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오 나의 공범자여

by 송화은율
반응형

오 나의 공범자여

 

지금은 새벽 시간, 네 방에서 햄스터들이 삐걱대며 쳇바퀴를 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구나. 잠자는 네 모습을 들여다보고 싶지만 쉽게 잘 깨는 탓에 그냥 가만히 햄스터의 기척이나 듣는다. 햄돌이, 햄순이, 그리고 너 밤돌이가 한 살림을 차린 동화 같은 방, 네 소원대로 머지않아 이구아나까지 들여오면 그야말로 동물농장이 되겠지. 동물 좋아하는 것까지 아빠를 닮았다고 엄마는 흉을 보지만 우리 꿋꿋하게 엄마의 핍박을 이겨내고 앞으로도 강아지, 고양이, 열대어에 가능하다면 원숭이, , 거북이, 앵무새, 토끼까지 많이많이 데려다 키우자꾸나.

 

외갓집에서 네가 돌아와 합친 지 이제 석 달, 아직은 엄마의 눈치를 봐야겠지만, 뭐 어쩌겠니. 너한테만은 마냥 약해지는 엄만데. 아빠를 대신해서 네가 고집을 피우면, 동물 농장의 소원은 이루어질 거야. 하긴 엄마도 요즘은 다시 생각해 보는 눈치더구나. 허구한 날 피카추, 꼬부기, 파이리, 잠만보 같은 포켓몬스터들의 이름만 외치던 네가, 햄스터가 들어오고 나자 물 대신 오이만 주면 너무 맛이 없겠다, 귤도 주고 당근도 주자, 우리 밖으로 내보내서 여행을 시켜주자. 하여간 살아 있는 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이고 있으니 말이다.

 

밤돌아, 아파트가 원수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았더라면 벌써 닭이며 오리며 어쩌면 사슴 한 쌍까지 한 식구가 되었을텐데 말이야. 아빠 어릴 적엔 손바닥만한 집 마당에서 별별 동물을 다 키웠었단다. 개나 닭이나 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빠가 조금씩 모은 돈으로 박쥐도 사서 키웠고, 언젠가는 실험실용 흰쥐 한 쌍을 얻어다 어항에 키워 대가족을 만들기도 했단다.

 

병아리며 오리 새끼들은 왜 그리도 잘 죽던지. 그리고 그 동물들의 똥 냄새는 또 어떻고. 아빠 어린 시절의 추억을 만일 냄새로 표현한다면 아마 그 큼큼한 동물의 똥 냄새가 될 거야. 아까 낮에 손바닥에 올려놓은 햄스터가 푸른 똥 싸던 거 기억나지? 용케도 더럽다고 하지 않는 네가 고맙다. 더러운 건 햄스터 똥 같은 게 아니지. 진짜 더러운 게 무언지는 아직 더 한참을 자라야 알게 될 거란다.

 

( 마음에 상처 없는 사람은 없지요 , 손숙 엮음 )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