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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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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어떻게 감상할 것인가

 

1. 예술의 감상

 

지금으로부터 2만여 년 전 원시인들은 스페인 알타미라 동굴 라스코에 다리가 여덟 개인 황소의 벽화를 그렸다.

 

이 벽화는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프랑스 평론가 조르쥬 바따이유는 이 벽화를 가리켜 당시 원시인들은 먼 후손들에게 그들의 감수성을 이야기해 주고 있으며 '현대인은 무한히 긴 시간에도 파손되지 않은 그들의 작품을 통해 그들의 말을 듣는다'고 했다. 인간이 만든 예술은 이와같이 먼 후손들에게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시스틴 성당 천정의 벽화를 통해 20세기의 우리들에게 그의 감성과 이야기를 전해준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미켈란젤로와 대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히포크라테스의 명언은 이러한 의미에서 영원한 진리임이 분명해진다. 영화는 그 기원이 애매한 다른 오래된 예술보다 가장 뒤늦게 태어났다. 1895년을 전후하여 나타난 영화는 기계에 의해 이루어졌기  때문에 사람들은 영화의 탄생을 발명이라고 했다. 예술에서 발명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영화밖에 없다. 즉 루이 델뤽이 말한 것처럼 '영화는 기계의 딸이고 동시에 정신의 딸'인 양면을 갖는다 또 '일곱 번째 예술(le septieme art)이라고 했다. '탄생일을 아는 유일한 예술'이라고 한 사람(리치오또 까뉘도)도 있다. 영화는 그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다른 예술에 비해 마지막으로 태어난 막내 예술이지만 예술로서의 새로움과 훌륭함은 20세기의 어떤 예술보다도 뛰어나고 독창적이다. 그것은 곧 찬란하게 개화하여 누구나 의심할 여지가 없이 20세기의 가장 대표적이고 총아적인 예술이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같이 영화가 가장 늦게 태어났지만 영화를 포함하여 모든 예술이 중요한 것은 예술 그 자체가 홀로 존재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사람들에 따라 예술을 왜 하는지 그 이유나 동기가 각각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첫째는 자기 자신의 참을 수 없는 예술적 충동  때문이다. 또한 때에 따라서는 유명해지려고 하는 데서 예술을 하는 경우도 있고 돈을 벌려고 하는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강한 창조적 충동  때문이다. 프란츠 카프카 같은 독일의 천재적 소설가는 친구에게 자기가 쓴 소설을 읽은 후 모두 불태워 버리라는 유언을 하고 죽었다. 그러나 이 친구는 카프카의 유언을 어기고 그 소설들을 출판하였다. 유언을 어긴 탓으로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카프카의 고뇌와 그의 천재성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출판이나 영화로 돈을 벌거나 미술품을 만들어 비싼 값으로 판매하는 세속적인 성공이나 욕망을 떠나 예술가들의 창조적 욕망은 순수하고 보다 진지하며 생명과 대결하는 피나는 역정인 것이다.

 

카프카의 경우는 예외이지만 예술이 홀로 떨어져 존재하지 않는 것은 결국 그것을 보거나 듣거나, 읽는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제 하에 모든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고 이를 세상에 던져 내놓음으로써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당대의 사람들에게 또는 라스꼬 벽화처럼 먼 후세의 인간에게까지 이야기를 전해주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전해준다는 예술의 시공을 초월한 영원성 앞에서  우리는 예술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그리고 들어야 할 것인가. 느껴야 할 것인가의 문제와 부딪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예술의 감상이요, 예술의 올바른 이해요, 만든 사람의 의도와 그 흥에 취하게 되는 방법 아닌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 중 가장 참신하고 매력적이고 종합적인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예술로서의 영화

 

랄프 스티븐슨과 J.R. 드브리는 그의 저서 '예술로서의 영화(The Cinema As Art)'에서 예술은 세 가지 단계로 독자나 관객에게 전달되어 향수된다고 했다. 즉 첫째 단계는 예술가의 경험 또는 직관이고 둘째 단계는 이 직관의 예술적 매체를 통한 표현이며 마지막 단계는 이상적으로 비슷한 체험을 가지고 관객에게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예술이란 '예술가가 자기의 경험, 직관 또는 영감을 사용하여 선택과 정리를 통해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과정'이라고 간단명료하게 정의했다. 물론 이 정의에는 이론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상당한 타당성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직관 - 선택 - 아름다움의 창조라는 세 가지 과정은 모든 예술에서 공통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는 이 세 단계가 구체적으로 제 1단계 직관(intuition), 제 2단계 제작, 집행(execution), 제 3단계 상영(presentation)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이것은 한 사람의 상상력 속에서 생각되어진 것이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고 받아들여지게 되는가의 세 단계인 것이다. 그 최종단계로서의 상영단계를 통해 우리는 흔히 감상을 하거나 보고 느끼고 배우고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는 먼저 영화가 다른 예술 매체와 어떻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이미 이 책에서 여러 교수들에 의해 영화란 무엇인가에서부터 시작하여 어떻게 만들어지고 그 특성이 무엇이며 다른 예술과는 어떻게 다른가가 분명해륵으리라 믿는다. 따라서 우선 우리는 영화가 영상(image), 몽따쥬 또는 편집(montage or editing) 그리고 뒤늦게  음으로 이뤄진 과학적 기재에 의해 만들어지는 분업적이며 종합적인 예술이라는 것이 인식되었으리라 짐작된다. 영화는 무엇보다 영상의 예술이기  때문에 보고 듣고 하는 시청각적인 예술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깊이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를 보고 감상할 때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영화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단순히 한 사람의 감상자로서 아무런 예비지식 없이 받아들일 때 어린이에서부터 할아버지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자기대로 느낄 수가 있고 그 느끼고 본 것에 대해 누가 잘못되었다고 이야기 할 수도 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다 감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올바르게 감상하고 즐기는 길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 영화를 하나의 예술(film as an art)로 파악하느냐 아니면 하나의 오락(film as entertainment)으로 즐기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가 있다. 실제에 있어서 영화를 예술로서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영화를 오락으로 만들고 즐기는 사람이 있다. 영화비평은 모든 비평이 다 그렇듯이 영화를 예술로 본다는 데서 출발한다. 영화가 예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 것이 영화의 최초의 이론이었다는 아이러니는 지금에까지 과연 영화가 예술이냐 아니냐에 따른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고도의 순화된 작가들의 영화를 예술이 아니라고 인정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3.영화 감상법

영화를 감상하는 데 있어서 보편적으로 중요한 것은 첫째 영화 자체가 예술이 그렇듯 모든 다른 예술의 감상에 있어서 강조되어야 할 점이 있다는 것과 둘째 다른 예술과 달리 표현 매체에 있어서 그 특징이 다른 예술과 다르기  때문에 표현해야 한다는 매체의 특징이 주는 아름다움이나 예술성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뒤의  경우 가령 소설이 문자로 되어 있어서 아름다운 농촌의 풍경을 문자로 서술하여 우리가 그것을 상상력 속에서 재현시킨다는 과정을 겪는 데 비해 영화는 영상으로 아름다운 농촌 풍경을 보여주고 그 다음 다른 장면을 이어주고 음이 덧붙여져 직접적으로 우리 눈과 귀에 호소하는 것이라는 매체상의 다른 점이 있다. 가장 사실적이고 그리고 언제나 현재진행형으로 우리 눈에 와 닿는 것이다. 영화 속에 과거로 나타나는 플래시백도 결국은 화면에 나타날 때는 현재진형형인 것이다.

 

그러면 다른 예술의 경우와 같이 전체적으로 영화를 파악하고 그리고 다시 영화적 표현의 특징을 음미하고 그것이 전체적인 것과 어떻게 잘 조화를 이루느냐를 감상한다는 것의 하나는 예술 전반에 걸친 예술 감상의 방법이 되는 것이다. 그 다음은 또 영화의 묘미와 특성을 인식하면서 영화를 감상한다는 측면이 함께 작용한다는 말이 된다. 죠셉 M.보그스 미국 켄터키 대학 교수는 '영화를 보는 기술(The Art of Watching Films)'이라는 저서에서 이 두 가지 면을 잘 배합하여 여덟가지 요소에 의해 영화를 보거나 감상하거나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첫째 주제와 목적, 둘째 허구적인 것과 연극적 요소의 기준, 셋째 시각적인 요소, 넷째 음향 효과와 대사, 다섯째 음악, 여섯째 연기, 일곱째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각각 분석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끝으로 영화분석의 특수한 문제와 영화 전체 분석이 지니는 특징을 결론지었다. 이것은 결국 영화가 다른 예술의 여러 요소가 합쳐서 이루어졌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영화라는 하나의 새로운 예술의 표현을 가능케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주제 파악

영화뿐 아니라 소설이나 희곡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먼저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했느냐(줄거리가 아니라)의 주제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 주제란 결국 감독이 전체적으로 영화적 표현매체나 표현 요소를 통해 자기 나름대로 1시간 40분이나 2시간 영상을 보여주면서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느냐의 핵심이다. 어떤 사람들은 쉽게 메시지를 전하려고 한다. '대부'는 '돈 코를레오네'가족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면서 마피아의 생태와 마피아를 통한 악 속에서의 권력 투쟁을 그리면서 인간의 삶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것은 인간의 이야기이며 동시에 한 폭력집단의 이야기도 되고 모든 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된다. 그속에는 인간의 폭력이나 권력, 배신, 보복, 그리고 죽음, 생명의 탄생 그밖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단위로서의 가정과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을 만든 프란시스 포드 코플라는 미국의 한 기자와의 회견에서 '인간의 폭력, 권력의 속성 그리고 그 속에 도사리고 있는 부패를 그리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객이 이 마피아의 이야기를 보면서 이러한 작품 의도를 느낄 수도 있고 안 느낄 수도 있다. 그것은 우선 이 작품이 코폴라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 즉 그 주제가 그가 표현한 다른 영화적 요소에 의해 얼마나 잘 표현되어 목적한 곳까지 관객을 몰고 갔느냐에 달려 있겠지만 감독이 설명하려는 주제와 관객이 보고 느끼는 주제가 다를 수가 있다.

 

주제 파악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감독이 모든 영화적 표현을 잘 성공시켜 하고 싶은 이야기 즉 주제를 정확하게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선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그 주제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주제는 영화가 이야기(story)를 가지고 있는 극영화(fiction film)인 경우 우선 시나리오에 의해 1차적으로 구성되고 감독에 의해 문자에서 영상으로 옮겨지는 것인만큼 전체적인 시나리오가 상당히 크게 작용한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있어서는 영화를 구성하는 구설 즉 플로트라는 것이 예전부터 크게 작용했다. '왕비가 죽었다. 왕이 죽었다.'는 것은 하나의 줄거리이지만, '왕비가 죽었다. 그 슬픔으로 왕도 즉었다.'는 하나의 플로트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이야기의 동기나 얽힘의 기본 구성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로트가 먼저 있고 주제가 결정되는 수도 있고 주제가 먼저 결정되고 플로트가 짜여지는 수도 있다. '인생이 무상하다'는 주제를 전하기 위해 인생의 덧없음을 말해주는 플로트를 짤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에 있었던 이야기나 체험에서 나오는 사건이었을 때 그것을 허구로 하여 '인생이 무상하다'는 주제로 유도될 수 있다.

 

따라서 영화감상에 있어서 그 작품의 주제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주제가 없는 영화도 허다하다. 우리가 말하는 이른바 오락영화나 상업영화에서 주제는 가장 기본적인 권선징악의 기초적인 틀위에서 순간 순간을 즐겁게 해 주는 것으로 일관할 수 있다. '인디아나 존스'같은 영화가 그런 것이 된다.

 

또 주제라는 것은 극영화의 전유물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아르방가르드' 영화 즉 전위 영화나 실험 영화에서 주제란 극영화의 경우처럼 플로트나 그것에 의해 영화적으로 구성되는 것과는 다르다. 예컨대 '앙다루시아 개'(1928년) 같은 전위 영화는 사람의 눈이 크로즈 업되고 구름이 지나가고 사람이 면도날로 눈알을 도려내고 그리고 그 눈알이 손바닥에 담긴다. 영화가 이렇게 시작되어 마치 우리가 꿈속의 심연에서나 연결이 가능한 영상으로 논리성을 뛰어넘어 연결되고 마치 의식의 생각나는 대로의 자동기술과도 같은 것으로 시종될 때 여기서도 주제를 찾아야 할 것인가? 그럴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또다른 특징인 영화 속의 리듬이라든가 영상과 영상의 연결에서 오는 충격, 화면과 화면의 시간의 배율, 그리고 느낌으로서의 어떤 허무한 기분 등의 다른 순수 영화적 요소에 의해 영화의 예술성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영화에 있어서는 연극적인 요소나 음악적인 요소, 미술적인 요소 등 다른 예술이 갖고 있는 요소가 섞이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지만 그것은 다 섞이어 영화적인 것으로 뒤바뀐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주제를 파악한다는 것은 먼저 영화가 이루어지고 있는 다른 요소들, 예컨대 극영화의 경우 시나리오 자체가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나가는 힘이라든가 배우들의 연기력이라든가, 또 촬영의 짜임새 있는 구도나 아름다운 화葡조나 음향의 효과, 음악의 분위기 등이 모여서 하나의 주제를 이끌어 나가는 데 이바지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므로 원작이나 시나리오가 훌륭한 작품도 감독이나 그것을 이끌어 나가는 스탭들의 미숙으로 실패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그런가 하면 프랑소와 뜨뤼포의 '부드러운 살결'이나 끌로드 샤브롤의 '부정한 아내'와 같이 하찮은 삼각 관계의 치정적 사건들을 다루었어도 매우 훌륭한 작품이 될 수 있었는가 하면, 스땅달으 '적과 흑'은 그 훌륭한 원작에도 불구하고 끌로드 오땅 라라가 영화로 만들었을 때는 실패작이 될 수도 있었다.

 

주제를 파악한다는 것은 우선 감독의 의도와 목적을 파악한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감독의 의도나 목적을 통한 주제 전달에는 그것이 영화인 한 여러 가지 요소의 배합과 조화가 궁극적으로 어떻게 이러어지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

 

시각적인 요소

'영화의 탄생으로 인해 인간은 '시각적 인간(Der Sichtbare Mensch)이 되었다.'고 벨라 발라쥬는 주장했다. 그것은 사실 20세기를 통해 진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 시각적인 요소의 기본은 영상과 편집 또는 몽따쥬임은 이미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영상이란 사물이 나타나 보여지는 실체로서 시각적인 것의 대표적인 것이다. 따라서 영화를 가장 쉽게 정의하면 '움직이는 영상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영상은 감독이 한 화면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의 방법과 비춰지는 인물이나 사물 즉 피사체라고 알려진 것을 어떤 각도나 샷으로 잡느냐가 1차적으로 중요하다. 얼굴만 크게 나오는 크로즈 업이라든가 전신이 나오는 풀 샷, 또는 원경인 롱 샷, 그리고 화면 내부에서의 갈등에 의해 크게 달라진다. 구도나 갈등은 미술에서나 사진에서 온 것일 수도 있으나 영상은 움직인다는 데서 그 공간이 시간의 변화에 의해 결정되고, 시간이 공간의 변화에 의해 결정된다. 예컨대 시간의 흐름은 비가 물통에 차는 것으로 표현된다. 이것을 흔히 '시간의 공간화', '공간의 시간화'라고도 하는데 유동적인 시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편집 또는 몽따쥬 즉 영상을 일정한 창조적 순서에 의해 연결시키는 것이다. 이를 '시적 가위'라고 표현한 사람도 있으나 영상은 이 두 가지 기능에 의해 시각적인 특징을 가지는 것이다. 따라서 감독이 주창하려는 주제로 치달아 갈 때 이 두 가지 요소가 주는 아름다움이나 힘이 얼마나 아름답고 또 강력하게 작용하는가를 느끼거나 찾아내게 되는 경우 시각적인 요소는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시각적인 요소는 감독의 연출 스타일을 결정지어 준다. 따라서 훌륭한 감독이나 이른바 작가라고 알려진 감독은 자기 나름대로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을 가진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는 롱 샷으로 벌판이나 광장을 잡음으로써 현대인의 마음 속의 고독이나 황량감을 표시한다. 감독은 얼마든지 마치 소설가가 그렇듯 자기 문체, 즉 영화적 표현의 독특한 언어와 자기 세계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시각적인 요소, 즉 실내 장면일 때는 장치라든가 의상이, 실외 장면일 때는 인공적으로 지어놓은 세트나 서부영화에 흔히 나오는 미국의 자연 풍경 등이 모두 중요한 요소로 등장되고 감상자는 그 아름다움을 즐겨야 한다. 그리고 큰 것과 작은 것, 수직적인 것과 수평적인 것, 평면과 입체적인 것 등 화면 내부 속에서의 사람이나 사물의 갈등이 크게 작용하는 시각적인 요소임을 인식하고 그 대비나 갈등의 묘미와 효과를 발견해야 한다. 이것은 영화 언어의 발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몽따쥬가 중심이 된 것이냐(소련의 몽따쥬 이론가들처럼) 또는 화면을 절단시키지 않고 한 샷으로 처리해 나가며 공간의 깊이를 추구하여 한 공간 속에 시간을 지속시키는 것 "'시민 케인'의 오손웰스처럼"이냐라는 두 개의 극단적인 영화 언어의 대비 속에서 그 묘미를 찾는 영화언어와 이에 따른 감독의 영화적 언어의 모색, 즉 기법에의 한 묘미를 찾아내는 데까지로 발전해 나가면 이미 영화 감상은 초보적 단계를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연극적 요소

사람들은 흔히 영화는 연극에서 왔기 때문에 연극의 산물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큰 잘못이다. 영화는 그 발생 과정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①움직이는 그림 ② 환등 ③ 사진에 의해 결국 영화의 발명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 제작과정도 완전히 기계적이고 과학적인 것으로 연극과는 다른 것이다. 하지만 극영화인 경우 극적인 시나리오가 있고 배우가 등장함에 따라 연극에서 유래되었거나 연극과 흡사하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전혀 잘못된 생각이다. 물론 영화에도 연극의 희곡에 해당하는 시나리오가 있고 연출(감독)이 있으며 또한 배우가 연기를 하지만 그것은 모두 무대 위에서 연출되는 연극과는 다르다. 우선 그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영화는 자유롭고 변화무쌍하다. 현재에서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고, 공간에 있어서도 다양하다. 그리고 영화는공간별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10년 전의 설악산, 오늘의 설악산, 3일전의 설악산 장면을 촬영한 경우라도 모두 주인공을 한 장소에 등장시켜 촬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연기는 무대연기와 같이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의 변화와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를 뿐만 아니라 화면에 잡히는 배우의 모습이 전신일 때가 있고, 얼굴만이 크로즈 업 될 때도 있으며 샷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무대 연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것을 결정하는 것이 감독의 이른바 콘티뉴티이다.

 

연기의 바탕도 무대연기와 흡사할 수 있지만 현대에 와서는 개성 있는 연기가 강조된다. 극단적으로 감독의 소도구처럼 그 기능이 약화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배우의 연기나 매력은 영화의 중요한 즐거움의 하나이다. 따라서 이 연극적인 감동은 줄거리나 플로트나 연기에 강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영화적 표현의 강도나 그 리듬 즉 시간적 요소와 음악적 요소에 의해 이루어지느냐에 달려 있다고 많은 영화 이론가들은 주장한다. 배우의 강렬한 연기보다 어떻게 가속적으로 화면을 교차시켜 긴박감을 주느냐 하는 리듬의 추출(이것은 몽따쥬로 가능하지만) 등이 더욱 영화에 있어 드라마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에 있어 감독의 연출력을 통해 관객이 감동을 하거나 즐거움을 느끼거나 아름다움을 찾게 되는 것은 무대 위에서와 같은 연극적인 요소가 아닌 영화의 특성을 살린 드라마의 힘이 창조된 것인만큼 이에 유의해야 한다.

 

음의 요소

음향은 사실적인 것이든 인위적인 것이든 영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로베르 브렛송의 '저항'은 자연음만 사용하였지만 그 효과는 놀랄 만했다. 그리고 음악은 상업적인 주제가도 있었으나 발성영화 초기에 프랑스 감독 르네 끌레르처럼 음향의 효과로서 발성영화의 특성을 살려 영화의 즐거움을 더해 주려는 시도도 있었다.

 

영화의 음악은 분위기나 영화의 긴장, 이완, 리듬, 극적 순간의 박력 등에 크게 기여하는 만큼 중요한 것이다. 음악의 묘미는 페더리코 펠리니의 '길'에서 니노 로타가 사용한 젤소미나의 주제가가 효과적으로 영화 표현에 사용되었다. 빨래를 너는 여인이 부르는 멜로디를 듣고 잠파노(안소니 퀸)가 그 멜로디를 어디서 들었느냐고 묻는다. 이 여인은 어떤 여자가 5년 전 트럼펫으로 그 노래를 불렀는데 죽었다고 대답한다. 젤소미나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잠파노는 고독감을 더욱 느끼는 것이다. 음악이 시간의 경과를 알리는 영화적 전개에 요령있게 적용된 예이다. 음향이나 음악적 요소가 영화적 표현에 어떻게 사용되었느냐를 느끼면서 감상하는 것은 영화의 즐거움의 하나이다.

 

5. 영화는 교육적인 내용이어야만 하는가

위에서 본 것과 같이 여러 가지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 영화가 소재의 다양성과 영화적 표현의 아름다움을 통해 감독의 주제를 전하면서 예술성을 이룩할 때 반드시 교육적인 것이어야 하느냐는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에 있어 영화에는 폭력이나 노골적인 성묘사에 의한 에로티시즘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시청각적이기 때문에 더 사실적이고 직접적이고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있다. 그러나 이것은 표현에 따라 영화의 아름다운 것으로 나올 수도 있어 무조건 건전한 소재나 도덕적인 선만이 최선의 것이란 생각은 낡은 사고이다.

 

영화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검열 기능이 있어서 살인자는 반드시 처벌받게 되어 있다. 악덕은 결국은 선을 이길 수 없다는 윤리규정이 검열의 골자이다. 따라서 예술과 외설으 한계라든가, 지나친 폭력 문제 등은 미묘한 관계에서 검열이 있게 되는 것은 영화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서이다.

 

그러나 영화에서 우리가 무엇을 배울 것이느냐 하는 것은 중요한 감상의 포인트가 된다. 문학의 기능 중 하나는 문학에서 교훈적인 요소를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한 사람도 있다. 자기의 체험이 아닌 허구 속의 구성을 통해 다른 사람의 체험이나 직관을 느낄 때 우리는 많은 인생을 체험할 수 있다. 문학이 인생에 대해 교훈을 준다는 주장과는 달리 영화에서 우리는 인생의 여러 모습을 발견할 수 있고 삶과 인생에 대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예술의 하나로서의 영화 매체가 주는 아름다움을 통해 영화의 즐거움과 매력을 느끼게 되는 점이다. 즉 인간의 체험이나 직관 영감을 통해 선택하여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것이 예술이라면, 그 아름다움이 영화적인 특성에 따라 얼마나 잘 표현되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럴 때 감독의 상상력에서 잉태된 영화의 아름다움을 통해 우리는 그 감독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즐거움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 아름다움이 영원히 먼 후세의 사람들과도 대화할 수 있는 영원성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6. 영화와 비평

프랑스 영화기호학의 이론가 크리스챵 메쯔는 '정신분석학과 영화'라는 책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나타나는 콤플렉스나 다양하게 얽히어진 상상적인 것이나 상징적인 것의 기능을 분석하는 것이며, 이것은 사회 생활의 여러 과정을 하나에서 다른 형식 속에 요구하는 것이고, 이것이 작은 표면으로 나타나는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우리가 영화를 본다는 것은 결국 이같은 투사(projection)가 될 수 있을는지 모른다. 따라서 스크린에 나타나는 것은 단순한 현실 그 자체는 아닌 것이다. 영화감상은 이런 기능을 가지고 있다. 감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적 기능을 가지고 감상을 분석, 비평하는 것이 영화비평이요, 이것이 영화비평가의 작업이다. 비평이란 일정한 기준과 미의식을 가지고 한 작품이 나타내는 것을 평가하는 작업이다. 미국의 문예비평가 죠지 스타이너는 문예비평에서 비평가의 3대 의무와 역할을 ① 무엇을 읽을 것인가 ② 중개자 ③ 현대성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로 요약했다. 비평의 기능이나 역할에 대한 명료하고도 실제적인 파악이라 아니할 수 없다.

 

영화에 대한 평가작업이 비평은 신문이나 잡지, 전문지, 또는 학술지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영화 비평의 시작은 1910년대 이전까지는 영화가 단순히 재미있다, 볼 가치가 있다 하는 식의 먼저 본 사람으로서의 일반적인 평가 즉 감상의 기술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1910년대 말 프랑스의 리치오또 카뉘도나 루이델뤽에 의하여 영화의 예술적 독자성이 주창되면서 비평은 본격적으로 싹트기 시작했다.

 

영화비평은 일차적으로 영화를 예술로서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예술에 대한 비평이란 자로 재듯 순수히 객관적일 수는 없다. 그래서 객관적인 비평이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사람이 많다. 비평가의 비평 기준이 그의 독창적인 예술관, 영화관 그리고 세계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비평은 개인차가 있고 그 방법론도 여러 가지이다. 따라서 비평이란 하나의 창조적인 작업이 된다. 일반적으로 영화비평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다음 여섯 가지 요소에 대해 해석과 평가작업을 해야 한다고 리 R. 봅커는 주장한다. ① 영화의 주제 ② 기술적인 것이 이루어진 성과 ③ 영화에 있어서의 생각의 성질과 질 ④ 영화에서의 생각의 효율성 ⑤ 개개인의 공헌(예를 들면 연기라든가) ⑥ 같은 감독의 다른 작품과의 관계 그리고 비평가의 자격으로는 ① 예술 형식에 대한 철저한 지식 ② 영화를 예술로 보는 신념 ③ 다른 예술에 대한 이해와 감상적 능력, 따라서 영화 감상과 비평은 영화가 인간의 상상력에서 이루어져 기계적인 제작 과정에 의해 관객에게 보여질 때 생겨나는 가장 최종적인 단계의 기능이요 이것을 통해 모든 예술과 마찬가지로 관객과 영원한 대화를 하는 것이다. 관객은 비평내용을 통해 예술가 즉 감독의 이야기를 분석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것이다.

 

(출처 :영화란 무엇인가. 지식산업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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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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