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인간의 본성 / 아들러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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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본성 / 아들러


  왜 인간에게는 본성이 없다고 주장하게 되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자.

  먼저 동물들을 고찰해 보자. 만약 어느 한 종을 조사한다면, 그들의 서식지에서 발견되는 개체들이 매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이 크기, 형태, 색채에서 서로 다르다는 점을 발견한다. 심지어 그 종의 정상적 행위라고 여겨지는 일반적인 행위에서 벗어나는 일탈 행위 또한 발견한다. 이러한 상이점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유사성에 주목하고 대체로 그들이 동일한 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들에게서 발견되는 유사성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그들의 상이점은 약간의 환경적 차이에서 연유하는 것으로서 유사성보다 상대적으로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러한 현저한 유사성이 그들 종의 본질을 이루는 것이다.

다음 인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인류는 다양한 환경 조건 아래 지구상의 모든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그들이 존재하는 곳에 따라 각각 그들은 의복, 요리법, 관습, 예절, 가족제도, 사회기구, 신념 체계, 행위의 기준, 심성적 기질 등 그들의 생활 양식에 속하는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르다. 이러한 상이점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주의해서 보지 않으면 그들이 서로 다른 종이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종적인 유사성에 비해 인간의 유사성은 매우 약하며, 같은 종의 구성원이라고 말할 수 있는 뚜렷한 유사성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인류에게서는 인종, 민족, 국가들 사이의 뚜렷한 상이점이 더 잘 발견된다.

  이러한 이유에서 어떤 한 종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을 본질로 이해할 경우 사람들은 인간에게는 그러한 본질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결론짓게 된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인류의 구성원들은 인류라는 전체 집합의 부분 집합으로서 서로를 구분하는 소집단 또는 하위 집단을 형성한다. 각각의 소집단은 자기들 고유의 독특한 성격을 갖고 있고, 소집단들 사이의 차이점은 정도나 수에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인류 구성원 모두에게 공통되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되는 어떤 것이 있다고 말하기 곤란하게 만든다.

  인간 본질에 대한 부정은 궁극적으로 동물에게서 발견되는 압도적인 유사성과 인류의 소집단 또는 하위 집단에서 나타나는 현저한 상이점과 같은 눈에 띠는 대조에서 연유한다. 종적 본성이라고 하는 것이 한 종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속성이라고 이해할 경우, 인간 이외의 동물의 종들은 분명이 그들 고유의 본성을 갖고 있다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에게 그러한 종류의 본성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한 측면만을 볼 때 인간 본질에 대한 부정은 타당성이 있다. 왜냐하면 인류의 구성원들은 다른 동물들이 가지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 공통된 종적인 본성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이 점은 인간과 동물이 가장 뚜렷하게 다른 점 중의 하나이며, 동시에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이 다른 동물과 등급에서가 아니라 종류에서 다르다는 결론을 확증하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인류가 다른 동물들이 가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 종적 또는 공통적인 본질을 지니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그들이 종적인 본질을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대안은 마련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 인류의 구성원들은 모두 아주 다른 의미에서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어떠한 의미에서 인류 구성원들에게 공통되는 인간 본질, 종적인 본질이 존재하는가? 해답은 한 마디로 주어질 수 있다. 바로 가능성(Potentiality)이다. 인간의 본질은 인류의 구성원 모두에게 공통되는 속성인 가능성들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인간의 언어 사용에 대한 가능성은 수많은 종류의 언어들로 현실화되었다. 인간은 언어 능력, 즉 언어를 배우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갓난 아이는 인류의 어떠한 소집단에 갖다 놓아도 그 집단의 언어를 배우고 사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언어 사이의 차이점은, 어떤 언어라도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갓 태어난 어린아이의 가능성이라는 동일성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간의 가능성은 인간의 공통된 종적 특성에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이러한 가능성들은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에 의해 실현된 상이한 것들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올바로 인식한다는 것은 인류의 소집단에서 발견되는 차이점들이 인간은 동일한 본성을 소유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인류의 구성원들이 인간이라는 커다란 테두리 안에 하나로 묶여질 수 있다는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

  문화 인류학자, 사회학자, 그리고 다른 행태 과학자들이 인간 본질의 존재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한 이유는 그들이 동물의 본질과 인간의 본질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인간과 동물의 본성의 차이점을 반복해 보자. 인간이 아닌 동물의 종적 본성, 즉 그 종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본성은 주로 이미 유전적으로 결정된 특성이나 속성에 의해 구성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인간의 본성은 이미 완결적으로 결정된 특성이나 속성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특성이나 속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선천적 또는 생득적인 가능성을 가장 정확히 표현하면, 그것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결정 또는 규정 가능한, 그리고 매우 많은 다양한 방법으로 형성될 수 있는 어떤 것이다.

  인간은 비록 피조물이기는 하지만 더욱 정확한 의미에서는 스스로 창조하는 피조물(self-made creature)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 부여받은 가능성의 범위 안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시키기 위해 형성하는 습관들을 자유롭게 선택함으로써 그가 무엇이 될 것인가를 스스로 결정하고 자기 자신을 만들어 간다.   ㅡM.J. 아들러(Mortimer J. Adier) 『열 가지 철학적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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