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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여름 -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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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 여름 -

 

윤선도(尹善道)

 

 

하사(夏詞)

구즌 비 머저가고 시낻물이 맑아 온다

배떠라 배떠라

낫대를 두러 메니 기픈 흥(興)을 금(禁) 못 할되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연강덥쟝(沿江 )은 뉘라셔 그려낸고

년닙희 밥 싸두고 반찬으란 쟝만마라

닫드러라 닫드러라

청약립(靑蒻笠)은 써잇노라 녹사의(綠蓑依) 가져오냐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무심(無心)한 백구(白駒)는 내 좃는가 제 좃는가

마람 닙희 바람나니 봉창( 窓)이 서늘코야

돋다다라 돋다다라

녀름바람 뎡할소냐 가는 대로 배시켜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븍포 남강(北浦南江) 이 어디 아니 됴흘러니

믉결이 흐리거든 발을 싯다 엇더하리

이어라 이어라

오강(吳江)의 가쟈하니 천년노도(千年怒濤) 슬플로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초강(楚江)의 가쟈 하니 어복튱혼(漁腹 混) 낟글셰라

만류록음(萬柳綠陰) 어릔 고대 일편태긔(一便苔磯) 긔특(奇特)하다

이어라 이어라

다리예 다 닫가든 어인쟁도(漁人爭渡) 허믈마라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학발로옹(鶴髮老翁) 만나거든 뢰택양거(雷澤讓居) 효측(效側)하쟈

긴 날이 져므는 줄 흥(興)의 미쳐 모르도다

돋디여라 돋디여라

뱃대를 두드리고 슈됴가(水 歌)를 블러 보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애내 셩듕에 만고심(萬古心)을 긔 뉘알고

석양(夕陽)이 됴타마는 황혼(黃昏)이 갓깁거다

배셰여라 배셰여라

바회 우희에 구븐 길 솔 아래 빗겨 잇다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벽슈앵셩(碧樹鶯聲)이 곧곧이 들리나다

몰괘 우희 그믈 널고 둠 미틔 누어 쉬쟈

배매어라 배매어라

모괴를 뮙다 하랴 창승(蒼蠅)과 엇더하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드르려다

밤 사이 풍낭(風浪)을 미리 어이 짐쟉하리

닫디여라 닫디여라

야도횡쥬(夜渡橫舟)도 진실로 어엳브다

와실(蝸室)을 바라보니 백운(白雲)이 둘러잇다

배븟텨라 배븟텨라

부들부체 가라 쥐고 셕경(石逕)으로 올라가쟈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거시 구실이라

소박한 어옹의 생활

夏詞(하사)

궂은 비가 점차 멎어가고 시냇물도 맑아온다[대구]

배 띄워라 배 띄워라

낚싯대를 둘러메니 깊은 흥(솟구치는 흥)이 절로난다[참을 수가 없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안개가 자욱한 강과 겹겹이 싸인 산봉우리는 (산수의 경개) 그 누가 그려낸 그림인가[연강텹쟝은 왕진경의 '연강첩장도'를 인용하여 표현한 말] - 비갠 후의 아름다운 경치

 

연(蓮)잎에 밥을 싸고 반찬은 준비하지 말아라.[건강하고 소박한 어부의 생활이 드러나며, 이런 소박한 속에도 여유가 있음이 엿보이는 말로 물고기를 잡으면 반찬이 될 터인데 따로 반찬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이다. 단사표음, 안분지족]

닻 들어라 닻 들어라

삿갓은 이미 쓰고 있노라. 도롱이는 가져 왔느냐[대구법]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무심한 갈매기[욕심 없는 - 화자 자신의 객관적 상관물]는 내가 저를 좇는 것인가 저가는 나를 좇는 것인가[갈매기와 노래하는 이가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말한 것. 혼연일체, 물심일여, 자연 친화] - 안분지족과 물아일체의 즐거움

 

마름[물풀의 하나]잎에 바람 부니 봉창[배에 있는 창문]이 서늘하구나[촉각적 심상]

돛 달아라 돛 달아라

여름 바람 일정하게 불겠느냐 가는대로[바람에 흘러가는 대로] 배 맡겨라[내 버려 두어라]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북쪽 포구와 남쪽 강이 어느 곳인들 아니 좋겠는가[어딘들 좋지 않겠는가 - 설의법]

- 배 위의 시원한 풍경과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

 

물결이 흐리거든 발 씻은 들 어떠하리[불편하더라도 자연적인 요건에 만족하려는 마음이 드러남]

배 저어라 배 저어라

오강[중국 양자강 입구에 있는 강]에 가자 하니 천년노도[자서원한(子胥怨限) : 죽어 오강에 던져진 오자서의 원한 어린 마음] 슬프도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초강(楚江)에 가자 하니 어복충혼(魚腹忠魂) : 중국 춘추 시대에 초의 굴원이 지은 어부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굴원의 본명은 평으로 초나라 희왕때 삼려대부가 되어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러나 참소로 인하여 왕이 멀리하므로 '이소'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뒤 경양왕 때에 다시 참소를 받아 양자강변으로 유배되었다. 이 곳에서 어부사를 지어 충성심을 밝히고 멱라수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부사 속에 '차라리 상수에 가서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하여 이 결백한 몸에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둘러쓴단 말가'라는 구절이 있다. 또한 '屈原忠魂'이라고도 하고, 충신의 절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낚을까 두렵다 [ 화자의 우국충정을 고사성어를 이용하여 드러냄]

 

버들숲이 우거진 곳에 여울돌이 갸륵하다

배 저어라 배 저어라

다리에서 앞다투는 어부들을 책망 하랴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백발노인을 만나거든 순제(舜帝) 엣 일본을 받자

 

긴 날이 저무는 줄 흥에 미쳐 모르도다[자연에 몰입된 화자의 정서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름의 긴 날이 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자연의 즐기는 기쁨에 빠졌다는 의미]

돛 내려라 돛 내려라

돛대를 두드리며 수조가(水調歌 : 상의 음을 주된 음으로 하여 속악에서 많이 쓰던 중국 노래인 상조곡의 이름으로 수나라 양제가 지었다고 함)를 불러 보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뱃소리 가운데[관내성은 '관내'는 '나무로 만든 노'라는 뜻으로 노 젓는 소리에서 뱃노래로 의미가 바뀌었다고 함] 만고의 수심[오랜 세월에 변하지 않는 마음으로 충성심을 말함]을 그 뉘 알꼬

석양이 좋다마는 황혼이 가까웠도다

배 세워라 배 세워라

바위 위에 굽은 길이 솔 아래 비껴 있다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푸른 나무숲 꾀꼬리 소리 곳곳에 들리는구나

 

모래 위에 그물 널고 배 지붕 밑에 누워 쉬자

배 매어라 배 매어라

모기를 밉다 하랴 쉬파리와 어떠한가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다만 한 근심은 상대부(桑大夫 : 전한의 재정가인 상흥양을 말하는 데 소인배를 말하는 것으로 간신을 상징하므로 부정적 시어이며 고전 작품에서는 구름가 바람 등은 간신을 상징하는 경우가 많다) 들을까 두렵다

 

밤 사이 바람 물결 미리 어이 짐작하리

닻 내려라 닻 내려라

사공은 간 데 없고 배만 가로놓였구나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물가의 파란 풀이 참으로 불쌍하다

작은 집을 바라보니 흰구름이 둘러있다

배 붙여라 배 붙여라

부들부채 가로 쥐고 돌길 올라가자

삐그덕 삐그덕 어기여차

어옹(漁翁)이 한가(閑暇)터냐 이것이 구실이다

이해와 감상

 

궂은 비는 멎어 가고 시냇물이 맑아 오는데 집 안에만 있을 수 없다. 낚싯대를 둘러메고 나서니 벌써 마음이 흥겨워진다. 마치 왕 진경이 그리고 소 동파가 찬을 쓴, 그 그림 같은 저 경치는 참으로 아름답구나. 첫여름의 아름다움 풍경 속에 낚시질을 나서니 어부의 흥취가 넘치고 있다.

초강의 흐린 물에 발을 씻는다는 것은, 곧 당세의 정계가 부패하여 맑은 물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굴 원의 어부사에 나오는 '창랑지수'의 노래에서 암인한 것이다. 중장의 천년노도와 종장의 어복 충혼은 중국 고사를 연상하면서 작자 자신의 충의심을 나타낸 것이다. 이 노래는 윤 선도의 다른 작품에 비하여 한자 어구와 중국 고사가 남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내용도 다듬어지지 않아 다른 것에 비해 많이 뒤지는 작품이다.

어복 충혼

 

중국 춘추 시대에 초의 굴 원이 지은 어부사에서 유래된 말이다. 굴원의 본명은 평으로 초나라 희왕때 삼려대부가 되어 임금의 신임이 두터웠다. 그러나 참소로 인하여 왕이 멀리하므로 '이소'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 뒤 경양왕 때에 다시 참소를 받아 양자강변으로 유배되었다. 이 곳에서 어부사를 지어 충성심을 밝히고 멱라수에 빠져 목숨을 끊었다. 그의 어부사 속에 '차라리 상수에 가서 강물에 몸을 던져 고기 뱃속에 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하여 이 결백한 몸에 세속의 티끌과 먼지를 둘러쓴단 말가'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어복 충혼이라는 말이 생겼는데, 충신의 절조를 나타내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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