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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환기봉(玉環奇逢)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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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환기봉(玉環奇逢)

작자·연대 미상의 고전소설. 국문필사본. 규장각도서본은 15책으로 되어 있고, 고려대학교 도서관과 조동일(趙東一)이 소장하고 있는 것은 2책짜리이다.

천정연분인 남녀주인공이 결연을 성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한세조 무황제의 태자는 간신의 모함으로 태자비·태손 부부와 함께 억울하게 자결하게 된다.

한실의 후예인 유음은 연과 수 형제를 낳았는데, 수가 10여세가 되었을 무렵 하루는 벗을 찾아 성밖에 나갔다가 날이 저물어 한 집에 이른다. 그곳에서 그는 어떤 노인으로부터 자신이 옛날 억울하게 죽은 태자의 환생이며, 후일 옥환으로 태자비를 만나게 되리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유공이 병이 들어 죽으면서 수에게 한실을 중흥할 것을 유언으로 남긴다. 수가 27세가 되자 모부인은 곽공의 딸을 취하게 하고, 곽씨를 사랑하여 마지않으나 수는 옥환의 연분이 심중에 있어 기뻐하지 않는다.

 

이 때 왕망이 신황제를 칭하고 나라를 어지럽힌다. 이에 수 형제는 경시황제를 도와 장군들을 거느리고 나아가 남정북벌의 공을 세우니 민심이 유장군에게 돌아간다. 형제의 이름이 날로 높아지자 경시황제는 이를 경계하여 연을 죽인다. 이에 민심은 더욱 수를 향하니, 경시황제는 수에게 장군군호를 봉하고 하북을 평정하게 한다.

수는 하북을 평정하고 돌아오는 길에 오색채운에 휩싸인 한 촌가를 찾아들어가, 주인 음공의 딸이 옥환의 천정진인(天定眞人)임을 알게 된다. 수는 후일을 기약하고 돌아와 왕망의 군사를 물리친다.

수가 돌아오니 장군들이 보위에 오르기를 청한다. 수는 처음에는 허락하지 않다가 마침내 황제의 보위에 오르니, 경시황제는 달아나 버리고 천하가 태평해진다.

상(上)은 음공을 이부상서에 봉하고, 옥환의 연분을 이루고자 음공의 여아를 귀인에 봉한다. 그러나 임금이 된 수가 옥환의 연분임을 몰랐던 음상서와 음소저는 옥환의 연분을 어기게 되는 것을 한탄하여 명령을 거부한다.

천자가 이를 알고 옥환을 보내니 천정연분임이 확인된다. 천자는 귀인을 정비로 삼음이 마땅하다고 여기지만 때를 기다리기로 하고, 극진히 사랑하여 마지않는다.

 

황후 곽씨는 투기심이 일어나 귀인을 죽이고자 하나 실패하고, 황태후를 움직여 귀인을 별실에 가두게 한다. 상이 슬픔으로 병이 나자, 태후는 할수없이 귀인을 풀어준다. 귀인은 황자 양을 낳는다. 황후는 다시 꾀를 내어 동궁과 정궁에 저주를 묻고, 귀인의 소생인 경왕을 죽이고 모든 것을 귀인에게 덮어 씌운다. 태후는 보모 윤씨의 거짓 자백을 믿고 귀인을 유배지에 멀리 귀양 보낸다.

태후와 상의 꿈에 죽은 경왕이 나타나, 원한을 풀어줄 것을 호소한다. 태후는 황후의 죄악을 알지만 태자의 모후이자 예날에 사랑하던 정으로 폐위시키지 못한다. 태후가 귀인을 다시 불러들이자 황후는 귀인을 물 속에 들어가게 한다. 귀인은 용왕의 도움으로 재생하여 후원 온실에서 숨어 지낸다.

 

그러나 황후의 투기심이 날로 심하여져 후궁들을 죽이고, 전일의 죄가 드러나자 조정 대신들이 황후를 폐하기를 상소한다. 태후와 상은 황후를 폐하고 귀인을 정궁에 봉한다. 태자 강이 동궁위를 사양하니, 양을 태자에 봉한다. 천자와 황후는 영화를 누리다가 한날 한시에 함께 세상을 떠난다.

이 소설은 고전소설에서는 드물게 왕실을 배경으로 하여 정비인 황후와 후비인 음귀인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대체로 적자와 정실은 언제나 선(善)의 입장에 서고, 서자와 후실은 악(惡)의 입장에 서는 것이 상례인데, 여기에서는 이것이 뒤집혀져 나타나는 것이 특색이다. 이는 주인공 유수의 천정연분이 후비인 음귀인으로 설정된 데서 기인한다.

군신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억울하게 죽은 선태자의 환생인 유수가 경시황제를 물리치고 황제가 되는 것도 물론 하늘의 뜻이기는 하지만, 고전소설에서는 드물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군신관계·처첩관계에 있어서 새로운 측면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하늘의 이치를 실현시키는 것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태자 부부와 태손 부부가 환생을 통하여 전생의 억울한 한을 풀고, 전 태자비와의 연분을 기필코 달성하는 것은 이 소설이 현실주의에 바탕을 둔 인간의 적극적인 의지에 대해 긍정적임을 보여준다. (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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