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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동차(忍冬茶)-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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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忍冬茶)

- 정지용

 

 

 

노주인(老主人)의 장벽(腸壁)

무시(無時)로 인동(忍冬) 삼긴 물이 나린다.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도로 피어 붉고,

 

구석에 그늘 지어

무가 순 돋아 파릇하고,

 

흙 냄새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風雪) 소리에 잠착하다.*

 

산중(山中)에 책력(冊曆)도 없이

삼동(三冬)이 하이얗다.

(문장 22, 1941.1)

 

* 잠착(潛着)하다 : 어떤 한 가지 일에만 마음을 골똘하게 쓰다.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정지용의 동양 고전에 대한 관심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산중에 책력도 없이’ ‘인동다를 마시며 살아가는 노주인인 작중 인물은 바로 시인 자신이며, 그가 마시는 인동다는 겨울로 표상된 일제 치하를 견디게 하는 인내와 기다림의 힘이 되어 준다.

 

특히, 2연과 3연은 어떤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생명성을 상징한다. , ‘자작나무 덩그럭 불이 꺼진 줄 알았는데, ‘도로 피어 붉고’, 그늘져 있는 마당 한구석에 묻어 둔 무가 순 돋아 파릇한모습은 암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인내심을 갖고 생활하면, 현실 상황인 겨울도 충분히 이겨낼 수 있리라는 시인의 의지와 소망이 상징적으로 담겨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실은 비록 삼동이 하이얀시절로 세월 가는 것마저도 다 잊어버리고 싶은 험난한 세상이지만, ‘흙냄새가 훈훈히 김도 사리다가’ ‘바깥 풍설 소리에 잠착하듯이, 굳은 인내심을 가지고 때를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이 겨울 같은 모진 현실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믿음을 저버리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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