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와사등- 김광균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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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사등-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녀 있다.

내 호올노 어델 가라는 슬픈 신호(信號)냐. 

 

긴 여름 해, 황망(慌忙)히 날애를 접고

느러슨 고층, 창백한 묘석같이 황혼에 저저

찰난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크러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담을다. 

 

피부의 바까테 숨이는 어둠

낫서른 거리의 아우성 소래.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석기여

내 어듸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왓기에

길-게 느린 그림자 이다지 어두어 

 

<후략>


<핵심 정리>

 

 

감상의 초점

30년대 주지주의 시가 보여 주는 세련된 비유적 언어와 시적 공간의 확충은 비싼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의 등불의 이미지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보자. 어둠을 밝히는 시인 의식의 표출이면서 떠남과 관련되어 있다. 그것은 떠남을 알리는 신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기인 여름 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는 어둠을, 날개를 접는 새에 비유한 감각적 표현이다. ‘고층 건물묘석’, ‘찬란한 야경잡초에서 도회인의 고독감과 불안, 고민을 반영한 시각적 이미지와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의 공감각적 이미지를 주목하자.

성격 : 회화적, 감각적, 주지적

심상 : 시각적, 촉각적, 공감각적 심상

구성 : 수미쌍관의 구성

현대 문명 속에서의 현대인의 방향 감각 상실(1)

현대인의 무정향성(無定向性)의 근거 제시(2)

도시적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비애(3)

종말 의식을 갖고 살면서 느끼는 중압감(4)

현대인의 방향 감각 상실(5)

제재 : 와사등

주제 : 현대인의 고독감과 불안 의식

 

 

<연구 문제>

1. 이 시에서 화자인 의 방향 상실감을 나타낸 두 어절의 시구를 찾아 쓰라.비인 하늘

 

2. 2연의 2,3행에서 비유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 것은 무엇인지 쓰라.

묘석은 현대인의 종말감을 암시하고, ‘잡초는 무질서한 현대 문명을 비유한다.

 

3. 이 시에서 이 표상하는 바를 10(실자수) 내외로 쓰라.

고독하고 쓸쓸한 현대인

 

4. 이 시는 화자의 어떤 정서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50자 정도로 설명하라.

현대 문명에서 느끼는 비애, 고독 등의 정서를 구체적이고 시각적인 이미지로 표현하였다.

 

5. 이 시가 시문학파의 한 사람인 김영랑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와 다른 점을 대상과 심상의 두 측면에서 비교해 보라.

대상 : ‘와사등이 물질 문명 속에서 느끼는 고독과 우수를 그리고 있다면,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는 순수미의 세계를 향토적 정서로 표현하고 있다.

 

심상 : 김광균이 주로 시각적 심상에 의존하여 회화성을 강조했다면, 김영랑은 청각적 심상을 통해 음악성을 강조했다.

 

 

< 감상의 길잡이 1 >

 

김광균의 대부분의 시가 그렇듯이 이 시도 시각적 심상을 사용하여 사람의 의식이나 소리까지도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 회화적 특성을 드러낸다. 󰡔와사등󰡕은 아무 것도 믿고 의지할 수 없는 1930년대 일제 강점기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 어디론가 따나가야만 하는 현대인의 고독과 슬픔의 신호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떠남의 심상에는 도시적 상황 속에서의 현대인의 불안 의식이 나타나 있다.

 

1연에서는 물질문명 속에서 현대인의 갈 곳 모르는 슬픈 심정을 잘 그리고 있다.

 

2연에서는 현대인의 슬픈 심정의 근거를 제시하였다. 다시 말하면, 개인적인 문제의 한계를 벗어나 시대적 상황으로 확대된 것이다. 특히, 2연에서 파악되는 여러 가지 특성은 이 시가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3연에서는 제2연에서의 어둠의 정서를 이어받으면서 다시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고 있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은 시각을 촉각으로 전이시킨 공감각적 심상이다.

 

4연에서는 현대 문명으로 인한 종말 의식을 갖고 살면서 느끼는 중압감, 그리고 존재로서의 실체를 상실해 버린 슬픔을 나타내고 있다.

5연은 제1연의 반복이다. 다만 행의 배열만 바꾸어 놓고 있다. 이것은 등불의 이미지를 선명히 하려는 배려이며, 결국 현대인의 고독감과 비애를 실감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 감상의 길잡이 2 >

 

김광균은 김기림, 정지용과 더불어 30년대 모더니즘 시를 확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직접적으로는 김영랑으로 대표되는 시의 음악성에 대한 부정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는 김기림의 말처럼 소리조차 모양으로 번역하는 기이한 재주를 가지고 회화적인 시를 즐겨쓴 이미지즘(imagism) 계열의 시인으로 평가된다. 그는 도시적 소재를 바탕으로 공감각적 이미지나 강한 색채감, 이미지의 공간적 조형 등의 기법을 시에 차용(借用)했으며, 특히 사물의 한계를 넘어 관념이나 심리의 추상적 차원까지도 시각화하였다. 그의 시에는 기계 문명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고독감과 삶의 우수와 같은 소시민적 정서가 짙게 깃들여 있다.

 

이 시는 참신한 비유를 통한 독창적인 이미지를 창출해 보인 작품이다. 시각적 심상을 주축으로 한 이 시는, 그것을 촉각적 심상으로까지 전이시키면서 공감각적 심상을 보이고 있다. <와사등>이란 제목은 가스등이라는 이국적(異國的) 정서를 환기시켜 주는 도시적 가공물로 일몰(日沒)과 밤으로 귀결되어 절망을 상징하며, 나아가서는 일제 치하라는 당시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공허와 비애로 살아가는 당시대 사람들의 삶을 표상하고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라고 외치며 방향 감각을 잃은 현대인의 무정향성(無定向性)사념벙어리가 된 도회인의 정신적 위기를 통해 화자는 묘석과 잡초로 비유된 황량한 도시 문명을 신랄히 비판하기 시작하여, 마침내 피부에 스미는 어둠거리의 아우성 소리낯설고 눈물겨운시대적 상황 때문에 그는 갈 곳을 잃고 군중의 행렬에 섞이게 된다. 그리하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어두운 그림자 길게 늘이며절망할 때, ‘비인 하늘에 걸린’ ‘차단한 등불 하나가 그를 더욱 슬프게 하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조국을 잃고 떠돌이의 삶을 사는 당시 한국 지성의 정신적인 방황, 현대의 화려한 물질 문명이 가져다 주는 무질서와 황량함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 지성의 방황을 와사등을 소재로 그리고 있지만, 정작 김광균 자신도 이 작품의 시적 자아처럼 제 삶의 길을 찾지 못하고 어두운 시대 상황 속에서 그저 무기력한 지성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감상의 길잡이 3 >

 

회화적 이미지를 중시한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의 기수였던 김광균의 이 시는 문명의 도시에서 느끼는 고독과 낭만적인 감상을 시각화하여 보여 주었다.

 

이 시의 제목인 와사등(瓦斯燈)이란 gas등을 말한다. 현대 도시문명의 모습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는 밤 거리를 거닐면서 바라본 가스등의 차가운 불빛은 시인에게 슬픔을 느끼게 한다. `와사등'의 빛은 따뜻함을 주는 불빛이 아니라 `차단-' 불빛이며, `비인 하늘'에 걸려 있는 쓸쓸한 불빛이다. 화자는 와사등을 마치 오갈 데 없이 방황하는 자신에게 갈 길을 재촉하는 신호처럼 느끼고 있다. 가스등 외에도 도시의 거리를 채우고 있는 풍경은 화자에게 슬픔과 방황, 그리고 공허함을 주는 것으로 표현되었는데, 해가 지는 것을 `황망히 나래를 접고'로 표현한다거나, 도시의 늘어선 고층건물을 묘지에 세워진 `묘석'으로 보고 있다거나, 찬란한 야경을 헝클어진 잡초로 보는 것 등이 그것이다.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비애와 슬픔으로 가득찬 화자의 눈에 보이는 것은 모두 슬픔에 차 있을 수밖에 없다. 화자는 군중 속에서도 공허를 느끼며, 도시의 화려한 불빛이나 고층 건물에서 죽음과 슬픔만을 느낀다.

 

화자가 와사등을 차갑고 쓸쓸한 불빛으로 느끼고 도시를 묘지처럼 죽음과 두려움으로 느끼는 까닭은 무엇인가. `까닭도 없이 눈물'겹다고 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명백하게 보이지 않는 비애와 공허의 이유를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신호이냐고 독백하는 마지막 연에서 찾아 볼 수 있다. 갈 곳을 모르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지향과 목표 없이 방황하기 때문에 그는 까닭도 없이 슬프고 어두운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등잔불과는 달리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가스등의 창백한 불빛 아래 갈 곳 없이 도시의 거리를 방황하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김광균은 마치 그림을 그리듯이 묘사하였다. 자신의 생활 근거지인 도시를 묘지로 생각하는 이의 비애는 김광균의 시에 방황하는 사람으로 자주 드러난다. 삶의 목표와 그 방향을 잃은 이가 흥성스러운 도시를 거닐다 문득 올려다 본 빈 하늘에 홀로 켜진 차가운 가스등 불빛이 그에게 새삼스런 비애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러한 도시의 절망과 비애를 통해 도시문명을 비판하며 개체의 고독을 회화적 수법으로 표현하는 것이 김광균 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해설: 이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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