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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가(自警歌)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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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경가(自警歌)

 

명경(明鏡)에 틔 끼거든 갑 주고 닷글 줄

아희 어룬 업시 다 밋쳐 알건마는

갑 업시 닷글 명덕(明德)을 닷글 줄을 모라나다.

 

성의관(誠意館) 돌아들어 팔덕문(八德門) 바라보니

크나큰 ᄒᆞᆫ길이 넓고도 곧다마는

엇지타 진일(盡日) 행인(行人)이 오도 가도 아닌 게오

 

구인산(九仞山) 긴 솔 베혀 제세주(濟世舟)를 무어 내야

길 잃은 행인을 다 건네려 하엿더니

사공도 무상(無狀)하야 모강두(暮江頭)에 버렷나다

 

 

요점 정리

 

지은이 : 박인로

연대 : 조선 인조 때

갈래 : 연시조. 전 3수

운율 : 4음보.

성격 : 자경(스스로를 경계함), 경세적(警世的), 교훈적

구성 연시조의 형태로 총 3수로 구성되었으나 독립된 내용으로 되어 있음.

1 수 : 명덕(明德) - ‘덕’ 닦기를 게을리 하는 세태 비판(명덕을 닦지 않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 → 현실의 부정적인 면 드러냄.) - 덕 닦기를 게을리 하는 세태 비판

2 수 : 팔덕(八德) - 정도(正道)를 걷지 않는 세태 비판(팔덕에 이르는 바른 길을 가지 않는 세태) - 정도(正道)를 걷지 않는 세태 비판

3 수 : 우국(憂國) - 세상을 구제할 수 없음에 대한 탄식(혼탁한 세상을 바로잡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과 비판) - 세상을 구제할 수 없음에 대한 탄식

제재 : 덕행과 우국(憂國)

주제 : 덕행 실천에 대하여 스스로의 마음이나 행동을 경계함 / 부정적 세태에 대한 경계 / 덕행 실천에 대하여 스스로의 마음이나 행동을 경계함. / 자신의 행위와 마음가짐에 대한 경계 및 덕을 닦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

시적 화자 : 자신의 행위를 스스로 경계하고 동시에 덕을 닦지 않는[시적 상황] 세상 사람[시적 대상]들에 대한 비판 의식을 지난 나로 덕행을 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움의 태도를 보임.(세태 비판과 탄식)

표현상의 특징 :

① 대조(화자 ↔ 세상 사람들 / 명경 ↔ 명덕)를 통해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현실의 부정적인 면을 표현함.

② 비유[성의관, 팔덕문 - 유교적 이상을 의미함 / 사공 - 무능한 화자 자신을 상징함]를 통해 우리가 갖추어야 할 바른 삶을 형상화하고, 화자가 추구하는 바를 드러냄

③ 설의적 표현을 통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냄.

④ 전형적인 시조의 형식을 갖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운율감을 형성하고 있음.

의의 : 작자가 관직에서 은퇴한 후에 쓴 작품으로 수도 상문(덕행을 실천하고 글을 숭상함)하는 선비의 풍모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출전 : <노계집>

 

내용 연구

 

명경(明鏡)에 틔[먼지] 끼거든 갑 주고 닷글 줄[값을 주고 닦을 줄을]

아희 어룬[아이 어른] 업시 다 밋쳐 알건마는

갑 업시 닷글 명덕(明德)을 닷글 줄을 모라나다.[모르는구나 / 의문문 형식인 설의법을 사용하여 부정적 세태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스스로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 덕행을 멀리하는 사람에 대한 비판적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 명경과 명덕의 비유적 표현을 통해 세상의 그릇된 풍속을 교화시키고자 하고 있음.] - 덕 닦기를 게을리 하는 세태 비판

 

맑은 거울에 먼지가 끼면 값을 주고 닦을 줄을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다 알건마는

값없이 닦을 수 있는 명덕은 닦을 줄 모르는구나.

 

1수 해설 - 진정으로 닦아야 할 명덕(明德)을 닦지 않고, 명경(明鏡)에 낀 티만 닦고 있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초장, 중장)과 이에 대한 화자의 비판과 안타까움이 드러나 있다. (종장) 화자는 명경 닦기에만 열중하는 세상 사람들의 모습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자기 수양이라는 것을 모르는 답답함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성의관(誠意館)[뜻을 정성스럽게 한다는 뜻으로 이름 붙인 관문 /] 돌아들어 팔덕문(八德門)[인(仁)·의(義)·예(禮)·지(智)·충(忠)·신(信)·효(孝)·제(悌 : 공경하다)의 여덟 가지 덕(德). / ‘팔덕’은 유교의 윤리 강령. 세상 사람들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 [‘성의관 / 팔덕문’은 화자가 지향하는 유교적 이상]바라보니

크나큰 ᄒᆞᆫ길[‘길’이란 하나밖에 없으면서 바르고도 떳떳한 ‘덕행 실천의 길’의 의미로 ‘한길’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야 할 정도를 비유한 표현으로 볼 수 있음]이 넓고도 곧다마는

엇지타 진일(盡日- 온종일 / 하루 종일) 행인(行人)[덕을 실천하려는 사람]이 오도 가도 아닌 게오[‘게오’는 ‘것이오’의 축약형. / 온종일 이 길을 오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가? / 설의적 표현을 통해 덕을 닦지 않는 삶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음] - 정도(正道)를 걷지 않는 세태 비판

 

성의관을 돌아 들어가 팔덕문(八德門)을 바라보니

크고 넓은 길이 넓고도 곧다마는

어찌하여 진일(盡日) 하루 종일 행인이 오도가도 아니하는가?

 

2수 해설 - 화자의 어조를 고려할 때, ‘한길’은 우리가 걸어야 할 길로 <보기>의 ‘정도(正道)’에 해당된다. 한길을 걷는 것은 덕행을 추구하는 삶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고, 초장의 ‘성의관’, ‘팔덕문’은 ᄒᆞᆫ길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른 삶(덕을 닦는 삶)을 비유한 표현으로 볼 수 있다.(한길을 걷는 것이 덕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하듯 성의관을 거쳐 팔덕문을 지나는 것 역시 덕을 행하는 삶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1수와 마찬가지로 화자는 설의(設疑 : 의문을 내세움)를 통해 행인은 걸어야 할 한길을 걷지 않고 있는 상황을 통해 덕행을 추구하지 않는 삶, 덕을 닦지 않는 삶에 대한 비판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구인산(九仞山 - 대덕(大德)으로 비유되는 높은 산으로 ’서경‘에 나오는 산의 이름.) 긴 솔[소나무 / 동량재(棟樑材)] 베혀 제세주(濟世舟 - 세상을 구제할 배. 인간의 도리가 실현되는 세상을 만들고 싶은 작가의 포부가 담겨 있고, 세상을 바른 길로 인도하려는 의지가 나타나 있음)를 무어[만들어, 묶어] 내야

길 잃은 행인[정도를 가지 않는 사람들]을 다 건네려 하엿더니

사공[무능한 자신]도 무상(無狀)하야[변변치 못하여] 모강두(暮江頭 - 저무는 강가)에 버렷나다[자신의 정치적 포부가 좌절된 것에 대한 화자의 안타까움이 들어 있음.] - 세상을 구할 수 없음에 대한 탄식

 

구인산를 베어 세상을 구할만한 배를 묶어 만들어

길 잃은 행인을 다 건저 내려고 하였더니

사공도 변변치 못하여 저물어 가는 강가에 버렸구나.

 

3수 해설 - 초장, 중장 : 화자의 소망과 의지가 드러나 있다. 화자는 세상을 구할만한 배를 만들어 길 잃은 행인을 다 건져 내고 싶었다는 의미로 화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길 잃은 행인’은 2수에서 한길로 걷지 않는 행인과 같은 의미로 화자가 덕행을 멀리하는 사람들(1수-아희, 어룬 / 2수-행인 / 3수-행인)을 단순히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안타까움의 심정 또한 함께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종장 : ‘사공’은 무능한 자신을 각각 비유한 말로 제세의 포부가 자신의 무능 때문에 이루어지지 않음을 자탄하여 항상 마음으로 자신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제세주’를 만들고자 했던 주체는 화자이므로 ‘사공’은 제세주에 타고 있는 사람, 곧 화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초장과 중장에서 제세주로 길 잃은 행인들을 다 건져내고 싶었으나 자신의 능력이 부족해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자책과 안타까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해와 감상

 

박인로가 관직(官職)에서 은퇴한 후 은사(隱士) 시기의 작품이다. 스스로 자신의 마음이나 행동을 노래한 것으로 수도(修道) 상문(尙文)하는 유자(儒者)의 풍모를 볼 수 있다. 자경(自警)은 말 그대로 스스로 자신을 일깨운다는 내용이다. 무부(武夫)로서 젊은 시절을 보낸 작자에게 좀처럼 영달의 기회가 없었다. 의연히 관직을 박차고 수도 상문(修道尙文: 항상 학문으로 수도함)의 길을 걸었던 것이다. '아침에 도를 닦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성현의 말이 아니라 해도 인륜 대도가 정도(正道)임은 너무나 확연하나, 사람들은 사도(邪道)에만 이끌려 가는 세속이므로 이에 자손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탄탄대로의 팔덕문(八德門)이 훤하게 열려 있건만 사람들은 어디에다 정신을 팔아 하루 종일 지나는 사람이 없다는 말인가? 세속을 탓하며 경계하고자 하는 타산지석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작자는 젊은 시절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와중에서 무부(武夫)로서 보냈다. 이러한 혼탁한 시대를 구하고자 청운의 포부를 심었지만, 결국은 그러한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아 은사(隱士)로서의 세월을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자기의 능력이 미치지 못함을 자탄하며 항상 마음으로 자신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셋째 수 초장의 '긴 솔'은 동량재(棟樑材)를 말한 것이며, 종장의 '사공'은 무능한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해와 감상2

 

이 시조는 3수로 된 연시조로, <자경가(自警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은이가 자신의 마음가짐과 행위에 대한 경계를 위해 지은 것이다. 뉴교적(儒敎的)인 수양(修養)의 노래인데, 우리 인간들이 본래 지니고 있는 명덕(明德)을 닥을 것과 성의(誠意)로써 팔덕(八德), 즉 (仁)ㆍ의(義)ㆍ예(禮)ㆍ지(智)ㆍ충(忠)ㆍ신(信)ㆍ효(孝)ㆍ제(悌)에 이를 것, 그리하여 세상을 건질(濟) 것을 노래한 것이다. 제1연은 명덕(明德)을 닦으라고, 제2연은 팔덕(八德)에 이르라고, 제3연은 세상을 바로잡으라고 노래하고 있다. 박인로는 젊은 시절을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와중에서 무부(武夫)로 지내면서 혼탁한 시대를 구하고자 청운의 뜻을 품었지만, 좀처럼 영달(榮達)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자 은사(隱士)로서 수도상문(修道尙文:항상 학문으로 수도함)의 길을 걸었다. 인륜대도(人倫大道)가 정도(正道)임은 너무나 확연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므로 이에 자신을 경계하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자신을 반성할 줄 모르고 덕행을 멀리하며 사리사욕만을 추구하는 세상 사람들에게 유교적 수양을 권면하는 것이 주된 창작 의도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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