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청준의 ‘매잡이’ 해설
by 송화은율이청준의 ‘매잡이’ 해설
< 해설 1 >
작가 : 이청준(李淸俊, 1939 - )
전남 장흥 출생. 1962년 서울대 독문과 졸업. 대학 재학 중인 1965년 <사상계> 제 7회 신인 문학상에 단편 「퇴원」 이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67년 「병신과 머저리」로 제 13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차례 상을 탐. 주로 현실과 이상의 차이.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고통을 집요하게 추구함. 대표작으로 「이어도」(1976), 「별을 보여드립니다」(1971), 「소문의 벽」(1972) 등이 있다.
등장인물
나 : 서술자. 소설가. 민태준 형의 취재 노트를 넘겨 받아 매잡이라는 소설을 쓴다.
민태준 : 소설가 지망생. 별다른 소설은 쓰지 않았으나 여러 차례 취재여행을 함.
곽서방 : 매잡이. ‘번개쇠’라는 매로 매잡이를 함.
중식 : 벙어리.곽 서방의 뒤를 이어 매잡이가 되고자 함.
줄거리
지난 봄 갑자기 세상을 등지고 만 민태준 형은, 그가 이승에 있었다는 흔적으로 단 한 가지의 유물만을 남겨 놓고 갔었다. 아는 이는 다 알고 있는 일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은 몇권의 대학 노우트로 되어있는 비망록이었다. 우리는 그가 원래 시골집에 논섬지기나 땅을 가지고 있었고 (하략)
주인공인 나는 민태준 형의 자살에 접하여 당황한다. 결핵을 앓고 있던 형은 지난 해 봄 갑자기 단 한 가지 유물만 남기고 세상을 떴다. 아는 이는 다알 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별로 값지지도 않는 몇 권의 대학 노트로 되어 있는 비망록이었다. 형의 생전에 나는 형으로부터 여행 비망록의 한 부분을 본 바가 있었다. 그것은 전라북도 창원에 있는 어느 지방에 살고 있는 매잡이에 관한 것이었다. 그는 나에게 돈과 취재 요령을 적은 메모지를 주며 그곳을 취재해 보라고 권하였었다. 이렇게 해서 나는 첫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다. 이 작품에는 이렇게 첫번째 ‘매잡이’라는 소설을 쓰게 된 경위와 내용을 소개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두번째 ‘매잡이’가 된다.( 사실 이는 허구이며 작자- 이청준-는 첫번째 ‘매잡이’라는 소설도 쓰지 않았다. 이것은 작가의 작품 창작과정을 작품 속에 수용하는 모더니즘적 기법이다.)
나는 민태준이 준 소설의 소재가 적인 메모지를 들고 민태준이 매잡이에 대하여 취재한 마을을 찾아 벙어리인 중식이라는 소년을 찾아 간다. 중식은 쉰 살짜리 매잡이인 곽돌[郭石]과 같이 ‘번개쇠’라는 매로 꿩사냥을 하는 소년이다. 나는 중식과 함께 매잡이를 나서지만 허탕치고 만다. 여기에 첫번째 매잡이 소설에 대한 내부 이야기가 소개된다.
매잡이 곽 서방은 매잡이라는 옛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사람이다. 중식이가 한 사흘을 굶긴 매를 들고 산골짜기에 가면 곽 서방이 꿩을 몬다. 그러나 이제는 꿩도 없어 매잡이가 되지 않고, 하지도 않는다. 마지막 매잡이에서는 매는 꿩을 배불리 먹고 다른 데로 날아간다. 날아간 매는 시장에서 매값과 바꾸게 되어 있다. 겨우 서영감에게서 매값을 구한 곽돌은 매를 가지고 나온 친구에게 매값을 주었으나 받지 않고 가 버린다. 곽돌은 매값으로 술을 마시고 매를 가지고 와 중식이네 닭을 먹인 후 날려 보낸다. 곽돌은 그 뒤에 밥 한 숟가락 입에 넣지 않고 죽는다.
한편 날아간 매는 다시 중식의 손에 돌아 오고 나는 취재 여행에서 돌아 온다. 얼마 지나 세 번째의 유언에 따라 봉투를 뜯어 본 나는 깜짝 놀란다. 그것은 완벽한 ‘매잡이’ 소설이었다. 이렇게 해서 ‘매잡이’란 세 편의 소설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의문의 소설가인 민형은 완벽한 ‘매잡이’ 소설을 작성해 놓았던 것이다. 이제사 나는 민형의 취재 노트에서 왜 석 장이 찢겨졌는지 이해하게 된다.
이번에 또 소설을 쓰게 된 나의 관심은 아무래도 민형과 그의 소설에 대한 쪽이며, 곽서방과 소년을 포함한 매잡이의 풍속 자체의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민형에게서처럼 나에게 절실한 나의 풍속이 될 수는 없었다. 나 자신이 이미 그렇게 될 수가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해설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시류에 따라 변한다. 가장 소중했던 옛것은 버리고, 눈앞의 일에만 열중한다. 그러기에 옛것을 지키려는 노력은 비현실적인 꿈이 되고 만다. 이 작품은 매잡이 사냥을 하던 곽 서방이 시류(時流)에 영합하지 않고 그것을 그대로 지키려는 처절한 삶의 모습을 산꼴짜기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 작중 화자인 ‘나’가 친구 민태준의 수기를 서두에 내놓고 매잡이 곽 서방을 찾아가 그의 삶의 자세를 그려낸 1 인칭 시점의 액자 소설이다.
이 소설은 창작 과정을 소설로 수용하는 모더니즘적 기법을 쓰고 있다. 이것은 작자가 창작에 이끌려가는 과정에 독자를 동반시킴으로써 독자의 공감의 폭을 넓히려는 것이다. 이런 소설 형태를 짜는 고도의 지적 조작은, 그이 특유한 문체의 불분명함과 함께,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고 강제하는 형체없는 사회적 폭력에 대항하는 일종의 암유이다.
註> 매잡이란 무엇인가 ?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대로 살피면 - 매를 잡는 사내. - 사전에는 없음. (현지에서는 <매를 부리는 사내를 매잡이>라고 함. ) 매잡이의 <잡이>는 ‘잡는 이’라는 뜻이기보다는 민형이 참고로 보인 것처럼 잡는 것. 즉 <손잡이>의 <잡이>에 가까운 듯. 매잡이 사내는 언제나 매를 팔뚝에 올려 앉히고 다녔다.
(주제) 사라져 가는 옛것을 지키려는 장인 정신과 그것의 현대적 의미
(시점) 내부 이야기 : 작가 관찰자 시점. 외부 이야기 : 1인칭 주인공 시점
(갈래) 중편 소설, 액자 소설.
참고
이청준(1984), 매잡이, 오늘의 작가총서, 민음사.
< 해설 2 >
「매잡이」는 1968년 7월 「신동아」 48호에 발표하여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수상한 중편 소설이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독백 형식이 소설적 구성과 결합하여 내밀한 주제 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매사냥이 퇴색해 가는 산업 사회에서 매잡이 곽서방과 벙어리 중식에 연결된 짙은 소외 의식과 고독감이 작품 내면에 드리워져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매잡이 곽서방의 우정과 애정을 바탕으로 한 인간 관계가 매사냥에 대한 자기 반성과 생명에 대한 의식의 변화를 일으키는 과정을 극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1960년대말 전라도 어느 산골을 배경으로 하여 사라져 가는 옛것을 소중히 여기려는 장인(장인) 정신과 그것을 통해서 현대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액자 소설적 구성 방식을 취하고 있다. 내부 서사 구조는 주인공 곽서방을 작가가 관찰하는 작가 관찰자 시점이며, 외부 액자는 일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되어 있다.
주인공인 나는, 지난 봄 소설가 지망생인 민태준 형의 자살을 접하고 당황한다. 나는 그가 남긴 매잡이 비상록이자 유언 같은 그의 부탁을 따라 전라도 산골 마을로 행적 조사 겸 매잡이 취재길을 나선다. 밤중에 그곳의 음산한 사랑방에서 만난 대상은 방의 벽에 앉아 있는 매와 벙어리 소년이다. 벙어리(버버리)란 이름으로 불러온 중식은 곽돌과 함께 ‘번개죄’라는 매로 사냥을 하는 소년이다. 반면 매잡이 곽서방은 ‘매잡이’라는 옛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사람이다. 그런데 지금 그는 나이 쉰 살이 된 홀아비로서 옛 주인댁인 서영감네 헛간에 누운 채 일 주일 남짓 밥 한 숟갈 넣고 굶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중식이가 번개쇠를 데리고 꿩몰이를 하다가 모처럼 배를 채운 매가 딴 동네로 날아가 버린 일이 있다고 했다. 그 번개쇠를 돌려받을 돈을 부탁할 적에 서영감은 곽서방에게 다시는 매 부릴 생각을 말라는 꾸지람을 한다. 나는 사나흘 굶긴 번개쇠를 데리고 직접 사냥에 나선다. 중식이는 매잡이요. 나는 몰이꾼이 되었다. 그날 종일 꿩은 못 잡고 허탕을 쳤다. 산을 이틀이나 더 타면서 중식한테서 매를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는 이유와 곽서방이 매에 집착하는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며칠 후 매잡이가 숨을 거둔다. 그런데 그의 장례를 지낸 다음, 중식이는 도무지 말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나’가 상징한 뒤 상심해 있던 중식은 번개쇠를 가지고 어디론가 마을을 떠나가 버렸다.
이 작품은 이런 줄거리만으로 끝나지 않은 데에 큰 의미가 있다. 그것은 자살한 민형의 유품으로 남겨 놓은 유일한 소설, ‘매잡이’를 통해 주제 의식을 심화시켜 주고 있다. 이렇게 해서 ‘매잡이’라는 세 편의 소설이 나오게 된다. 하나는 민형의 취재 노트와 나의 취재 여행을 바탕으로 해서 쓴 ‘매잡이’ 사내의 이야기이며, 다른 하나는 민태준을 만나 ‘매잡이’를 답사하고 곽서방의 죽음을 정확히 예견하는 내용으로 바로 이 작품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는 민태준이 남긴 세 번째 작품 ‘매잡이’이다. 민형이 소설을 쓰지 못한 것은 재능 때문이 아닌 시대 상황에서 오는 불가능이다. 타락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으려다 한 편의 글도 못쓰고 죽은 그는 장인 정신의 소유자이다.
이 작품의 특성은 먼저 제재 면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문명 속에서 사라져 가는 우리의 전통적인 것에 대한 애정어린 향수와 수호 의식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이청준은 「매잡이」의 ’매를 부리는 사람‘, 「과녁」 ‘활쏘는 궁사’, 「줄」의 ‘줄타는 광대’, 「서편제」의 ‘판소리 속에 사는 유봉’ 등에서 오늘날 우리가 흔히 볼 수 없는 제재를 다루어 삶의 다양한 탐구로서 소설 세계를 풍부하게 해 준다. 또한 작가는 장인(匠人)들의 삶이 산업 사회의 문명에 의해 불가항력적으로 쇠퇴해 가고 있음을 보여 준다.
다음으로, 주제 면에서 다의성(多義性)을 들 수 잇다. 사건들을 단순하게 전달하거나 그 뜻을 일방적으로 해설하지 않고 문제점을 제시하여 독자들과 함께 하려는 자세이다. 「매잡이」에서 중요시 다루는 민형과 곽서방의 죽음의 동기와 그 의미가 그렇다. 민형은 왜 그렇게 많은 자료를 취재해 놓고 정작 작품에는 손대지 못했는가? 중식의 행방은 어디로 갔는가? 이런 점들이 작가 특유의 지적인 문체로 의문과 함께 숙제로 남겨두어 작품의 무게를 더해 주고있다. 이 작품은 진실한 인간의 삶을 억압하는 형태 없는 폭력에 대한 은유적 제시를 통해서 예술적 차원의 효과를 확인한 셈이다.
작품 요약
주제 : 옛것을 소중히 여기는 장인 정신과 현대인이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 의식.
인물 : 나 이 글의 주인공이며 민태준의 주선으로 매잡이를 찾아 취재 여행을 떠난 인물.
민태준 ‘나’에게 매잡이에게 대한 소재를 제공하며 매잡이에 관련된 취재 노트를 남기고 죽음.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으려다 한 편의 글도 못쓰고 죽어가는 장인 정신의 인물.
곽서방 이름은 곽돌이며 ‘매잡이’라는 관습을 지키는 최후의 인물.‘매잡이’가 소용 없는 시대에도 매잡이에 애착을 갖고 죽어갈 정도로 투철한 장인 정신을 보여줌.
벙어리(버버리)소년 이름은 중식이며 곽서방을 도와 ‘번개쇠’라는 매로 사냥을 하는 소년.
배경 : 1960년 말 전라도 어느 산골 마을.(공간적 배경은 매잡이 풍속이 존재하는 어느 산골이며, 시간적 배경은 오늘 아침이라는 현재의 시간에서 시작하며 과거를 회상하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는 일상적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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