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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 / 호머 / 해설 및 줄거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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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Iliad:900 B.C) / 호머

  해설
  고대 그리스의 시성 호머의 2대 서사시의 하나로서 총 24권으로 되어 있다.
"일리아드"란 소아시아의 서북부에 있는 한 도시 일리온(트로이)의 시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시는 트로이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것은 트로이와 그리스
사이에 일어난 전쟁을 소재로 한 장편 서사시이다. 그 후속편이라 할 수 있는
"오디세이"와 함께 서양 문학 역사상 가장 오래 된 작품이며 고금을 통하여 매우
우수한 작품이다.


  이 두 서사시의 작가로 알려져 있는 호머는 음유 시인으로서 그리스의 구비
문학을 집대성하며 양대 서사시를 완성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장님이었다는
전설이 있으나 확증은 찾을 수 없다.


  소아시아 지방의 발굴에 의한 고고학의 연구 결과 "일리아드"는 작가가 그
지방의 지리적 사정에 정통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일리아드"는 무사들을 배경으로 '트로이'전쟁을 노래 부른 시이기는 하나 그
내용으로 보면 그 전쟁의 일부분을 서술한 것이다. 이 작품의 내용은 트로이
성 공략 10년이 되어가는 종결 전 51일 간에 발생한 사건이다.


  이 시는 전체가 24권 15,693행 가량의 서사시이다. 처음에는 이것이 음송
사시로 나누어져 있었으나 알렉산드리아 시대(323-146 B.C)의 문헌학자
세노드토스(335-269 B.C)가 처음으로 이것을 각 권 약 500행 내지 600행의
24권의 음송 사시로 나누어 각 권을 표시하는데 그리스 대문자 25문자를
사용하였다. 각 권의 서두에 있는 제목도 역시 이 시대에 생긴 것이며 이것이
"일리아드"로서 문자화하여 서적으로 나온 최초의 것이었다.


  "일리아드"의 가치는 가장 오래된 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야기 속에
교묘히 흐르는 인간성을 경쾌하고 활발하게 묘사한 점에 있다. 이 작품은 세계
문학 역사상 문학성 면에서도 그 가치가 뛰어날 뿐 아니라 인간성을 고양시키는
양서이다. 예를 들면 알렉산더 대왕과 같은 인물도 그의 스승인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일리아드"를 배우고 항상 애송하였으며 '황금의 함'속에
넣어 전쟁터에도 가지고 다녔다는 설이 있다. 이 작품에는 왕의 의무가 써
있다고 하여 알렉산더 대왕은 이 시를 '왕자의 서'라고 불렀다고 한다.

  작가 약전
  고대 그리스 인은 물론 18세기 말에 이르기까지 호머라는 위대한 시인이
있어서 최대의 작품 "일리아드""오디세이"를 썼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그에
대해 알려진 것은 모두 다 전설이며 사실적 가치는 없는데 그의 이름은 처음으로
철학자 크세노파네스(510 B.C)의 저서에 나타나 있다.


  어떤 학자는 호머를 실제의 인물이 아니라 기원 전 천 년경에 그리스 세계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직업적 시인의 한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오르페우스와 같은
전설의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의 결과 그는 실재의
인물이며 그 대서사시의 작가라고 보는 것이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음이 고고학
연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호머가 맹인 음유 시인이라는 설은 확실한 근거는 없으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 인해서 후에 호머의 흉상을 비롯하여 그의 대리석상은 맹인의 노인으로
되어 있고 그 중에서도 특히 유명한 것은 이탈리아의 나폴리 국민 박물관에 있는
것이다.


  고금을 통하여 서양 문학에 호머의 시만큼 인류에게 널리 영향을 준 것은
"성서"를 제외하고는 비할 것이 없으며 그 중에도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현대 문학의 원천이 되었고 세계 문학의 무진장한 보고로서 수많은 시인들이
문학적 영감과 암시를 받은 원형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단테의 "신곡" 밀턴의 "실낙원"은 이 작품의 영향을 받은 가장 훌륭한 작품을
꼽힌다. 호머는 2800여 년이 경과한 오늘에 있어서도 서양 문학의 시조로서 고대
근대를 통하여 이탈리아의 단테 영국의 셰익스피어 독일의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는 괴테와 함께 세계 4대 시성으로 꼽힌다.

  줄거리
  이 이야기는 아득한 옛날부터 그리스에서 전해 내려오는 전사들의 이야기이다.
기원전 1200년경 이 나라에는 프리아모스라는 왕이 있었다. 파리스라는 사내
아이를 낳을 때 왕비는 불길한 꿈을 꾸었다. 이번에 태어난 아들은 후에
트로이를 멸망시킬 것이라는 꿈이었다. 그래서 왕은 파리스를 낳자마자
트로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이다'라는 산 속에 버렸다. 버림받은 파리스는
다행히 양치는 사람이 주워다 길렀다. 파리스는 양치기를 하면서 가난하지만
평화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 때 신들의 세계에서는 10년 동안이나 싸움을 끌게 될 사건이었다.
아킬레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와 바다의 여신 데티스가 결혼할 때에 모든 신들이
초대받았으나 전쟁과 파멸의 신인 아레스는 제외되었다. 아레스는 대단히 노하여
신들 사이에 싸움을 붙이기 위한 계략을 꾸민다.


  "이 곳에 와 있는 여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 이것을 받으시오"
  아레스는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고 새긴 순금의 사과를 던졌다. 여신들은 이
순금의 사과를 갖고 싶었으나 누구보다는 용모가 아름다워야 했다. 그 곳에는
미모에 자신 있는 여신이 있었다. 그리스 최고의 신 제우스의 처이며 가정의
여신인 헤라, 승리와 수예의 여신 아테네, 그리고 아름다움과 사라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세 여신이었다.


  제우스는 입장이 난처해졌다. 헤라는 제우스의 처이며 아테네는 제우스가 특히
사랑하는 딸이며 아프로디테는 아름다움의 표현이며 그것을 주관하는 여신이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미인 경쟁의 심판관으로서 이다 산의 파리스를 임명하였다.
세 명의 여신들은 자기가 제일 예쁘다고 인정받고 싶어서 파리스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질투심이 강한 헤라는
  "만약 나를 선택한다면 권력과 부를 주고 아시아의 왕으로 삼겠다"
  아테네는
  "그대를 연전 연승의 영웅으로 하겠다"
  아프로디테는
  "그대에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주리라"
  세 명의 여신들은 파리스에게 이러한 조건들을 내걸었다.


  파리스는 아시아의 왕보다도 영웅보다도 세계 제일의 미인을 얻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아프로디테가 제일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심판을
내려 그 진기한 황금 사과는 이 여신의 것이 되었다. 이렇게 되고 보니
아프로디테는 자기의 약속을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간계의 여인은 헬렌이었으나 그녀는 이미 메넬라오스의 부인이었다.
여신은 호의를 보이며 먼저 파리스에게 그가 트로이의 왕자라는 신분을 밝히고
그를 트로이로 보내었다.


  마침 트로이에서는 신들을 섬기는 치성을 올리기 위하여 큰 경기가 열리고
있었으므로 파리스는 자기 재주를 실험해 보려고 여러 가지 경기에 참가하였다.
그의 재주를 따를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므로 승리의 영광은 왕의 손에서
파리스에게 수여되었다. 그 때 그의 신분과 경력이 밝혀지게 되었다. 이렇게
훌륭하게 자라난 청년이 이다 산 속에 버린 자기의 아들이었음을 알았을 때 왕과
왕비는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였으며 50명이나 되는 그들 왕자들 중에서도
파리스는 총애를 받게 되었다.


  이제 그는 목동이 아니라 훌륭한 트로이의 왕자였다. 파리스는 왕자로서 다른
그리스 도시의 왕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배를 타고 도시마다 돌아다니게 되었다.

   -발단-
  파리스는 그리스의 각지를 순회한 후 스파르타에 왔다. 이 곳에는 당시
메넬라오스라는 왕이 있었는데 왕비가 헬렌이었다. 파리스는 정중한 대우를
받았는데 그 동안 그는 아름다운 왕비 헬렌을 사랑하게 되었다. 참으로 헬렌은
세계 제일의 미인이었으나 그녀에게는 헬미온이라는 귀여운 딸까지 있었다.
파리스는 헬렌에게 사랑을 고백하자 처음에는 응하지 아니하였으나 아프로디테가
그녀의 가슴에 마귀의 힘을 넣어 그 뒤부터 파리스의 마음대로 움직이게 되어
남편과 딸을 버린 후 그와 함께 트로이로 도망쳐 버렸다.


  목숨보다도 귀하게 여기던 아름다운 아내를 빼앗긴 왕의 분노는 말할 수가
없었다. 메넬라오스는 그에게서 헬렌을 뺏아가는 자가 있다면 목숨을 내걸고
싸우겠다는 맹세까지 한 바 있었다. 그는 즉시 그리스의 맹주인 그의 형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을 찾아가서 억울한 사정을 말하고 각 도시를 돌아다니며
국민의 자랑인 헬렌을 되찾기 위해 총궐기할 것을 설복하여 트로이와 전쟁을
시작하려고 동맹군을 조직하였다. 출정군의 총대장은 만군의 용사 아트레우스의
아들이며 메넬라오스의 형인 태양의 영웅이라고까지 불리우고 있는
아가멤논이었다. 그리스 동맹군은 최고의 무장인 아킬레스 모사의 천재 오디세이
등 많은 영웅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신의 세계에서도 이 유명한 전쟁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으므로 두 파로
갈리게 되었다. 아프로디테는 물론 트로이 편이었으나 이에 반하여 헤라와
아테네 여신은 파리스에게서 그들의 아름다움이 무시되었기 때문에 파리스의
고향인 트로이와 그의 족속들을 미워하였다. 그러나 대신 제우스는 파리스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를 사랑하고 있었으나 예지의 신 아폴론과 함께 공정의
지위를 밝히기 위하여 중립을 지키고 때로는 그리스 편이 되고 또한 트로이 편이
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신들은 그리스 군이 잘 참고 그들 편에서 전쟁을 중지하지 않는 한
결국은 트로이가 패할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10년 동안의
전세는 그렇게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스의 군세는 도처에서 구름과 같이 모여들었다. 10만의 정병을 실은
1186척의 군함은 트로이를 향하여 용의 행렬과도 같이 출발하였다. 그리스 군이
트로이에 도착하자 메넬라오스와 오디세이가 사자가 되어 트로이 성에 가서
헬렌의 반환을 교섭 하였으나 파리스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드디어 양군은
싸움을 시작했다. 그리스의 대군은 트로이의 성벽 가까이 진을 치고 밤 낮을
가리지 않고 공격을 계속하였다. 트로이 군도 이에 대비하여 부근의 각국들과
동맹을 맺고 성벽을 단단히 방비하였다. 그러나 트로이 군은 그리스 용사
아킬레스의 불패의 무용에 공포를 느끼고 거의 성 밖으로 나오려고도 안했다.
전쟁은 일승 일패로 결정을 못하고 9년의 세월을 끌고 있었다.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의 9년째에 전리품 분배에 대하여 아가멤논과
아킬레스와 일어난 분쟁으로부터 시작하여 트로이의 용사 헥토르의 전사와
매장까지 51일 간에 발생된 사건의 기록이다. 위의 내용은 "일리아드"에는 있지
않으나 일리아드의 배경이고 "일리아드"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 동안 그리스 군은 이웃 나라에 동맹을 구하고 많은 도시를 점령하여 백성을
살해하고 부녀들은 노예로 잡아 왔으며 많은 양식을 약탈하였으나 트로이 성은
함락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 때 그리스 군에 무서운 유행병에 죽어 넘어지는
병사가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 이것은 예지의 신 아폴론의 분노였다. 어느
날 그리스 군은 크라시를 약탈하고 여러 부녀자들을 각각 나누어 갖게 되었다.
총대장 아가멤논은 아폴론을 모시는 사제의 딸 크라시스라는 미소녀를 자기의
노예로 하고 살고 있었다.


  사제는 사랑하는 딸의 자유를 찾기 위하여 법복을 입고 막대한 몸 대금을
가지고 와서 아가멤논에게 딸의 해방을 애원하였다. 그러나 크라시스의
아름다움에 정신을 빼앗긴 아가멤논은 사제가 무릎을 꿇고 탄원함도 들은 체 만
체 그에게 도리어 모욕을 주어 쫓아 보내었다. 사제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아폴론 신에게 복수를 빌었다. 어두운 밤의 장막은 지상에 내렸다. 아폴론이
노사제의 탄원을 듣고 그리스 군 위로 은으로 된 활로 화살을 무수히 당기어
쏘았다. 이 죽음의 화살은 무서운 역병으로 변하여 많은 사람과 말의 목숨을
앗아갔다. 9일 간이나 그리스 군은 아폴론의 뜻대로 죽어 갔으며 시체를 태우는
검은 연기는 바다 위를 덮었다.


  이 재화의 대책을 강구하려고 전군의 참모 회의를 열자 그 석상에서 예언자
칼카스에게 역병의 원인을 밝히기를 재촉했다.
  "이것은 틀림없는 아폴론 신의 분노이다"
  그리스 군 제일의 영웅인 아킬레스는 아가멤논에게 단호히 말했다.
  "대장! 그리스 군을 아폴론 신의 노여움에서 구하기 위하여 크라시스를 그의
아버지에게 돌려 보내시오.  우리들은 그 배상으로 다음 약탈에서  최상의 전리품

대장께 올리겠습니다"
  아가멤논은 아킬레스의 말이 몹시 볼쾌했다.
  "아킬레스 그대는 프리세우스라는 아름다운 포로를 단단히 간직하게 이
아가멤논이 그대의 왕이라는 것을 알게 하여 주지 그리고 크라시스를 그 늙은
사제에게 돌려 보내 주리라"
  프리세우스를 빼앗겠다는 아가멤논의 말에 아킬레스는 열화와 같이 분노하여
칼자루를 잡고 아가멤논에게 덤벼들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이 때 여신 아테네가
돌연 그에게만 보이게 나타나서 그의 손을 붙잡았다.


  여신에게 만류를 당하여 빼려던 칼을 다시 칼집에 꽂아 넣었으나 그는 분함을
참지 못하고 아가멤논을 향해 퍼부었다.


  "철면피 너는 개의 얼굴을 가진 비겁한 사슴이다. 한 번도 전리품을 위해서
무사답게 싸운 일도 없이 우리들이 목숨을 걸고 얻은 물품을 빼앗으려고 위협을
하려고 하지 여기 모인 무인들도 너를 따라 비겁한 자가 될까 두렵다. 그리고
나는 단언한다. 이 아킬레스가 돌아간 뒤에는 그리스의 병사들은 저 무서운
헥토르의 칼날 아래 시체의 산을 쌓을 것이다. 그 때 너는 제일의 영웅을
업신여긴 것을 후회하겠지만 때는 이미 늦으리라"


  그는 장군의 표시인 황금의 지팡이를 땅에 내동댕이 치고 자기의 진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하여 아름다운 크라시스는 아폴론에게 바치기 위한 백
마리의 짐승과 함께 한 척의 전함에 태워서 돌려 보내 주었다. 이윽고
아가멤논은 부하에게 명령하여 아킬레스의 진으로 프리세우스를 탈취하러
보냈다. 아킬레스는
  "여러 사자들 매우 수고하였다. 그대들에게는 하등의 죄가 없으나 다만
아름다운 프리세우스를 빼앗으려고 그대들을 보낸 아가멤논 한 사람에게만 죄가
있는 것이다. 그녀를 데려가게. 그러나 아가멤논이 파멸에 빠져 자기를 구원하려
나의 도움을 바랄지라도 나는 앞으로 어떠한 원조도 않겠다고 아가멤논에게
말하여 주게" 하고 그는 사자들에게 말하였다. 사자들은 아킬레스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프리세우스를 데리고 가버렸다. 그는 홀로 남아 회색빛 바닷가에 서서
소리 높여 울었다. 바다의 왕의 딸이며 아킬레스의 어머니인 은빛을 가진 바다의
신인 데티스는 아들의 울음 소리를 듣고 안개와 같이 바닷속으로 떠올라왔다.
  "이렇게도 슬픔을 당하게 할 줄 알았으면 나는 차라리 너를 낳지 않았으리라"
  바다의 여신 데티스는 그의 슬프고 아픈 이야기를 듣는다. 데티스 여신은
단명을 운명으로 태어난 아킬레스를 낳자 불사의 강에 적시어 창이 그의 몸을
뚫지 못하게 했으나 단 한 군데 여신의 손에 잡혔던 곳만은 강물에 젖지
않았으므로 발뒤꿈치에 급소를 갖게 되었다. 여신은 이미 아킬레스가 트로이
전쟁에 나가면 전사할 것이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그를 다른 나라 임금에게 숨겨
두었다. 그러나 지혜가 많은 오디세이에게 발견되어 이 전쟁에 참가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들의 이야기를 듣고 분노한 데티스 여신은 올림포스 산정의 제우스에게 가서
아들을 위한 복수를 탄원하였다.


  "짧은 목숨을 타고 땅 위에 태어난 인간이 된 나의 아들에게 명예를 돌리고
아가멤논을 징계하기 위하여 아킬레스가 칼을 잡고 일어설 때까지는 트로이에게
승리를 주시오"


  제우스는 여신의 탄원을 듣고 그의 청을 들어 주리라 약속한다. 그 때서야
바다의 여신 데티스는 푸른 바다를 헤치고 그녀의 아버지인 바다의 신이 있는
궁정으로 돌아갔다.

 

제우스 신은 어떻게 하면 이 전쟁이 아킬레스에 의해 승리하여 아킬레스에게
영광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아가멤논에게 꿈을 꾸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무기를 들고 일어서라 반드시 승리는 너의 것이리라'


  꿈의 전갈을 받은 아가멤논은 대단히 기뻐하고 전군의 장사를 소집하여 간밤에
제우스 신의 꿈 이야기를 한 후 회의를 열었다. 이 때 오디세이는 의심스러운
생각을 품었으나 여신 아테네의 보호를 받아 용기를 얻어 동요하고 있는
장졸들을 진정시키면서 엄연히 한 자리의 연설을 하였다.


  "우리 군사들은 긴 전쟁에 피로하여 그저 귀국할 것만을 원하고 있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우리가 오랫동안 싸우고 이제 빈 손으로 귀향한다면 이 이상
수치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 군사들아 용감히 싸워라! 이제 트로이는
우리의 수중에 들어올 것이다. 여러 용사들도 잊지 아니하였으리라! 우리들이
고향을 떠나서 배로 출발하려 할 때의 그 무섭고도 믿음직한 전조를
잊어버렸는가? 맑은 샘물이 솟아오르는 나무 아래에서 여러 신들에게 재물을
올리고 있을 때에 피에 아롱진 한 마리의 뱀이 사당 밑에서 기어나와 나무 위로
올라갔었다. 나무 꼭대기에 둥우리가 있었는데 그 속에는 여덟 마리의 어여뿐
새끼가 어미 새의 따뜻한 날개 밑에 안기어 있었으나 한 마리 한 마리 애처러운
소리를 지르면서 뱀에게 먹히고 말았다. 어미 새는 새끼 위에 날개를 치면서
슬피 울며 부르고 있었는데 뱀은 그것마저 날쌔게 잡아 긴 몸으로 휘감아 죽여
버렸다. 그리고 신은 이 전조의 진실함을 표시하기 위하여 그 뱀을 돌로 변하게
하였다. 이 전조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의 예언자 칼카스는 이 전조의
뜻을 우리에게 알려 주었다. 아홉 마리의 참새는 9년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트로이와 싸우려면 10년째 되어야 비로소 승리할 수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제야 그 10년째가 된 것이다. 우리들은 끝까지 이곳에 머물러 트로이 성을
함락시키지 않겠는가!"


  그리스 장사들은 오디세이의 이 말에 힘을 얻어 환호성을 울렸다. 그 소리는
바다에 떠 있는 군선에 부딪쳐 멀리 울려 나갔다. 이리하여 그리스 군대는
기다란 열을 짓고 백조와도 같이 또한 학과도 같이 떼를 지어서 전진하였다.
그러나 대신의 고함은 거짓이었다. 실은 제우스는 그리스 군을 징벌하기 위하여
거짓의 꿈을 보내어 그리스 군을 급작스레 유인하였던 것이다. 그리스 군의
내습을 보자 트로이 군도 진군하여 양군은 서로 대치하였다. 트로이 쪽에서는
메넬라오스에게서 헬렌을 빼앗은 파리스가 걸어나왔다. 신과 같이 아름다웠고
또한 엄숙한 그는 어깨로부터 호랑이 가죽을 두르고 있었다. 구불어진 활과 칼을
차고 두 개의 날이 붙은 청동의 창을 휘두르며 나와서 그리스군의 장군들을
향하여 용감한 대장과의 대전으로써 이 전쟁의 승부를 결정 짓자고 제의하였다.
그가 교만스럽게 나타난 것을 본 메넬라오스는 마치 먹이가 되려고 나오는
커다란 사슴을 보고 기뻐 날뛰는 사자와도 같았다. 이 때 파리스는 메넬라오스가
나오자 겁을 집어먹어 그를 피하려 하였으나 헥토르의 꾸지람을 듣고 단념하고
머물게 되었으며 두 사람의 일대 일의 결투로 승리한 자가 헬렌을 아내로 할
것과 진 사람은 승리자에게 평화를 맹세할 것을 약속하였다.


  트로이의 성벽 위에는 노왕 프리아모스를 위시한 원로들 그리고 헬렌도
지켜보고 있었다. 헬렌은 왕궁에서 커다란 베틀에 앉아 보라빛 실로 트로이와
그리스의 전쟁화를 짠 후 잠시 낮잠을 자고 있었다. 여신 헤라는 그녀의 꿈에
사자를 보내어 고향과 남편이었던 메넬라오스와 딸이 그리워 못 견디게
하였으므로 두 군사의 진에까지 나온 것이었다. 늙은 무사들은 아름답게 단장한
헬렌을 보고 비웃으며


  "그리스와 트로이의 두 나라 사람들의 수많은 생명을 바쳐가며 싸우고 있는
것은 저 한 사람의 계집 때문이다. 그녀가 이 곳에 머물러 있으면 우리들뿐
아니라 우리의 자손에까지 화근을 물려 주게 될 것이니 하루 빨리 그리스로
돌아가 주는 것이 얼마나 행복스러운 일일까"


  이 때 두 용사는 두 개의 돌을 청동의 투구에 넣어 흔들었다. 파리스라고 정한
돌이 먼저 나왔으므로 그는 먼저 메넬라오스를 향하여 던졌다. 그의 창은
메넬라오스의 방패를 때렸으나 방패가 두터워서 뚫지 못하고 그만 튕겨 나왔다.
다음 메넬라오스는 무서운 창을 던졌다. 그 창은 파리스의 빛나는 방패를 통하고
눈부신 갑옷을 뚫고 속에 입은 옷을 찢고 그의 무릎에 박히었다. 그러나 그가
교묘하게 몸을 피하였기 때문에 생명만은 무사하였다. 메넬라오스는 힘에 넘쳐
칼을 빼들고 그를 받아쳤다. 파리스의 투구는 산산히 깨어졌으나 동시에 상대의
칼도 네 도막으로 부러졌다. 그러자 메넬라오스는 분노를 참지 못하여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덤벼들어 파리스의 관모를 잡고 그리스 진영으로 끌고 갔다.
  파리스가 위태롭게 된 이 때 이 모양을 보고 있던 그의 수호신 아프로디테는
그가 기절할 뻔한 투구의 가죽끈을 끊었으므로 투구만이 메넬라오스의 손에 남게
되었다. 그 틈에 여신은 짙은 안개를 퍼뜨려 파리스를 덥석 안아 성내로 데려가
버렸다. 전쟁은 트로이의 한 용사가 일으킨 사고로 인하여 협정은 파기되고 더욱
싸움은 격심하게 계속 되었다.


  양군은 잠시 휴전 상태에 빠지게 되었는데 그 사이를 이용하여 전사자의
시체를 높이 쌓아 놓고 불살라 장사 지내었다. 이 때에 트로이 성내에서는
회의를 열었다. 그리스 군이 다시 공격하여 오면 도저히 승산이 없으니 아름다운
헬렌을 재물과 함께 희랍군에 돌려보내자는 의론이 점점 높아 갔다. 그러나
파리스는 듣지 아니하였다. 다음 날이 되어 지상에 황금색의 햇빛이 비칠 때
제우스는 여러 신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제신이여, 여신이여, 모두 들으라. 내가 그대들에게 전할 말이 있으니
트로이고 그리스고 돕고자 하는 신이 있다면 매우 불행하게 죽으리니, 나
제우스가 선언하노라. 신이건, 인간이건, 나보다 강한자는 없으니"
  이렇게 여러 신들을 위협하고 황금의 갑옷에 몸을 꾸민 후 전차에 올랐다.
전차에는 청동의 말굽을 박은 나르는 준마가 황금색 꼬리를 툭툭 치면서 매어
있었다. 대신은 황금의 채찍을 들어 때렸다. 말은 번개와 같이 빛나면서 땅과
별의 사이를 이다 산 꼭대기까지 높이높이 말을 몰아 오른 후 야수들의 어머니의
품인 이다 산의 샘이 흐르는 곳에 다다랐다. 여기 성스러운 곳에 그의 신전이
있다. 제우스는 산정에 홀로 앉아 그 아래의 평원에서 마치 장난감과도 같이
싸우고 있는 양군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날 양군은 아침 일찍부터 싸우고 있었는데 창검이 서리 같이 빛나며 화살
소리는 쉴 새 없이 요란하였다. 이리하여 아침의 공기는 고통과 노여움 패배와
승리의 고함 소리로 떨리었다. 아름다운 대지에는 죽은 사람 이제 죽으려는
사람들의 붉은 피가 강물을 이루어 흘렀다. 정오가 되자 제우스 신은 산장의
옥좌로부터 황금의 저울을 끄집어 내어 그 위에 두 개의 죽음의 추를 놓았다.
하나는 그리스 인의 것이고 하나는 트로이 인의 것이었다. 그리스 인의 죽음의
추가 점점 내려갔다. 이 때 제우스는 눈부신 번개를 놓았다. 그 빛에 의하여
양군의 사람들은 제우스와 저울을 보았다. 그리스 인들은 자기의 추가 내려간
것을 보고 대경 실색하였다. 드디어 그리스 군은 패하게 되었다. 도망하는 그들을
향하여 트로이 군은 소낙비처럼 많은 창을 던졌다.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는
득의양양하여 부르짖었다.

  -경과-
  이리하여 전세는 트로이가 유리하였으나 밤이 되었으므로 트로이 군은 함성을
울리며 성내로 돌아가 버렸다. 그리스 군은 오늘의 패전을 염려한 나머지 군의
평정 회의를 열었다. 아가멤논은 먼저 무엇을 말하려고 일어섰으나 눈물이 먼저
그의 뺨에 흘렀다. 마치 푸른 강물이 햇빛을 한번도 보지 못한 암흑의 골짜기
속으로 흘러내리는 것 같은 눈물이었다.


  "우리들은 제우스의 미움을 받고 있다. 이제는 배를 돌려 귀국할 길밖에 없다"
  이 때 무사 네스토르는 용사 중의 용사 아킬레스를 불러 내어 다시 한 번
그리스 군을 위하여 싸우게 하면 트로이는 반드시 함락될 것이라고 말하였다.
  "내가 감정에 치우쳐 아킬레스에게 모욕을 주고 그로부터 아름다운
프리세우스를 빼앗고 아킬레스를 떠나도록 한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처사였다.
나는 이제 아킬레스에게 막대한 황금과 훌륭한 말과 바느질 잘하는 일곱 명의
아름다운 노예를 보내고 프리세우스도 돌려 보내 주겠다. 맹세하건대 나는
그녀와 동침하지 않았으며 그녀를 희롱하지도 않았다. 나는 아킬레스가 트로이
성을 함락하면 전리품 중 가장 좋은 것은 물론 나의 딸도 그에게 주겠다"
  이렇게 말하고 아킬레스에게 사자를 보내게 되었다. 참전하여 사죄사로서는
제우스의 총애를 받고 있는 피닉스와 거인 아이아스 그리고 지혜로운
오디세이였다. 세 사람이 아킬레스 영지에 가까이 왔을 때 그는 거문고를 타면서
무용담을 노래하고 있었다. 그는 그들이 찾아온 것을 대단히 기뻐하였으나
그들이 온 사명을 말하고 그리스의 운명을 위하여 참전할 것을 바라고 원하자
그는 단호히 거절하고 말았다.


  "나는 아가멤논을 원망하고 있소. 그는 사리 사욕을 채우는 욕심에 가득한
사람이니 왕으로서 권위와 자비가 부족한 사람이오. 도대체 나는 이 싸움이
무의미하게만 생각되오. 나는 명예도 필요없고 더 큰 부도 필요없으니 그저
평범히 살아가고 싶소. 그러니 아가멤논에게 전해 주시오. 트로이 군이 나의
진영으로까지 쳐들어 와서 불을 질러 배를 사르려 하기까지는 나는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그러나 그 날이 오면 트로이의 세력을 나의
힘으로 억누르고 트로이 성을 함락시켜 보이겠다고"
  그의 말에 사자들은 실망하고 돌아가서 이 말을 전하였다


  밤은 지나갔다. 붉은 해가 동편 바다 위에서 떠올랐을 때에는 격심한 전투가
시작되고 있었다. 격전에 격전을 거듭하여 승하고 패하고 양군의 용사들은
이날 용감한 무훈을 많이 세웠다. 아가멤논도 용감하게 싸웠다. 그러나 제우스
신이 그를 도와 주지 않으니 그리스 군의 용사들은 연속하여 상처를 입고
거꾸러졌으며 낮에는 벌써 패군하게 되었다. 트로이 군은 그리스 인들이 쌓은
성벽을 향하여 올라갔다. 위에서는 우박과 같은 큰 돌을 던져서 수없이 쓰러지는
데도 창을 든 채 흉벽 사이까지 올라갔다. 성문 앞에는 두 사람의 힘으로도
움직이지 어려운 바위가 있는 것을 헥토르는 한 손으로 쳐들어 이중으로 된
성문을 쳤다. 이 거대하고 완고한 문이 부러져 뒤로 넘어졌다.


  눈에 불을 뿜으며 헥토르는 성 안으로 들어갔다. 그의 돌진을 보고는 신이
아닌 이상 어떤 사람도 감히 대적할 수 없어 보였다. 트로이 군은 그의 뒤를
따라 무서운 홍수와 같이 돌입하였다. 그리스 군은 방비할 수가 없어서 바다까지
쫓겨가 배안으로 도망쳤다. 단지 거인 아이아스만이 해변가에서 발을 버티고
싸웠으며 뒤따라 전사를 각오한 사람들만이 그 주위에 남아 조국과 명예를
위하여 용감히 싸웠다. 헥토르는 미친 사자와도 같이 무섭게 싸워 승리를
거듭하였다. 그가 지나간 길에는 전사한 그리스 인의 시체가 산과 같이 쌓여
있었다. 죽어가는 사람들의 부르짖음이 싸우는 자의 소리와 합하여 처참하였다.
수많은 명장들의 눈도 죽음의 밤처럼 어둡게 잠겨 있었다. 그리스 군의 총대장
아가멤논은 퇴각을 명령하였다. 오디세이와 디오메데스는 그의 비겁함을
지적하며 물러설 수 없다고 강경히 버텼다. 그러나 아가멤논도 자기의 비겁함을
부끄럽게 느끼고 그들과 함께 다시 전쟁터로 돌아왔다. 그리스의 연속되는
패배를 본 헤라는 제우스 몰래 포세이돈과 계략을 세웠다. 헤라가 제우스를
유혹하여 그리스 군을 도와 주도록 이를 본 제우스는 자신이 헤라의 계략에
말려든 것을 깨달았다. 헥토르는 그리스의 영웅 아이아스가 던진 커다란 돌에
맞아 시커먼 피를 토하고 벼락에 맞은 나무처럼 쓰러졌다. 여기서 형세는
역전하여 그리스 군은 군세를 회복하였다. 쓰러진 헥토르는 제우스가 보낸
부하들의 구원을 받아 전선으로부터 불려갔으나 아주 위험한 상태였다. 제우스의
명을 받은 아폴론 신이 황급히 내려와서 사라지려는 그의 몸과 마음에 용기를
불어 넣었다. 헥토르는 분연히 일어서며 이전의 십 배되는 힘을 갖게 되어
전선에 다시 나왔다. 그가 향하는 곳이면 그리스 군들은 놀랄 사이도 없이
쓰러져 넘어갔다.


  이것을 본 아킬레스의 친구인 파트로클로스는 탄식하며 말했다.
  "아킬레스를 내세울 때가 왔다. 나는 곧 그가 있는 곳으로 가야 하겠다"
  아킬레스에게로 가서 그리스 군의 위기를 구해 줄 것을 청하였다.
  아킬레스는 그리스 군의 패색을 보고 그대로 있을 수는 없었으나 그렇다고 곧
자기가 전쟁이 나갈 수도 없어서 파트로클로스에게
  "나는 적장 헥토르가 침입하여 들어와서 나의 군함을 불사를 때까지는 전쟁에
나가지 않겠다. 그러나 자네는 나의 갑옷을 입고 나의 부하를 거느리고
아킬레스로 가장하여 싸워 주게" 하고 대답하였다. 그가 이렇게 여유 있게
생각하고 있을 동안에 그리스 군이 기대하고 있던 아이아스의 힘도 점점
쇠약해져서 트로이 군은 벌써 그리스의 군선에 뛰어 올라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불을 놓기 시작하였다.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스의 갑옷을 입고
은으로 만든 커다란 칼을 차고 두 개의 억센 창을 들고 아킬레스의 두 바퀴
전차에 뛰어 올랐다. 이 때에 마치 길가에 벌집을 지었던 말벌의 데가 돌에 맞아
일시에 날아와 돌 던진 아이를 쏘려는 듯이 이제 그리스의 군사들은 배 안에서
뛰어내려 전쟁터로 돌진하였다. 아킬레스는 홀로 남아서 제우스에게 재물을
올리고 전승을 빌었다. 파트로클로스의 칼에 적의 용사가 찔려 넘어졌다.
  "아킬레스가 진두에 섰다"
  그리스 군은 갑자기 용기 백배하여 트로이 군에게 대적하였다. 아킬레스의
빛나는 갑옷과 전차를 보았을 때 트로이 군사들은 모두 전율하여 감히 대적하는
자가 없었다.


  적은 배 안에서 쫓겨나고 불은 꺼졌으며 파트로클로스는 잠시 동안에 군세를
회복시키어 용감한 헥토르까지도 성벽까지 밀어부쳤다. 파트로클로스는 수많은
적을 학살하고 아킬레스의 충고도 듣지 않고 너무 깊이 적중으로 뚫고 들어갔을
때 제우스의 아들이며 트로이의 용사인 살페돈이 용감하게 저항하여 왔다. 그가
던진 창은 파트로클로스의 명마 페다솟스에 박히었다. 살페돈이 다시 던진 창은
파트로클로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음에 파트로클로스가 던진 창은
살페돈의 가슴을 뚫었다. 살페돈은 도끼에 맞아 넘어지는 나무와도 같이 땅 위로
넘어졌다. 그는 자기의 시체가 적의 손에 넘어가지 않도록 부탁하며 숨을
거두었다. 그리스 군은 그의 갑옷을 벗겨 버렸으니 제우스는 아폴론을 시켜 그의
시체를 탈취하여 쌍둥이 형제인 죽음의 신과 수면의 신에게 뒤처리를
부탁하였다. 죽음과 수면의 신은 이 시체를 살페돈의 고향인 리기아로 옮겨 그
곳에서 장례를 지내게 하였다.


  많은 용사를 죽인 파트로클로스는 점점 대담해졌다. 그는 용감하게 세 번이나
돌격을 감행하여 드디어 트로이의 성벽 위로 넘어가려고 했다. 이것을 본 아폴론
신은 세 번이나 그를 밀어 떨어트렸다. 이 때에 헥토르는 전차를 타고 그에게로
왔다. 파트로클로스도 전차에서 뛰어내려 모진 큰 돌을 내던졌다. 돌은 헥토르
전차의 마부에게 맞아 힘없이 지상에 거꾸러졌다. 헥토르도 전차에서 내려와
싸웠다. 해가 저물 무렵에 그리스 군의 승리로 돌아갈 것 같았다. 네 번째의
돌격에서는 아폴론 신은 노기를 띠고 파트로클로스에게 말했다.


  "너는 신을 향하여 싸우려느냐?"
  아폴론은 짙은 안개를 사방에 뿌려 몸을 감춘 후 그에게 가까이 와서 어깨를
몹시 쳤다.


  파트로클로스가 쓰러진 것을 보자 헥토르는 달려와 그의 옆구리를 청동 창으로
찔렀다. 전투는 파트로클로스가 죽기 전부터 격심했으나 그가 전사한 후에도
더욱 치열한 양상을 더해갔다. 헥토르는 파트로클로스의 시체에서 아킬레스의
갑옷을 벗겨 갔다. 트로이 군사들은 시체를 끌고 돌아가려 했으나 이 때
파트로클로스의 시체를 애워싸고 쟁탈전이 처참히 벌어졌다. 이것을 본 제우스
신은 온 하늘에 검은 구름을 덮고 번개를 내리치며 천둥 소리로 천지를 진동하게
하였다. 그러나 시체만은 트로이 군의 추격을 받아가면서 겨우 그리스 군이
탈환하였다. 파트로클로스의 전사 소식을 들은 아킬레스는 그만 울부짖으며
통곡하였다. 그의 분노는 절정에 달하였다. 친구가 살해당했다는 것뿐이
아니었다. 자기의 갑옷도 빼앗긴 것이다. 그리스인들에게 있어서는 갑옷을
빼앗겼다는 것은 죽음보다 더한 수치였다. 아킬레스는 아가멤논과의 불화도
흘려 버리고 헥토르를 죽이고 이 전쟁을 그리스의 승리로 이끌고 트로이 성을
점령하고자 마음먹었다. 무거운 그의 한숨 소리는 푸른 바다밑 궁전 속에
앉아 있는 어머니인 데티스 여신의 귀에까지 전달되었다  데티스 신은 곧 푸른
파도를 헤치고 아킬레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아들이 전사한 친구의 모양을
말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헥토르는 너의 갑옷을 가지고 오랫동안 자랑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죽음의 신은 그에게로 가고 있다. 내가 이제 새로운 갑옷을 가지고 올 때까지
너는 싸움터에 나가지 말아라"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토스의 궁정에서는 밤새도록 불을 이루어 청동과 금은을
녹여 훌륭한 갑옷을 만들고 있었다. 솜씨를 다한 훌륭한 방패와 불길보다도 더
빛나는 갑옷과 금테를 단 투구도 완성되었다. 아킬레스는 투구와 갑옷의
훌륭함에 경탄하여 충직한 친구를 잃은 슬픈 마음을 달랠 수 있었다.

   -경과-


  훌륭한 갑옷을 입은 아킬레스가 소리쳤다
  "전쟁터로! 전쟁터로!"
  그의 우렁찬 소리를 듣고 중병자들까지도 용기를 받고 일어섰다. 이제
아킬레스가 총대장이 되어 그리스 군은 싸움에 굶주린 것처럼 넓은 들판에 나가
트로이 군과 싸웠다. 맹렬한 불길이 강풍의 힘에 의해 숲을 태우듯이 아킬레스는
분노의 불길에 휩싸여 트로이의 진중을 휩쓸었다.


  아킬레스가 참전하여 양군이 전열을 정비할 때 제우스 신은 신들을 소집했다.
  "신들이여 내가 그대들을 부른 까닭을 아는지 나는 이처럼 살육으로 들끓는
전쟁이 걱정스럽소 나는 이제 올림포스 산정에서 저들의 싸움을 관망할 터요.
이제 그대들은 그대들이 참여하고 싶은 진지로 가서 그들과 합세하도록 하시오"
  제우스의 선언은 필사의 격전을 불러 일으키기에 족했다. 신들이 양편으로
갈려 전선으로 달렸다.


  그리스 진영에는 헤라와 아테네, 대지의 신 포세이돈, 헬메스, 헤파이스토스가
가고 트로이 군에는 전쟁과 파멸의 신 아레스, 예지의 신 아폴론, 활의 여신
아르테미스, 레토와 크산도스, 아름다움의 신 아프로디테가 참가했다.
  아킬레스는 미친 듯이 트로이 진영을 피로 물들였다. 그가 노리는 것은
헥토르였다. 이 때 트로이 성벽 위에서는 노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스의 무서운
싸움을 보고 있었다. 드디어 그가 트로이 성문 앞까지 오자 모든 병사는
성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이 때 헥토르는 그 곳에 버티어 서서 그를 맞아 싸우려
하였으나 노왕은 용기에만 정신을 빼앗긴 그의 아들을 제지하면서
  "그는 너보다 강하다. 혼자서 대항하는 것은 삼가하여라" 하고 만류하였다.
그의 어머니도 아들의 전사가 뻔한 이 결투에 나가는 것을 막으려 하였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헥토르는 분연히 외쳤다.


  "나의 명령으로 오늘의 전쟁에 나가 많은 무사가 죽어간 것이다. 그런데 내가
한 사람의 적에게 쫓겨 가다니 그럴 수 없다"


  그는 성벽을 뒤로하고 빛나는 방패에 의지하여 아킬레스가 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 용사는 드디어 얼굴과 얼굴 창과 창을 맞대고 섰다. 여러 신들도
이곳에 와서 아킬레스와 헥토르의 대결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아킬레스가 던진 창은 어두운 밤에 빛나는 유성처럼 날라가
헥토르의 목을 찔렀다. 운명은 이미 그를 버렸다. 드디어 트로이 제일의 용사는
홀로 성벽 아래에서 넘어졌다. 아킬레스는 기쁨의 환호성을 올렸다. 죽어가는
헥토르는 가늘게 말했다.


  "나의 시체는 나의 부모들에게 상금과 바꾸게 하여 트로이 자녀들의 손으로
장례를 지내게 해 주게"


  그러나 아킬레스는 그의 부탁을 거절했다.
  아킬레스는 헥토르의 갑옷을 벗기고 시체의 발꿈치에 구멍을 꿰어 전차에
달았다. 그리고 말을 몰아 트로이성 앞을 끌고 다녔다. 트로이의 자랑이요.
희망인 헥토르는 이렇게 비참한 최후를 마쳤다. 헥토르의 부모인 왕과 왕비의
비탄은 형용할 수 없었다. 사람들이 뛰어나가려는 노왕을 겨우 막았으나 그는
몸을 땅 위에 내던지며 죽여 달라고 외쳤다. 백성들은 이 두 사람의 주위에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이 슬픈 소리는 헥토르의 아내의 귀까지 들려 왔다.
그녀는 성벽 위로 달려가 처참한 광경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성벽 위에서
기절했다.


  아킬레스와 그리스 군은 파트로클로스의 복수를 이루었으므로 그의 장례
준비를 하였다. 그리스의 영웅들은 긴 머리털을 잘라 친구의 머리 위에 뿌리고
아킬레스도 황금빛 나는 머리털을 잘라 고인의 두 손에 쥐어 주었다. 그들은
소와 말의 재물과 함께 트로이 용사 17명의 시체를 불 위에 쌓아 올리고 그 위에
파트로클레스의 시체를 태웠다. 아킬레스는 그의 뼈를 금병 속에 넣고 자기가
죽은 후에 그와 함께 매장해 달라고 명령했다. 이어서 이륜차 경주 씨름 궁술
등의 경기가 그의 묘 앞에서 거행되었다. 대장들은 모두 장례 후의 향연에
참석하고 각자 휴식에 들어갔으나 아킬레스만은 향연에도 참석하지 않고 밤이
늦도록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전쟁터와 무서운 큰 바다에서 함께 고생을 하고
위험을 거듭한 죽은 벗에 대한 기억으로 가득했다. 그는 날이 밝기도 전에
헥토르의 시체를 달았다.


  그는 파트로클레스의 무덤 주위를 두 번이나 끌고 돌아다닌 후 시체를 그의
묘지 가운데 던져 능욕함으로써 파트로클레스의 영을 위로하였다. 아킬레스가
이렇게 분노에 가득차 용감한 헥토르를 모욕하는 모양을 본 제우스는 헥토르를
불쌍히 생각하여 아킬레스의 어머니인 데티스 여신을 아킬레스에게 보내어
헥토르의 시체를 돌려 보내 주도록 하였다. 동시에 무지개의 신을 프리아모스
왕에게 보내어 아킬레스에게로 아들의 시체를 찾을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었다.


  노왕은 곧 보물 창고를 열어 귀중한 보화를 가지고 단 한 사람의 시종을
데리고 성문을 나섰다. 노왕은 비록 적에 잡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자기 아들의
몸을 자기 팔로 안아보고 싶었다. 제우스 신은 이 존경할만한 노왕을 가련히
생각하고 자기의 아들 헬메스를 길 안내로 보내어 그를 보호하게 하였다.
헬메스는 젊은 무사가 되어 두 노인의 앞에 나타났다. 그는 곧 노왕의 손목을
잡고 차에 태워 아킬레스의 진영으로 데리고 왔다. 도중 헬메스가 가지고 있던
두 마리의 뱀이 감겨 있는 지팡이의 힘으로 파수병들을 모두 잠들게 하였다.
  이 때 아킬레스는 두 사람의 무사에게 호위되어 앉아 있었다. 노왕은 그의 발
밑에 무릎을 꿇고 자기 아들을 몇 명이나 죽인 그 무서운 손에 키스를 하였다.
  "오오! 아킬레스. 그대의 아버지가 나처럼 나이를 먹고 죽음에 임박해 있다고
생각해 보시오.  어떤 이웃 나라의 대장이 위험한 곳에 빠뜨렸다 할지라도 그
재난에서 그를 구해 줄 사람이 곁에 없을 테지요. 그러나 그분은 아들인
아킬레스가 살아 있다는 것을 아시므로 다시 그대의 얼굴을 볼 수 있을 것이므로
아버지는 기뻐하실 겁니다. 그러나 나는 불행한 사람입니다. 아무도 힘을 돋아
주고 위로해 줄 사람은 없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트로이의 꽃이라고 하던 용감한
아들들은 전부 그대의 손에 의해 쓰러졌습니다. 어느 자식보다도 더욱 늙은 몸을
의지했던 아들마저 그대가 죽여 버렸지 청컨데 아킬레스여, 나는 귀한 보물을
가지고 그 시체를 찾으러 왔소 아킬레스! 신을 소홀히 말게 그대의 아버지를
생각해서 나를 가련히 여겨 주게"


  이 말은 아킬레스를 감동시켰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아버지와 친구들을
생각하며 울었다. 그리고 노왕의 백설과 같은 흰 머리와 수염을 보고 가련하게
생각했다. 아킬레스는 그를 땅바닥에서 일으켰다.


  "프리아모스 왕, 당신은 어느 신의 인도로 이곳까지 왔습니까? 신의 도움이
없으면 젊어도 인간의 힘으로 이곳까지 오는 것은 불가능한데 제우스의 부탁도
있으니 당신의 소원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그날 밤 아킬레스는 내 놓은 음식과 술을 헥토르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입에
술대고 그의 옆 방에서 역시 처음으로 깊이 잤다. 이튿날 아침 아킬레스는
버렸던 헥토르의 시체를 깨끗이 씻어 두 장의 웃옷을 덮어 노왕에게 인도하고
자진하여 헥토르의 장례 기간인 12일 간 휴전을 허락하였다.


  "일리아드"는 헥토르의 장엄하고 비애에 가득찬 장례의 장면에서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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