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유예(猶豫) / 요점정리 - 오상원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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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자소개

 오상원(吳尙源: 1939-1985)

평북 선천 출생. 서울대 불문과 졸업. <동아일보> 기자 역임. 1953년 <극협>의 희곡 현상 모집에 <녹스는 파편>이 당선되고 195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유예(猶豫)>가 당선되어 등단. 그는 해방 직후의 정치 및 6 25 상황과 관련된 인간 문제를 다루면서 비인간적 현실 극복을 증언하고 희구하는 작품 세계를 보여 준 작가다.

주요 작품으로는 <담배>, <증인>, <모반>, <훈장>, <황선 지대>, <백지의 기록>, <무명>, <산> 등이 있다.

 

요점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심리소설, 전후(戰後)소설
배경 : 시간 - 겨울.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 기간인 현재에서 출발하여
              과거·미래를 거쳐 총살 직 전의 현재.
       공간 - 전쟁으로 폐허가 된 어느 마을의 움막과 눈덮인 대지.
사상 - 실존주의 문학 사상.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인공의 자의식이 깊어질 때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바뀜.)
문체 : 간결체
표현 : 의식의 흐름 수법(시간의 순차적 진행에서 벗어남.)
주제 :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의 고뇌와 죽음.
          (전쟁의 비인간성.)

인물 : 그('나') - 패주하는 낙오병들의 소대장. 내면 의식이 깊어질 때
                 서술 시점이 '나'로 이동된다.
       선임 하사 - '그'의 부하. 극한 상황에서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이해와 감상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6·25 때 수색대 소대장으로 싸우다 인민군의 포로가 되어 총살을 앞둔 주인공이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 시간에 느낀 심리적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한 인간이 겪는 경험과 그 속에서 명멸하는 생각들을 서술해 나가는 의식의 흐름 수법을 택하고 있으며, 전쟁을 배경으로 하되 전쟁 자체의 비극성을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 이채롭다.


<유예(猶豫)>는 오상원이 195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당선된 단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포로로 잡힌 국군 소대장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에게 주어진 한 시간이라는 삶의 유예 시간 동안 그가 느끼는 여러 상념들을 '의식의 흐름' 수법으로 처리하여 생생한 효과를 얻고 있다.

오상원은 이른바 전후 문학파(戰後文學派)에 속하는 작가이다. 그의 주요 관심사는 전쟁에 휘말려 무의미하게 희생되는 인간의 생명, 그로 인하여 파괴되는 개인적 삶 등으로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작품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전후 세대가 놓여 있던 회색 분위기와 그러한 분위기 속에 팽배했던 허무 의식을 그려 내는 데도 관심이 있었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러한 분위기를 극복하고 인간 생명과 삶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여 준다. 특히, <모반(謀反)>과 같은 작품에서는 역사의 커다란 물줄기 때문에 개인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혼란기의 오도(誤導)된 가치관에 정면으로 맞서 개인의 가치를 강조하는 작가 정신을 보여 준다.

<유예>도 이러한 문학 정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포로가 되어 적군의 회유를 거부하고 처형당하기까지 그의 의식 속에 명멸하는 전쟁의 무의미성, 가치를 상실한 인간 생명 등에 대한 생각의 단편들이 주마등처럼 나타나고 있다. 주인공이 처한 현재 상황과 그와 관련된 주인공의 의식의 흐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긴박감과 함께 인간 생명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1인칭과 3인칭 시점을 교차시켜 가면서 주인공의 의식의 세계와 독백을 중심으로 사건을 진행시켜 나가고 있다. 주인공의 내면 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순차성은 거의 무시되고 있다.


줄거리

  인민군에게 잡혀 죽음을 목전에 둔 심리적 갈등, 죽음의 무의미함과 전쟁의 비극성이 '그'의 의식 속에서 반복되며, 지나온 전투 상황과 패주 경로가 떠오른다.

그가 인솔한 수색대는 북으로 진격하면서 몇 차례의 전투를 벌였다. 적의 배후 깊숙이 들어간 '그'의 부대는 본대와의 연락이 끊어졌다. 눈 속에 쓰러진 부하들을 버려 둔 채 여섯 명만이 눈을 헤치며 ××지점에 이르렀다. 어두워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대로(大路)를 횡단할 때, 돌연 일발의 총성과 함께 누군가 쓰러졌다. 선임 하사였다. 그는 선임 하사를 부축하고 산속으로 들어갔다. 새벽이 가까워진 산속에서 선임 하사는 슬픈 빛이라고는 조금도 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죽어 갔다. 그는 무릎까지 파묻히는 눈 속을 헤치면서 남쪽으로 걷다가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 불안과 절망, 피로와 굶주림, 추위와 고독 속에 일 주일째 되던 날 저녁 험한 준령을 넘었다.

인적 없이 황량한 마을. 그는 이상한 발소리를 들었다. 한쪽 벽으로 몸을 피하고 보니 인민군들이 한 청년을 죽음의 둑길로 내몰고 총을 겨누고 있었다. 그는 인민군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 두 놈이 쓰러졌다. 일순간이 지나자 인민군이 응수를 해 왔다. 반격을 받은 그는 의식을 잃는다.

이후 몇 번의 심문이 있고 모든 것이 결정된다. 몸을 웅크리고 움 속 감방에 쓰러져서 한 시간 후면 모든 것이 끝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그들에게 끌려가 예정대로 남쪽으로 내닿는 둑길을 걷다가 총살된 것이다.

그는 끝나는 그 순간까지 정확히 자신의 삶을 끝맺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둑길을 걸어간다. 흰 눈이 회색빛으로 흩어지다가 점점 어두워지자 자신은 모든 것이 끝났지만 그들은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하다가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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