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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유곡 (栗里遺曲)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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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유곡 (栗里遺曲)

 

요점 정리

작가 : 김광욱

갈래 : 평시조, 연시조

성격 : 전원적, 탈속적

주제 : 전원에서 보내는 소박한 생활에 대한 만족감

구성 : 17수

표현상의 특징 : 설의법을 사용하여 주제 의식을 강조하고, 자연 속에서 사는 삶의 정취를 담담하게 노래하고 있고, 관념적인 말이 없고, 소재도 농촌의 생활에서 취하여, 형상이 소박에 맞추어졌다. 특히 보리술풋죽쑥달임꽃달임닭찜게찜 등의 소재를 통하여 농촌생활의 담박함을 나타내었다.

내용 연구

 

1.

도연명(陶淵明) 주근 후에 또 연명(淵明)이 나단 말이

밤마을 녜 일흠이 마초아 가틀시고,

도라와 수졸전원(守拙田園)이야 긔오 내오 다르랴

 

 

도연명이 죽은 후에 또 연명이 나타났다는 말이

밤마을의 옛 이름과 더불어 공교롭게도 같구나.

돌아와서 전원에서 살고자 하는 우직한 태도와 본성이야말로 그와 내가 다르겠는가.

 

지은이가 벼슬을 그만두고 고향 밤마을에 은퇴하여 살면서 지은 '율리유곡'의 첫 연이다. 옛날 도연명이 살던 마을 이름도 율리였는데, 자신을 '귀거래사'를 지은 도연명이라 다를 바가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2.

공명(功名)도 잊었노라 부귀(富貴)도 잊었노라

세상 번우(世上 煩憂)한 일 다 주어 잊었노라

내 몸을 내마저 잊으니 남이 아니 잊으랴

 

 

세상 사람들이 좋아하는 공명도 부귀도 잊어버렸다.

세상의 번거롭고 근심스러운 일도 모두 잊어버렸다.

(마침내) 나조차(나마저) 잊어버렸으니 남이 나를 아니 잊을 수 있겠는가.

 

속세와 단절한 채 살아가는 삶을 노래한 것으로 속세를 잊고 무위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가는 은사의 심경을 노래했다. 점층법과 반복법을 써서 세상과 인연을 끊으려는 심정을 잘 나타내고 있어 작가의 탈속적이며 고고한 자세를 읽을 수 있다.

 

3.

뒷집에 술쌀을 꾸니 거친 보리 말 못찬다

즈는 것 마구 찧어 쥐 빚어 괴어내니

여러 날 주렸던 입이니 다나 쓰나 어이리

 

 

뒷집에서 술쌀을 꾸었는데 거친 보리 말 못찬다.

즈는 것 마구 찧어서 쥐어 빚어 괴어내니

여러 날 굶었던 입이니 달든 쓰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삼순구식(三旬九食)하는 구차한 가난한 화자의 삶이지만 주어진 삶에 순응한다는 말임.

 

4.

강산한아(江山閑雅)한 풍경(風景) 다 주워 맡아 있어

내 혼자 임자이니 뉘라서 다툴소냐

남이야 심술궂다 여긴들 나눠 볼 줄 있으랴

 

 

고요하고 아담한 강산의 풍경을 다 맡아 가지고 있으니아름다운 강산은 모두 내 것이니 누구와 다툴 것인가?다른 사람들이 심술궂다고 여겨도 나눠 주지 않으리.

 

윤선도의 ‘만흥’과 유사한 내용으로 자연의 임자임을 자처하고 자연 속에서 한가롭게 살아가는 삶을 노래하고 있다.

 

5.

질가마 좋이 씻고 바위아래 샘물 길어

팥죽 달게 쑤고 저리지 끄어내니

세상(世上)에 이 두 맛이야 남이 알까 하노라

 

 

질가마(흙으로 구워 만든 가마솥)를 깨끗이 씻고 바위 아래에서 샘물을 길어다가 팥죽을 달게 쑤고 절이 김치를 꺼내어 먹으니세상이 이 두 맛(팥죽과 절이 김치)이야 말로 남이 알까 두렵노라.소박한 음식으로 연명하는 가난한 생활이지만, 자연을 벗하는 작자의 유유자적하는 마음은 세속의 온갖 부귀영화가 전혀 부럽지 않다는 안빈낙도의 심정을 표현하고 있다. 소박한 음식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며 남이 알까 봐 걱정하고 있는 태도가 웃음을 자아낸다.

6.

어화 저 백구(白鷗)야 무슨 수고 하나슨다

갈숲으로 바자니며 고기엿기 하는고야

나같이 군마음 없이 잠만 들면 어떠리

 

 

어와 저 갈매기야, 무슨 수고 하느냐?갈대숲으로 오락가락하며 고기를 얻으려 하는구나.나처럼 딴마음이 없이 잠만 들면 어떻겠니?

 

당시의 엽관배들이 자신의 영달을 위해 권력[고기]를 찾아 혼탁한 정계[갈숲]를 헤매는 정치인[백구]의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으며, 산림에서 '군마음[세속의 부귀영화]'없이 은거[잠]하는 화자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킴으로써 정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7.

모첨(茅詹) 기나 긴 해에 하올 일이 아주 없어

포단(浦團)에 낮잠들어 석양(夕陽)에 지자 깨니

문밖에 그 뉘 아함하고 낚시가라 하나니.

 

 

초가 지붕의 처마에 긴 해가 할이 아주 없어

방석 위에서 낮잠을 자고 해가 떨어져서 잠을 깨니

문밖에서 그 누가 하품하며 낚시가라 권하니

 

낮잠과 낚시로 소일하는 한가로운 삶을 보여주고 있다.

 

8.

삼공(三公)이 귀(貴)타한들 이 강산(江山)과 바꿀소냐

편주(扁舟)에 달을 싣고 낚대를 흩던질 제

이 몸이 이 청흥(淸興)가지고 만호우(萬戶侯)인들 부러랴

 

 

고관대작(지위가 높고 훌륭한 벼슬. 또는 그 지위의 사람)가 같은 높은 벼슬이 귀하다고 한들 어찌 이 자연과 바꿀 수 있겠는가? 조각배에 달빛을 가득 싣고 낚싯대를 던질 때에내가 즐기는 이 자연의 흥취를 가지고 만호의 식읍(食邑)을 갖는 제후의 부귀영화를 부러워하겠는가.

 

자연을 즐기는 천석고황(泉石膏肓)에 빠진 사람들은 삼공불환차강산(三公不換此江山)이라는 말을 즐겨 썼다. 세상의 고관대작인 삼정승의 부귀영화라도 이 자연 속에 묻혀 사는 즐거움과 바꾸지 않겠다는 뜻이다.

 

9.

추강(秋江) 밝은 달에 일엽주(一葉舟) 혼자 저어

낚대를 떨쳐 드니 잠든 백구(白鷗) 다 날거다

어디서 일성 어적은 조차 흥을 돕나니

 

 

가을 강물에 달빛이 밝은데, 조각배를 홀로 저어 나가면서

낚싯대를 흔들어 울리니 잠자던 갈매기들이 모두 놀라 날겠구나

어디서 들려오는 어부의 피리 소리가 곁들여 이 흥취를 돋우어 주는구나.

 

달 아래 배를 타고 자연과 벗 삼으며 낚시를 즐기는 한가로운 생활을 노래하고 있다.

 

10.

헛글고 섞은 문서(文書) 다 주어 후리치고

필마 추풍(匹馬 秋風)에 채를 쳐 돌아오니

매인 새 놓이다 이대도록 시원하랴

 

 

흩어져 어지럽던 문서 다 던져 버리고

한 마리의 말을 타고 재촉하여 돌아오니

새장에 갇힌 새가 놓인다고 이처럼 시원하랴

 

나라의 벼슬에 얽매이어 하던 일과 어지러운 속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중장에 담겨 있다. 이는 화자가 관직의 삶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1.

대막대 너를 보니 유신(有信)하고 반갑고야

나니 아이적에 너를 타고 다니더니

이제란 창(窓)뒤에 섰다가 날 뒤세고 다녀라

 

 

대나무 막대기(아이들 적에는 죽마가 되고, 늙어서는 대지팡이가 되는 막대기) 너를 보니 신의가 있고 믿음직하며 반갑구나.내가 아이 적에는 너를 타고 다녔더니이제는 창 뒤에 서 있다가 날 뒤에 세우고 다니는구나.

 

지은이의 호가 죽소인 것으로 미루어서도 그는 대를 몹시 좋아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를 지사의 절개에 비유하였다. 결이 곧아서 쭉쭉 곧게 쪼개져 나가는 것에서 '대쪽 같은 성품'이라는 말도 생긴 것이다. 그 대를 어린 시절에는 대말을 만들어 말놀이를 하고, 그것을 죽마고우(竹馬故友)라고 하여 가까운 친구를 의미하고, 늙어서는 지팡이를 만들어 짚고 의지하고 다닌다. 죽장망혜로 산천을 유람할 때도 대는 곁을 떠나지 아니하였으므로 대는 인생의 반려가 되었다.

 

12.

세상(世上) 사람들이 다 쓸어 어리더라

죽을 줄 알면서 놀줄란 모로더라

우리는 그런 줄 알므로 장일취(長日醉)로 노느라

 

 

세상사람들이 모두 어리석구나.

죽을 줄은 알면서 놀 줄은 모르는구나.

우리는 그런 줄 알므로 온종일 취하고 노느니라.

 

속세에 사는 사람들에게 자연 속에서 노는 즐거움의 의미를 말하고 있다. 인생은 허무한데 그것을 깨닫지 못한 사람들에게 경계하고 있다.

 

13.

사람이 죽은 후(後)에 다시 산 이 보았는다

왔노라 한 이 없고 돌아와 날 본 이 없다

우리는 그런줄 알므로 살았을 제 노노라

 

 

사람이 죽은 후에 다시 산 사람을 보았는가.

왔노라 한 사람도 없고 돌아와 날 본 사람도 없다.

우리는 그런 줄 알므로 살아있을 때 노느니라.

 

유교의 현세적 삶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으로 궁극적으로 짧은 삶에서 인생의 즐거움을 누리라고 하는 말이다.

 

14.

황하수(黃河水) 맑다더니 성인(聖人)이 나시도다

초야 군현(草野 君賢)이 다 일어나단 말가

어즈버 청산풍월(江山風月)을 누를 주고 니거니

 

 

황하수 맑다더니 성인이 나셨도다.

초야군현이 다 일어났단 말인가.

어와 강산풍월을 누구를 주고 가는가.

 

청산풍월은 임자가 없으니 그것을 즐기라는 말이다.

 

15.

 

세(細)버들 가지꺾어 낚은 고기 꿰어들고

주가(酒家)를 찾으려 단교(斷橋)로 건너가니

그 골에 행화(杏花) 져 쌓이니 갈 곳 몰라 하노라

 

 

가는 버들의 가지를 꺾어 낚은 고기를 꿰어 들고술집을 찾으려고 헐어진 다리를 건너가니온 골짜기에 살구꽃이 떨어져 쌓이니 갈 길을 몰라 하노라.낚은 고기를 들고 술집을 찾아가던 화자가 골짜기에서 행화가 지는 모습을 보면서 발길을 옮기지 못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16.

동풍(東風)이 건듯 불어 적설(積雪)을 다 녹이니

사면 청산(四面 靑山)이 예 얼굴 나노매라

귀밑에 해묵은 서리는 녹을 줄을 모른다

 

 

동녘 바람이 잠시 불어 쌓인 눈을 다 녹이니

사방의 푸른 산이 옛 모습을 드러내는구나.

그런데 귀밑에 해묵은 흰머리 털은 녹을 줄을 모르는구나.

 

자연은 다시 청산이 되고 돌아오건만 인생은 한번 흘러가면 젊음을 되찾을 수 없다는 의미다.

 

17.

최행수(崔行首) 쑥달임하세 조동갑(趙同甲) 꽃달임하세

닭찜 개찜 오려 점심(點心) 날 시키소

매일(每日)에 이렁성굴면 무슨 시름있으랴

 

 

최행수여, 쑥 끓여 쑥달임하세, 조동갑네야, 꽃 지져 꽃달임 하세나.

닭찜도 하고 게찜도 하세나. 올벼쌀로 점심 짓는 일은 나를 시켜주시게나.

날마다 오늘 이 모양으로 지낸다면야 벼슬하는 일이 무엇이 부럽겠느냐.

 

매일매일 삶을 즐긴다면 어느 것도 부러울 것이 없는 말이다.

이해와 감상

 

김광욱이 지은 17수의 연시조로 진본(珍本) 청구영언 靑丘永言에는 17수 모두, 주시경본(周時經本) 해동가요 海東歌謠에는 14수만 실려 있다. 1650년 작자는 경기 감사로서 변사기(邊士紀)의 모역을 적발하고 나서 관직에서 물러나 쉴 뜻을 갖는다. 이후 서호 구사(西湖舊舍)를 새로 단장하고 귀래정(歸來亭)이란 편액을 단다. 이 작품은 이 무렵에 지은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으로 고향에 돌아가 지은 것으로 중국의 도연명(陶淵明)을 사모하여 세상의 부귀와 공명을 잊고 자연에 묻혀 몰아(沒我)의 경지를 즐기는 내용을 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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