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獒樹)의 의견(義犬)
by 송화은율오수(獒樹)의 의견(義犬)
김개인은 거령현 사람이다. 개 한 마리를 길렀는데, 매우 귀여워했다. 어느 날 외출하는데 개도 또한 따라 나섰다. 개인이 술에 취해서 길가에 누워 잘 때 들불이 장차 번져 오게 되었다. 개는 곧 곁에 있는 냇물에 몸을 적셔 주위를 빙 둘러 풀과 잔디를 적시어 불길을 막아 놓고는 기운이 다하여 그만 죽고 말았다 개인이 잠에서 깨어나 개가 한 자취를 보고는 슬프고 감동해서 노래를 지어 슬픔을 기록하고, 무덤을 만들어 장사 지낸 뒤에 지팡이를 꽂아 이것을 표했다. 그런데 이 지팡이는 나무로 자라났기 때문에 그 땅을 이름하여 오수(獒樹)라고 했다. 악보 중에 견분곡(犬墳曲)이 이것이다. 뒤에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이 시를 지었다.
人恥呼爲畜(인치호위축)
公然負大恩(공연부대은)
主危身不死(주위신불사)
安足犬同論(안족견동론)
사람은 짐승이라 불리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공공연히 큰 은혜를 저 버린다네.
주인이 위태로울 때 주인 위해 죽지 않는다면
어찌 족히 개와 한 가지로 논할 수 있겠는가
진양공이 문객들에게 그 전기(傳記)를 지어 세상에 전파하도록 하였으니, 세상에 은혜를 입은 자들이 갚을 줄을 알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보한집)
요점 정리
작자 : 최자
연대 : 고려 시대
구성 : 기·서·결의 3단 구성
갈래 : 설화(진화구주형 의견 설화)
성격 : 교훈적
제재 : 개
주제 : 살신보은
출전 : 보한집
내용 연구
오수 : 전북의 한 지명, 개 나무의 뜻
그런데 지팡이는 - 이름 지었다 : 설화의 전기성을 나타낸 말
견분곡 : 개무덤 노래
진양공 : 고려 최씨 무신 집정기의 최충헌의 아들 최우
문객 : 권세 있는 대가의 식객, 또는 날마다 문안오는 손님.
세상의 - 위함이었다 : 이 설화가 다분히 목적성을 띤 의도적인 것이란 면을 보여 줌. 무신 집권의 권좌에 올라 있는 최씨 일파에게는 그의 문객들에게 견마지로(犬馬之勞)의 살신보은을 기대했던 것으로 보임.
이해와 감상
이 의로운 개 설화는 주인이 위험을 당하자 기르던 개가 목숨을 던져 구해 냈다는 감동적인 미담으로 전기성(傳奇性)을 위주로 한 다른 설화에 비해서 사실성이 돋보인 작품으로 사람과 개 사이의 교감이 전편에 나타나고 있다. 이 작품의 제목인 '오수'는 글자 그대로 직역하면 '개나무'라는 뜻이며, 이것이 지명으로 된 이유는 의견(義犬)의 무덤가에 꽂은 지팡이가 나무로 자라 그것을 기념하기 함이었다. 짐승인 개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주인을 구하게 되자, 주인이 살신보은한 개를 위하여 '견분곡'을 지어 영혼을 위로하였으며, 진양공(고려 최씨 집정기의 최충헌의 아들 최우)이 전기를 지어 세상에 행하도록 하였다는 교훈적 내용을 담고 있는 한문 문학이다. 이 설화는 다른 설화들에 비해 목적성과 사실성, 교훈성을 띠고 있다.
심화 자료
황구 이야기
고려 충렬왕 8년에 정3품 벼슬을 받은 황구가 있었다. 개성 진고개에서 눈먼 어린이 하나만을 남겨 놓고 부모가 죽자 그 집 노랑개가 이 눈먼 어린이에게 꼬리를 잡혀 걸식을 인도했으며, 밥을 먹고 나면 샘가로 끌고 가 물까지 먹여 길렀던 의리에 내린 벼슬인 것이다. 당시의 해이해진 인정과 의리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려는 계도적 의미가 담겨 있다.
효구총 이야기
정선의 효구청은 사람이 먹고 버린 어미개의 뼈다귀를 양지 바른 곳에 옮겨 묻고 그 무덤에서 순사(殉死)한 강아지의 무덤이다. 그리고 평양 선교리의 의구총은 과부집 일가를 겁탈 끝에 몰살한 죄인을 추적, 관가에 고발한 의리 있는 개무덤이다.
최자
문에 뛰어나 문명을 크게 떨쳤는데, 특히 한국 문학평론 사상 이인로(李仁老)와 더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저서에 '최문충공가집(崔文忠公家集)'(10권) '보한집(補閑集)'(3권) '삼도부(三都賦)' 등이 있다.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