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자격 고시 / 요점정리 / 오인문
by 송화은율작자소개
오인문(吳仁文: 1942- )
전남 고흥 출생. 중앙대 문예창작과 졸업. 1961년 단편 <침묵이 형성되는 과정>으로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고 등단. 그의 소설은 세태를 풍자하면서 인간성 회복의 주제를 다룬 우의(寓意)소설적 성격이 강하다.
주요 작품으로는 <서다 보다 가다>, <선 자리에 돌이 되라>, <노기자의 죽음>, <춤추는 산하>, <밤에 우는 갈대> 등이 있다.
이해와 감상
1974년 <한국문학>에 발표된 <인간 자격 고시>는 <노기자의 죽음>의 연작 가운데 마지막 부분에 해당되는 작품으로서, '인간 자격 고시 제도'의 입안과 폐기라는 기발한 내용을 절묘한 비유와 세태 풍자를 통해서 드러내어 인간 회복의 길이 어느 곳에 있을까 하는 것을 깨우쳐 준다는 점에서 매우 뛰어난 우의(寓意) 소설이다.
줄거리
자유당 말기, 이승만 정권이 한창 기승을 부릴 때, 신문 기자로 뛰고 있던 이 기자는 세모를 맞은 날, 다음과 같은 인간 자격 고시의 특종 취재 임무를 맡게 되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이며 반만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시아의 반공 전선 교두보인 코리아에서는 참으로 쇼킹한 제도가 너무나 조용한 가운데 마련되고 있다는 설이 강력하게 나돌고 있다. 아직 공식 발표는 나오지 않았지만 언제나 믿을 만한 뉴스를 제공해 준 한 소식통에 의하면, 정치가 법조인 교육자 등은 물론이요, 사회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인 종교인 언론인 등 각 분야의 정상급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인간 자격 고시' 실시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미치광이나 미성년에게 핵(核)폭탄 격발 장치의 버튼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마땅히 갖춰야 할 기본 요건이 결여된 인물에게는 그런 중책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성인 그룹의 집요한 주장에 따라 '인간 자격 고시 제도'라는 기상천외한 제도를 입안했다.
……고시 위원 선정 문제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제도란 언제나 그것이 악용당할 소지를 내포하고 있는 법이다. 권력이나 금력 앞에 무릎을 꿇는 꼭두각시들이 고시 위원 자리에 앉아 가장 비현실적이고 까다로운 문제만 내게 된다면 어찌될 것인가. 그리고 이런 어용 고시위원들이 '선합격 후시험'의 부패한 전례를 답습하여 집권층의 아류에게만 귀뜸을 해 준다면 합격자들은 보나마나 여당 일색일 것이다.……
이 기자는 이 제도의 내막을 알아보기 위해 어수선한 세모의 거리를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도무지 그것의 자세한 내용을 알 길이 없다. 이 기자는 각계 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또 직접 담당 요로(要路)의 인물을 만나도 구름을 잡는 것처럼 막연한, 아전인수 식의 이야기만 나온다. 그러던 중 이 기자는 장관 비서에게서 인간 자격 고시 법안이 폐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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