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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 식품 안정성 논란,미국은 OK, 유럽에선 NO!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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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조작 식품 안정성 논란,미국은 OK, 유럽에선 NO! / 박태균(중앙일보 식품의약 전문기자)

지난해말 유전자조작된 것으로 알려진 미국산 콩이 인천항을 통해 수입되면서 국내 시민·환경운동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유전자조작 농산물·식품의 유해성 논란은 지난 95년부터 주생산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서 치열하게 전개됐으며 이번 미국산 콩의 수입으로 국내에서도 표면화된 것. 그동안 국내에 유통된 수입 콩·옥수수 중 상당량이 유전자조작된 것으로 밝혀짐으로써 정부의 조속한 대책 수립이 요구되고 있다.

유전자조작 생명체(LMO·Living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에서 수확되는 농작물·식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원래 이 논쟁은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 지난 95년부터 치열하게 전개됐으나 마침내 불길이 우리나라에까지 번진 것이다. 유전자조작 곡물은 콩·옥수수 등 우리가 즐겨 먹는 곡류와 관련있고 이 기술이 우리나라가 곡류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미국에서 성행하는 첨단의 종자개량 기술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논란의 대상이 되리라는 것은 이미 예고된 일이었다.

최근 유전자조작 곡물에 대한 유해 논란이 불붙기 시작한 것은 미국산 콩 3만 1천 5백 t이 지난해 12월 5일 저녁 화물선 앰버호에 실려 인천항을 통해 입항한 것이 도화선이 되었다. 이 콩은 다국적 곡물유통업체인 미국 콘티넨털사가 수출한 것으로 뉴올리언스항을 떠날 때부터 유전자조작 콩이 상당량 포함돼 있을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해양수산위 소속 자민련 이완구 의원이 이 콩의 샘플을 입수, 농업과학기술원 등에 성분조사를 의뢰한 결과 30개 중 8개가 라운드업이라는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미국 몬산토사가 개발한 유전자조작 콩과 동일한 유전자 서열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또 국감에서 한나라당 오양순 의원은 "우리 정부가 유전자조작 콩의 유통단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어디서 선적이 이뤄지는지 정도만 알 뿐"이며 "국내 유통 두부 중 30%가 유전자조작 콩이 원료일 것으로 추정된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녹색소비자연대 등 9개 시민·환경단체로 구성된 '생명안전윤리연대모임'은 미국산 콩을 수입한 농수산물유통공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특히 앰버호가 인천항에 도착한 지난해 12월 5일 오후에는 인천환경운동연합·가톨릭환경연구소 등 15개 인천 소재 시민·환경단체가 이 콩의 인천항 반입중지를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최소한의 안전규제와 표시제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산 유전자조작 식품이 국내에 대량 수입돼 생태계와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는 유전자조작 농산물 수입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공사측은 유전자조작 콩을 하역·유통시키려는 계획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유전자조작 식품은 잠재적 위험성이 있는 만큼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전자조작 식품 유해론자들은 유전자가 조작된 생물체가 다른 유전자와 결합할 경우 사람의 건강은 물론 환경에도 엄청난 피해를 줄 잠재적 위험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국제소비자기구(CI)는 현재의 분석기법들이 유전자조작 식품이 일으킬 수 있는 의도하지 않는 변화들을 평가하는 데는 크게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92년 일본의 쇼와텐코사에서 유전자가 조작된 박테리아를 이용한 새로운 공정을 이용해 식품첨가제인 트립토판(아미노산의 일종)을 제조, 미국에 판매했다가 수천명의 희생자를 낸 것을 대표적인 유전자조작 관련 사고로 내세운다. 당시 트립토판을 섭취한 37명이 숨지고 최소한 1천 5백여 명이 '호산구근육통증후군'이란 괴이한 병에 걸려 신경증세를 호소했다.

또 유전자조작 곡물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잠재적 위험이 있다는 것이 유해론자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브라질넛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사람이 이 유전자를 집어넣은 유전자조작 콩을 먹은 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사실이 개발단계에서 확인돼 개발이 중단되기도 했다.

유전자조작 식품을 섭취하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耐性)이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유해론자들의 단골 메뉴다. 유전자조작이 의도한 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항생물질에 내성을 갖는 유전자를 함께 집어넣는 경우가 있는데 우리 몸의 장내(腸內) 미생물에 이 유전자가 이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해충에 내성을 갖게 한 유전자조작 곡물을 섭취한 사람에게서 독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유해론자들은 또 병·해충에 강한 농작물을 만들기 위한 유전자조작이 새로운 병·해충의 출현을 부르고 유전자를 조작한 생물이 환경에 방출돼 급속히 확산될 경우 생물다양성을 해치고 생태계 사슬을 파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유전자조작으로 개발된 작물들이 널리 보급돼 기존의 작물을 더이상 재배하지 않을 경우 우리가 현재 섭취하는 작물들은 잡초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이다.

유전자조작 곡물이 실험동물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켰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영국 로웨트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유전자조작한 감자를 실험용 쥐에 먹인 결과 쥐의 면역체계가 파괴되는 부작용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연구소측에 따르면 병충해에 대한 저항력을 갖게 하는 렉틴이란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유전자를 변형시킨 감자를 실험용 쥐에게 1백 10일(인간의 10년에 해당)간 먹인 결과 쥐의 면역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렉틴은 면역세포를 손상시키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물질인데 실험은 렉틴을 생성하도록 유전자가 조작된 감자를 먹어도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는가를 확인하기 위해 실시됐다.

그러나 대다수 정부관계자나 과학자들, 미국 식품의약청(FDA)·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제식량기구(FAO) 등의 견해는 이와는 사뭇 다르다. OECD는 93년 유전자조작 식품의 안전성 평가기준이 되는 '실질적 동등성' 개념을 도입했다. 유전자조작된 식품 또는 식품성분이 기존의 식품과 실질적으로 동등하다면 안전성이나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무해론자들은 앞서 예로 든 트립토판 사고는 정제과정에서 불순물이 충분히 제거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해명한다.

또 지금까지 유전자조작 자체가 원인이 돼 알레르기를 일으킨 사례가 없고 유전자조작으로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갖게 된 곡물이 이를 섭취한 인간의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등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도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 FDA는 '나마이신(항생제의 일종) 내성 유전자'를 식품첨가물로 인정할 정도이고 항생제 내성 유전자는 대부분 위장에서 효소나 위산에 의해 분해되고 식물의 유전자가 하등한 미생물에 옮겨질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무해론자들은 또 유전자조작 농작물을 개발하면 농약 사용이 감소하고 생물다양성 보전에 유익하며 이를 외면할 경우 식량 증산은 물건너간다고 주장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유전자조작 식품을 생산하는 미국 정부는 시판 전 모든 유전자조작 식물을 시험재배해 안전성을 판정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과학적 근거를 대며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서는 없다. 미국이 유전자조작 식품의 원조답게 이들 식품의 섭취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데 반해 유럽은 전통적으로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해 부정적이다. 21세기 황금산업인 생명공학에서 미국에 뒤처질까봐 전전긍긍하면서도 오스트리아·룩셈부르크 등은 유전자조작 식품의 수입을 아예 금지했고 프랑스·이탈리아는 재배를 잠정 금지했다. 유럽연합(EU) 각료이사회가 지난해 9월부터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를 의무화하기로 의결한 것도 이같은 여론 때문이다. 유럽에 미국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이 수입되기 시작한 것은 95년께부터이지만 환경·소비자단체들의 반대가 격렬해 지금까지 수입허가를 받은 곡물은 콩·옥수수뿐이다.

지난해 6월 스위스에서는 유전공학에 관한 첫 국민투표까지 실시됐다. 유전자조작 동물을 만들지 못하게 하고 유전자조작 동·식물 특허를 내주지 말도록 하는 등 유전공학 연구와 산업화를 엄격히 규제하는 조항을 헌법에 추가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따른 투표였다. 당시 스위스 녹색당 당수는 "식량 생산은 과학자가 아닌 농부의 손에 맡기자"고 호소했으나 결과는 찬성 34%, 반대 66%로 나타나 유전공학계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나 스위스인 3명 중 1명은 유전자조작에 강한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단지 연간 1백 10억달러에 이르는 의약품 수출산업과 수만개의 일자리가 투표의 향방을 갈랐다는 것이 유력한 분석이다.

광우병 파동을 겪은 영국도 이 문제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 한 유명한 냉동식품 체인점이 유전자조작 식품을 팔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3백개의 유전자조작 농산물시험장 가운데 40개 이상이 환경단체들에 의해 파괴됐다. 유기농법 옹호자인 찰스 왕세자는 "유전자조작 식품을 개발하는 것은 신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주장, 이 논란에 불을 붙였다.

프랑스는 지난 97년 총선에서 녹색당과 손잡은 사회당이 집권하면서 더이상 유전자조작 농산물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파리에서는 지난해 6월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 회원들이 슈퍼마켓에 침입, 식품 포장에 유전자조작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전자조작 콩·옥수수 등이 첨가된 포테이토칩·비스킷 등 식품을 강제 철거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또 유전자조작된 옥수수 등 종자(種子) 3종의 승인 여부를 놓고 정부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팽팽히 갈리자 지난해 시민청문회까지 열었다.

우리나라에도 유럽과 비슷한 시기인 95년께부터 미국산 유전자조작 곡물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국민들은 이런 사실조차 거의 모르고 있다. 90% 이상을 수입하는 콩의 경우 주수출국인 미국에서 유전자조작된 콩이 재배되고 그중 상당량이 정상 콩과 함께 섞여 수입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수입콩을 가공해 만든 1천여 종류의 콩 가공식품(콩기름·두부·메주 등)은 모두 유전자조작 곡물로 만들어진 식품이라고 할 수 있다.

생명공학연구소 김환묵 박사팀은 환경정책평가연구원·농업과학기술원 등과 함께 최근 완성한 '생명공학제품 및 변형생물체의 수출입 현황 연구보고서'에서 국내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7%, 전체 수입곡물의 10% 이상이 유전자조작 품종이라고 추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햇동안 미국·캐나다·호주 등지로부터의 유전자조작 곡물 추정수입량이 약 1백 44만t, 지난 97년 국내에서 소비된 식용 또는 사료용 곡물 총량은 2천 만t이고 수입량은 그중 약 70%인 1천 4백만t이었다. 보고서는 또 미국·캐나다 등의 유전자조작 곡물 재배현황과 곡물수입 경로 등 자료를 토대로 옥수수는 국내 수입물량의 13%인 약 1백 4만t, 콩은 25%인 39만 3백t, 면화는 12%인 4천 6백 50t, 감자는 2%인 8백 19t이 각각 유전자조작 종자로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영국 로웨트연구소와 미국 대두협회도 "미국 콩의 30%, 옥수수의 25%, 면화의 40% 등이 유전자조작된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전자조작 식품에 대한 반발이 확산되자 농림부는 지난 정기국회에 '농수산물품질관리에 관한 법률'을 상정해 올 7월부터 유전자조작 식품 표시제를 도입할 예정이나 표시를 강제하지는 않고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을 삽입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미국·일본에는 표시제가 없고 유럽에서도 아직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전자조작 표시를 의무화할 경우 미국과의 통상마찰을 부를 수 있고 수입국의 협조가 없으면 표시제의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유전자조작 곡물과 재래품종을 같이 재배하고 비슷한 시기에 수확한 곡물을 하나의 사일로(저장고)에 저장하거나 운송하기 때문에 구분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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