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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론 / 에밀 뒤르켕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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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론 / 에밀 뒤르켕

  자살은 개별적인 현상인가? 자살의 주된 요인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자살은 개인의 심리적, 경제적 고통 때문에 발생하는 개별적인 현상으로 이해되어 왔다. 즉 개인의 기질, 성격, 정신질환, 가정불화 또는 가난 등이 자살의 주된 원인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자살은 전체로 보면 그 자체가 하나의 단위로 독자적인 특성, 즉 사회적 특성을 갖는다. 자살률을 국가별 통계로 보면 그 결과가 일반인의 통념과 다르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정신질환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곳에서 오히려 자살률이 낮고 배고프고 가난하던 이전 시대에 비해 풍요로운 현대로 올수록 자살률이 보다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19세기 유럽 각국의 자세한 자살요인 통계(정신질환, 기온, 일조시간, 계절, 결혼, 직업, 종교 등과 자살의 관계를 다룬 통계)를 살펴보면 이 모든 요인을 포괄하는 독특한 실체로서의 사회적 요인을 발견할 수 있다. 즉 자살은 개인들로 구성되는 사회집단의 통합과 유대의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자살의 현상은 개인적으로 설명할 수 없으며, 한 사회의 자살의 경향은 사회적 사실로서 사회통합이라는 사회적 요인에 의해 설명할 수밖에 없다.


  사회는 단순한 개인의 집합 이상의 실체로 모든 사회현상은 사회적 사실로서 다루어져야 하며, 사회적 사실이란 개인의 단위를 초월한 행위양식, 사고방식으로서 개인에 대해 일정한 규제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회와 자살률의 관계는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우선 종교를 통해 개인이 집단생활에 긴밀히 통합되는 카톨릭 교도들 사이에는 자살률이 낮으며 반대로 개인주의적 경향이 짙은 프로테스탄트 교도를 가운데는 자살률이 높다. 또한 가족간의 친밀도가 높은 경우 자살률이 낮으며, 가족이 와해된 경우 자살률이 높다. 국가와 정치사회의 경우에 있어서도 사회 통합이 강조되고 개인의 사회생활에의 참여가 활발해지는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위기에는 오히려 자살률이 감소되고 있음을 통계자료는 입증한다. 이에 따라 자살은 개별적인 이유로 해명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사회적 요인인 사회통합도와 자살률 사이에 일정한 관계가 있고 그 관계는 밝혀져야 할 주요한 과제로 된다.


그러면 자살의 형태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기본적 유형으로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적 자살 등이 있고 이외에 숙명적 자살이 있다.


  이 중 이기적 자살은 개인의 사회에의 통합이 약화될 때 나타난다. 집합적인 힘이 개인을 규제하고 있을 때에는 개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회의 이익을 배반하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사회의 공동목표에 일차적인 중요성을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집단에서의 통합도가 약해지면 개인은 집단 또는 사회에 무관심해지고 사회적 자아를 희생시키면서 개인의 자아를 강력하게 주장하게 된다 .이같은 지나친 개인주의로 인한 자살이 이기적 자살이다.


  이와 반대로 이타적 자살은 개인의 사회에의 통합 정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여자는 그의 남편이 죽으면 의례적인 자살을 해야 한다는 인도의 전통종교의 규범적 요구나, 일본 무사들의 할복의 경우처럼 개인이 사회의 요구에 너무나 강하게 밀착되어 있어서 규범이 요구할 경우 기꺼이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것이다. 이러한 자살은 개인에게는 평온한 의무감, 열정, 용기에 의한 자살이기도 하다. 이 경우, 개인적 욕망은 사회적 요구와 구별되지 않으며 개인은 사회 속에 매몰돼 버린다. 정치적 이유 또는 종교적 이유에 의한 자살이 대부분 여기에 속한다.


  자살의 세번째 유형은 아노미적 자살이다. 아노미란 개인에 대한 사회적 교제가 붕괴되어 개인의 욕구가 공동의 규범에 의해 규제되지 못하고, 그리하여 개개인이 목표를 추구함에 있어 도덕적인 지침을 갖지 못하게 된 일종의 무규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자살형태의 예는 사업이 망해 갑자기 가난해진 대부호나, 갑자기 부자가 된 졸부의 경우 자신의 생활양식과 가치규범이 혼동되는 상태라든지, 이혼 등에 의한 결혼생활의 아노미로 발생하는 자살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아노미 상태는 급격하게 산업화되고 가치관이 전도되는 19세기 유럽의 일반적인 사회적 징후로서 당시 자살의 가장 주된 원인이기도 하다.


  자살은 이와 같이 지나친 개인화로 인해 사회통합이 약화된 경우는 물론, 사회통합이 너무 강력하여 개인화의 영역이 축소되어 버리는 경우에 모두 발생한다. 또한 사회적 변화로 인한 집합 의식 및 규범의 상실도 자살 발생의 주요 요소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사회는 자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인가? 한마디로 자살은 비정상적 상태이다. 그런데 19세기에 들어와 유럽에서 자살이 급격하게 증가한 것은 , 유럽사회가 동류성에 기초한 기계적 유대는 상실한 채 새로운 유기적 연대에 의한 사회통합을 달성하지 못한 과도기적 혼란상태였기 때문이다. 자살의 방지를 위해서는 생의 본래의 목적과 지향성의 회복, 특히 사회집단의 건전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같은 기능을 위해 정치, 종교, 가족 등은 개인화와 합리성이 강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이미 적절하지 않다. 새로운 유대의 집단 통합은 현대 사회의 경우 직업집단을 통하여, 즉 이해관계에 기초한 자발적 결사를 통하여 달성되는 것이 현실적이며, 올바른 도덕교육을 통한 도덕성의 회복 또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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