금씩 조금씩.

 

고패 : 꿩 잡는 틀에 목을 조르게 되어 있는 쇠.

 

박랑사중 : 중국 하남성 양무현에 있는 땅 이름, 장량이 창해 역사(力士)로 하여금 한나라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진시황을 죽이고자 저격하던 곳으로 진시황은 맞지 않고 그 다음 수레를 맞히어 실패하였다.

 

버금 수레 : 다음 수레

 

변통 없이 : 어찌할 수 없이

 

붕성지통 : 성이 무너질 만큼 큰 슬픔으로 남편의 죽음을 슬피하며 우는 아내의 울음.

 

낙목천(落木天) : 나뭇잎 떨어진 빈 하늘.

 

통감 : 책 이름. 자치통감, 송의 사마광이 찬(撰). 주의 위열광에서부터 오대까지의 사실(史實)을 기록하였다.

 

양약이 고구나 이어병이요, 충언이 역이나 이어행이라 : 좋은 약이 입에는 쓰나 몸에는 이롭고 충언이 귀에는 거슬리나 행함에는 이롭다.

 

한심 : 한숨

 

 

차위 : 꿩잡는 틀

 

후실기 : 미련한 짓을 하면 나중에 좋은 때를 잃어 버리고 만다는 뜻

 

곰방대 : 짧은 담뱃대

 

태충(太衝) : 족궐음간경에 속하는 혈(穴)의 하나. 엄지발가락과 집게발가락 사이로부터 발등 위로 두 치 자리에 있다.

 

길목 버선 : 밑 없는 버선

 

남혼여가(男婚女嫁) : 아들은 장가가고, 딸은 시집 감.

 

도화살 : 난봉 나는 악기(惡氣)

 

상부살 : 과부가 되는 악기(惡氣)

 

망신살 : 욕을 당하는 악기

 

영결종천 : 죽어서 영원히 이별함

 

명사십리(明沙十里) : 아주 곱고 깨끗한 모래밭

 

붕성지통 : 성이 무너지는 고통,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우는 아내의 울음

 

감영도 : 감사 직무를 행하는 관아가 있는 곳

 

병영도 : 병마절도사가 있는 영문이 있는 고을

 

수령도 : 원이 직무를 행하는 관아가 있는 곳

 

관청고 : 수령의 음식물을 넣어 두던 광

 

봉물 : 선사로 봉하여 보내는 물건. 흔히 서울 사는 관원에게 보내는 물건에 대하여 쓰던 말.

 

폐백 : 신부가 처음으로 시부모께 뵈일 때 올리는 대초와 건치

 

정렬부인 : 정조가 곧은 부인

 

위곱패 : 꿩 잡는 틀에 목을 조르게 되어 있는 쇠.

 

 

이해와 감상

 

장끼타령은 판소리 열두마당 가운데의 하나로 일명 자치가(雌雉歌)라고도 한다. 내용은 장끼가 까투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탁첨지가 덫에 놓은 콩을 먹고 죽게 되자, 까투리는 참새·소리개와 혼담을 하다가 홀아비 장끼를 만나 재혼하고 자손이 번창하였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꾸민 것이다. 송만재의 '관우희'와 이유원의 '관극시'에 '장끼타령'이 보이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에 널리 불린 것으로 보이나, 조선 말기에 전승이 끊어져 버렸다. 정노식의 '조선창극사'에도 '장끼타령'을 판소리 열두마당으로 꼽고 있고, 헌종-고종 때 판소리 명창 한송학이 잘 부른 것으로 되어 있다. 판소리 '장끼타령' 사설이 '장끼전'·'자치가'·'화충전'이라는 이름으로 소설로 남아 있으나 판소리 사설인만큼 3·4체로 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장끼전'사설은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자치가', 김동욱의 소장의 '자치가', 서울대학교 도서관 소장의 '화충전'이 남아 있고, 일제 때의 딱지본이 있으며, 1955년 최상수가 '현대문학' 제8·9호에 교주하여 소개한 바 있다. 일제 때 판소리의 명창 김연수가 '장끼전' 사설을 가지고 소리를 붙여 '장끼타령'을 복원하여 오케 유성기판에 취입한 것이 남아 있으나 이것을 이어받은 명창이 없으며, 1970년대 박동진이 '장끼타령' 사설에 곡을 붙여 발표, 공연한 바가 있으나 이를 배운 자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장끼타령'을 알기 위해서는 '장끼전'을 알아야 한다. '장끼전'은 원래 판소리로 전승되다가 어느 때인가 창(唱)을 잃어버리고 소설로 정착된 판소리계 소설이며, 인격화된 동물에 의해 사건이 진행되는 의인 소설(擬人小說)이고, 작품 외적 세계에 대한 강한 우의적(寓意的) 기능을 갖는다는 점에서 우화 소설(寓話小說)이다. 또한, 소설화되는 과정에서 관련된 구전 설화·민요·가사 등이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의 판소리계 소설은 표면적(表面的) 주제와 이면적(裏面的) 주제를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장끼전의 경우는 그런 것 같지 않다. 이는 판소리 창으로 불려지자마자 곧바로 독서물인 소설로 넘어온 탓도 있고, 우화라는 형식적 제약 때문에 서술 단락의 체계가 독자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탓도 있다.

 

 

이 소설에 중요한 사건은 두 가지다. 첫째는 장끼가 여자의 말이라고 까투리의 말을 무시하다가 콩을 죽으려다 죽는 것이고, 둘째는 장끼가 죽은 뒤 곧바로 개가한다는 점이다. 이는 당시의 남존여비와 개가 금지라는 당시의 유교 도덕을 비판 풍자로 볼 수 있다. 양반 사회의 위선 폭로, 여권 신장, 인간의 본능적 욕구 증시라는 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작품은 모든 판소리계 소설이 그러하듯 조선 후기의 서민 의식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이러한 주제는 이본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장끼가 죽게 된 것은 자기 고집을 내세워 상황을 잘못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 원인은 장끼 부부가 힘이 약하고 가진 것이 없다는 점이다. 약하므로 항상 강자인 매와 사냥꾼에게 쫓길 수밖에 없었고, 가진 것이 없었으므로 추운 겨울에 아홉 아들과 열두 딸을 데리고 먹이를 찾아 눈 덮인 벌판을 헤맬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이 작품은 조선 후기 유랑민들의 애환을 그리고 있는 작품으로 해석할 수 있는 조선 후기 국문 의인 소설이다.

 

 

 

심화 자료

 

'장끼전'의 풍자성

장끼가 죽게 된 것은 아내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내세운 탓으로,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을 비판한 것이며, 더 근원적으로는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약자를 억누르는 사회를 비판한 것이다. 또한 이 소설의 후반부에서 남편인 장끼가 죽자 까투리는 곧 개가(改嫁)를 하는데, 이는 개가 금지라는 당시의 유교 도덕에 대한 비판과 풍자라고 볼 수도 있다.

 

판소리계 소설의 주제의 이원화

판소리 사설이 소설로 전환된 시기는 19세기경이다. 이 때에는 판소리의 내용이 확장되면서 주제가 이원화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이것은 판소리계 소설에도 그대로 들어 있다. 주제의 이원화란 판소리계 소설인 관념적인 인과론(因果論)이라 할 수 있는 주제와 현실적 합리주의라고 할 수 있는 주제를 모두 담고 있음을 말한다. 관념적인 인과론은 선(善)을 행하면 복을 받고 악을 행하면 벌을 받는다는 사고 방식에 입각하여, 인간의 운명과 행위를 이해하는 것이다. 현실적 합리주의는 현실의 경험을 중시하고 합리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다. 관념적 인과론과 현실적 합리주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 대립하는 당대의 사회상을 반영한다.

 

장끼전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1책. 국문필사본. 조선 후기의 작품으로, 장끼·까투리 등 조류(鳥類)를 의인화한 우화적 작품이다.

일명 ‘장끼젼’·‘웅치전(雄雉傳)’·‘화충전(華蟲傳)’·‘화충가(華蟲歌)’·‘화충선생전’·‘자치가(雌雉歌)’ 등이라고도 한다.

 

장끼가 아내 까투리와 함께 아홉 아들, 열두 딸을 거느리고 엄동설한에 먹을 것을 찾아 들판을 헤매다가 콩 한 알을 발견한다. 굶주린 장끼가 먹으려 하니 까투리는 지난밤의 불길한 꿈을 말하며 먹지 말라고 말린다. 그러나 장끼는 고집을 부리며 그 콩을 먹자 덫에 치어 죽는다. 죽으면서 아내에게 개가하지 말라고 유언한다.

까투리는 장끼의 깃털 하나를 주워다가 장례를 치르는데, 문상왔던 갈가마귀와 물오리 등이 청혼하지만 모두 거절한다. 그러다가 문상 온 홀아비 장끼의 청혼을 받아들여 재혼한다.

 

재혼한 이들 부부는 아들딸을 모두 혼인시키고 명산대천을 구경하다가 큰물에 들어가 조개가 된다. 〈장끼전〉은 처음에 판소리의 한마당으로 불려지다가 뒤에 소설화된 작품이다.

현재는 불리지 않으나 이유원(李裕元)의 〈관극시 觀劇詩〉와 송만재(宋晩載)의 〈관우희 觀優戱〉에 판소리 〈장끼타령〉을 듣고 읊은 내용의 글이 나타나며, 정노식(鄭魯湜)의 ≪조선창극사 朝鮮唱劇史≫에서는 판소리 12마당 중에 〈장끼타령〉을 포함시키고 있다.

 

현재 전하는 소설의 문체가 율문체로 되어 있는 데서도 그와 같은 사실이 잘 나타난다. 결국, 처음에 판소리 〈장끼타령〉으로 불리다가 그 전승이 끊어지면서 대본인 가사만이 남아 소설화된 것이다.

판소리 12마당이 6마당으로, 다시 5마당으로 축소 정리되면서 판소리 〈장끼타령〉은 완전히 소멸된 것으로 보인다. 원래 〈장끼타령〉은 헌종·고종 때의 경기태생인 한송학(韓松鶴)에 의하여 그 창법이 계승되다가, 후계자가 없어 전승이 끊겼다는 설도 있다.

 

한편, 민요에 〈까투리타령〉이 있으나 〈장끼전〉과는 내용이 다르다. 구전동요 중 〈꿩요〉가 많이 전하는데, 특히 제주도 성산지방의 〈꿩요〉는 그 내용이 〈장끼전〉의 내용과 흡사하여 상관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 밖의 〈꿩요〉들도 〈장끼전〉의 내용을 압축한 것이거나 내용의 일부를 동요화한 것이 많다.

 

〈장끼전〉은 여자의 말이라고 까투리의 말을 무시하다가 죽은 장끼와, 장끼가 죽은 뒤 장례가 끝나자 곧바로 개가한 까투리를 통하여 서민적 입장에서 남존여비와 개가금지라는 당시의 완고한 유교도덕을 비판풍자한, 조선 후기 서민의식이 반영된 작품이다.

 

그리고 양반사회의 위선을 폭로하고, 여권의 신장을 도모하여, 인간의 본능적 정욕을 중시하는 시대의식이 표출된 교훈적·풍자적 주제를 지닌 작품이다.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나손문고(舊 金東旭 소장본)에 있다.

 

≪참고문헌≫ 嘉梧樂府, 觀優戱, 朝鮮唱劇史(鄭魯湜, 朝鮮日報社, 1940), 朝鮮小說史(金台俊, 學藝社, 1939), 國文學槪說(梁濂奎, 精硏社, 1959), 장끼전에 대하여(崔常壽, 現代文學 1-9, 1958), 장끼傳硏究(高琳順, 韓國語文學硏究, 梨花女子大學校 韓國語文學會, 1958), 장끼전고(全圭泰, 한국고전문학의 이론, 正音社, 1966), 장끼전연구(洪旭, 文脈 5, 慶北大學校 國語敎育科, 1977).(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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