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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문화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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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문화

 

우리 문화 속에서 차단의 구조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전형적 인물로 춘향전방자적벽가정욱과 같은 유형을 들 수 있으며, 가면극에 나오는 말뚝이또한 이러한 인물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인물들은 문맥의 차단이라는 구조를 통하여 신분의 열세를 역전시키는 우월성을 형성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는 인물들이다. 이 밖에도 남사당 덧뵈기산받이나 가면극의 새면들도 이러한 차별성을 기반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데 조력한다. 또한 적벽가군사 점고대목에 나오는 여러 형상의 부상병들도 이러한 차단 구조를 통하여 웃음을 자아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그런 특성은 판소리나 가면극의 미학적 자질이 되고 있기도 하다.

 

현대에 와서 채만식의 소설 치숙(痴叔)이 보여 주는 웃음의 구조도 이러한 예라 할 수 있다. 아저씨를 맹렬하게 비판하는 서술자의 행위는 차별성의 확인을 통한 웃음의 표출이며, 바로 그러한 구조 때문에 이 작품은 먼저 웃음부터 자아낸 다음에 그러한 웃음이 지니는 어처구니없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문학 속에 나타나는 차단 구조가 실은 일상의 어법 속에 널리 유통될 정도로 뿌리가 깊은 것임을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문상을 갔을 때 상주를 웃기는 것이 훌륭한 문상으로 인식되고 있는 전통이라든가, 쩔쩔맬 정도의 일을 당했을 때 함께 그 당혹감 속으로 몰입하는 대신에 바라보는 입장이 되어 말을 던짐으로써 그 당혹으로부터 빠져 나오게 하는 사례를 우리는 흔히 볼 수 있다. 한 예로, 문에 머리를 부딪고 쩔쩔매는 아이에게 그렇게 해서 머리가 깨지겠니?”해서 어처구니없이 웃게 만드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차단을 통한 국면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차단 구조의 의한 웃음의 유발은 이처럼 문학뿐만 아니라 일상어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 전반을 관류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 차단에 의해서 슬픔으로부터 빠져 나오고, 차단에 의한 웃음으로 고통으로부터 해방되고, 차단에 의해서 번뇌로부터 잠시나마 자유로울 수 있다면 그것은 삶에 리듬을 부여해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삶 자체는 리듬을 지닌 것이 아니지만 거기에 리듬을 부여하여 긴장과 이완, 그리고 몰입과 해방의 삶을 영위함으로써 인간은 비로소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대행, 󰡔노래와 시의 세계󰡕, 거리 두기와 바라보기의 노래, 역락,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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