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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猶豫) / 줄거리 및 해설 / 오상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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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예(猶豫, 1955, <한국일보>)

 

 

작가:오상원(吳尙源, 1930 - 1985)

평북 선천에서 출생. 1953년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1953년 극협 희곡 공모에 녹스는 파편, 1955<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유예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 1958년 단편모반으로 <사상계> 제정 제 3회 동인문학상 수상. 1974<동아일보> 논설위원 역임. 대표작으로는 중편 백지의 기록(1957), 황선지대(1960) 등이 있다.

주로 전쟁, 전후 사회와 개인의 삶, 정치적 상황에 관심을 보였으며, 1950년대 성격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다.

 

등장인물

: 화자(話者). 소대장. 포로가 되어 결국 총살 당함.

 

 

줄거리

 

몸을 웅크리고 가마니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다. 손과 발이 돌덩어리처럼 차다. 허옇게 흙벽마다 서리가 앉은 깊은 움 속, 서너 길 높이의 통나무로 막은 문틈 사이로 차가이 하늘이 보인다.

 

북으로 계속 진격하였으나 너무 적의 배후 깊숙이 들어가자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부대는 지리멸렬하게 되고, 몇 번의 전투 끝에 선임하사를 비롯한 여섯 명만이 남았다. 추위는 극에 달하고 마지막 전투에서 전투의 전문가인 선임하사마져 죽고 결국 소대장인 나만 살아남아 계속 남하하다가 어느 마을에 흘러들었다. 그때 마을에서는 인민군들이 아군 병사를 처형하려 하고 있었다. 논둑길을 걸어 가게 하고 뒤에서 총을 쏘는 것이다. 그의 죽음이 곧 자신의 죽음이라 생각한, 나는 적의 사수를 향해 총을 쏘다가 적의 응수로 부상, 의식을 잃은 채 포로가 된다. 적은 끊임없이 나를 회유하고 나는 엉뚱한 대답만을 하다가 사형이 집행된다. 적은 남쪽으로 뻗은 길을 걸어가라 하고 뒤에서 총을 겨눈다. 눈 쌓인 둑길을 걸어가면서 자기가 선택한 죽음을 맞이한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간다. 모든 것은 끝난 것이다. 놈들은 멋적게 총을 다시 거꾸로 둘러메고 본부로 돌아갈테지. 눈을 털고 추위에 손을 비벼 가며 방안으로 들어갈 것이다. 몇 분 후면 화롯불에 손을 녹이며 아무일 없었던 듯 담배를 말아 피고 기지개를 할 것이다. 누가 죽었건 지나가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모두 평범한 일인 것이다. 의식이 점점 그로부터 어두워갔다. 흰 눈 위다. 햇볕이 따스히 눈 위에 부서진다.

 

해설

이 작품은 철저하게 1인칭 독백 형식을 취하고 있다. 1인칭 독백 형식은 주로 과거 회상이 주조를 이루나 이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면서 주로 현재의 상황을 진술하고 있다. ,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인물이 경험하는 ,인민군에게 잡혀 죽음을 눈앞에 둔 의 내면적 심리의 갈등이 의식의 흐름의 형식을 통해 제시되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 작품은 죽음의 무미함과 전쟁의 비극성을 드러내 준다. 전쟁의 극한 상황 속에서 한 인물이 겪는 경험과 그 속에 명멸하는 생각들을 서술해 가는 의식의 흐름 형식을 취하고 있다. 이 같은 현재형의 진술은 작품의 템포를 아주 박진감 있게 전개시킨다. 또한, 이 작품은 서술로 일관되는 특징을 지닌다. 화자의 주변 인물의 대화도 화자의 의식 속에서 재편성되어 간접 화법으로 진행되고 묘사도 객관적이기보다는 화자가 바라본 주관의 세계로 그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는 전쟁의 의미를 막연하게나마 이해하고 전쟁의 참혹함에 대하여 절망하여 전쟁 속에서 삶에 대하여 회의를 느끼는 인물이다. 이는 전후 세대의 공통된 인식이며 심리적 갈등이다. 이런 양상은 장용학의 요한시집, 이범선의 오발탄, 선우휘의 불꽃등에서도 나타난다.

 

(주제)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전쟁의 비인간성

전쟁의 비정함에 대한 고발

(갈래) 단편 소설, 전후 소설, 심리 소설

(구성) 단순구성, 순행적 구성

(시점) 1인칭 주인공 시점

(문체) 간결체, 서술체

(표현) 의식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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