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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 해설과 핵심정리 / 비슷한 주제의 작품 / 정지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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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다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백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라갔구나!

 

어휘 및 어구 풀이

열없이 : 기운 없이. 또는 별다른 의미 없이.

 


. 작품 해설

작가가 28세 되던 1930년에 쓴 작품으로 자식을 잃은 비통한 아버지의 심정을 절제하여 표현하고 있다.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사물의 감각적인 이미지로 제시하여 시상을 승화시킨 것이다. 감정을 대신 담아낼 수 있는 3의 사물이나 정황을 통하여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 시의 특성

선명하고 참신한 이미지, 감각적이고 세련된 시어 등이 사용되었다.

시각적 이미지와 역설적 표현을 통해 감정을 절제하고 있다.

 

. 핵심정리

종 류 : 자유시, 서정시

운 율 : 내재율

성 격 : 서정적, 회화적, 감각적

제 재 : 유리창에 서린 입김

주 제 : 죽은 자식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

 

. 전문의 짜임

구 분
1 유리창에 비친 아이의 환상
26 유리창에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고 유리를 닦으면서 아이를 그리워 함.
78 유리를 닦으면서 느끼는 모순된 감정
910 아이의 죽음을 인식한 데서 오는 탄식

. 이미지 전개

죽은 아기를 형상화한 표현
차고 슬픈 것 : 죽은 존재이기에 현실의 따뜻한 세계로는 다시 들어올 수 없는 데서 오는 차갑고 슬픈 느낌, 언 날개를 파닥거리는 새, 신의 존재를 알아보게 하기 위해 어린 새가 연약한 날개를 파닥거리는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그 새를 불쌍히 여기는 시인의 마음
물먹은 별 : 아이의 모습은 별처럼 빛나고 순수한 이미지, 그 이미지를 바라는 시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듯하다.
폐혈관이 찢어진 채 날아간 새 : 정처 없이 날아가서 돌아올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 느껴짐, 그리고 폐혈관이 찢어졌다는 것은 아이의 고통과 고통스럽게 죽은 아이를 떠올리는 시인의 고통이 같이 느껴지는 표현
종합해 보면 죽은 아이는 매우 어리고 연약한 존재였던 것 같고, 아이의 죽음에 대해 시인의 극도의 슬픔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아이는 어리고 연약한 아이였다거나 나는 너무 슬프다라고 표현하지 않고 이렇게 비유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과도한 감정의 노출을 막았기 때문에 독자도 함께 선명하고 아프도록 시인의 슬픔과 안타까움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정지용 연구

(1) 정지용(19021950?)

 

충북 옥천에서 출생.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를 졸업, 일본 도지샤 대학 영문과 졸업. 귀국 후 휘문고등보통학교 영어 교사로 재직했으며 광복 후에는 이화여자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1950년에 한려수도를 여행 중 전란을 맞아 북한군에 붙잡혀 행방 불명되었다. 동인지 요람을 발간하면서 <향수>, <슬픈 인상화>, <풍랑몽>등을 발표했다. 시문학동인이었으며 섬세하고 감각적인 시어와 선명한 이미지를 구사하여, 1930년대 시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사람으 로 평가받고 있다. 첫 작품인 <카페 프란스>, <슬픈 인상화>, <파충류 동물>등을 경도(京都) 유학생 잡지인 학조(1926)’ 창간호에 발표했다. 처음 작품들은 다다이즘, 미래파 계열의 경향을 보였으나, 곧 선명한 객관적즉물적 이미지를 중시하는 이미지즘으로 전향했다. 현실 인식, 망국 의식을 반영한 작품도 있고, 카톨릭 신앙을 나타낸 작품도 있으나, 이미지즘과 동양 고전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발표하였다. 후기 시집인 󰡔백록담󰡕은 지성의 절제, 토착어의 순화, 선명하고 정확한 이미지 등을 바탕으로 한 이미지즘 경향의 작품집이다.

 

815광복 후 이화여자전문 교수와 경향신문사(京鄕新聞社) 편집국장을 지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순수시인이었으나, 광복 후 좌익 문학 단체에 관계하다가 전향, 보도연맹(輔導聯盟)에 가입하였으며, 625전쟁 때 북한공산군에 끌려간 후 사망했다. 1933󰡔가톨릭 청년󰡕의 편집고문으로 있을 때, 이상(李箱)의 시를 실어 그를 시단에 등장시켰으며, 1939󰡔문장(文章)󰡕을 통해 조지훈(趙芝薰)박두진(朴斗鎭)박목월(朴木月)의 청록파(靑鹿派)를 등장시켰다. 섬세하고 독특한 언어를 구사하여 대상을 선명히 묘사, 한국 현대시의 신경지를 열었다. 작품으로, 향수(鄕愁), 압천(鴨川), 이른봄 아침, 바다등과, 시집정지용 시집이 있다.

http://okcheon.chungbuk.kr/

 

(2) 정지용의 대표 작품 소개

 

향 수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조선지광> 651927.3

 

 

주제 관련된 작품 이해

 

은 수 저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애가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 애기가 웃는다.

애기는 방 속을 들여다 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애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애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자식을 먼저 저 세상으로 보내는 것은 부모의 가슴에 묻는 것이라 한다. 이 작품은 먼저 떠나간 아이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읊은 시로서, 아이 없이 밥상에 은수저를 보며 가슴 아파한다.

: 시각적 심상(죽은 아이 은수저, 그림자)

: 아기를 잃은 슬픔과 그 부정(父情)

 

 

 

눈 물

 

더러는

沃土(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시인은 어린 아들을 잃고 그 슬픔을 기독교 신앙으로 견디어 내면서 이 작품을 썼다. 시인은 슬픔과 눈물을 피하기보다 겸손하게 받아들이고자 한다. 그는 눈물이 오직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신의 은총이라고 여김으로써 그 고통을 넘어서는 종교적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 명상적, 종교적

: 눈물의 순수함에 대한 인식과 슬픔의 극복

작가가 28세 되던 1930년에 쓴 작품으로 자식을 잃은 비통한 아버지의 심정을 절제하여 표현하고 있다. 죽은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을 사물의 감각적인 이미지로 제시하여 시상을 승화시킨 것이다. 감정을 대신 담아낼 수 있는 3의 사물이나 정황을 통하여 감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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