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물교구설화(異物交 說話)
by 송화은율이물교구설화(異物交 說話)
사람이 사람 아닌 동물이나 식물과 교구한다는 내용의 설화. ‘이류교혼담(異類交婚譚)’이라고도 한다.
이 술어는 최상수(崔常壽)가 한국 전설을 분류하면서 전설분류항으로 설정한 것인데, 이물의 성격에 따라 동물교구설화와 식물교구설화로 나눌 수 있고, 이물이 남성의 구실을 하는 경우와 여성의 구실을 하는 경우로도 나누어진다.
식물이 남성의 구실을 한 이야기는 ‘동삼(童蔘)’·‘차천(車泉)의 오이’ 등이 있다. ‘동삼’은 충청남도 금산 지역의 전설로서, 동삼이 남자로 변하여 장자의 딸과 동침하였는데, 처녀가 실 꿴 바늘을 남자의 소매에 꽂아 그 정체를 파악하고 동삼을 캐어 먹었다는 이야기이다.
‘차천의 오이’는 진각국사(眞覺國師)의 탄생담으로 전하여지는데, 전라남도 화순 지방에서 배이방(裵吏房)의 딸이 차천이라는 우물에서 오이를 건져 먹고 잉태하여 아들을 낳았는데 이 아들이 뒷날 진각국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동물이 여성 구실을 하는 예로는 충청남도 공주의 ‘곰나루전설’이 있다. 옛날 공주 고을의 한 청년이 산에 갔다가 길을 잃고 처녀로 변한 곰과 부부가 되어 살다가 곰인 것을 알고 도망하자, 뒤따르던 곰이 금강에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이다.
그 밖에 민담 중 ‘구렁이와 지네의 승천다툼’이라는 이야기에서는 구렁이가 처녀로 변신하여 남자와 동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물교구설화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야기는 동물이 남자의 구실을 하는 경우이다. 이들 설화는 ‘야래자설화’라고도 하는데 〈서동설화〉·〈최치원설화〉·〈노라치설화〉·〈창녕조씨시조담〉·〈채씨소 蔡氏沼〉·〈광적사(廣積寺)의 거미〉 등 많은 자료가 있다.
설화 내용은 어떤 처녀가 자는 방에 낯모를 남자가 밤에 찾아와 자고 가다가 처녀가 실 꿴 바늘을 남자에게 꽂아 정체가 드러나게 되었는데, 그 남자의 정체는 용·구렁이·수달·지렁이·거북 등 대체로 물과 친연성이 있는 동물이었다. 그 뒤 처녀는 잉태하여 남자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자라서 성씨의 시조나 나라를 건국하는 국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설화는 본래 수신신화(水神神話)의 한 변이 형태로서 시조의 신이한 탄생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류교구설화는 고대에 인간과 동식물을 동일시하였던 사고나 동식물 숭앙 관념을 반영하고 있으며, 우리 민족의 신화적 사고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이다.
≪참고문헌≫ 한국민간전설집(崔常壽, 通文館, 1958), 百濟神話硏究(徐大錫, 百濟論叢 1, 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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