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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중월(詠井中月)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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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정중월(詠井中月)

 

山僧貪月色(산승탐월색)

幷汲一甁中(병급일병중)

到寺方應覺(도사방응각)

甁傾月亦空(병경월역공)

산에 사는 스님이 달빛을 탐내어

병 속에 물과 달을 함께 길었네.

절에 돌아와 비로소 깨달았으리.

병을 기울이면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요점 정리

 

지은이 : 이규보

형식 : 5언 절구

성격 : 서정적, 불교적

제재 : 달

표현 : 도치법

구성 : 4단 구성

주제 : 인간 욕심의 허망함과 깨달음

내용 연구

달도 따라 비게 되는 것을

불교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 욕심의 허망함을 이르는 말

이해와 감상

 

이 시는 불교의 진리인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을 달을 통해 묘사해 내고 있다. 스님이 우물에 물을 길러 갔다가 우물 속에 비친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병 속에 함께 길었다. 그러나 절에 도착하여 병의 물을 기울이자 달도 함께 없어졌다. 손에 넣은 듯하면 빠져 달아나는 인간 탐욕의 무모함을 깨닫는 순간이다.

이 시는 4단 구성을 이룬 시로 기에서는 스님이 저녘 지을 물을 길러 갔다가 물에 비친 달빛이 너무 아름다워 '아! 좋다'하고, 황홀경에 빠져 물을 길어갈 생각도 잊은 채 달빛에 반해 있다. 승에서는 아름다운 달을 절에 가져 가서 두고두고 바라봐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바가지에 달도 함께 길어 넣었다. 전에서는 절에 돌아와서는 저녁 공양도 드리고 바빠서 깜빡 잊고 있다가 "아! 내가 가져온 달이 있지!"라는 생각을 하고 달을 찾으로 나갔다. 결에서는 허겁지겁 달려 가보니 둥그런 바가지가 기울어 달 또한 사라져 버렸으니 여기서 시인은 어린애같은 천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온갖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심안을 갖고 있다. 각 구의 끝글자를 연결해 보면 색중각공이라는 불교의 진리가 드러난다.

 

심화 자료

색즉시공 공즉시색 (色卽是空 空卽是色)

대승불교의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말로 《반야심경》의 중심사상을 이루고 있어 널리 알려진 말이다. 색(色)이란 형태가 있는 것, 대상(對象)을 형성하는 물질적인 것, 넓게는 대상 전반을 가리킨다. 첫 구(句)는 색이란 모두 공(空)에 불과하다 하였고, 대상을 우리들은 어느 특정한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으나 실은 그것은 광범한 연계(連繫) 위에서 그때그때 대상으로서 나타나는 것일 뿐이며, 그 테두리를 벗어나면 이미 그것은 대상이 아닌 다른 것으로 변하는 것이므로 그 대상에 언제까지나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둘째 구는 그와 같이 원래부터 집착할 수 없는 것을 우리들은 헛되이 대상으로 삼지만, 그것은 공이며 그 공은 고정성이 없는 것인데, 바로 여기에 인간의 현실(존재)이 있다고 설한다. 이것은 일체의 것, 즉 불교에서 말하는 오온(五蘊) 모두에 미치며, 대상(對象:色)뿐만 아니라 주관(主觀)의 여러 작용에 대하여도 마찬가지라고 말할 수 있다.

색즉시공(色卽是空) : 현실의 물질적 존재는 모두 인연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서 불변하는 고유의 존재성이 없음을 이르는 말.

공즉시색(空卽是色) : 본성인 공(空)이 바로 색(色), 즉 만물(萬物)이라는 말. 만물의 본성인 공이 연속적인 인연에 의하여 임시로 다양한 만물로서 존재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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