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주머니
by 송화은율이야기 주머니
그전 옛날에 이제 대갓집이서 독선생을 앉히구 인제 공불 시켰어요. 지금 잘사는 집이서 선생님 모셔 놓구 과외 공불 시키는 것과 한가지야. 그전에 참 대갓집이서 독선생을 앉혀 놓구 아들 공불 떡 시키는데 이놈이 공불 않어. 허재며는 자기 아버지하구 그 이웃 노인네하구 앉아서 옛날 얘기를 하는데, 이놈이 공불 하면서도 이 얘기하는 것을 다 적는 거야. 적어선, 하룻제녁에 한 마디 들으면 하날 적어서 요걸 꼭 종이에다 적어 가주곤 요놈의 걸 봉해 가주군 주머닐 하나 맨들어서 거기다가 처넣구, 처넣구 한 게 삼 년 동안을 그래다 보니깐 주머니 세 개가 찼어요. 그러니깐 자기 방 대들보에다 딱 달아 놨지. 요놈의 걸, 얘기 주머니를 보니깐 삼 년 동안을 저녁마다 한 개씩 집어넣으니깐 얘기 주머니가 엄청나게 얘기가 많이 들어간 거예요. 주머니 세 개가 찼으니깐.
사 년째 되던 해에 장가를 가게 됐어요. 이런 동네서 살 거 같음 저기 홍천쯤으로 장가를 가게 됐어요. 이런 영(嶺)을 하나 넘어가야 하는데 그전엔 왜 가마에다 이렇게 가야 되잖아요. 그런데 낼쯤 출발하게 되면 오늘쯤 자기 아버지가, 이제 하인들이 있으니깐, 하인더러 명령을 하는 거야.
“너는 내일 누구누구 가말 모시구, 누구는 손님 접대를 해라.”
이렇게 참 정해 줬단 말야.
그런데 그 가마 모시구 그 샌님 도령을 모시구 영 넘어갈 그 종이, 참 동짓달인데 허깨눈이 밤에 깝짝시레 이렇게 와서 눈을 씰러 그 도련님 방 문턱엘 이렇게 돌려 씰재니까, 그 방은 도련님은 없구 빈방인데, 얘깃소리가 중중중중 나더란 얘기예요. 그전 공부하던 방인데, ‘하, 도련님이 여긴 안 기시는데 여기서 무슨 얘깃소리가 이렇게 나는가?’말여. 게서 귀를 이렇게 찌우 들으니깐, 아주 여러 사람이 떠드는 게,“이놈의 새끼가 우릴 주머닐 넣어 가두고 안 풀어놓는다.”
라는 얘기야.
“그래니깐 이 새끼가 낼 저 고개 넘어 장갤 간다니까 낼 우리가 잡아야 된다.”
이거지.
“우리 여레 이걸 잡아야 되는데…….”
그래니깐 이런 토론이 많이 나오겠지. 응 귀신찌리래두.
“그럼 그걸 어떻게 잡아야 되느냐?”
그래니깐,
“내 말 들어라. 동지섣달에 이 고개 마루턱에다가 난데없는 돌배를 크다 만 걸 하나를, 이렇게 잎이 피어 늘어지게 하고 돌배가 이렇게 매달리고 허먼, 하 그걸 먹을라고 앨 쓸 거다. 그러니깐 그놈의 걸 이렇게 떡 맨들어 놓으면 새신랑이 오다 그거만 딱 처먹으면 죽을 테니깐 걸 해 놓자. ”
아, 요걸 그 가매바리 모시구 갈 그 종놈이 들었단 얘기야. ‘도련님은 내가 살려야겠다.’라는 결심을 먹었거든.
아 근데 아침에 신랑 아버지가,
“아 부득이한 무슨 일이 있으니까는 너는 낼 도련님 모시구 거길 가라구 그랬더니 오늘 집안일을 봐야 되겠다.”
이거거던.
“안 되겠습니다. 내가 가야 되겠습니다.”
이거야.
“이놈! 어느 명령이라 니가 불복을 하느냐?”
“내가 목이 짤라져두 가야 되겠습니다. ”
이거야. 아 그래니깐 그 새신랑짜리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상허거든.
“아, 무슨 얘기야?”
“아, 내가 이번엔 도련님을 모셔야지 안 됩니다.”
이거야. 그래니깐 또 그 새신랑두 그 종이 맘에 들었었구.
“아버님, 이번에 뭐 아버님 첨 마음먹었던 대루 이 사람이 이렇게 가게 하죠.”
“아냐, 이 사람이 집에서 손님 접댈 해야 돼.”
아 서루 의견 충돌이 되는 거야. 그래니깐 죽어두 간대네. 내 목이 짤라져두 간대는데 어떡하느냐 이기야. 아들이 부추기구. 그래서 그 사람이 모시구 간 거야.
아, 아니나 달러? 이놈의 고개를 동지섣달에 눈이 허연데 올라가는데, 아 고개마루턱에 난데없는 놈의 돌배남기 올라와서 돌배가 이렇게 늘어졌는데, 아 황홀하게 폈거든. 돌배가 많이 열지두 않았어요. 두 개가 딱 열었는데,
“하, 저거 따다 날 달라.”
이기야.
“고갤 올러오니까 목이 마르는구나.”
인제 따 달라구 그래니깐 이놈이 가매바릴 내려놓구 따는 척하며 따선, 돌팔매질을 해서 멀리 팽개쳐 버린 거야. 요게 꼬부장했단 말야.
‘저 새낄 우리 아부지가 떼 놀라구 그럴 적에 떼 놓구 딴 놈을 데려왔어야 저 돌밸 내가 먹을 놈의 걸 잘못 생각했다.’
라는 거지. 속에다 꼬부장하게……‘원젠가 너는 나한테 죽는다는 걸 각오해라.’ 그럭허군 가 잔칠 지냈어요. 잔칠 지내 와 가주구는 삼 일이 지나간 담에 인제 그 종놈을 부른 거야. 돌밸 집어던진 놈을 오라구 그래서 와 가지구,
“너 무슨 혐의가 져서 내가 꼭 먹겠다는 돌밸 네가 따서 집어 내버렸느냐?”
“예,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부쩍 우겨서 내가 도련님을 모시구 간 것두 이유가 있습니다.”
“뭐냐?”
그 얘길 쫙 했어.
“눈 씰러 이렇게 돌아가니깐 도련님 그 공부하던 방에서 서루 그 귀신들찌리 얘길 허는데 그날 가두구서 풀어 주지 않으니까 이걸 잡아야 되겠다구 그래면서그 돌밸 만들어 놓구 그걸 먹음 죽게 이렇게 하자구. 그래서 내가 우정 그렇게 간 거라구.”
이놈이 가만 생각해 보니깐 그 얘기 주머니 생각이 나거던.
“아, 그래.”
아, 그래선 참 자기 공부하던 방에 가 보니깐 대들보에다 얘기 주머니 세 개 이렇게 똘똘 말아선 이렇게 주머니 속에 가뜩가뜩 채워 논 게 매달려 있거든. 아 그래 이놈의 얘기 주머니를 갖다가선 터쳐서 다 풀어 내보냈단 말이야. 그때 헤쳐 내보냈는데 겨우 나는 그놈의 걸 줏어듣다 보니깐 그저 한 반 주머니밖엔 못 가졌어요. 예, 이걸루 끝납니다.
요점 정리
지은이 : 미상
갈래 : 설화(민담)
성격 : 서사적, 허구적, 구술적, 교훈적
구성 :
발단 – 도령이 옛날 이야기를 주머니에 넣어 둠.
전개 – 도령이 이야기 주머니를 그대로 두고 장가를 가게 됨.
위기 – 이야기 귀신들이 도령을 죽이려고 모의함.
절정 – 도령을 죽이려는 귀신들의 모의를 엿들은 하인이 도령을 구함.
결말 – 도령이 주머니를 풀어 이야기를 내보냄.
제재 : 이야기 주머니
주제 : 이야기는 널리 소통되어야 함.
특징 : 구연자가 민담을 구연한 것을 그대로 옮겨 적음. ‘이야기’를 의인화함. ‘이야기’에 관한 설화로 메타(meta) 설화[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라고도 함.
구어체 종결 어미가 활용 - ‘-요’, ‘-야’, ‘-여’
즉흥적 표현에서 오는 잉여 어구 - ‘그전엔 왜, 참, 응, 아, 하, 에’ 등
청자를 대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표현 - ‘가야 되잖아요’, ‘이걸로 끝납니다’
청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표현 – 지금 잘 사는~ , 이런 동네서 ~
중복적 표현 – 장가를 가게 되었어요.
청자가 알 필요 없는 내용의 생략 – 누구누구는, 누구는 등
작품 해제 : 구연자가 들려준 이야기를 글로 옮긴 것으로, 이야기를 주머니 속에 가두어 둔 신랑을 이야기 귀신들이 죽이려 했으나, 하인이 이를 알고 신랑을 구해 주었다는 내용의 설화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를 구체적인 사물로 바꾸어 이야기와 사람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상황을 설정하였다.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이 이야기의 본질임을 일깨워 주고 있다.
내용 연구
그전 옛날에 이제 대갓집이서 독선생[독선생(獨先生): 한 집의 아이만을 맡아서 가르치는 선생.]을 앉히구 인제 공불 시켰어요. 지금 잘사는 집이서 선생님 모셔 놓구 과외 공불 시키는 것과 한가지야[당시의 현실과 현재를 비교하여 설명하고 있다. 부익부(富益富)빈익빈(貧益貧)]. 그전에 참 대갓집이서 독선생을 앉혀 놓구 아들 공불 떡 시키는데 이놈이 공불 않어[중언부언(重言復言) / 구비문학의 특징]. (공부를)허재며는[하자고 하면] 자기 아버지하구 그 이웃 노인네하구 앉아서 옛날 얘기를 하는데, 이놈이 공불 하면서도 이 얘기하는 것을 다 적는 거야. 적어선, 하룻제녁에 한 마디 들으면 하날 적어서 요걸 꼭 종이에다 적어 가주곤 요놈의 걸 봉해 가주군 주머닐 하나 맨들어서 거기다가 처넣구, 처넣구 한 게 삼 년 동안을 그래다 보니깐 주머니 세 개가 찼어요[이야기의 소통을 막은 것이 앞으로 전개될 위기의 원인이 됨]. 그러니깐 자기 방 대들보에다 딱 달아 놨지. 요놈의 걸, 얘기 주머니를 보니깐 삼 년 동안을 저녁마다 한 개씩 집어넣으니깐 얘기 주머니가 엄청나게 얘기가 많이 들어간 거예요. 주머니 세 개가 찼으니깐. - 발단 : 도령이 옛날 이야기를 주머니에 넣어 둠
사 년째 되던 해에 장가를 가게 됐어요[이야기 주머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장가를 가게 됨]. 이런 동네서 살 거 같음 저기 홍천쯤으로 장가를 가게 됐어요[서술자의 개입]. 이런 영(嶺)을 하나 넘어가야 하는데 그전엔 왜[즉흥적 표현] 가마에다 이렇게 가야 되잖아요[구어체적 특성을 보여줌]. 그런데 낼쯤 출발하게 되면 오늘쯤[출발 전날] 자기 아버지가, 이제 하인들이 있으니깐, 하인더러 명령을 하는 거야.
“너는 내일 누구누구 가말 모시구, 누구는 손님 접대를 해라.”[창자가 구체적으로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을 생략하여 표현함]
이렇게 참 정해 줬단 말야. - 전개 : 도령이 이야기 주머니를 그대로 두고 장가를 가게 됨
그런데 그 가마 모시구 그 샌님 도령을 모시구[구술 문학의 특징 – 내용의 중복] 영 넘어갈 그 종이, 참 동짓달[음력 11월]인데 허깨눈이 밤에 깝짝시레[갑작스레.] 이렇게 와서 눈을 씰러[쓸러] 그 도련님 방 문턱엘 이렇게 돌려 씰재니까, 그 방은 도련님은 없구 빈방인데, 얘깃소리가 중중중중 나더란 얘기예요. 그전 공부하던 방인데, ‘하, 도련님이 여긴 안 기시는데 여기서 무슨 얘깃소리가 이렇게 나는가?’말여. 게서 귀를 이렇게 찌우[겨우.] 들으니깐[‘이렇게’라고 말하면서 귀를 대고 엿듣는 모습을 동작으로 재연], 아주 여러 사람이 떠드는 게[이야기를 의인화함],
“이놈의 새끼가 우릴 주머닐 넣어 가두고 안 풀어놓는다.”[자신을 가두어 놓은 도령에 대한 원망, 속뜻은 이야기가 소통되지 않는 상황임]라는 얘기야.
“그래니깐 이 새끼가 낼 저 고개 넘어 장갤 간다니까 낼 우리가 잡아야 된다[이야기 귀신들이 자신들을 가둔(소통을 막은) 도령에게 복수하고자 함].”이거지.
“우리 여레 이걸 잡아야 되는데…….”
그래니깐 이런 토론이 많이 나오겠지. 응 귀신찌리래두[귀신끼리라도.].
“그럼 그걸 어떻게 잡아야 되느냐?”
그래니깐,
“내 말 들어라. 동지섣달에 이 고개 마루턱에다가 난데없는 돌배를 크다 만 걸 하나를, 이렇게 잎이 피어 늘어지게 하고 돌배가 이렇게 매달리고[돌배나무에 잎이 피어 있고 돌배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구연자가 동작으로 재연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허먼[동작을 곁들이는 표현 – 구어체적 표현], 하 그걸 먹을라고 앨 쓸 거다[고개를 넘다 보면 도령이 목이 마를 것이므로]. 그러니깐 그놈의 걸 이렇게 떡 맨들어 놓으면 새신랑이 오다 그거만 딱 처먹으면 죽을 테니깐 걸 해 놓자. ” -위기 : 이야기 귀신들이 도령을 죽이려고 모의 작당함
아, 요걸 그 가매바리[가마채] 모시구 갈 그 종놈이 들었단 얘기야. ‘도련님은 내가 살려야겠다.’라는 결심을 먹었거든.
아 근데 아침[출발하는 당일 아침]에 신랑 아버지가,
“아 부득이한 무슨 일이 있으니까는 너는 낼 도련님 모시구 거길 가라구[전날 도령의 아버지가 했던 말, 원래의 계획] 그랬더니 오늘 집안일을 봐야 되겠다.[종이 도령과 갈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새로운 위기를 만듦]”
이거거던.
“안 되겠습니다. 내가 가야 되겠습니다.”[주인의 명령에 따를 수 없음]
이거야.
“이놈! 어느 명령이라 니가 불복[복종하지 아니함.]을 하느냐?”
“내가 목이 짤라져두 가야 되겠습니다. ”[도령을 살려야겠다는 의지가 확고함 - 충성스러움]
이거야. 아 그래니깐 그 새신랑짜리가 가만히 생각하니까 이상허거든.
“아, 무슨 얘기야?”
“아, 내가 이번엔 도련님을 모셔야지 안 됩니다.”
이거야. 그래니깐 또 그 새신랑두 그 종이 맘에 들었었구.
“아버님, 이번에 뭐 아버님 첨 마음먹었던 대루 이 사람이 이렇게 가게 하죠.”
“아냐, 이 사람이 집에서 손님 접댈 해야 돼.”
아 서루 의견 충돌이 되는 거야[도령의 아버지와 도령의 의견이 다름]. 그래니깐 죽어두 간대네[종의 의지]. 내 목이 짤라져두 간대는데 어떡하느냐 이기야[서술자의 논평]. 아들이 부추기구. 그래서 그[종] 사람이 모시구 간 거야. 아, 아니나 달러? 이놈의 고개를 동지섣달에 눈이 허연데 올라가는데, 아 고개마루턱에 난데없는 놈의 돌배남기[야생으로 자란 배나무가.] 올라와서 돌배가 이렇게[동적으로 표현] 늘어졌는데, 아 황홀하게 폈거든. 돌배가 많이 열지두 않았어요. 두 개가 딱 열었는데,
“하, 저거 따다 날 달라.”
이기야.
“고갤 올러오니까 목이 마르는구나.”
인제 따 달라구 그래니깐 이놈이 가매바릴 내려놓구 따는 척하며 따선, 돌팔매질을 해서 멀리 팽개쳐 버린 거야[귀신들의 의도를 알고 도령이 배를 먹지 못하게 함]. 요게 꼬부장했단 말야.
‘저 새낄 우리 아부지가 떼 놀라구 그럴 적에 떼 놓구 딴 놈을 데려왔어야 저 돌밸 내가 먹을 놈의 걸 잘못 생각했다.’[하인의 의중을 모르고 못마땅하게 생각함]
라는 거지. 속에다 꼬부장하게……‘원젠가 너는 나한테 죽는다는 걸 각오해라.’ 그럭허군 가 잔칠 지냈어요. 잔칠 지내 와 가주구는 삼 일이 지나간 담에 인제 그 종놈을 부른 거야. 돌밸 집어던진 놈을 오라구 그래서 와 가지구,
“너 무슨 혐의가 져서 내가 꼭 먹겠다는 돌밸 네가 따서 집어 내버렸느냐?”
“예,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그날 부쩍 우겨서 내가 도련님을 모시구 간 것두 이유가 있습니다.”
“뭐냐?”
그 얘길 쫙 했어.
“눈 씰러 이렇게 돌아가니깐 도련님 그 공부하던 방에서 서루 그 귀신들찌리 얘길 허는데 그날 가두구서 풀어 주지 않으니까 이걸 잡아야 되겠다구 그래면서그 돌밸 만들어 놓구 그걸 먹음 죽게 이렇게 하자구. 그래서 내가 우정[일부러.] 그렇게 간 거라구.” - 절정 : 도령을 죽이려는 이야기 귀신들의 모의를 엿들은 하인이 도령을 구함
이놈이 가만 생각해 보니깐 그 얘기 주머니 생각이 나거던[죽음의 위기를 벗어난 다음에 하인의 말을 듣고 그동안 잊고 있던 이야기 주머니를 생각하게 됨].
“아, 그래.”
아, 그래선 참 자기 공부하던 방에 가 보니깐 대들보에다 얘기 주머니 세 개 이렇게 똘똘 말아선 이렇게 주머니 속에 가뜩가뜩 채워 논 게 매달려 있거든. 아 그래 이놈의 얘기 주머니를 갖다가선 터쳐서 다 풀어 내보냈단 말이야.[이야기의 소통이 실현됨 – 근본적인 문제 해결] 그때 헤쳐 내보냈는데 겨우 나는 그놈의 걸 줏어듣다 보니깐 그저 한 반 주머니밖엔 못 가졌어요[도령이 풀어 보낸 이야기 중 구술자는 반 정도밖에 알지 못한다는 뜻임]. 예, 이걸루 끝납니다[청자에게 이야기가 끝났음을 알려주는 말로, 청자와 대면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 주는 구술 문학의 특징].
- 결말 : 도령이 이야기 주머니를 풀어 이야기를 내 보냄
이해와 감상
이야기를 주머니 속에 가두어두기만 하다가 죽을 뻔한 신랑을 하인이 구하였다는 내용의 설화. 일반담(一般譚)에 속하며, ‘이야기 귀신’이라고도 한다. 전국 여러 곳에 구전되고 있다.
이야기를 좋아하는 소년이 큰 자루 속에다 이야기를 모두 집어넣고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꼭꼭 묶어놓았다. 마침 소년이 장가를 들게 되었는데, 자루 속에 갇혀 있던 이야기 귀신들이 독이 든 물, 독이 든 과일, 독이 있는 뱀으로 변신하여 소년을 장가가는 날 죽이기로 결의하였다.
이야기 귀신들이 하는 말을 들은 소년의 하인이 장가가는 날 그를 쫓아가 물과 과일을 먹지 못하도록 하고, 또한 신부 방에 들어가 독사를 제거하여 소년을 구하였다는 내용이다.
각 편에 따라 이야기 귀신이 변하는 대상이 다르게 나타나나, 내용상에는 큰 차이가 없다.
본래 이야기란 남에게 들은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함으로써 공간적으로 이동하고 시간적으로 전승되는 데에 그 본질이나 생명이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특정한 사회와 역사에 부합되는 이야기의 진실이 개발되고 이야기의 흥미가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이다.
이 설화처럼 이야기들을 가두어두기만 하면, 이야기가 가진 개방적 진실이 고정되고 생명마저 단절시키고 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이 설화는 사람과 이야기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는 것으로 설정하여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형상화시키고 있어서, 우리 민족이 지니고 있던 이야기에 관한 인식의 수준이나 이야기를 꾸미는 솜씨가 어느 정도였는가를 살필 수 있는 자료이다.
≪참고문헌≫ 口碑文學槪說(張德順 外, 一潮閣, 1971), 韓國口碑傳承의 硏究(成耆說, 一潮閣, 1976), 韓國口碑文學大系(韓國精神文化硏究院, 1980∼1988).(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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