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통행 금지 / 엘뤼아르
by 송화은율야간 통행 금지 / 엘뤼아르
어쩌란 말인가.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갇혀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거리는 차단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정복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도시는 굶주려 있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무장 해제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밤이 되었는데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었는데.
COUVRE-FEU
Que voulez-vous la porte etait gardee
Que voulez-vous nous etions enfermes
Que voulez-vous la rue etait barree
Que voulez-vous la ville etait matee
Que voulez-vous elle etait affamee
Que voulez-vous nous etions desarmes
Que voulez-vous la nuit etait tombee
Que voulez-vous nous nous sommes aimes.
요점 정리
작자 : 엘뤼아르
성격 : 반항적, 야유적, 낙관적
주제 : 전시하의 상황과 희망을 노래
구조
기(起) : 억압적인 전체 상황의 제시
승(承) : 억압의 구체적인 양상
전(轉) : 전체 상황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판단
결(結) : 상황에 대한 서정적 자아의 대응
내용 연구
어쩌란 말인가 : 야유적이면서 반항적이고 낙관적인 의미가 동시에 함축된 구절이다.
어쩌란 말인가 밤이 되었는데 : 어둡고, 고난에 찬 세상이 되었는데, 독일 점령하를 말함
어쩌란 말인가 우리는 서로 사랑했는데 : 앞의 행에서는 모든 동사가 수동태로 되어 있었지만 마지막 행에서 동사가 자동사로(프랑스 어로는 반과거에서 복합 과거로) 바뀜으로써 능동적(能動的)이고 적극적인 행위로 나아감을 암시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랑을 지키기 위한 다음 단계가 암시된다고 볼 수 있다.
이해와 감상
'야간 통행 금지'는 독일군 점령하에 전시 상태에 있던 프랑스의 상황을 짧은 시행 속에서 압축적으로 표현한시이다. 엘뤼아르의 작품으로는 '자유'가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이 시도 행동적인 시인의 시적 특징이 잘 나타나있다. 이 시에서 매 행에 반복되는 '어쩌란 말인가'는 의문만도 아니고 체념만도 아니다. 상황을 문제로 자각하면서 그 상황의 불가피성과 어떤 행동에의 관심을 함축하고있다. 이런 의미에서 마지막 행에서 앞의 행과는 달리 능동적인 행위, 그것도 가장 적극적인 행위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의 행위가 표현되고 있다는 점은 이 시를 단순히 현실에 대한 묘사나 고발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것은 적극적인 행위로 시인이 나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심화 자료
엘뤼아르(Paul Eluard)
본명은 Eugene Grindel. 1895. 12. 14 파리 생드니~1952. 11. 18 샤랑통르퐁.
프랑스의 시인으로, 초현실주의 운동의 창시자 가운데 한 사람이며 20세기의 대표적 서정시인이다. 제1·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란, 독일군 점령, 레지스탕스, 공산당 투쟁, 연애, 시사 동향, 만남, 우정, 꿈 등 자신의 인생 경험을 소재로 작품을 썼다.
1919년 앙드레 브르통, 필리프 수포, 루이 아라공 등 초현실주의 시인들과 알게 되어 1938년까지 매우 가깝게 지냈다. 첫번째 주요작품인 〈고통의 수도 Capitale de la douleur〉(1926)에서는 새로운 언어기법을 실험했고, 꿈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이론을 적용했으며, 의식의 흐름을 자유롭게 표현했다. 뒤이어 〈대중의 장미 La Rose Publique〉(1934)·〈풍요로운 눈 Les Yeux fertiles〉(1936) 등을 발표했는데, 일반적으로 이 3권의 책에 실린 시들은 초현실주의 운동이 낳은 가장 탁월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이 시기에 앙드레 브르통과 함께 〈무염시태(無染始胎) L'Immaculee Conception〉(1930)에서 정신불안증세의 진행과정을 연구했다.
스페인 내란 뒤에는 초현실주의 실험을 그만두었다. 후기 작품에는 정치적 투쟁 성향이 잘 나타나 있으며, 독재를 반대하고 행복을 추구하는 기본 입장이 더 확고해졌다. 1942년 공산당에 들어갔으며, 인간의 고통과 동지애를 다룬 작품 〈시와 진실 Poesie et verite〉(1942)·〈독일군의 집합소에서 Au rendez-vous allemand〉(1944)·〈살 만한 가치 Dignes de vivre〉(1944) 등은 제2차 세계대전중 비밀리에 유포되어 레지스탕스의 사기를 높였다. 특히 〈시와 진실〉에 수록되어 있는 그 유명한 시 〈자유 La Liberte〉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저항시로 알려져 있다. 전쟁이 끝난 뒤 발표한 〈모든 것을 말하라 Tout dire〉(1951)·〈불사조 Le Phenix〉(1951) 등은 시어가 간결하고 표현이 생생하여 프랑스의 대표적 서정시로 꼽히고 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더 읽을 자료 http://windshoes.hihome.com/poem-eluard.htm
이땅에 살기 위하여(Pour vivre ici)
1
하늘이 나를 버렸을 때, 나는 불을 만들었다.
동지가 되기 위한 불
겨울의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불,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한 불을.
낮이 나에게 베풀어 준 모든 것을
나는 그 불에게 바쳤다.
울창한 숲과, 작은 숲, 보리밭과 포도밭을,
보금자리와 새들, 집과 열쇠를
벌레와 꽃들, 모피들 그리고 모든 축제를
나는 불꽃이 파닥거리며 튀는 소리만으로
그 불꽃이 타오르는 열기의 냄새만으로 살았다.
나는 흐르지 않는 물 속에 참몰하는 선박
죽은 자처럼 나에게는 단 하나의 원소밖에 남지 않았다.
2
창가의 벽이 피를 흘리고
나의 방에서 어둠은 떠나지 않는다.
나의 눈이 폐허에 부딪치지 않는다면
나의 눈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볼 수 있으리라.
유일한 자유의 공간은 내 마음 속 깊은 곳
그것은 죽음과 친숙한 공간
혹은 도피의 공간
상처 입어 움츠러든 날개가 그곳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그곳은 연약한 나의 모습으로 에워싸여져
나는 견딜 수 있을까 새벽을 잡을 수 있을까.
더 이상 어둠을 보지 않기 위해
유일한 빛을 잃어버려야 한다.
밤은 내 위에서만 열리고
나는 불확실한 인생의
기슭, 그리고 열쇠이다.
3
달은 숨어버리고 수탉은 볏을 긁는다.
불의 한 방울이 차가운 물 위에 뜨고
마지막 안개의 찬송을 노래 부른다.
대지를 보다 잘 보기 위하여
두 개의 불타는 나무가 내 눈을 가득 채운다.
떨어져 흩어진 마지막 눈물
두 개의 불타는 나무가 나의 생명을 소생시킨다.
두 개의 나무는 벌거벗고
대지여,
내 마음 속에 살아있는 대지여.
먼 거리는 사라지고
샘솟는 나 자신의 새로운 리듬
그것의 영원함이여.
열정이 가득찬 추위, 별들이 가득찬 추위
덧없는 가을 소멸된 추위
바쳐진 봄 시대의 첫 번째 반영
진심으로 우아한 여름 그림자 없는 영웅
나는 대지 위에 있고 모든 것은 불에 순응한다.
4
*Jean Arp에게
손길이 자아내는 완전함
피를 찢는 창백한 손
피는 점점 둔화되어
이상의 노래를 중얼거린다.
너의 손길에 의해 자연은
평등한 매력을 이뤄내고
너의 창가에
모든 풍경은
언제나 아침이다.
언제나 빛은 승리자의 흉상胸像에 있는 것
육체에 가득찬 젊음
대지를 살며시 애무하면
대지와 보화는 혼합되고
풀섶을 헤치며
빛을 들춰내는
너의 손은 새로운 요람을 창조한다.
5
어떠한 인간도 사라지지 않으며
어떠한 인간도 잊혀지지 않으며
어떠한 어둠도 투명하지 않다.
나홀로 있는 곳에서 나는 많은 인간을 만나며
나의 근심은 가벼운 웃음으로 깨어지고
엄숙한 나의 목소리에 뒤섞여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
내 눈은 순수한 시선의 그물을 유지한다.
우리는 험난한 산과 바다를 지난다.
미친 듯한 나무들이 맹세한 내 손의 길을 가로막고
방황하는 동물들은 생명을 산산조각 내어 나에게 몸을 바친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나의 영상이 풍성해지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자연과 거울이 흐려진다는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늘이 비어 있다는 것이,
나는 외롭지가 않은데.
*Jean Arp : 엘뤼아르와 친교를 맺었던 초현실주의 화가
정의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고
숯으로 불을 피우고
키쓰로 인간을 만드는 것
이것이 인간의 뜨거운 법칙이다
전쟁과 비참에도 불구하고
죽음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본연의 자태를 그대로 간직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가혹한 법칙이다
물을 빛으로
꿈을 현실로
적을 형제로 변하게 하는 것
이것이 인간의 부드러운 법칙이다
어린애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최고 이성에 이르기까지
계속 자체를 완성시켜가는
낡고도 새로운 법칙이다
아무도 나를 알 수 없다
아무도 나를 알 수 없다
네가 나를 아는 것 보다 더 잘
우리 둘이 잠들어 있는
너의 눈이
세계(世界)의 밤에게 보다
인간(人間)의 빛에 더 좋은 운명(運命)을 만들었다
내가 여행하는 너의 눈은
길의 제스쳐에
대지(大地)와는 초연한 의미(意味)를 주었다
네 눈 속에선 우리에게
우리의 무한한 고독(孤獨)을 나타내는 이들은
벌써 그들이 생각했던 바와는 다르다
아무도 너를 알 수 없다
내가 너를 아는 것 보다 더 잘
(출처 : <프랑스 시선> 최완복 옮김, 을유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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