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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Antigone) / 소포클레스(Sophocles)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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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고네(Antigone) / 소포클레스(Sophocles)

이 승 규 번역

쟝. 아누이 다시씀

루이스.칼란티어 고쳐 옮김

 

등장인물

 

안티고네

크레온

하이몬

이스메네

유리디스

유모

크레온의 시종

경비병 1

경비병 2

경비병 3

전령

코러스

 

양식 없는 무대장치 세개의 비슷한 문. 막이 오르자 등장 인물 전원이 무대 위에 있다. 떠드는 사람, 뜨개질 하는 사람, 트람크를 노는 사람,

 

코러스 여러분 앞에 있는 이 사람들이 저 유명한 안티고테의 얘기를 역어 나가려고 합니다. 저기 멍하니 앉아 있는 깡마르고 조그만 것이 바로 안티고네 입니다. 저 소녀는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집안에서 아무도 탐탁히 여겨 주지 않는 검은 머리의 소녀 내성적인 깡마른 소녀로부터 뛰어 나와, 홀로 세상과 대결할 것을 생각합니다. 또 한 가지 그녀가 생각 하는 것은 자기가 죽으러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안티고네는 이제 갓 스물입니다. 물론 살구 싶겠죠. 허나 별 도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폭군에 대항하여 하느님 편에서거나 부정에 항거하여 순결을 지키는 편에 선다면 얘기는 간단합니다. 당신의 이름은 안티고네입니다 그녀가 맡은 역할은 한 가지 뿐 입니다. 그녀는 끝까지 그 역을 해나가야 합니다. 허나 안티고네 자신은 그것을 모릅니다. 그건 제가 알 일이죠 제가 바로 희랍곡의 코러스역을 맡은 사람이니까요. 안티고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은 크레온이 자기 오빠의 매장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오빠의 시체를 매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안티고네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행동합니다. 그녀는 이성적이 아닙니다. 다만 느낄 뿐입니다. 막이 오르자 소녀는 젊은 남자와 웃으며 지꺼리는 자기 언니 이스메네와 오늘밤 죽지 않아도 되는 우리 모든 사람으로부터 눈부신 속도로 멀어져 갑니다(코러스가 돌아서서 하이몬을 가리킨다). 양순하고 이성적이며 행복한 이스메네와 얘기하고 있는 젊은이는 하이몬 입니다. 그는 안티고네의 약혼자입니다. 모든 조건이 그를 이스메네 쪽으로 이끌었었습니다. 춤과 놀음을 즐기는 취미 행복과 성공을 좋아하는 성격 그 감성까지도, 자 이스메네를 보십시요. 안티고네 보다 휠씬 더 아름답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저녁 무도회가 있었습니다. 이스메네는 새 야회복을 입고 나갔습니다. 그 여잔 빛났습니다. 하이몬은 그녀와 모든 춤을 추웠습니다. 다른 소녀는 쳐다 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밤 무도회가 끝나기 직전 하이몬은 지금처럼 무릎을 두팔로 감싸고 한구석에서 꿈을 꾸고 있는 안티고네를 찾아와서 자기 아내가 되어 달라고 청했습니다. 안티고네는 놀라지도 않고 두 눈을 들어 그를 바라 보더니 가느다란, 미소를 입가에 띠우며 네 라고 대답 했습니다. 이계 전부입니다. 하여튼 하이몬은 안티고네와 결혼할 예정입니다. 물론 안되겠죠. 이 땅위에 안티고느의 남편으로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그는 몰랐습니다 (코러스는 크레온에게 몸을 돌린다). 저기 시종앞에서 명상에 잠겨 있는 백발이 성성한 건장한 사나이는 크레온 입니다. 그는 왕입니다. 그는 주름이 잡혔고 피곤합니다. 사람을 다스리는 어려운 예술을 익히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가 왕의 처남에 불과 했을 때는 사정이 달랐습니다. 음악도 좋아하고 희귀한 책자도 살 줄 아는 말하자면 예술 애호가 였습니다. 그는 진종일 태빼의 조그마한 골동품 상회를 뒤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오이디프스왕은 죽었습니다. 그의 두 아들도 갔습니다. 크레온의 시대는 왔습니다. 그가 왕국을 지배하게 됫죠. 어느 때는 저녁에 피로에 지쳐 사람을 다스린다는 것이 헛된 일이 아닌가 자기 마음에 물어 보기도 합니다. 더 졸열한 자들에게 맡겨줄 더러운 직책이 아니겠는가하고 그리고 아침이 오면 해결 해야할 골치 아픈 문제가 생깁니다. 그는 하루를 시작하는 노동자 모양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뜨게질을 하고 있는 늙은 여인은 크레온의 부인 유리디스입니다. 저 부인은 착하고 몸을 일으켜 죽으러 가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내내 뜨게질만 하고 있을 것입니다. 부인은 착하고 품위있고 정에 깊은 여인입니다. 남편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크레온은 홀로 외로운 사람입니다. 너무 어려서 아무 도움도 될 수 없는 조그만 시종을 데리고 홀로 외롭습니다. 저기 뒷편벽에 기대어 꿈꾸고 있는 창백한 소년은 전령입니다. 조금 후 하이몬의 죽음을 알리려 오는 것은 저 소년입니다. 그러기에 그는 떠들기도 싫고 다른 사람들 사이에 끼어들기도 싫습니다. 그는 벌써 알고 있지요. 마지막으로 저 목덜미에 모자를 내려 뜨리고 트람프를 놀고 있는 얼굴이 붉으죽죽한 사나이 세명은 크레온의 근위병입니다. 저들도 나쁜 놈들은 아닙니다. 처자도 있고 세상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사소한 걱정꺼리도 있는 자들이요, 그러나 이자들은 조금 후에 아주 태연하게 여러분 앞에 죄인을 꼴고 나올 것입니다. 그들에게서는 마늘냄새, 가죽냄새, 포도주 냄새가 나며 전연 생각이라고는 없는 위인들입니다. 그네들은 항상 결백하고 항상 스스로에 만족하는 정의의 보좌관입니다. 정식으로 선임된 테베의 새로운 군주가 크레온 체포를 명할 때까지 현재 이 순간에는 크레온의 정의의 보좌관 들입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등장 인물을 모두 아셨습니다. 얘기는 테베를 일년씩 번갈아 다스려야 할 에디프스의 두 아들 애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서로 싸워시의 성벽아래서 죽은 때부터 시작됩니다 (점점 무대 위의 조명이 이루어진다.) 에테오클레스가 통치하던 첫일년의 끝날 무렵, 그 자리를 동생에게 양보하지 않으려는 데서 시작된 싸움입니다. 폴리네이케스가 자기편에 끌어 넣은 여섯명의 외국 왕자들은 테베의 일곱 문전에서 패배를 당했습니다. 두 형제는 죽고 테베시는 구제 되었습니다. 이제 크레온이 왕입니다. (코러스가 왼쪽 프로시니엄 아취에 기대면 무대는 완전히 어두워지고 배경은 암청색으로 물든다. 코러스 스포트) 크레온은 착한 형 에테오클레스에게만 장엄한 장례식을 베풀고 무뢰한이요, 폭동자요 건달인 폴리비이케스는 눈물도 무덤도 없이 까마귀와 늑대 밥이 되게 내버려두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누구든지 그에게 장례를 베픈자는 무자비하레 사형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코러스가 얘기 하는 동안 인물들은 하나하나 나가 버린다. 코러스 사라지고 무 대조명이 바뀐다. 잠들은 집안에 잿빛의 창백한 새벽시간, 안티고네가 오른쪽 문을 살며시 반쯤 열고 신발을 손에 든채 맨발끝으로 밖에서 들어 온다. 잠시 침묵, 들어온 쪽을 돌아 보고 귀를 귀울인다. 이윽고 몸을 돌려 무대를 지나 테이블 있는 곳에 왔을 때 왼쪽 문을 통해 유모가 다가오는 것을 본다. 내실로 재빨리 들어가려 한다. 유모가 왼쪽문으로 들어온다. 안티고네를 보자 선다).

 

유 모 어디 갔었어요? 작은 아씨

안티고네 아무데도 안갔었어 유모 정말 아름다웠어 내가 나갔을땔 온통 잿빛이였어. 그런데 지금은 분홍, 초록,노랑색의 그림엽서가 되어 버렸어 유모 색깔이 없는 세상을 보려면 좀더 일찍 일어나야 해 (지나가려 한다).

유 모 아이구 나두 캄캄할 때 일어났다. 아가씨가 혹시 이불을 걷어 차지나 않았나 보러 아씨 방에 가봤지 뭐유. 그런데 아씨는 없더군요.

 

안티고네 정원은 아직 잠들고 있었어 내가 뜻밖에 몰래 훔쳐본참이지 유모 그런줄 꿈에도 모르고 있는 모습을 봤어, 아직 사람 생각을 않고 있는 정원은 참 아름다웠어.

 

유 모 밖에 나갔었죠? 나는 아씨가 반쯤 열어 놓고 나간 뒷뭄을 봤어요.

 

안티고네 둘은 흠뻑 젖어 있었어. 그리고 무엇이 일어 나기를 기다리고 있어어 숨소리 하나 내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어. 내 신발 소리만이 요란했어 그래서 난 신발을 벗고 살며시 들판으로 숨어 들어 갔지

 

유 모 자리에 눕기전에 발을 씻어야 해요

 

안티고네 오늘 아침에는 다시 자리에 눕지 않을래.

 

유 모 바보 같은 소리 그레두 조금은 눈을 붙여야지, 그리구 나두 더 자야해요. 나는 걱정이 되서 가봤는 데 텅비어 있다니,

 

안티고네 매일아침 이렇케 일어나서 제일 먼저 밖에 나가는 소녀가 된다면 아침마다 역시 이렇게 멋있을까? 유모.

 

유 모 아침이라고? 맙소사 그건 밤이에요. 밤 그리구 아직도 딴청 부리지 말고 어디 갔다 왔는지 얘기해요.

 

안티고네 (야릇한 미소를 띠며) 그래요 아직 밤이였어. 벌써 아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온들판에 나하나 밖에 없었지. 유모 내가 오늘 제일 먼저 일어난 사람이라고 생각 했어

 

유 모 실컷 놀려봐 실컷 놀려봐 나두 알아요, 으례 하는 소리를 나는 아씨 보다 먼저 처녀 노릇을 했다구요. 얌전하지도 않았지만 그러나 아씨 같은 고집쟁이는 아니였어요. 어데 갔다 왔죠 못된 아가씨?

 

안티고네 (갑자기 엄숙하게) 아니야 난 못되진 않았어요.

 

유 모 누굴 만나러 갔었죠? 그렇죠? 아니면 아니라구 해보구려.

 

안티고네 (순순히) 그래요 누굴 만나러 갔었어요.

 

유 모 누구? 사랑하는 사람?

 

안티고네 (잠시 묵묵히 있다가 이상하게) 그래요 유모 그래요 아주 가엾은 사람이예요.

 

유 모 (소리 치기 시작한다) 윈 세상에 그것 참 좋은 일이군. 공주님이 애인을 만나러 맨발로 뛰어 가다니, 이렇게 되는 걸 보자구 뼈 빠지게 길렀으니! 글쎄 여자 애들은 다 소용 없다니까 그래도 작은 아씬 다른 애들처럼 언제나 거울 앞에서 치장이나 하고 입술연지나 바르고 남의 눈에 뜨이라고 애쓰지는 않았지. 몇번이나 이렇게 혼자 말렸는지 몰라. 아이구 요 작은 공주님은 너무 멋을 부리지 않는구나 언제나 같은 옷에 머리도 잘 가다듬지 않고 남자들은 곱슬 머리에 리본을 단 이스메느만 쳐다보니 작은 아씨는 내게 그대로 남겨 두겠구나 하고 생각 했지 그런데 아씨도 언니와 다를 바가 없군 아니 한술 더 했지 요 깜직한 작은 공주님 그자가 누구유. 필경 건달이겠지? 아마 집안에 애기도 할 수 없는 남자 일테지. "이 사람을 사랑해요 결혼하겠어요---" 이러겠단 말이죠? 흥, 참 이런단 말이죠, 대답해 봐요.

 

안티고네 (엷은 미소를 입가에 띄우며) 그래요 유모

 

유 모 그렇다고? 아이구 기막혀 아주 조그말 때부터 아씰 네 손으로 길렀어요. 왕비님께 착한 숙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꼴이라니 난 유모에 지나지 않아요. 날 늙은 바보 취급을 해도 그러나 크레온 왕께서 아시게 될꺼예요.

 

안티고네 (갑자기 맥이 좀 풀린 듯) 그래요, 유모 크레옹 아저씨가 알게 될거예요.

 

유 모 아씨가 밤중에 일어 난다는 것을 알면 뭐라고 할런지 또 하이온 도련님은 어떻구, 아씨 약혼자 말이예요. 약혼을 하구두 새벽 네시에 일어나 다른 남자와 돌아다니러 잠자리를 뛰쳐 나가다니 원

 

안티고네 제발 유모 나좀 가만 놔두요.

 

유 모 아니 그리구두 아무말 않고 가만 놔 두라구,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알기나 해요? 어렸을 때처럼 혼을 내어야 한단 말이예요.

 

안티고네 젖엄마, 그렇게 너무 나무래지 말아요. 화낼날도 많친 않아요.

 

유 모 난 아가씨 어머니에게 약속 했어요. 어머니께서 깨셨다면 뭐라고 하셨겠어요? "늙은 바보야 그래 늙은 바보야 내아이를 따뜻하게 잘 지켜주지 못했구나, 항상 소리지르고 지킴개 노릇을 하고 감기들지 말라고 털옷이나 --- 들고 다니고 튼튼해지라고 달걀 푼 우유나 들고 다니고 새벽 네시에 넌 잠자는구나 바보 같으니 잠만 자고 애들을 빠져 나가게 하다니 네가 와볼 때는 침대는 차디 차구나" 이렇게 말하실테지, 네가 저승에 올라가면 나는 부끄럽고 부끄러워 만일 죽지 않않다면 죽을 지경으로 부끄러울꺼야 머리를 숙이구 "왕비마마, 사실 그렇사옵니다."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지

 

안티고네 아니야, 유모, 울지 말아요. 어머니 한테 갈 때는 똑바로 쳐다 볼 수 있을꺼야 어머니는 안티고네 때문에 고마워요 젖엄마, 아기를 잘 돌 봐 줘서 라고 하실꺼에요. 어머니는 오늘 아침에 내가 왜 나갔는지 알고 계세요.

 

유 모 애인을 만나러 간게 아니었우?

 

안티고네 아니예요, 젖엄마,

 

유 모 그럼 날 놀리는군요. 그것 봐 내가 너무 늙었지. 못된 성미를 가졌지만 작은 아씨 내 귀염둥이였어요. 이스메네 언니는 더 양순했지만 그래도 날 사랑하는 것은 안티고네 아씨라고 난 믿어 왔어요. 날 사랑 한다면 내게 진실을 말했을꺼야 내가 덮어 주러 갔을때 어째서 침대가 텅 비어 있었죠?

 

안티고네 제발 이젠 울지 말아요. 젖엄마(유모를 포옹한다) 젖 엄마 빨간 사과 같은 이볼, 내가 광을 낸다고 이볼을 문질러 줬던 생각이 나지, 주름살 진 빨간 사과, 이런 바보같은 일로 울다니, 아무 일도 아닌 데 눈물을 흘리지 말아요. 난 깨끗해요. 맹세코 내 약혼자 하이몬 밖에는 다른 애인이 없어요. 젖엄마가 원한다면 이후에도 다른 애인을 절대 갖지 않겠다고 맹세 할 수도 있어--- 눈물을 아껴요. 유모, 아직 눈물이 필요할 때가 있을꺼야. 그런데 난 오늘 어린애가 돼서는 안되요.

 

이스메네 (이스메네가 들어 온다) 안티고네 벌써 일어났니? 이 시간에 뭘하려구 일어 났지? 방금 네 방에 갔었어

 

유 모 그럼 둘이다? 둘이다 미쳐서? 나보다 먼저 일어 났단 말이야? 아가씨들은 아침에 빈 속으로 일어서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주의 신분에 어울리든 일이라고 생각해요?(이스메네에게 아가씰 아무 것도 안두르고 해도 뜨기 전에)

 

안티고네 유모 그만 나가요, 정말 춥지 않아요. 우리 한테 커피나 해 주어요(갑자기 피토해 자리에 앉는다) 나 커피좀 마시고 싶어 젖엄마 그러면 몸이 좀 풀릴 것 같애.

 

유 모 내 정신 좀 봐, 속이 비어서 어지러울텐데 뜨근한 마실 것을 줘야지 내게 바보 처럼 우두커니 서 있네 (빨리 나간다)

 

이스메네 괜찮니?

 

안티고네 응, 괜찮어, 좀 피로할 뿐 (미소를 짓는다) 너무 일찍 일어나서

 

이스메네 나도 잠을 못 잤어

 

안티고네 (다시 미소 짖는다) 언니는 자야해 내일 언니가 전만치 이쁘지 않아면 어떻게

 

이스메네 나를 놀리지 마

 

안티고네 언니 진심이야 오늘 특별한 이 아침에 언니가 아름다와서 내 마음이 놓여요. 우리가 어렸을 때 난 개구장이였지, 생각나? 언니한테 흙을 끼얹고 목에 벌러지를 줘 넣고 했지요. 한번은 언니를 나무에 꽁꽁 묶어 놓고 언니 머리를 잘랐지 그 아름다운 머리털을--- (이스메테와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렇듯 비단결같이 아름다운 머리칼이 언니 머릴 감싸고 있으니 어떻게 어리은 생각을 할 수 있겠어?

 

이스메네 (갑자기) 왜 딴전을 부리지?

 

안티고네 (부드럽게 여전히 머리를 쓰다듬으며) 난 딴전 하는게 아냐.

 

이스메네 나두 많이 생각 해 봤어 안티고네

 

안티고네 그래?

 

이스메네 밤새껏 생각해 봤어 안티고네, 넌 미쳤어?

 

안티고네 내가?

 

이스메네 우린 그 일을 할 수가 없어

 

안티고네(잠간 묵묵하더니 낮은 목소리로) 왜?

 

이스메네 크레온은 우리를 죽이고 말꺼야.

 

안티고네 물론이지, 그것이 그와 역활이니까 그는 그가 해야만 될 일을 하는 거구.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는거야. 그래서 그는 우리를 죽여야만 하구 우리는 오빠를 묻어야만 돼 그것이 서로의 도리야 벗어 날 순 없어

 

이스메네 난 죽고 싶진 않아

 

안티고네 (너무 부드럽게) 나두 죽고 싶진 않아.

 

이스메네 내 말 좀 들어봐, 밤새껏 나는 꼼꼼히 생각해 봤어. 나는 너보다 손 위의 언니다. 너 보다 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너는 머리속에 곧 오른 생각이면 그것이 설사 바보 같은 짓이라도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좀 더 냉정해. 잘 생각해 본다.

 

안티고네 너무 생각해서는 안 될 때도 있어.

 

이스메네 아니야 안티고네, 물론 그것은 무서운 일이다. 나도 너만치 오빠를 동정해, 그러나 나는 아저씨도 조금은 이해한다.

 

안티고네 난 조금도 이해 하고 싶지 않아

 

이스메네 그는 왕이야 백성에게 본보기를 보여 줘야 해.

 

안티고네 본보기? 그게 무슨 본보기예요. 폴리네이케스는 그의 당연한 권리를 뺏겼어요 그래서 전쟁을 일으켰죠. 크레온은 그 반대편에 붙었고 폴리네이케스는 죽었습니다. 파후토 크레온은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썩게 내버려두고 게와 새들의 밥이 되게 하고 장래마져 금지 했어요. 흥, 본보기라구?

 

이스메네 이해 하려고 해 봐.

 

안티고네 이해 하라구? 시체가 썩어가고 있고 그건 바로 나의 오빠예요. 난 그를 묻어 줘야만 해요.

 

이스메네 크레온은 가만 놔두지 않을 걸. 그는 우리보다 더 안티고네 그는 왕이야.

 

안티고네 언니 말은 들리지 않아요.

 

이스메네 넌, 들어야 만해. 크레온이 어떻게 조처해 놨는지 아니? 고의 추종자들이 고함치며 달려 올꺼다. 수천의 팔이 우릴 붙들고 수천의 숨결이 우리 얼굴에 열기를 내 뿜을꺼다. 수천의 눈이 단 한 사람의 눈초리 처럼 우릴 노려 볼꺼야. 그들이 증오 속을 뚫고 사형장으로 끌고가야 할 것이다. 거기엔 꼿꼿한 카라, 눈이 충혈된 우둔한 얼굴을 한 경비병이 있을 꺼다. 그들의 큼직한 손, 황소 같은 눈길, 언제나 소리쳐 타일러야 하는 자들, 검둥이 모양 일하고, 남이 말하는 것을 옳고 그런 판단없이 그저 무턱대고 행하는 자들, 아, 그리고 그 고통은? 고통은 당해야 해, 고통이 차가 심해지며 견딜 수가 없을 지경까지 이르는 것을 느껴야 해, 고통은 계속되고 또 심해진다 마치 날카로움 목소리 모양 --- 오 난 못해, 난 못해, 안티고네:

 

안티고네 어쩌면 언니가 그렇게 다 잘 생각해 봤어,

 

이스메네 밤새껏 넌 안 그랬니?

 

안티고네 물론 나도 그랬어요.

 

이스메네 나는 용기가 없어

 

안티고네 (부드럽게) 나도 그래요. 그러나 용기와는 관계없는 일이예요. (침묵이 갑자기 이스메네가 물어 본다)

 

이스메네 그럼 살고 싶지 않단말이야 너는?

 

안티고네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살고 싶지 않다고 ---?(가능한한 조용한 목소리로) 맨살에 아침 찬공기를 느끼려고 맨먼저 일어 나는 사람이 누구죠? 밥을 만끽 하려고 피곤할 때까지 놀다가 겨우 제일 마지막으로 자리에 드는 것이 누구였어요? 들판에 있는 작은 벌레들, 한포기 풀, 이것 들을 손에 넣고 싶어 어린시절 눈물을 흘린건 누구에요?

 

이스메네 (동생에게 바싹 다가서며) 내 귀여운 동생---

 

안티고네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친다) 아, 안되요. 가만 놔 뒤요. 내게 손대지 말아요.언니는 잘 생각해 봤다고 했지요? 언니는 온 도시가 반항하여 외칠 것을 생각하니 죽음의 고통과 동포를 생각하니 안 되겠다고 그랬죠?

 

이스메네 (머리를 숙이며) 그배.

 

안티고네 좋은 구실이군요.

 

이스메네 (동생을 안으며) 안티고네, 제발, 어떤 이상위에서 그것을 위해 죽는 것은 남자나 할 일이다. 너는 여자야

 

안티고네 (이를 악물고) 여자, 그래요 여자가 된 것을 원망도 많아 했어요.

 

이스메네 (간절히) 네 행복은 바로 네 눈앞에 있다. 붙들기만 하면 돼. 너는 약혼을 했고 너는 젊고 아름답고

 

안티고네 (낮은 목소리로) 아니, 난 아름답지 않아요.

 

이스메네 아냐 너는 아름다워 다른 여자들과는 좀 다르지만 조그만 남자들이 길에서 돌아다 보는 것도 너고 소녀들이 네가 지나 갈 때면 갑자기 벙어리가 되어 네가 모퉁이를 돌아 설 때까지 시선을 떼지 못하고 바라보는 걸 잘 알고 있지 않니?

 

안티고네 희미한 미소를 띠며) 남자애들, 소녀들 ---

 

이스메네 (잠시후) 그리고 하이몬은 어떻하구?

 

안티고네 (무감각허게) 조금 있다 만날꺼예요. 잘 얘기 하겠어요. 언니 더 가서 자요. 해가 떠오르고 있어요. 환해지면 어차피 난 아무일도 할 수가 없어요. 돌아가신 폴이네이케스 오빠는 마치 전쟁에 이기고 왕좌에 앉아 있는 것처럼 지금 근위대에 둘러 싸여 있어요. 돌아가 누어요. 피곤해서 언니 얼굴이 창백해요.

 

이스메네 너는?

 

유 모 (무대 밖에서) 자 작은 아씨 이제 아침 들 준비해요.

 

안티고네 나는 자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언니가 깰때까지 여기서 움직이지 않았다고 약속하지요.

 

이스메네 내가 이를 말을 듣겠지? 다시 말해서 않아도 되겠지? 약속하지?

 

안티고네 (좀 지친듯)약속해요. 이젠 제발 가서 자요. 언니는 내일 이쁘지 못하겠어요(언니가 나가는 것을 서글픈 미소를 띠고 바라본다. 그리고 갑자기 지쳐서 의자 위에 주저 앉는다).

 

유 모 (들어온다) 자 여기 커피와 빵이 있어요. 내 귀염둥이 아씨 어서 먹어요.

 

안티고네 그렇게 배고프지 않아

 

유 모 내 손으로 구워서 내가 좋아하는 빠다를 발랐어요.

 

안티고네 고마워요. 젖엄마, 좀 마시기만 하겠어

 

유 모 어디 아퍼요?

 

안티고네 아무데도 아프지 않아요. 젖엄마 허지만 따뜻하고 아늑하게 해 줘요. 내가 어렸을 때 처럼 젖엄마 아파서 열이 났을 때 악몽에 시달릴 때 침실벽에 비친 옷장 그림자가 꿈틀거리는 용같이 보여 무서움에 떨었을 때 언제나 젖엄만 날 안심시켜 줬어 자, 손을 줘요. 내가 아팠을때처럼 내 옆에 있어 줘요.

 

유 모 무슨 일이 있지요? 귀여운 아씨

 

안티고네 아무 것도 아냐 젖엄마 난 아직도 내가 해야 할 일에 너무 어리다고 생각 될 뿐이예요. 아무도 그걸 몰라 그러나 젖엄마 맘은 다 알꺼야.

 

유 모 너무 어리다니요? 무얼 하는 데요? 아씨?

 

안티고네 아무 것도 아니야 젖엄마 젖엄마가 여기 있기만 하면 돼 언제나 모든 것에서 구해주는 젖엄마의 이 껄꺼러움 손이 있기만 하면 --- 아마 이 손이 날 또 구해 줄지도 몰라. 젖엄마는 그렇게 강하니까

 

유 모 아씰 위해 뭘 해 달란 말이예요?

 

안티고네 아무 것도 아니야 젖엄마 그저 이렇게 내 볼 위에 손을 대 주기면 하면 돼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다) 이젠 무섭지 않아 무서워 사람 잡는 귀신도 어린애 잠을 가져 온다는 모래 장수 또 어린애를 훔쳐간다는 무서운 난쟁이도 무섭지 않아(침묵 다른 어조로 다시 계속한다) 젖엄마 내 강아지 "해피"말이야

 

유 모 그래,

 

안티고네 이제부터는 절대 야단치지 않겠다고 약속 해 줘요.

 

유 모 온통 발로 집안을 더렵혀 놓은 그 놈을 단단히 혼을 내 줘야 해.

 

안티고네 그리고 또 "해피"한테 가끔 얘기 해줄 것도 야속해줘요.

 

유 모 (어깨를 어쓱하며) 나더러 강아지 한테 말을 하라구요?

 

안티고네 바로 짐승한테 하는 것 처럼이 아니고 정말 사랑 할테 하는 것 처럼, 내가 하던 것 처럼

 

유 모 아, 그건 안 되요. 내 나이에 그런 바보 젖을 하라옵소? 한 사람이면 됫지 나 까지두요?

 

안티고네 (조용하게) 만일 내가 어떤 이유로 다시는 말을 할 수 없게 되면 ---

 

유 모 (알아돕지 못하고) 다시는 얘기 할 수 없게 돼요? 다시는 얘기할 수 없게 되다니요?왜요?

 

안티고네 (고개를 돌리고 걷센 어조로) 그리고 만일 "해피"가 너무 슬퍼 하면 --- 그리고 내가 나갔을때 하듯이 코를 문 밑에 박고 너무 너무 나를 기다리면 아마 영원히 잠자게 하는 것이 좋을꺼야, 젖엄마 아프지 않게

 

유 모 죽게 하라고? 아니 그 강아지를 죽이라구요? 아무래도 오늘 아침엔 아씨 정신이 이상 한 모양이에요.

 

안티고네 아니야 젖엄마(하이몬이 나타난다) 하이몬이 와요. 좀 들어가 줘. 유모 그리고 내 약속 꼭 잊지 말아줘.(하이몬에게 달러 가며) 미안해요, 하이몬 어제 저녁 말다툼 한 것 용서해 줘요 모든 걸 용서 해 줘요. 용서를 빌어요(유모는 나간다)

 

하이몬 당신이 문을 닫자마자 내 벌써 당신을 용서한 것을 잘 알면서 당신 향내가 아직 남아 있었는 데 나는 벌써 당신을 용서 하고 있었오(그는 팔에 여자를 안고 미소를 띠우며 바라본다). 누구에게서 그 향수를 훔쳐 썼지?

 

안티고네 이스메네에게서

 

하이몬 루즈, 분, 드레스는?

 

안티고네 그것도

 

하이몬 누굴 위해서 그렇게 우아해게 꾸몄지?

 

안티고네 모든 것을 말 하겠어요. 난 얼마나 바보 엿는지, 온 저녁을 말다툼으로 허비 했으니 온전히 아름다운 밤을

 

하이몬 또 다른 밤이 있잖아, 안티고네

 

안티고네 없을지도 몰라요.

 

하이몬 또 다른 말다툼도 있을 것이고 행복한 사랑에는 말다툼이 많은 법이요.

 

안티고네 행복한 사랑, 그래요 --- 내 말 좀 들어 봐요, 하이몬.

 

하이몬 그래,

 

안티고네 오늘 아침에, 날 비웃지 말아요. 신중히 들어 주세요.

 

하이몬 그러지.

 

안티고네 날 꼭 잡아 줘요, 어느 때 보다도 꼭, 강한 힘이 나에게 흘거 들어 오게

 

하이몬 자, 내 온 힘을 다해서,

 

안티고네 (숨도 쉬지 않고 잠시 쉬고) 됐어요(두 사람은 잠시 동안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서 있다. 여자는 다시 부드럽게 말하기 시작한다) 돌어 봐요, 하이몬

 

하이몬 그래,

 

안티고네 당신도 알죠? 우리가 결혼한 뒤에 가질려고 했던 조그만 사내아이

 

하이몬 그래,

 

안티고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그애만은 잘 지켰을꺼예요.

 

하이몬 그럼 안티고네

 

안티고네 이 세상의 그 어느 것도 무서워 하지 않도록 아주 꼭 껴안을 꺼예요. 다가 오는 저녁도 햇빛이 꽉찬 대낮의 번민도 그림자도 무서워 하지 않게 --- 우리의 아들 아주 조그맣고 머리가 헝크러진 엄마지만 젖가슴과 큰 앞치마를 하고 있는 세상의 어느 어머니 보다도 더 믿음직한 어머니를 그애는 가졌을까예요.그렇게 믿지요. 당신도?

 

하이몬 믿구 말구

 

안티고네 그리고 당신도 진실한 아내를 가졌을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하이몬 그럼, 나는 참된 아내를 가지고 있지.

 

안티고네 (품안에 기어들며 큰 소리로) 아! 당신은 날 사랑했지요?

 

안티고네 (품안에 기어들며 큰소리로) 야, 당신은 날 사랑했지요? 하이몬, 나를 사랑했지요 그날저녁의 당신은 정말이에요?

 

하이몬 (여자를 조용히 안아 흔들며) 어느날 저녁?

 

안티고네 그 무도회에서 나 있는 데로 찾아온 것이 정말이예요? 무슨 잘못이 없을까요? 당신이 찾고 있던 여자가 정말 나였을까요? 당신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단 한번이라도 이스메네에게 구혼 할껄 그랬다고 후회한 적이 없었어요?

 

하이몬 봐--- 알렌데 내가 사랑한건 단신 뿐이야, 아무도 아냐

 

안티고네 날 사랑하지요? 한 여자로서의 날 사랑하지요? 날 껴안은 당신 팔은 속이지 않겠지요 내 등에 댄 묵직한 이 손은 날 속이지 않겠지요. 당신 냄새도 이 따뜻한 체온도 당신 어깨에 머리를 얹을때 내마음 속에 넘쳐흐르는 이 커다란 믿음도 속이지는 않겠지요?

 

하이몬 그럼 안티고네 당신이 나를 사랑한것 처럼 나두 당신을 사랑해, 내 온 목숨을 다 바쳐서

 

안티고네 나느 검고 앙상해요 이스메네는 붉고 윤기가 나요, 과실처럼

 

하이몬 (중얼거리듯) 안티고네

 

안티고네 오, 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요 그러나 특별한 이 아침에 난 사실을 알아야 해요 제발 진실을 해줘요, 내가 당신의 것이라고 생각할때 당신은 당신 가슴 한가운데서 무엇인가 더 갖고 싶은듯 커다란 구멍이 뚫리는 것을 느껴요

 

하이몬 그럼 그렇구 말구 안티고네였어 그랬어요.

 

하이몬 오! 안티고네

 

안티고네 물론 않겠다고 약속 했잖아요? 하이몬 우리는 다투고 나의 못된 성미가 왈칵해서 그만 달아나 버리어오(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잇는다). 그러나 당신한테 간 것은 어제 저녁에 당신 것으로 만들어 버리고 당신의 아내가 되기 위해서 였어요(하이몬이 뒤로 물러서며 말하려고 한다) (여자는 소리친다) 이유는 물어 보지 않기로 당신은 맹새했죠? 당신은 맹새 했어요. 하이몬! (여자는 더 낮은 소리로 겸손하게 말한다) 제발 ---(그리고 돌아서면서 격한 어조로 말을 잊는다) 당신에게 말해 버리겠어요. 아! 사랑하는 당신 용서 해 줘요. 난 절대로 절대로 당신과 결혼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나 그래도 난 당신의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남자는 놀래서 말없이 서 있다. 여자는 창가로 달려가서 소리친다) 하이몬 당신은 나한테 맹세 했어요. 자! 이제 나가세요. 아무말도 말고 곧 나가세요. 당신이 만일 말을 하거나 한 발작욱이라도 내게 가까이 온다면 이 창문으로 뛰어 내리겠어요. 정말이예요. 하이몬 우리가 꿈속에 그리던 사내아이 앞으로 절대로 내게는 있을리 없는 그 아이의 머리에 걸고 맹새해요. 지금 떠나세요. 빨리 떠나세요. 당신은 내일 알게 될꺼예요. 조금후에 알게 될꺼예요(여자가 하두 절망적으로 말을 마치기 때문에 하이몬은 순종하여 물러 가 버린다) 제발 떠나가요. 하이몬, 당신이 날 사랑한다면, 그것이 아직도 당신이 내게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예요(남자는 나갔다 안티고네는 방에 등을 돌린채 움직이지 않고 있더니 이윽고 창문을 닫고 무대 한가운데 조그만 의자 위에 와서 앉는다. 그리고 이상하게 마음이 가라 앉는 듯 조용히 말한다) 자, 하이몬에게도 끝났다. 안티고네.

 

이스메네 (부르며 들어온다) 안티고네 --- 아! 너 거기 있구나

 

안티고네 (움직이지 않고) 그래요. 여기 있어요.

 

이스메네 잠이 않온다. 난 두려웠어. 대낮인데도 네가 오빠를 묻으로 갈까봐 두러웠어 안티고네 내 귀여운 동생 우리는 모두 너를 둘러싸고 있다. 하이몬도, 유모도, 나도, 네개 "해피"도 --- 우리는 너를 사랑하고 우리는 모두 살아 있고 우리는 모두 니가 필요하다. "폴리네이케스는 죽었고 널 사랑하고 있지 않았어 그는 언제나 우리에게는 낮선 사람이었어. 나쁜 오빠이었다. 잊어버려. 안티고네, 그가 우리병 잊어버렸던 것처럼 그 혼이 부담없이 영원히 방황하게 내버려둬. 그것이 크레온의 사람이니까. 너 힘에 겨운 일을 하려고 하지 말아, 너는 언제나 모든 것에 싸우려 덤빈다. 그러나 넌 너무 어려 안티고네, 우리와 함께 있자 오늘밤에 제발 저기 가지 마라.

 

안티고네 (일어나서 야릇하게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문쪽을 향한다. 그리고 조용히 말한다) 이젠 이미 늦었어요. 오늘 새벽 언니가 날 만났을때 나는 금방 오빠를 묻고 돌아오는 길어였어요(안티고네 나간다) 이스메네는 외마디 소리를 지르며 따라간다)

 

이스메네 안테고네!(조명이 사라지고 붉어졌다가 다시 낮으로 바뀐다).

 

(그날 오후 크레온이 다른 문으로 들어온다. 시종과 함께)

 

크레온 경비병이라고? 시체를 지키는 사람이? 들어 오게 해라. (경비병이 들어온다. 사납게 생긴놈이다. 지금은 공포에 질러 새파랐다.)

 

경비병1 (차렸의 자세로) 제이 중대의 "조나" 경비병입니다.

 

크레온 무슨 일이냐?

 

경비병1 이렇습니다. 각하! 누가 올 것인가 제비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걸렸습니다. 그래서 누구든 한 사람이 설명하는 것이 좋겠고 또 셋이다 그 자리를 버리고 떠날 수 없다고 생각 했기 때문에 제가 왔습니다. 시체 주위에서 우리 세 사람이 감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크레온 무슨 말을 하러 왔느냐?

 

경비병1 우리는 셋입니다. 저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자들은 하사 부두스입니다.

 

크레온 어째서 하사가 안 왔느냐?

 

경비병1 그렇지요? 저도 곧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사가 가야한다고 중사가 없을 때는 하사가 책임집니다. 그런데 다른자들은 아니라고 하며 제비를 뽑자고 했습니다. 하사를 데리고 올까요? 각하?

 

크레온 아니다. 네게 왔으니 네가 말해라.

 

경비병1 저는 십칠년 동안 복무 했습니다. 지원병으로 입대 하여 훈장 한번, 표창 두번, 부상 세번 제격력은 깨끗합니다. 평도 좋았습니다. 저는 봉사 그 자체입니다. 명령만 받으면 어떤 수를 써서라도 이행하는 사람입니다. 저의 중대에 있는 장교 아무나 보고 물어 보십시요. "죠나" 무슨 명령이든지 죠나 한테만 내려 봐라 틀림없을테니 "죠나" 그게 바로 접니다. 그게 바로 제 이름입니다.

 

크레온 좋다,말해라 무엇을 두려워 하나?

 

경비병1 정상적으로 하사가 되었어야 할 것입니다. 하사로 상신되었는 데 아직 수급 하지 못했습니다. 유월에는 승급했어야 했습니다.

 

크레온 이젠 얘기 하겠나? 무슨 일이 일어났다면 너희들 셋이 모두 척임이 있다. 누가 와야 했었다는 얘기는 그만치워라.

 

경비병1 그러면 말씀 드리겠는데 시체가 --- 그래도 지키고 있었던 것만은 사실입니다. 제일 힘든 두시에 교대가 있었습니다. 밤이 걷히려 하는 무럽 어떤 것인지 각하도 알고 계실 것입니다. 두눈이 무겁고 목덜미가 늘어지는 아롱거리는 그림자, 새벽녁의 안개 --- 아! 그놈들은 시간을 참 잘 택했습니다 .우리는 거기 있었습니다. 얘기하며 발을 굴르며 지키고 있었습니다. 잠자지는 않았습니다. 각하! 잠을 안잤다는 것을 세사람이 다 맹세할 수 있습니다. 언뜻 제가 시체를 바라보니 --- 우리는 바로 옆에 있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시체쪽을 봤습니다. 저는 원래 이런 사람입니다. 각하! 퍽 새심합니다. 그 때문에 저의 상관들은 말하기를 "죠나"라면야 ---(크레온이 몸짓으로 말을 끝는다. 그리고는 갑자기 큰 소리로) 제일 먼저 누구야! 하고 소리 친건 접니다. 각하! 그 사람들도 그렇게 말 할 것입니다. 첫 경보를 알린 것은 접니다.

 

크레온 경보? 왜?

 

경비병1 시체를, 각하, 시체를 누가 묻었습니다. 뭐 대단치 않습니다. 우리가 옆에 있으니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약간 흘이 ---" 그래도 독수리가 시체를 파 먹지 못할 정도로는 끼얹었습니다.

 

크레온 (경비병에게로 가까이 가며) 뭐라구? 개가 흙을 뿌린 것이 아니야?

 

경비병1 아닙니다. 각하, 우리도 처음에는 그렇기를 바랬습니다. 그러나 흙인 제관이 의식대로 뿌린 것처럼 시체위에 골고루 끼얹었습니다. 자기가 하는 짐을 알고 하는 자와 소행입니다.

 

크레온 누가 감히 그런 짓을? 누가 내 법을 범 할 만큼 그렇게 미쳤느냐? 흔적을 찾아 냈나?

 

경비병1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각하 새가 지나간 자리 보다가 더 미미한 흔적 밖에는 없습니다. 그 후에 잘 찾아 보았더니 시체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부삽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다 낡고 녹쓴 어린애의 부삽이었습니다. 아마 어린애의 소행일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하사는 증거물로 그 부삽을 보관해 두었습니다.

 

크레온 (잠시 생각에 잠긴다) 어린애가 --- 좌절된 반동 세력이 벌써 여기 저기 뱀처럼 꿈틀거린다. 테베 안에서 내 명령으로 황금을 차압당한 폴리네이케스의 일당들이 돌연 귀족들에 합세하는 마늘내 퀴퀴한 서민층 두목들, 이속에서 무엇인지 낚아 내려는 승려들, 어린애라구? 그것이 더 감동적인 거라고 생각 했겠지. 눈앞에 보이는 것 같다. 매수당한 살인자의 주둥이를 한 놈 조심스레 종이에 싼 부삽을 옷춤에 넣고 구구한 긴 연설로 정말 어린애를 설복했는지도 모르지, 그 일당에 맹종하는 순진한 놈, 내 총대 앞에 침을 뱉을 창백한 소년, 신선한 귀한 피를 내 손으로 흘리게 되나 이중의 기회를 노리는 거군(경비병에게 가까이 간다) 놈들은 공모자가 있다. 내는 위대 중에 있을지도 모른다. 잘 듣거라 넌---

 

경비병1 각하! 외무는 다 했습니다. 듀랑은 발이 아퍼서 반시간쯤 앉아 있었습니다. 마는 저는 줄창 서 있었습니다. 하사가 사실대로 말 할 것입니다.

 

크레온 이 사실을 또 누구에게 말했느냐?

 

경비병1 아무에게도 안했습니다. 곧 제비를 뽑아서 제가 왔습니다.

 

크레온 잘 들어라, 너희들의 경비 시간은 두배로 연장 고대병은 돌려 보내라. 이것이 내 명령입니다. 시체에는 너희들만 있거라. 그리고 한 마디도 하지 마라. 어차피 직무 태만 죄로 처벌을 받겠지만 만일 너의들의 입에서 말이 나와 폴리테이케스 시체를 묻었다는 소문이 퍼지면 세명 다 모조리 사형이다.

 

경비병1 (외친다) 맹세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가 여기 있는 동안에 다른 병사가 경비병들이 초대병에게 벌써 말했다면 --- (굵은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더듬 거린다) 각하 저는 애가 둘입니다. 한 놈은 아직 어립니다. 각하! 제가 여기 있었다는 사실을 각하께서 재판때에 증언해 주십시요. 저는 여기 있었습니다. 각하와 함께 증인이 있습니다. 소문을 냈다면 다른 놈들이지 저는 이닙니다. 제게는 증인이 있습니다.

 

크레온 빨리 가라 아무도 모르면 넌 산다.(경비병이 달러 나간다. 크레온은 일순 묵묵히 서 있다. 갑자기 중얼댄다) 어린애라. (시종의 어깨를 잡으며) 이리와라 얘야. 너도 부삽으로 나에게 항거할래? (시종은 왕을 쳐다 본다) 물론 하구 말구 너라도 즉시 달려 가겠지 --- (나가면서 다시 한숨을 짓는 것이 들린다) 어린애라 --- (그들은 나가고 합창대가 들어 온다)

 

합창대 이젠 태엽은 팽팽히 감겼습니다. 제절로 풀러 나가기만 하면 됩니다. 이래서 비극은 편히 사게 마련이죠. 그저 손끝만 까딱하면 사건이 벌어집니다. 지나가는 소녀에게 언듯 던진시선이 어느날 아짐에 눈을 뜨자 음식점 처럼 별안간 욕심이 나는 명예욕, 어느날 저녁 한마디 지나친 질문--- 이뿐입니다. 다음에는 내버려 두기만 하면 되지요. 그러기에 그것은 편합니다. 저절로 돌아 가게 마련이니까. 벌써부터 면밀하게 짜여 있고 기름칠이 잘 되어 있습니다. 죽음, 분노, 반역, 슬픔이 마련되고 있습니다. 그것들은 폭풍과 눈물과 침묵속에 진행될 것입니다. 갓가지 침묵속에 사형 집행자의 팔이 칼을 높이 쳐든 순간의 침묵, 무대위에서 막이 올라가기 직전후 숨막힐 듯한 침묵, 최초로 벌거 벗은 두 애인이 어둠 속에서 손을 내밀기 직전의 침묵, 비극은 산듯합니다. 조바심이 없고 확정적입니다. 드라마에는 배반자, 악인, 박해당한 무죄인, 보복, 신천지, 희망의 빛등이 우연한 사건 처럼 뒤 얽힙니다. 도망할 수도 있고 착한 청년이 경관을 데리고 아슬 아슬한 찰라에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우선 모두 같은 사람들끼리 라고 할 수 있지요. 결국 아무에게도 죄가 없습니다. 죽이는 사람이 있고 죽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역활이 다를 뿐이지요. 그리고 비극은 무엇보다도 마음이 편합니다. 희망, 더러운 희망 같은 것은 이미 존재 하지 않는다한 것을 아는 까닭이죠. 결국 쥐 새끼처럼 잡혔으니 설음이나 불평이 있을리 없습니다. 해야할말, 듯한 말, 아직도 모르는 것을 몸이 닳도록 울부짓는 소리가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아무 소용은 없으나 오직 자기 자신에게 말하기 위해서, 자기 자신에게 알리기 위해서 드라마에서는 빠져나갈 희망을 품기 때문에 아둥 바둥합니다. 그것은 추하고 타산적입니다. 여기선 보상이 없습니다. 이것은 왕에게 어울리는 것입니다. 바둥 바둥 거릴 필요조차 없습니다. (안티고네가 경비병에게 밀려 들어 온다) 자, 또 시작입니다. 조그만 안티고네는 잡혔습니다. 조그만 안티고네는 생전 처음으로 자기 자신이 되려 하고 있습니다. (합창대가 사라진다. 한편 경비병은 안티고네를 무대 위로 밀어 끌어온다.)

 

경비병1 (다시 침착해져서) 자! 들어와 이년아! 각하 앞에서 애기 해라. 난 명령만 따를 뿐이야. 네가 거기서 할 일 같은 건 난 알고 싶지도 않아, 누구나 구실은 있는 법이지, 누구나 할 말은 있든 그 말을 일일이 듣고 이해햐야 한다면 못 베기지. 자 자, 자네들 붙들게 잔말 말어! 이년아 할 말은 듣고 싶지도 않아.

 

안티고네 (다른 경비병에게) 팔이 아프다. 이자들의 더러운 손을 놓으라고 해라.

 

경비병1 더러운 손이라고? 좀, 젊잖아지시지, 아가씨--- 날 좀 보시오. 얼마나 젊잖은가?

 

안티고네 날 놓으라고 해 난, 외디프스의 딸이다. 난 안티고네야. 도망 가지는 않아.

 

경비병1 니가 외디프스의 딸이라구? 헤헤, 그래 야경에 걸리는 창녀들도 조심하라고 하더라, 지가 검찰청장의 애인이라고---(그들은 비웃는다)

 

안티고네 죽는건 좋다. 허지만 너희들의 손이 닿는건 싫어.

 

경비병1 손이 닿는게 싫어? 아니 그럼 썩어가는 시체는 좋구 말 좀 해봐. 그건 만져도 무섭지 않단 말이야? "이 자들의 더러운 손"이라고 했겠다 --- 어디 네 그 깨끗한 손 좀 보자 (안티고네는 약간 미소띨 얼굴로 수갑에 챈 자기 두 손을 바라 본다. 흙이 잔뜩 묻었다).

 

경비병1 부삽을 뺏겼지? 두번째는 네 손톱으로 후벼 팠겼다.? 이런 담뽀 큰년 아, 글쎄 내가 잠간 돌아서서 자네한테 씹는 담배를 달래가지구는 입에다 넣고 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동안에 이년이 여우 새끼 모양 흙을 후벼파고 있지 않겠나, 더구나 멀쩡한 대낮에 이년이, 그래서 내가 잡으려니까 이년이 글쎄 아둥 바둥한단 말이야! 나 한테 덤벼 들려고 하지 않겠나, 마져 끝내야 한다고 소리치며 나, 참 별 미친년 다 봤어 ---

 

경비병1 요전에 나두 광장에서 미친년을 하나 잡은 일이 있어. 치마를 들어 올리고는 누구든지 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겐 다 재 엉덩이를 돌려대지 않겠나, 글쎄.

 

경비병1 야! 우리 셋이 이년을 잡은 상금으로 어디서 한턱 먹을까?

 

경비병2 시장 뒷 골목의 뚱뚱이네로 가자. 거기 술이 좋아.

 

경비병3 좋아! 일요일이 휴무니까 그때 하자. 마누라도 데려 올 수 있구.

 

경비병1 아, 아 마누라는 빼라. 마누라를 데리고 가면 늘 시끄러워. 애새끼들도 오줌싸겠다고 귀찮게 굴고. 야, 조금전엘 우리가 이렇게 웃게 될 줄은 몰랐지.

 

경비병2 정말 상금을 타게 될까?

 

경비병1 야, 사건인데,

 

경비병3 거 이름이 뭐더라, 넌 알잖아 그삼 중대대 그놈 말야아, 그놈이 지난달 방화범을 잡았을 때 월급을 두배나 탔대잖아

 

경비병2 아, 그래, 월급을 두배나 타면 그 뚱뚱이네로 가지 말고 멕시코 빠로 가자.

 

경비병1 술 마시러? 자네 미쳤나? 거기서는 술한병에 곱절이나 받는단 말야. 기분이야 좋지 아니 이렇게 하자. 우선 뚱뚱이네로 가서 실컷 배를 채우고 나서 다음엔 멕시코로 가자 이봐. 너 멕시코 고거 생각나?

 

경비병2 아! 넌 그때 너무 취했어

 

경비병3 어떻허지? 만일 상금을 타게 되면 중대에서 다 탈게 될텐구 마당에서 상금을 주면 이 여편네들이 다 알게 될텐데, 이거 야단인 데.

 

경비병1 그건 두고 보아야지, 노는 건 또 딴 애기야. 훈장수여때 처럼 병영 마당에서 식이 벌어진다면 마누라도 애들도 오겠지 그럼 모두 함께 뚱뚱이네로 가야지 뭐,

 

안티고네 (조그만 소리로 청한다) 나 좀 앉고 싶어.

 

경비병1 (한참 생각하더니) 좋아 앉어라 그러나 놓치진 말어. 자네들(크레온이 들어온다. 경비병이 즉시 호령한다)

 

경비병1 차렝.

 

크레온 (놀래서 발을 멈춘다) 안티고네! 원 일이냐?

 

경비병1 경비댑니다. 각하 동료들과 함께 왔습니다.

 

크레온 시체는 누가 지키고?

 

경비병1 교대병을 불렀습니다. 각하

 

크레온 내가 교대병을 돌려 보내라고 했지 않아? 말하지 말라고 명령했지 않아?

 

경비병1 말하지 않았습니다. 각하 그러나 이 여자를 잡았기 때문에 이리 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에는 제비를 뽑지 않았습니다. 셋이 모두 오고 싶어 했습니다.

 

크레온 바보같은 놈들, (안티고네에게) 어디서 놈들 한테 잡혔니?

 

경비병1 시체 옆입니다. 각하.

 

크레온 너의 오빠 시체 옆에 뭐하러 갔었지? 거기 가까히 못하게 내가 금지한 것을 너도 알지?

 

경비병1 뭐하고 있었는지 아십니까. 각하? 그 때문에 각하께 끌고 왔습니다. 손으로 흙을 파고 있었습니다. 두번째로 시체를 묻는 중이였습니다.

 

크레온 네가 하는 말을 잘 알고 하는 말이냐?

 

경비병1 각하,이 경비병에게도 물어 보십시요. 제가 돌아 갔을때 우리는 시체를 다시 파 놓았습니다. 햇빛이 쨍쨍나서 냄새가 나기 시작 했습니다. 우리는 바람부는 쪽에 있을려고 그 다지 멀지 않은 조그만 언덕위에 올라갔습니다. 대낮이라 별일 없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의심쩍어서 한 사람씩 지켜보고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니 정오 햇빛이 내려 쪼이고 바람이 차니 냄새가 코를 찔러서 아찔 했습니다. 아무리 눈을 크게 떠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아지랑이 모양 아물 거려서 눈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신을 차릴려고 씹는 담배를 한 모금 달랠려고 동료한테로 갔습니다. 그것을 입에 넣고 각하,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돌아서니 글세 이 여자가 손으로 흠을 파헤치고 있지 않겠어요. 멀쩡한 대낮에 말입니다. 저 여자도 들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쯤은 생각했을 것입니다. 제가 달려 갔을 때 저 여자가 도망가려고 한 줄 아십니까? 천만에 내가 오는 것이 보이지도 않는 듯이 온 힘을 다해서 빨리 서두르고 있었습니다. 제가 붙잡았을 때는 악마처럼 바둥거리며 계속 하려고 했습니다. 시체가 아직 완전히 묻히지 않았으니 내버려 둬 달라고 소리쳤습니다.

 

크레온 (안티고네에게) 그게 사실아냐?

 

안티고네 네, 사실이예요.

 

경비병1 물론 시체위의 흙은 다시 털어내고 아무말 없이 교대병에게 인계하고 여자를 끌고 왔습니다. 각하!

 

크레온 지난밤 첫번째도 너였느냐?

 

안티고네 네 나에요 어렸을때 해변에서 모래성을 만들때 쓰던 부삽으로 그것은 바로 플리내아케스의 부삽이었어요 손잡이에 칼로 자기 이름을 새겨 놨지 그래서 난 그 옆에 놔 두고 온 거예요 그런데 저자들이 뺏어 버렸으니 두번째는 내 손으로 시작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경비병1 들 짐승이 흙 아는것 같았습니다. 아물거리는 훅훅 달아 오르는 공기 속에서 처음에는 제 동료지 저건 틀림없어 개다 라고까지 말했습니다. 개라구? 저건 계집애야 라고 전 대답했습니다

 

크레온 좋다 조금 있다 너희들에게 보고서를 요구 할지도 모르겠으니 지금은 나 혼자 이 여자와 남겠다 얘야 이 사람들을 옆으로 대려가라 그리고 내가 보러 갈때 까지 비밀리에 거기 머물러 있도록 해라

 

경비병1 수갑을 다시 채워야 합니까? 각하?

 

크레온 그만 둬

 

(경비병이 시종을 따라 나간다 크레온과 안티고네는 서로 마주 보고 서 있다)

 

크레온 네 계획을 누구한테 말한 사람이 있니

 

안티고네 없어요

 

크레온 길에서 만난 사람이 있니? - 올때나 갈때나?

 

안티고네 아무도 못만났어요

 

크레온 확실하냐?

 

안티고네 네

 

크레온 그럼 내말 들어라 집에 돌아가 자리에 누워 아프다고 하고 어제 부터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 해라 네 유모도 너와 똑 같은 말을 할것이다 나는 이 세 병사를 처치해 버리겠다

 

크레온 넌 광장에서 포고를 선포하는 것을 들었지? 전시내 벽마다 걸린 벽보를 읽었지?

 

안티고네 네,

 

크레온 누구를 막론하고 그에게 장리를 베푸는 자의 운명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지?

 

안티고네 네, 알고 있어요.

 

크레온 넌 와디푸스의 딸, 오만한 와디푸스의 딸이래서 법을 위에 서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구나,

 

안티고네 아녜요, 그렇게 생각진 않아요.

 

크레온 법은 우선 너를 위해 있는 것이다. 아니고네, 법은 우선 왕의 딸들 위해 있는 것이야.

 

안티고네 내가 만일 설거질 하고 있는 식모였어도 그 포고문을 들었을 때는 손의 물을 닦고 앞치마를 걸친 채 오빠를 매장하러 나갔을 꺼에요.

 

크레온 그건 거짓말이다. 네가 식모였다면 죽는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았을 거다. 집에 앉아 너의 오빠를 슬퍼하고 있었겠지. 다만 넌 왕족이요. 내 조카요, 내 아들의 약혼자니 무슨 일이 있어도 죽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안티고네 천만에요. 오히려 당신이 날 죽일거라고 확신했어요.

 

크레온 (여자를 보며 갑자기 중얼거린다.) 와디푸스의 오만, 넌 와디푸스의 오만이다. 그래 네게선 아버지의 그것이 보인다. 네 말을 믿는다. 넌 내가 너를 죽일거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것이 네겐 아주 당연한 해결같이 보였겠지, 오만한년, 네 아버지도 그랬었다. 너에게 너의 마찬가지로 너의 아버지에게도 인간적인 행복이란 무의미 했었다. 인간적인 것이 너의 집안에선 거북상스럽다. 죽음에 직접대결 해야 되게 돼 있다. 너의 아버지가 가장 행복했을 때는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했다는 사실을 들은 순간이었다. 한방울, 한방울, 한마디, 한마디 신의 저주스런 운명의 이야기를 드러 마셨다. 와디푸스나 안티고네라는 이름을 가진 자들은 모두 그렇다. 그리고 나서 너의 아버지가 한 짓이 무엇 였지? 자기 눈알을 빼버리고 자기 딸들을 데리고 거지 행각을 나섰다. ---이젠 안된다. 테베는 발전했다. 이제 테베도 말썽없는 왕을 가질 권리가 있다. 내아들은 다행이 와디푸스가 아니고 크레온이라고 부를 뿐이다. 나는 왕이 될때 네 아버지 보다는 적은 야심을 품고 그저 단순히 이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는데 헌신하리라 결심했다. 왕이 된다는 것은 낭만적인 일이 아니다. 이것은 모험이 아니고 보통 직책이 다. 다른 직책에서와 마찬가지로 늘 재미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일을 하기 위해서 여기 있으니 나는 그것을 철저하게 하고야 말겠다.--- 만일 내일이라도 너저분한 한 심부름꾼이 거칠고 먼 산속에서 내려 왔다고 하자, 이건 물론 네 아버지에게 일어났던 일이지만 그리구 나서 그 심부름꾼은 말하기를 내 어머니 였다고 말했다고 하자 그러면 난 그 사람은 친절하게 그저 돌려 보내고 말겠다. 그리고 그 따위일로 내 아내한테 가서 내 생일을 알아 보거나 내가 누구인가를 알려고 하진 않겠다. 왕은 개인적 사사로운 일이 아닌 할일이 있는 법이다.(그는 안티고네 에게로 간다. 그녀의 팔을 잡으며) 그러니 내 말 좀 잘 들어봐라. 내가 안티고네, 와디푸스의 딸이라고 하자 그러나 네 나이 겨우 스물이요. 얼마전만 해도 이런 일은 식사대신 빵조각과 맨물이나 먹게 하고 귓뺨이나 때리면 해결 됐을 거다.(미소를 띄며 그녀를 쳐다본다.) 널 죽이다니 ---네 모양을 보지 못했니? 참새 같으니 넌 너무 말랐어 좀 살이나 쪄라. 하이몬에게 튼튼한 아들을 낳아주게 테베는 네 죽음보다 그것이 더 필요하다. 곧 집으로 돌아가 내가 말한대로 하고 입을 다물어라. 딴 놈들의 침묵은 내가 책임진다. 자, 가라. 그리고 그렇게 내게 눈을 부릅뜨지 마라 내가 아주 범속한 놈이라고 생각할거다. 그러나 네 성미가 못됫어도 난 널 귀여워한다. 네게 첫 인형을 선사한 것이 바로 나라는 걸 잊지 마라.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안티고네는 대답하지 않고 나가려 한다. 그는 안티고네를 부른다.) 어딜 가니?

 

안티고네 (발을 멈추고 담담하게 대답한다.) 잘 아실테요 --- (침묵. 두사람은 마주 서서 똑바로 쳐다본다.)

 

크레온 (자기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린다.) 넌 무슨 장난을 하는 거냐?

 

안티고네 장난이 아니에요.

 

크레온 너는 세놈 이외의 다른 사람이 네가 한 짓을 알게 되면 난 부득이 널 죽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모르나? 네가 지금 입을 다물고 그 미친 짓을 단념한다면 널 살려줄 수 있겠지만 오분 후에면 이미 늦는다. 알아 듣겠니?

 

안티고네 나는 오빠의 시체를 묻으러 가야만 해요. 그자들이 흙을 도루 파헤쳐 놨어요.

 

크레온 그 소용없는 짓을 또 하러 간단 말이냐? 폴리네이케스 주위에는 다른 경비병이 있다. 네가 다시 묻어도 다시 흙을 파헤친다는 것을 너도 잘 알고 있지 않니? 또 손톱에 피가 터지고 붙잡히고 말텐데?

 

안티고네 나도 잘 알아요. 모든걸 알고 있어요. 그러나 적어도 그것만이라도 할 수 있잖아요.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은 해야지요.

 

크레온 말해봐라. 안티고네야. 너는 종말로 종교적 의식에 매장의 진실성을 믿고 있니? 사제와 몇마디 기도문과 함께 몇줌의 흙을 시체에 던지지 않으면 네 오빠의 망혼이 영원히 방황한다고 믿는단 말이냐? 넌 전에 테베와 사제들이 그 기구문을 외는 걸 들어 봤지? 피곤에 지친 제관이 시간을 단축하려고 기도문을 짤라 먹으며 점심 식사 전에 다른 장례식을 또 하나 마쳐 버릴려고 서두르는 폼을 봤지?

 

안티고네 봤어요.

 

크레온 그때 만일 거기 관안에 누워있는 사람이 진심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였다면 소리치고 싶은 충동을 느끼리라고 생각지 않았니? 걷어치우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안티고네 나도 그렇게 느꼈어요.

 

크레온 그런데 내가 네 오빠한테 그 어리석은 의식, 입 속에서 중얼거릴 몇마디 주문. 네가 먼저 염증을 냈을 무언극 등을 거절했다고 지금 네 생명을 내걸다니 어리석은 일이다.

 

안티고네 어리석은 일이에요.

 

크레온 그럼 왜 그런 짓을 하느냐? 나와 반대자들을 선동 하려고?

 

안티고네 아녜요.

 

크레온 남을 위해서도 아니요, 네 오빠를 위해서도 아니요, 그럼 누굴 위해서란 말이냐?

 

안티고네 누구도 아니에요. 날 위해서지요.

 

크레온 (말없이 바라본다) 너는 죽고 싶단 말이지? 벌써 넌 붙잡힌 새 같이 보이는구나.

 

안티고네 날 동정하지 마세요. 나처럼 하세요. 당신이 해야 할일을 하세요. 당신이 인간이라면 속히 해야 할 일을 하세요. 사실 영원히 내 용기가 지속되진 못할거에요.

 

크레온 (가까히 가며) 난 널 살려주고 싶다.

 

안티고네 당신은 왕이에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것만은 할 수 없을 거에요.

 

크레온 정말 그럴까?

 

안티고네 날 살려 줄 수도 없을 것이고 날 속박할 수도 없을 거에요.

 

크레온 오만한 년 : 작은 와디푸스.

 

안티고네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날 죽이는 거에요.

 

크레온 널 고문한다면?

 

안티고네 무슨 소용이 있어요? 내가 울며 용서를 구하고 무엇이든 하라는 대로 맹세하고는 그후 아프지 않을 때 다시 시작할텐대요

 

크레온 (여자의 팔을 잡으며) 내 말 좀 잘 들어 봐, 내가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줄은 안다. 네가 유리하다. 넌 그걸 느끼고 있어, 그러나 너무 이용하진 마라, 고약한년--- 내가 보통 사나운 폭군이었다면 벌써 오래전에 너의 혀를 빼버리고 사지를 철봉에 조이거나 토굴속에 쳐넣어 버렸을께다. 그러나 넌 내 두눈속에 주저하는 빛을 봤다. 내가 병사를 부르지 않고 널 그대로 떠돌게 내버려 두는 걸 봤다. 그래, 넌 깔보고 마음껏 떠드는구나. 어데까지 해 볼테냐. 요 매서운 년아.

 

안티고네 놓으세요 팔이 아파요.

 

크레온 (더 세게 쥐며) 안돼 이렇게 하면 내가 강하다. 나도 이런 기회를 이용하는 거다.

 

안티고네 (비명을 조금 올린다) 아야.

 

크레온 (두 눈에 웃음을 먹음고) 말로 설득하려 들다니, 내가 바보였군, 처음부터 이렇게 하는 건데, (여자를 다시 쳐다본다. 다시 엄숙해져서 바싹 닥아서 말한다) 알다시피 난 너의 삼촌이지만 집안에선 서로 사이가 좋치 못하다. 그래도 무시 당한 왕이 너의 말을 듣고 있다는 것,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 너만큼 가련한 사람들을 얼마든지 죽이는 것을 본 아 늙은 사나이가 여기서 네가 죽는 것을 막으려고 이렇게 애쓰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

 

안티고네 (잠시 후에)이제 너무 콱줘서 아프지도 않아요. 알의 감각이 없어졌어요.

 

크레온 (여자를 본다 약간 미소를 머금고 팔을 놓는다. 그리고 낮은 소리로 중얼거린다) 내겐 오늘 다른 할 일이 얼마든지 있다. 그래도 시간을 허비해서까지 널 구하겠다. 요, 독살스러운 것 같으니. (방한가운데 있는 의자 위에 여자를 앉힌다. 윗저고리를 벗고 샤쓰 바람으로 육중하고 힘있게 여자에게로 간다) 나는 너를 정치의 재물이 되게 하고 싶진 않아, 너에겐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 왜냐하면 너의 오빠 그 가련한 망혼과 경비병 한가운데서 썩어가는 시체 그리고 너를 흥분시키는 이 모든 비장한 얘기는 한낮 정책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따뜻한 사람은 아니지만 민감한 사람이다. 나는 깨끗하고 명백하고 청결한 것을 좋아한다. 햇빛에 썩는 그 고기 덩어리가 너만큼 내 비위를 않는 줄 아니 저녁에 머리에 벌써 에서도 그 냄새가 난다. 그것은 내 간장을 뒤집는다 그래도 난 창문을 닫으려고도 않는다. 참으로 몸서리가 친다. 너에겐 말 할 수 있지만 그건 바보같은 짓이다. 참으로 어리석기 한량없는 것이다. 그러나 온 테베천지가 얼마동안 그 냄새를 맡아야 한다. 위생 문제만을 위해서라도 내가 네 오빠를 매장했으리라는 것을 너도 잘 알께다. 그러나 내가 다스리는 사나운 놈들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서는 폴비네이케스의 시체가 한달동안온 시내에 악취를 풍겨야 한다.

 

안티고네 당신은 끔찍해요.

 

크레온 그렇다. 직책이 그것을 원한다. 내가 그 직책을 해야 하는냐 안 하느냐 하는 문제로 얘기할 수는 있다. 맡은 이상은 철저히 해야한다.

 

안티고네 왜 그걸 하세요?

 

크레온 어느날 아침 깨어 보니 테베의 왕이 되어 있었다. 허나 신은 인생에서 권력 아닌 다른 것들을 사랑했다는 것을 아신다.

 

안티고네 그렇다면 왕이 되는 것을 거절해야 했어요. 거절 할수도 있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을 후회하는 일꾼 같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에스,,라고 대답했다.

 

안티고네 안됐군요. 허지만, 난 ,,에스,,라고 응락하지 않았어요. 당신의 정책, 당신의 요구,당신의 가련한 일이 내게 무슨 상관이 있어요? 난 아직도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는 무엇이든지 ,,노,,라고 할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당신은 그 왕관과 병정과 무기로 날 죽일 수 있을 뿐이에요.

 

크레온 내 얘기 좀 들어봐.

 

안티고네 내가 싫다면 당신 얘기를 듣지 않을 수도 있어요. 이젠 아무것도 당신에게선 들을 것이 없어요. 허나 난 당신이 모르는 것을 천가지도 더 얘기할 수 있어요. 당신은 내 말을 삼키려고 거기 있은 거에요. 왜 병정을 부르지 않죠? 내 얘기를 끝까지 들으려고 그러는 거죠?

 

크레온 재미있구나 내 말이.

 

안티고네 재미있다구요? 당신은 무서운 게에요. 그래서 당신은 내 목숨을 구하려는 거에요. 그래도 이 궁궐안에 말 없는 조그만 안티고네를 살려두는 것이 더 마음이 놓이니까요. 당신은 진짜 폭군이 되기에는 너무 감상적이에요, 그러나 당신은 오늘 중으로 폴리네이케스를 묻든지 나를 죽이든지 둘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해요. 당신은 그걸 알고 있고 그래서 당신은 무서운 거에요. 무서워하는 남자란 보기 흉해요.

 

크레온 (낮은 소리로) 사실 그렇다. 그것이 두렵다. 내가 고집하면 부득이 널 죽여야 하는 그것이 두렵다. 난 그러고 싶진 않아.

 

안티고네 난 원치 않는 것을 억지로 하진 않아요. 오빠를 묻지 않은 것도 당신이 정말 원하신 것은 아니죠? 말해보세요. 당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인지.

 

크레온 벌써 그렇다고 말했지 않나?

 

안티고네 그런대도 당신은 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이제 또 당신은 원치않으면서도 나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요. 당신은 이것을 바로 왕이라고 했어요.

 

크레온 그래 그것이 바로 왕이다.

 

안티고네 불씽한 크레온, 흙 투성이의 이 찢어진 손톱, 병정들때문에 시퍼렇게 멍든 이팔, 속이 뒤틀리는 듯한 이공포, 그러나 내가 여왕이에요.

 

크레온 그러면 나를 가엾이 여기고 살아다오. 내 창 밑에서 썩는 내 오빠의 시체만 하더라도 테베의 질서를 위해 충분한 댓가를 치룬 셈이다. 또 다시 네 목숨으로 부득이 댓가를 치루게 하지 말게 해다오. 나는 치루리 만큼 다 치루었다.

 

안티고네 당신의 굴욕적인 평화나 야만적인 질서가 저와 무슨 상관이에요? 당신은 ,,에스,, 하고 대답했어요. 이젠 끊임없이 그 댓가를 치루게 될 거에요.

 

크레온 (흥분해서 여자를 잡아 흔든다.) 원, 참, 너는 나를 이해 하려고 하지 않는구나. 나는 널 하는데까진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래도 이 세상에 한사람 쯤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하지 않겠니? 누군가는 배를 이끌어 가야할 선장이 돼야 하지 않겠니? 그 배는 사방에서 물이 새어 들어 온다. 그 배는 범죄, 무지, 빈곤으로 가득 실었다. 그런데 ,,키,,가 흔들린다. 선원들은 아무것도 수습하려 들지 않고 보화에만 정신이 팔렸다. 고급 선원들은 그들대로 제 목숨만 살려고 남은 음료수를 전부 가지고 자신의 뗏목만 만들뿐이다. 돗대는 부러지고 바람은 몰아치고 돗은 찢어지려 한다. 이 못난 놈들은 제 목숨만, 제 귀중한 목숨과 제 앞의 사소한 일만을 생각하기 때문에 모조리 함께 죽어가고 있다. 이런 판국에 ,,에스,,와 ,,노,,를 가릴 틈이 있겠니? ,,키,,를 잡고 산데미처럼 밀려오는 파도 안에서 배를 바로 잡아야 한다. 만일 복종하지 않는 자는 가차없이 처단할 것을 명령해야 한다. 우왕 좌왕하는 군 군중들에게 군중들 : 그 야수들은 마치 뱃전에 부닥치는 (침묵,크레온은 여자를 바라본다.)

 

크레온 너는 나를 경멸하는구나. 그렇지? (여자는 대답이 없다.) 그는 자기자신에게 얘기하듯이 말을 잇는다.) 이상해 몇번이고 이런것을 상상했었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창백한 청년과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을 그앤 날 암살하려고 와서 실패하고 했지. 그때마다 나의 달변 논리로 그에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를 경멸하는 그를 겨우 문밖으로 내쫓는 일 뿐이다. 그런데 그 창백한 청년이 바로 나라니? 꿈엔들 생각할 수 있었나. (그는 자기 머리를 두손으로 잡는다. 그가 기진맥진 한 것이 보인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내 말을 다시 한번 들어봐라. 내 역활은 영웅적인건 못되지만 난 내 역활을 하겠다. 너를 죽이게 될 것이다. 그전에 한가지만 호소하마, 네가 하는 일이 어떤것인가를 확실히 알고 있듯이 너도 네가 하는 짓이 어떤 것인가를 확실히 알아야 해. 안티고네, 넌 무엇을위해서 죽는지 아니? 네 이름을 피로 물들여 적어 넣으려고 하는 이 추악한 사건이 어떤 것인지 알기나 하니?

 

안티고네 무슨 사건인데요?

 

크레온 에데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의 사건, 네 오빠들의 사건 말이다. 아니다. 넌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넌 모른다. 테베에서 나 밖에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아침에는 너도 역시 그것을 알 권리가 있는 것 같다. (그는 무릎에 세운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한참 생각에 잠긴다. 낮은 소리로 말한는 것이 들린다.) 그리파도처럼 이름이 없다. 스치는 바람결과도 같다. 그 전날 미소를 띄우며 담뱃불을 주던 사람인지도 모른다. 그에겔 이미 이름이 었다. 그리고 ,,키,,에 매달린 너에게도 이름은 없다. 다만 있는 것은 배의 폭풍뿐이다. 이 말을 알아 듣겠니?

 

안티고네 (머리를 흔들며) 나는 이해하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건 아니에요. 나는 ,,아니,,라고 하기 위해서 여기 있고 오빠를 묻어주기 위해서 여기 있는 거에요.

 

크레온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안티고네 언제나 쉬운 것은 아니에요.

 

크레온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그러나 ,,이,, 라고 하려면 땀을 흘리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비록 그 말이 죽음을 의미하더라고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살아가면서 죽어지기만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이것은 비겁한 자의 역활이야. ,,아니,,라고 하는 너 같은 부류가 지어낸 말이야 나무가 땅에서 올라오는 수액을 거부하는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니? 야수가 식욕과 성욕앞에서 ,,아니,,라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있겠니? 짐승은 적어도 단순하고 선하고 굳세다. 그들은 서로 밀어닥치고 의심없이 따라간다. 앞엣놈이 쓰러지면 뒤엣놈이 이어간다. 알겠니?

 

안티고네 짐승 흥 크레온, 그래 왕으로서 겨우 인간이 동물보다 못하다구 생각한단 말이오? 아름답지 못한 얘기다. 너도 들으면 알겠지만(잠시 안티고네를 쳐다보고 나직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우선 네 오빠들 하면 무슨 추억이 나지? 아마 널 얕보던 두 장난 친구, 네 인형을 망가뜨리고 네 울화를 지르노라 서로 귓속말로 속삭이던 장난 친구였다는 추억?

 

안티고네 오빠들은 컸고 나는 작았어요.

 

크레온 그 휘에 너는 그들의 첫담배 철긴바지를 감탄했었지, 그리고 그들은 야외에 나가기 시작했다. 사내 냄새를 풍기게 되고는 전연 너를 상대하지 않았다.

 

안티고네 그들은 남자구 난 여자였으니까.

 

크레온 너의 어머니가 울고 너의 아버지가 화를 내는 것을 너는 자주 보았겠지, 그들이 집에 돌아 올때 큰 소리로 여닫히는 문소리 복도에서 들리는 그들의 비웃음 소리를 너도 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네 앞을 술냄새를 피우며 히히덕 거리며, 휘청거리며 지나갔다.

 

안티고네 한번은 내가 문 뒤에 숨었었어요. 아침에 우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길이였죠. 그네들은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폴리네이케스는 나를 봤어요. 그는 아주 창백하고 두눈이 반짝이며 야회복을 입은 그 모습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그는 나더러, 나를 주려고 가지고 왔어,, 하고 커다란 종이꽃을 줬어요.

 

크레온 그래서 너는 그 꽃을 간직해 뒀지? 그리고 어저께 거기 가기전 설합을 열고 용기를 얻으려고 오랫동안 그 꽃을 바라봤겠지?

 

안티고네 누가 당신에게 일렀죠? (몸서리를 친다)

 

크레온 가련한 안티고네. 그 꽃을 가지고 용기를 낼려고 했지? 흥. 네 오빠가 어떤 사람이었는데.

 

안티고네 어쨋든간에 당신이 그의 욕을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크레온 바보같은 놈팽이요, 우둔하고 무감각한 식충이요, 그저 남보다 더 빨리 자동차를 달리고 좀더 많은 돈을 술집에서 탕진하는 것만이 농사인 부량배용다. 한번은 나도 그리에 있었다. 너의 아버지가 그녀석이 놀음에 잃은 거액과 돈을 거절하자 녀석은 새파래지더니 야비한 욕을 하며 주먹을 쳐들었다.

 

안티고네 거짓말이에요.

 

크레온 그 녀석 주먹이 너의 아버지 면상을 후려 갈겼다. 참 가련했지 너의 아버지는 머리를 두 손에 파 묻은 채 탁자에 앉아 있었다. 그 코에서는 코피가 흐르고 그는 분을 참지 못해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놈은 한쪽 구석에 서서 비웃는 낯으로 담배를 피워 물고 있었다.

 

안티고네 (애원하다시피) 그럴리 없어요.

 

크레온 네가 그를 마지막 본 것이 언제지? 열두살 때지? 그렇치?이건 사실이지?

 

안티고네 (나즈막하게) 사실이에요.

 

크레온 그것이 바로 이 싸움이 있은 바로 후였다. 너의 아버지는 그를 처벌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아르코스,, (희랍 페르보내시아의) 군대에 임대했다. 아르고스군에 가담하자 마자 그는 너의 아버지, 아직 죽을 결심, 자기 왕국을 내놓을 결심을 하지 못한 그 늙은이를 죽이러 들기 시작했다. 암살기도 사건이 연이어 일어나고 붙잡힌 하수인은 언제나 폴리네이케스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백했다. 내가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네가 내 역활을 맡아보겠노라고 열을 올리는 이 연극의 내막, 정치와 추악한 이면을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어제 나는 에테오클레스에게 국장을 치루게 했다. 이제 에테오클레스는 테베에서 영웅이오. 성인이다. 온 시민이 참여했다. 학교애들은 자기네 저금통을 통 털어 그의 왕관위해 바쳤다. 꾸민 사실에도 사뭇 감동된 늙은이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착한 형, 와디푸스의 효자, 충성스러운 왕자를 찬탄하여마지 않았다. 나는 연설을 했다. 그리고 테베의 사제는 한명도 빠짐없이 비통한 얼굴을 하고 참석했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어떻든 내가 칭찬과 욕을 하꺼번에 할 수는 없지 않겠니? 그러나 너에게는 나혼자만 알고 있는 사실, 엄청난 사실을 가 하겠다. 먹행상을 받은 에테오클레스도 폴리네이케스보다 나을건 없었다. 착한 아들이라는 그 역시 자기 아버지를 암살하려고 했다. 충성스러운 그 역시 테베를 제일 고액을 주겠다고 하는 놈에게 팔려고 했다. 재미있지? 그렇지 않니? 폴리네이케스 시체는 햇볕아래서 썩어가는 반면에 에테오클레스의 시체는 지금 대리석 무덤속에서 편안히 잠자고있다니, 두 놈이 다 우리를 속이면서 우리를 속여왔고 이해관계로 불량배모양 서로 목을 찔러 죽인 악한들이다. 다만 내가 그 두 놈 중의 한놈은 영웅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난 그들의 시체를 찾으라고 했더니 두 시체가 한데 얽혀 있는 것을 찾아냈다. 아마 둘이 얼싸 안은 것은 이것이 처음이었겠지, 이들은 서로 칼에 찔려 있었다. 그 위를 습격하는 알고스의 기마대가 지나가서 알아 볼 수도 없게 반죽이 되어 버렸다. 안티고네 국장을 지내기 위해서 나는 그중에 덜 상한 시체를 가져오게 하고 남은 것을 그 자리에서 썩게 내버려 두도록 명령했다. 어느 쪽인지 조카 나는 모른다. 또 어느 쪽이든 내게는 상관없다.(오랜 침묵 두 사람은 서로 쳐다보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드디어 안티고네가 조용히 말한다.)

 

안티고네 왜, 내게 그런 얘기를 히죠? (크레온은 일어나서 윗저고리를 입는다. 승리감에 젖어서)

 

크레온 너는 내 손에 생명이라는 보석을 가지고 있어 넌 그것을 버리려고 했어. 그런 시시한 일에 너를 죽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 좋았겠니? 내 마음은 알 수 있어. 나도 스무살 때는 너처럼 했을 것이다. 그래서 잠자코 네말을 다 들어줬다. 그러나 그 말은 너에게서가 아니라 오래전 테베에서 살고 있던 ,,크레온,,이라고 하는 어린 소년으로 부터 들은 것이다. 그도 너처럼 마르고 창백했었지, 그의 마음도 역시 희생정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안티고네, 행복하거라. 인생이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은 젊은 애들의 손구락 새를 벌려서 자기도 모르게 흘려버리는 물과도 같다. 손을 꼭 쥐어라. 빨리 꼭 쥐고는 펴지 말아라. 이런 일도 햇볕에 앉아 되씹어보는 단순한 일이 되어 버릴거다. 다른 자들은 네 힘과 네 열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모두 그 반대 얘기를 할 것이다. 그 말들을 듣지 말아라. 에테오클레스의 무덤앞에서 다음에 내가 연설할 때 듣지마라.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그저 자기가 즐기는 책, 발 밑에서 노는 어랜애, 손에 든 쟁기, 저녁때 자기 집앞에 놓이는 의자, 이런 것들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경멸하겠지. 그러나 탄생이란 사실 네가 몰아내리고 했던 행복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안티고네 (멍하니 앞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행복---

 

크레온 (불현듯 부끄러움을 느끼며) 빈약한 말이지?

 

안티고네 (조용히) 내 행복은 어떤 것일까? 안티고네는 어떤 행복한 여자가 될까? 매일 매일 조그마한 행복의 쪼가리를 자기 잇발로 물어 뜯느라고 무슨 바보같은 짓을 해야 할까? 마음을 변해서 누구를 죽게 해야 할까?

 

크레온 (어깨를 이쑥하며) 안티고네, 조용해.

 

안티고네 싫어요. 나는 그만 두지 않겠어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 알고 싶어요. 지금 곧 택해야 하니까. 지금 곧 알고 싶어요. 당신은 인생이 그렇게 아름답다고 해요. 나는 살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고 싶어요.

 

크레온 너는 하이몬을 사랑하지?

 

안티고네 녜, 사랑해요. 굳세고 젊은 하이몬을 사랑해요. 나 처럼 믿음 깊고 만족을 모르는 하이몬을 사랑해요. 그러나 당신이 말하는 그런 인생의 낡은 계단을 그도 올라가고 있다면 만일 하이몬이 내가 얼굴색이 변할 때까지 자기의 안색을 변하지 않으면 내가 오늘 늦게 올 때 죽지 않았나 하는 걱정을 하지 않게 된다면 자기가 모르는 이유로 내가 웃을 때 고독한 느낌을 갖지 않게 된다면 모든 것에서 그도 ,,에스,,라고 말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면 그땐 나는 하이몬을 사랑하지 않을 거에요.

 

크레온 넌,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 그만 입을 놀려라.

 

안티고네 아니예요,, 난 내가 하는 말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내말을 듣지 못하는 거에요. 이젠 당신하고의 거리가 너무 멀어요. 당신의 주름살, 그 달변, 그 큰 배를 가지고 들어 올 수 없는 나라에서 내가 당신에게 얘기하고 있는 거에요(여자는 웃는다) 아: 나는 웃고 있어요. 크레온, 불현듯 당신이 열다섯살 난 아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우스워요. 무엇이던 만능하다고 믿는 무력한 모습, 인생은 당신에게 그 얼굴의 잔주름과 몸둥이에 지방만을 늘려 줬을 뿐이에요,

 

크레온 (여자를 흔들며) 입을 닥쳐라.

 

안티고네 왜, 내게 말을 못하게 하죠? 내말이 옳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당신이 알고 있다는 것을 그 두 눈에서 못보는 줄 아세요? 내가 옳다는 것을 알면서 당신은 그것을 고백하지 않아요. 이 순간에 당신의 행복을 뼉다귀처럼 움혀 잡느라고---

 

크레온 그것은 네 행복이기두 하다, 안티고네.

 

안티고네 당신네들의 행복에 나는 욕지기가 나요. 어떤 짓을 해서든지 붙잡고 늘어지려는 당신네들의 목숨에, 마치 무엇이든지 눈에 뜨이는 대로 핥아먹는 개 같아요. 겨우 욕심껏 바라봤자 찾아내는 건 평범한 요행, 난 전부를 원해요. 이제 곧 완전한 전체라야 해요. 그렇치 않으면 거절해요. 그렇치 않으면 거절해요. 만일 삶이 두려워하고, 거짓말하고, 타협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만일 삶이 자유로울 수 없고 화려하지 못하고 깨끗하지 못한 것이라면 나는 차라리 죽음을 선택해요.

 

크레온 소리를 질러라, 와디푸스의 딸, 악을 써라 네 애비의 목소리로.

 

안티고네 우리 아버지의 목소리로? 그래요 그의 백성앞에 결백한 채로 죽었던 그의 목소리로, 당신은 폴리네이케스를 묻고 싶어도 정치적인 이유로 하지 못한다고 했죠? 당신이 말한 그 추악한 사건이 무슨 상관이에요? 무엇때문에 온 도시에 한달 동안이나 악취를 풍기게 해야 해요? 나는 당신의 정책관 상관없어요. 말해보세요. 왜 내가 오빠를 묶어선 안돼죠

 

크레온 그것은 내 명령이기 때문이다.

 

안티고네 송장과 싸움하는 비겁한 왕의 명령으로군요?

 

크레온 닥쳐, 그 말을 하는 너는 추해 보일 뿐이다.

 

안티고네 그래요, 나는 추해요. 아버지도 추했어요.허지만 아버지는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와 결혼한 사실을 확실히 안 뒤에야 아름다워졌어요. 그리고는 아무것도 그를 구할 수는 없었어요. 그때 그는 마음이 가라앉고 미소 비슷한 것을 띄우며 아름다와졌어요. 그것이 마지막이였어요. 반면에 당신은? 당신 자신을 봐요, 크레온. 아:당신네들의 얼굴 그 행복의 후보자들의 가련한 낯작, 추한 것은 당신네들이에요. 제일 잘 생겼다는 사람들까지도 당신네들은 모두 한 귀퉁이에, 입 한 모퉁이에 추한 무엇이 깃들여 있어요. 당신이 조금 전에 바로 말했어요. 크레온. 잔 꾀 놀음이라고 했지요? 당신네들은 잔 꾀를 요리하는 요리사의 낯짝을 하고 있어요.

 

크레온 (여자의 팔을 꽉 쥐고) 닥쳐, 명령이다. 알겠니?

 

안티고네 내게 명령을 요리사가 : 당신이 내게 명령을 해요?

 

크레온 옆방에 사람이 가득하다 들리겠어.

 

안티고네 문을 열어요. 그들이 내 얘기를 들어야 해요.

 

크레온 강제로 여자의 입을 막으려 한다.) 이런 : 입 좀 닥치지 못하겠니?

 

안티고네 (버둥거리며) 요리사. 자 빨리 병정을 불러요. (문이 열리고 이스메네가 돌아온다)

 

이스메네 (외마디 소리로) 안티고네 :

 

안티고네 언니까지도? 왜 그러죠?

 

이스메네 안티고네 : 용서해, 안티고네, 나도 왔다니 너하고 함께 가겠다.

 

안티고네 어딜 나하고 같이 가겠다는 거에요?

 

이스메네 만일 당신이 안티고네를 죽이려면 나도 죽여요. 나도 거기에 같이 갔었어요. 나도 안티고네를 도와 시체를 묻었어요.

 

안티고네 어림없는 소리 말아요. 언니는 그 밤에 나하고 같이 갈 기회는 있었어요. 손발로 기어서, 나처럼 손톱으로 흙을 파 엊을 수도 있었어요. 내가 그랫듯이 도둑놈처럼 붙잡힐 수도 있었어요. 허지만 언닌 거절했어요. 허지만 언닌 거절했어요.

 

이스메네 이제는 그러지 않을께 만일 네가 죽는다면 나도 죽겠어. 나도 나 혼자 오늘 밤가겠다.

 

안티고네 크레온, 이 말이 들려요? 언니도 간대요. 내 말을 듣고 또 다른 사람이 갈런지 누가 알아유? 내 입을 막는데 무얼 주저하세요. 병정을 부르는데 무얼 주저하죠? 자, 크레온 용기를 내요, 잠간 어려운 고비를 넘기기만 하면 돼요. 요리사, 불러요.

 

크레온 (갑자기 외친다) 경비병:

 

안티고네 기어이. 크레온

 

(경비병이 곧 나타난다.)

 

크레온 이년을 끌고가:

 

(경비병이 달려 들어 끌고 나간다. 이스메네는 소리지르며 따라 나간다.)

 

이스메네 안티고네 : 안티고네 : 크레온 홀로 남는다. 코러스 들어와 그에게로 간다.)

 

코러스 미쳤구나, 크레온 무슨 짓을 했지?

 

크레온 (멀리 앞을 바라보며) 그 여잔 죽여야 해,

 

합창대 안티고네를 죽이면 안돼, 크레온 : 우리는 몇 세기를 두고 그녀의 죽음의 흉터를 가지게 된다.

 

크레온 그 애는 말을 듣지 않았다. 이 세상에 아무도 그 애를 설복시킬 강자는 없다. 폴리네이케스는 구실에 불과했다. 그 구실이 무의미해지자 또 다른 구실을 찾아냈다. 그 여자에게 중요한 건 거절하고 죽는 것이다.

 

합창대 크레온 , 너는 그렇게 말한다 그러나 그것은 진실이 아니다.

 

크레온 그럼 그애를 어떻게 해야 하지? 살라고 선고를 내리란 말이냐:

 

하이몬 (외치며 들어 온다) 아버지:

 

크레온 그 애를 잊어버려, 하이몬, 잊어버려라 내 아들아.

 

하이몬 어떻게 그런 말씀을:

 

크레온 그 애를 살리려고 가진 애를 썼다. 하이몬 내게 맹새코 할 수 있는데 까진 해 봤다. 그애는 널 사랑하지 않는다. 그 애는 너를 위해서 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거절했다. 그 애가 이 길을 택한 거야. 죽음을 택한 거야.

 

하이몬 아버지, 경찰들이 안티고네를 끌고 가고 있잖알요, 멈춰요. 못하게 해요.

 

크레온 나는 저 자들을 멈출 수가 없다. 이미 늦어 버렸어 안티고네가 모두 말해 버렸다. 그 애가 한 을 알고 있다. 이제 나는 그 애를 구할 수가 없다.

 

합창대 (가까이 와서) 크레온 너는 안티고네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구해 내야만 한다.

 

크레온 안된다.

 

합창대 너는 그 포고령을 철회해야만 돼, 그리고 이번엔 폴리내이케스의 매장을 명령해야만 돼.

 

크레온 너무 늦었어 법은 지켜야만 한. 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이몬 허지만 아버지, 아버진 테베의 주인이 아니에요?

 

크레온 나는 법 아래 있는 주인이다. 법 위에 있진 않다.

 

하이몬 하지만 아버지가 그 법을 만들잖았어요? 아버지가 정한 것은 아버지가 폐지할 수 있어요. 아버진 내게서 안티고네를 뺏어갈 수 없어요.

 

크레온 나는 이 이상 어쩔 수가 없었다. 딱한 애야 그 앤 죽어야만 하고 넌 살아야 한다.

 

하이몬 살아요? 안티고네 없이 살아요? 제가 아버지 같은 사람들의 인생을 받아들일 줄 아세요? 하구많은 날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안티고네 없이 지내다니? 안티고네 없이 난 못 살아요.

 

크레온 넌 알아드려야 한다. 하이몬 늦든 빠르든 간에 누구나 어른이라고 하는 짐을 져야 하는 서글픈 날이 언젠가는 오는 법이다. 너에게는 그것이 바로 오늘이다. 지금 마지막으로 두 눈에 눈물이 가득 차고 아픈 가슴을 부둥켜안은 네가 내 앞에 있다.---네가 발길을 돌려 잠시후에 이 문지방을 넘어설 때는 그것이 끝나는 거다.

 

하이몬 (뒤로 물러서며 조용히 말한다.) 벌써 끝났어요.

 

크레온 나를 심판하지 마라. 하이몬 너도 날 심판하지 마라.

 

하이몬 (크레온을 바라보며 돌연 입을 연다) 그 큰 힘, 그 용기, 저를 팔에 안고 괴물과 귀신에게서 날 구해준 그 거대한 신, 그것이 아버지였나요? 두려움을 가지고 그 앞에서야 했던 그것이 아버지 였나요?

 

크레온 (겸손하게) 그렇다. 하이몬 그것이 나였다.

 

하이몬 그 모든 수고, 그 모든 오만, 영웅이 가득 찬 그 모든 책, 이런 것들이 결국 이렇게 되기 위한 것들이였어요. 아버지 말씀대로 어른이 되는 것, 사는 행복에 도취된 어른이 되는 것이었나요?

 

크레온 그렇다. 하이몬

 

하이몬 그렇다면 아버진 그 아버지가 아니에요. 만일 아버지가 옛날의 그 아버지였다면 아버지는 거리 거리에 아버지의 적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았어야 해요. 아버지는 시민들이 아버지를 반대하여 술렁거리고 있다는 것을 앞알어야 돼요. 안티고네도 죽이지 못했을거에요. 이미 시민들은 아버지가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묻지 않게 했기 때문에 공포와 분노로 가득 찼어요. 아버지가 만일 안티고네를 죽인다면 그들은 아버지를 증오할 거에요.

 

크레온 떠돌지 마라 포고령은 살아 있다.

 

하이몬 한번만 더 말하겠어요. 난 안티고네 없이 못 살거에요. (그는 달려 나간다.)

 

합창대 (크레온에게 와서) 크레온, 신을 어기는 자는 벌을 받는 법이요.

 

크레온 (경멸하여) 신이라구?

 

합창대 (크레온 아들은 깊은 상처를 입었다.

 

크레온 우리 모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경비병(1)이 오른쪽 아취에서 들어오고 경비병 (2)와 경비병(3)이 안티고네를 끌고 들어온다.)

 

경비병1 각하, 시민들이 궁궐로 몰려 옵니다.

 

안티고네 크레온, 난 이 자들의 얼굴을 이젠 더 보지 못하겠어요. 이젠 아무도 보기 싫어요. 당신은 날 죽일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아요. 다 끝날때 까지 아무도 보이지 않게 해 줘요, (크레온 소리치며 나간다.)

 

크레온 한명만 남고 모두 나가 대문을 지켜라. (다른 두 경비병 합찬단이 뒤따라 나간다. 안티고네는 경비병(1)과 단둘이 남는다. 안티고네는 경비병을 바라본다)

 

안티고네 (불쑥 말한다) 당신이군요. 그렇죠?

 

경비병1 내가 뭐란 말이요?

 

안티고네 내가 마지막 보는 사람의 얼굴이 --- 오늘 아침 날 붙잡은 것이 당신이었죠?

 

경비병1 그래, 나요.

 

안티고네 날 아프게 했지, 아프게 할 필요가 없었는 대두 내가 도망할 것 같았어요?

 

경비병1 자, 잔소리 말아요. 당신이 이렇게 되지 않았다면 내가 이꼴을 당할 판이에요.

 

안티고네 몇이죠?

 

경비병1 설흔아홉

 

안티고네 애들은?

 

경비병1 두놈.

 

안티고네 애들을 사랑해요?

 

경비병1 당신한텐 상관없는 일이요(방안을 왔다갔다 하기 시작한다. 잠시동안 발자욱 소리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안티고네 (아주 겸손한 말투로 물어본다) 오래전부터 근위대에 계신가요.

 

경비병1 이번 전쟁후 부터요. 육군중사였는데 근위대로 재 입대한거죠.

 

안티고네 근위병이 되려면 육군중사래야 하나요?

 

경비병1 원칙적으로는 그렇조. 중사든가 그렇지 않으면 특별부대 소속이든가 근위병이 되면 중사 계급을 잃지요. 예를 들면 내가 신병을 만날때 그 신병이 내게 인사를 안 할 수도 있는 거죠.

 

안티고네 아:그래요.

 

경비병1 그렇소. 그러나 보통 인사를 하지요. 신병은 군위병이 중사출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봉급관계는 특별 부대병과 마찬가지로 근위병보통 봉급에다 여섯달치 중사 봉급을 더 주지요. 또 근위병으로서 특전이 있습니다. 자택난방, 수당금 등, 결국 애가 둘 있는 기혼 근위병은 육군 중사보다 낫게 살 수 있지요.

 

안티고네 아:그래요?

 

경비병1 그렇소, 그것이 바로 근위병을 육군중사가 미워하는 이유지요. 당신도 아마 중사가 근위병을 보면 잘난척 하는 걸 보았을 거에요. 그네들이 픈소리치는 것은 승진 때문입니다. 어떻게 보면 옳다고 볼 수도 있지요. 근위병의 승진은 육군보다 더디고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근위대장하고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예를들면---

 

안티고네 (말을 막으며) 내말좀 들어봐요.

 

경비병1 그럽시다

 

안티고네 조금 있으면 나는 죽어요.

 

(경비병은 대답하지 않고 잠시 후에 다시 말을 잇는다)

 

경비병1 다른 한편 사람들은 중사보다 근위병을 더 존경하지요. 근위병은 군인이긴 하지만 거긴 관리같은 존재니까요.

 

안티고네 죽을 때 고통스러울까요?

 

경비병1 글쎄, 나도 당해보질 않아서 --- 전쟁때 복부 관통상을 입은 놈은 고통을 알지만 나는 한번도 부상을 입어 보지 못했거든요. 어떤 의미로는 그것이 내 승진에 장애가 됐다고 볼 수 있지요.

 

안티고네 날 어떻게 죽일까?

 

경비병1 듣기에는 당신의 피로 이 도시를 더럽힐까 보아서 토굴에 묻어버린다더군요.

 

안티고네 산채로?

 

경비병1 그렇지요. 우선( 침묵, 경비병은 씹는 담배를 핀다)

 

안티고네 오:무덤, 오:신부의 잠자리:오:나홀로 나혼자서 ---

 

경비병1 (씹는 담배를 마치고) 성문밖 하데스 동굴에, 대낮에, 처음에는 육군을 배치하겠다고 하더니 마지막에 결국 근위병이 경비를 서게 됐어요. 참 팔자도 좋지 근위병은 그러니 육군현역 중사가 근위병을 시기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가는 것도 아니죠.

 

안티고네 (갑자기 피로한 듯 중얼거린다) 한쌍의 짐승도---

 

경비병1 뭐요, 한쌍의 짐승이 어떻다구요.

 

안티고네 찬 바람이 불면 서로 몸을 부벼대는데 나만이 혼자에요.

 

경비병1 필요한 것이 있으면 말해 보시죠. 구해 올 수도 있으니까

 

안티고네 고마워요 당신은 친절하군요. 실은 부탁이 있어요. 내가 죽은 후에 누구에게 편지를 전해 주겠어요?

 

경비병1 편지를?

 

안티고네 네, 내가 써주는 편지를 좀---

 

경비병1 아:그거요? 그거야 별거 아니지. 죄수들의 편지를 밖으로 전해주는 건 다반사니까.

 

안티고네 그래 준다면 이 가락지를 드리겠어요.

 

경비병1 (받으며) 금이요?

 

안티고네 금이에요.

 

경비병1 가만있자(드려다 보고 나서) 아, 안돼요. 만일 내 몸을 뒤지는 날엔 육개월은 틀림없지. 요런걸 가지구야---(다시 쳐다본다) 원한다면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내 수첩에 적을 수는 있소. 그리고 종이를 뜯어 내어 주면 되니까 내 필적이라면 별 탈 없을 거요.

 

안티고네 (눈을 감고 억지 웃음을 입가에 띠며 중얼거린다) 당신 필적으로? (약간 전율이 그녀의 몸을 스쳐간다) 안돼요, 그건 끔찍해요.

 

경비병1 (노여워서 반지를 도로 돌려주며) 싫다면 난 뭐 별로 ---

 

안티고네 (급히) 아네요. 그러겠어요. 반지를 받아 두고 써요. 빨리 해야 돼. 시간이 없어요. 수첩을 꺼내세요 (반지를 넣고 수첩과 연플을 꺼낸다) 써요.,,사랑하는 당신---

 

경비병1 애인한테 하는 거요?

 

안티고네 사랑하는 당신 난 죽어야 해요. 당신은 아마 날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요 ---

 

경비병1 적으면서 굵은 목소리로 천천히 외운다. 당신은 아마 날 사랑하지 않게 되겠지요---

 

안티고네 아마 제가 없었던들---

 

경비병1 아마 제가 없었던들---

 

안티고네 당신에게 아무일도 없었을 거에요. 허지만 지금 전 혼자 있는 건 무서워요. (주위를 둘러보고) 이 그림자들이 겁나요.

 

경비병1 (손을 멈추고) 여보시오. 너무 빨라요. 어떻게 받아쓰란 말이요? 그래도 시간을 좀 줘야지.

 

안티고네 어데까지 썼어요?

 

경비병1 (읽는다) 혼자 있는게 무서워요. 그리고 이 그림자들이

 

안티고네 (말을 뚝 끊고 벌떡 일어선다) 아니, 다 지워 버려요. 아무도 알면 안돼 아무도 그건 알 권리가 없어 그건 마치 내가 죽은 뒤 벌거숭이 나를 보이고 내 몸에 남의 손이 닿는 거와 같애. 그저 용서하세요, 라고만 적어요.

 

경비병1 그럼 끝을 지우고 그대신 용서하세요 라고만 해요?

 

안티고네 그래요. 용서하세요, 사랑하는 이. 안티고네가 없었다면 당신에겐 아무 일도 없었을 거예요. 당신을 사랑해요.

 

경비병1 (경비병이 쓰는 동안) 만일 내가 없었다면 당신을 사랑해요? 이 뿐이요?

 

안티고네 다 됐어요.

 

경비병1 괴상한 편지군.

 

안티고네 그럴거에요(갑자기 드럼소리가 났다. 안티고네가 나갈때까지 계속된다)

 

경비병1 누구한테 가는 편지죠? (노트를 호주머니에 넣고 소리친다) 자. 잔말마라. 드럼소리 울리며 경비병(3) (3)이 오른쪽 아아취로 들어온다. 안티고네 일어선다. 안티고네경비병들 안티고네를 부르고 나간다. 조명이 늦은 오후로 바뀐다)

 

(코러스 들어온다)

 

(돌연 한다.) 여기서 안티고네는 끝났습니다. 이젠 크레온의 차례입니다.

 

전 령 (소리치며 뒤어온다) 왕비님 왕비님, 왕비님은 어디계시죠?

 

합창대 왜 그러죠? 무슨 전할 말이 있나요?

 

전 령 끔찍한 소식입니다. 안티고네를 토굴로 쳐 넣은 길이였지요. 마지막 굴린 돌로 굴문을 막으려 할때 그 자리를 둘러 싸고 있던 크레온 전하와 다른 모든 사람들 귀에 갑자기 무덤속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안티고네의 목소리가 아니였기 때문에 우린 모두 입을 다물고 귀를 기운였지요. 깊숙한 땅속에서 새로운 신음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그건 하이몬의 목소리였습니다. 모두 크레온 전하를 쳐다 봤지요. 이것을 알아채린 전하는 갑자기 미친듯 소리쳤습니다. ,,돌을 치워라. 돌문을 치워라,, 노예가 산데미같이 쌓인 돌에 달려 들었습니다. 전하도 그중에 끼어 그가 찢어진 손으로 밀어내는 돌 위에는 눈물과 땀이 흘러 내렸습니다. 마침내 돌이 움직이고 제일 몸이가는 경비병이 들어갔습니다. 안티고네는 무덤 깊숙히 자기 허리띠 실로 목을 메고 있었습니다. 빨간실 초록실, 파란실이 마침내 어린애 목거리와 같았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꾼 하이몬을 그 여자의 옷자락에 얼굴을 파묻고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몇개의 돌을 들어내자 몸집이 크신 전사도 내려갈 수 있게 되었지요. 무덤 저 속 어둠속에 그의 백발이 희끄무레하게 보였습니다. 그는 하이몬을 일으키려 했습니다. 간곡히 빌었으나 하이몬은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하이몬은 벌떡 일어났습니다. 그는 아무 말없이 자기 아버지를 노려봤습니다. 그의 두 눈은 어둡고 불타고 있었습니다. 일분이 지났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 얼굴에 침을 뱃고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전하는 펄쩍 뒤로 물러섰습니다. 하이몬은 경멸에 가득찬 눈으로 그를 쳐다봤습니다. 왕은 칼날같은 이 눈길을 피할 길이 없었습니다. 하이몬은 저쪽 구석에서 벌벌 떨고 있는 늙은 왕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한마디 말없이 칼로 자기배를 푹 찔렀습니다. 그리고는 안티고네에게로 쓰러지며 피속에서 그녀를 부둥켜 안아았습니다.(코러스의 전령은 크레온을 본다. 그리고 나서 전령은 내실로 들어간다.)

 

크레온 (시종과 함께 들어온다) 두 애를 나란히 눕혀 놓았다. 깨끗하게 씻어서 눕혀 놓았다. 그 애들은 결국 평화를 얻었다. 첫날밤을 지낸 다음날의 두 연인처럼, 다 끝났다. 그들은

 

합창대 그렇지만 당신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소 크레온 아직 당신에게 알려줄 일이 남아 있소. 유리디스 왕비, 당신의 아내---

 

크레온 좋은 여자지, 정원 가꾸기, 쟘만들기, 뜨게질로 본 여자.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서 뜨게질을 멈춘적이 없어 이상해. 가난한 사람들은 어째서 그렇게 끝없이 쉐터가 필요한지 그 사람들은 마치 뜨게질 만이 필요한 것 같다. 테베와 가난한 사람들은 올 겨울엔 몹시 춥겠군 크레온, 자기 아들의 죽음을 알고 왕비는 시작한 뜨게질을 마져 마치고 나서 어떤 일에서나 마찬가지로 침착하게 그리고 보통때보다 좀 더 조용히 바늘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는 자기방으로 조용히 갔습니다. ,,향내와 수놓은 조그만 책상보와 비로도로 된 액자가 걸려 있는 그 여자의 방으로 목을 찌르러 갔습니다. 크레온 그녀는 지금 나란히 놓인 구식 침대의 하나를 차지하고 누워있소, 당신이 어느날 저녁때 젊은 처녀인 그녀를 본 바로 그 자리에, 그때와 똑같은 미소를, 아니 그때보다 조금 슬픈듯한 미소를 짓고, 그 목덜미 근처터의 이블깃이 늙은 핏자죽으로 물들지 않았다면 그여인 잠잔다고 믿었겠지요.

 

크레온 아내도, 또 그들은 모두 잠들었구나(잠시 후에 낮으막하게 말을 잇는다.) 잠이 들면 얼마나 좋을까?

 

합창대 크레온 내일이면 그들은 땅속에서 달콤한 잠이 들겠죠. 오늘 당신은 폴리네이케스를 묻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은 왕비와 하이몬을 묻게 되는 구려. 또한 안티고네도.

 

합창대 이제 당신은 혼자 남았군요.

 

크레온 그래, 나혼자다.(망연 자실하여 있는데 시계치는 소리가 들린다. 시종에게) 몇시냐?

 

시 종 다섯십니다. 각하

 

크레온 다섯시에는 무슨 일이 있지?

 

시 종 내각 회의가 있습니다.

 

크레온 내각회의? 좋아, 참석하지. (크레온과 시종 나간다. 왼쪽 아아취를 통해서 나간다.)

 

코러스 자, 여러분, 죽을 사람은 모두 죽었습니다. 한 신념을갖고 있던 사람이나 그 반대되는 신념을 갖고 있던 사람이나 또는 아무 신념도 없던 사람까지도, 그 이유도 모르는 체 거미줄에 걸렸습니다. 그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굳어버리고 썩어서 쓸모없이 돼가면서, 크레온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그럴듯한 군주였습니다. 그러나 모든 군주와 마찬가지로 그는 카이자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구별하지 못했습니다. 희랍 비극 안티고네가 출연한 이래 삼천년, 누군가는 이러한 분별을 깨우쳐 주기 위해 부단히 앞으로 나서야 했습니다. 그것을 기독교 신앙이라고 부른던, 혁명이라고 부르던, 혹은 지하저항 운동이라고 부르던간에 그 원동력은 하나입니다. 즉, 그것은 인간이 살아있는 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덕이 존재한다는 열열한 신념 그리고 인간의 존귀성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제 안티고네는 오늘밤 말이 없습니다. 그녀는 자기 역활을 해낸 것입니다. (세 경비병이 들어와 막이 올라갈 때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아 포카를 시작한다.) 거대한 우수의 물결이 테베시로, 텅빈 궁전으로, 그리고 이제 자기의 죽음을 느끼기 시작한 크레온에게로 밀려옵니다. 저 경비병들만이 이런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카드놀이를 계속할 뿐입니다.

 

(코러스, 왼쪽으로 나갈때 막이 내린다.)

 

- 끝 -

[줄거리 :

 

등장 인물 모두가 무대에 나와 제각기 자기 일을 한다. 코러스가 관객들에게 이들을 한명씩 소개한 다음 이야기가 시작된다.

새벽. 안티고네는 몰래 오빠를 묻어 주고 들어오다가 유모에게 들킨다. 유모는 안티고네가 애인을 만나러 갔다 왔다고 생각하나 곧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안티고네의 언니 이스메네가 들어온다. 이스메네는 크레온이 오빠의 장례식을 금지시킨 것을 이해한다며 그 일을 그만두자고 한다. 하지만 안티고네는 크레온을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끝까지 고집을 부린다. 하이몬이 들어오자 안티고네는 정말로 자기를 사랑하냐고 계속 묻는다. 하이몬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이스메네가 아니라 안티고네라고 굳게 말한다.

크레온은 경비병에게 누군가가 시체를 묻었다는 말을 듣고 노발대발한다. 곧 경비병은 안티고네를 끌고 들어온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용서하려고 하나 안티고네는 오빠를 다시 묻으러 가려 한다. 크레온은 안티고네를 설득하려고 하지만 안티고네는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크레온은 안티고네에게 오빠들이 권력 다툼을 하다가 죽은 사건을 이야기해 준다. 안티고네는 거짓말이라며 소리를 지른다. 그 때 이스메네가 들어와 자기도 안티고네와 같이 죽겠다고 한다. 경비병이 안티고네를 끌고 나간 후 하이몬이 들어와 아버지에게 항의한다.

결국 안티고네는 하이몬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남기고 목을 메어 죽고 하이몬은 칼로 자살을 한다.]


안티고네

등장 인물 : 안티고네(테바이의 전 왕 오이디푸스의 맏딸)

이스메네 (안티고네의 여동생)

크레온(오이디푸스의 처남)

파수병

하이몬(크레온의 아들이며 안티고네의 약혼자)

테이레시아스(눈먼 늙은 예언자)

에우류디케(크레온의 아내)

사자(使者)

다른 사자

코러스(테바이의 장로들로 구성된)

장소 : 테바이의 궁전 앞

(이스메네 등장, 그 뒤를 따라 안티고네 등장)

안티고네 : 이스메네야, 내 동기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오이디푸스 왕으로 하여 일어났던 여러 가지 재앙 중에서, 제우스 신이 우리에게 내리시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니? 온갖 고난과 파멸과 부끄러움과 욕스런 일치고 너와 나의 불행 중에서 안 당한 것이 없구나. 게다가 이제 왕이 오늘 선포한 것이란 무슨 일이란 말이냐? 듣지 못했니? 글쎄, 우리 소중한 분들을 원수로 몰다니, 넌 모르고 있니?

이스메네 : 안티고네 언니, 우리 두 오빠들이 서로 싸워서 하루에 다 죽고 만 다음부터는, 기쁜 것이건 슬픈 것이건, 소중한 분들의 소식을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리고 어젯밤에 아르고스의 군인들이 도망친 후로는, 내 운명이 더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 그 이상 난 아무것도 몰라요.

안티고네 :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네게만 말하려고 너를 궁문(宮門) 밖으로 데려온 것이란다.

이스메네 : 어떤 얘긴데요? 무슨 어둔 소식이 언니 가슴을 흔드는 것 같아요.

안티고네 : 글쎄 크레온 아저씨가 우리 오빠들을 한 사람은 정중하게 장사 지내도록 하고, 다른 한 사람은 그렇게 못하게 하시지 않겠니? 오빠는 바른 법도에 맞게 장사를 치르고,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부끄럽지 않도록 훌륭하게 묻어 준다더라만, 불쌍하게 돌아가신 폴류네이케스 오빠의 시체는 아무도 땅에 묻거나 그를 위해서 조상해서는 안 되고, 아무도 그를 위해서 우는 사람 없이, 새들이 좋은 먹이라고 멋대로 쪼아 먹도록 내버려 두라는 명령이 장안에 내렸다고들 소문이로구나.

그런 명령을 저 고귀하신 크레온님께서 너와 나를 향해서, 그렇지, 나를 위해서 내렸다고들 말하더라. 아직 그 명령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이제 곧 그분이 이리 오시겠지. 그리고 그분은 이 일을 가볍게 여기시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것을 어긴 자가 있으면 사람들 앞에서 돌로 때려 죽인다더라. 너도 이젠 알았지? 그러니 네가 높은 가문에 맞는지 아니면 천하게 태어났는지, 이제야말로 보여 줄 때가 됐다.

이스메네 : 가엾은 언니. 만약 정 그렇다면, 나 같은 건 어떻게 해 봐도 이 이상 아무 도움이 안 되겠네?

안티고네 : 나와 함께 하겠니? 날 도와 주겠어?

이스메네 : 무슨 일인데? 대체 무슨 뜻이에요?

안티고네 : 나를 도와서 그 시체를 들어 내지 않겠어?

이스메네 : 장례를 지내겠다는 거예요? 온 장안 사람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는데도?

안티고네 : 내 오빠, 그리고 싫건 좋건 네 오빠가 아니냐? 아무도 내가 오빠에게 잘못했다고 말하진 않겠지.

이스메네 : 어떻게 감히 그렇게……. 크레온 왕이 금하고 있는데.

안티고네 : 그분에게는 권리를 내게서 떼어 놓을 권리는 없는 거야.

이스메네 : 글쎄 그래도 언니, 생각해 봐요. 우리 아버지는 지겹고 부끄러운 일을 당해서 스스로 죄를 들춰 내고, 결국 당신 손으로 두 눈을 찔러서 돌아가시고 말았죠. 그리고 그분의 어머니면서 아내라는 두 이름을 가진 분은, 스스로 만든 고리로 목숨을 끊으셨죠. 그리고 이제 두 오빠는 같은 날, 무참하게도 동기간에 피를 흘리고 둘이 다 서로 죽이고 말았죠. 그리고는 이젠 우리 둘만 남았어. 그러니 언니, 우리가 만약 명령을 어겨서 왕의 법이나 권력을 손상시킨다면 우리가 그 어떤 경우보다도 얼마나 비참한 죽음을 당하겠어요! 우린 약한 여자예요. 이건 잊지 마셔요. 남자와 싸우도록 타고나질 않았거든요. 게다가 우리는 우리보다 강한 자에게 지배받고 있고, 그래서 이런 것만이 아니라 이보다 더 쓰라린 명령에도 복종해야 해. 그러니 돌아간 분들에게도 용서를 빌고 아무래도 어쩔수 없는 일이니 나는 지배자에게 복종하겠어. 분수를 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

안티고네 : 억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젠 네가 하겠다 해도 네 도움은 고맙지 않다. 너 좋을대로 하렴. 내 손으로 그분의 장례를 치르겠다. 그 일로 해서 내가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냐! 이 고귀한 죄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분과 함께 쉬련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섬기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살겠다. 그러나 신께서 숭고하게 세우신 법을 비웃고 싶거든, 실컷 비웃으려무나.

이스메네 : 비웃는 것이 아냐. 하지만 나를 상대로 해서 싸울 힘은 내게는 없어요.

안티고네 : 그건 너의 핑계야. 이제 나는 가서 내가 사랑하는 오빠 위에 흙을 덮어 드리겠다.

이스메네 : 가엾은 언니, 언니가 걱정이 돼서 못 견디겠어.

안티고네 : 내 걱정 말고, 네 운명이나 바로 잡아라.

이스메네 : 그렇다면, 적어도 이 계획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비밀로 해요.

나도 그렇게 할 테니.

안티고네 : 야, 말해도 좋아. 네가 세상에 떠들어 대지 않는다면 너를 더 미워하겠다.

이스메네 : 그 끔찍한 일로 언니 가슴은 타고 있어요.

안티고네 : 내가 가장 기쁘게 해야 할 일에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이스메네 : 성공만 한다면야, 하지만 안 될 일을 하려고 하거든.

안티고네 : 힘이 부치면 그만이야.

이스메네 : 하지만, 안될 일을 하려는 것은 억지여요.

안티고네 : 그따위 소릴 하면 나도 널 미워하게 되겠지만, 돌아가신 오빠에게서도 마땅히 미움을 받을 거야. 하지만 날 내버려 둬.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도 나 혼자만의 바보짓이야. 내 훌륭한 죽음을 뺏을 수 있는 벌은 없으니까.

이스메네 : 그럼, 작정한 일이라면 해요. 그런 일이 어리석긴 하지만, 언니가 아끼는 분에게 언니는 진정 사랑을 받겠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따로 퇴장)

 

코러스(노래)

햇빛이여, 일곱 성문의 테바이에

일찍이 보지 못한 빛나는 햇살이여,

오오, 황금의 날의 눈이여, 너는 드디어 왔구나.

너는 디르케의 흐름 위에 떠올라서

온 몸을 갑옷으로 싸고

아르고스에서 온 흰 방패의 전사도

너로 하여 일어나서

 

줄달음쳐 급급히 도망갔다.

폴류네이케스의 권리 주장 때문에

우리 나라에 항거하여

날카롭게 소리치는 독수리같이

눈처럼 흰 날개로 덮여서

무장한 대군으로

무수한 철갑을 세우고

우리 나라로 쳐들어왔다.

그는 우리들 처소 위에 멈추어

피에 굶주린 창으로

우린 일곱일곱의 성 문턱을 둘러쌌다.

그래도 입이 우리 선지피를 포식하여

헤파이스토스 신(神)의 횃불이 우리 성탑을 태워 없애기 전에,

그는 여기서 도망쳐 갔다.

그의 등 뒤에서는 아레스의 외치는 소리 높고

그는 그 적인 용(龍)과 씨름하듯, 거칠게 날뛰기만 하였다.

허풍을 떠는 것을

제우스 신이 싫어하시며

쩔렁대는 황금의 거만스런 자랑으로

그들이 크게 물결쳐 옴을 보시고

이제 성벽을 기어올라

승리를 외치려는 적을

신은 불꽃을 휘둘러

힘차게 때려 눕히셨다.

 

그는 땅에 쓰러져 구르며,

횃불을 손에 들고 미친 듯 날뛰어

격심한 미움의 폭풍으로 우리에게 덤벼 온다.

그러나 그의 위협도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또한 다른 적에게도

힘찬 아레스 신께서 우리를 도우사

그들을 다 패망시키셨다.

(중략)

 

크레온 : 그런데 오이디푸스 왕의 두 아들은 서로 싸우다가 동기간의 피로 물들어서 같은 날 한꺼번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나는 고인의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서 왕위와 이에 따르는 권력을 차지했습니다. 언제나 만사를 꿰뚫어 보시는 제우스 신은 알고 계시거니와, 나는 시민에게 안전이 아니라 파멸이 닥쳐오는 것을 본다면, 결코 침묵을 지키지 않겠습니다. 또한 나라의 적을 친구로 여기지도 않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우리의 안전을 지켜주는 배와 같아서 이 배가 순탄한 항해를 할 때에만 우리는 참된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내가 이 위대한 나라를 지켜 나가려는 원칙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에 따라서 나는 방금 오이디푸스 왕의 두 아들에 관한 포고를 백성들에게 하였습니다. 에테오틀레스님은 명성이 높아서 군인으로서 이 나라를 위해 싸우다가 돌아가셨으므로 장사를 지내 주고 귀한 분의 죽음을 추모하는 모든 의식을 갖추어서 쉬시게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분의 형인 폴류네이케스는 추방지에서 돌아와 아버지의 나라와 조상들이 모셔온 신들의 신전을 말끔히 불태워 버리려 했고 동포의 피를 마신 다음 남은 사람들을 노예로 삼고자 했습니다. 이 사람에 대해서는 백성들이 장사를 지내 주거나 조문하는 영광을 베풀어서는 안 되며, 묻지 않고 내버려 두어 그 시체를 새나 개가 뜯어먹게 해서 보기에도 끔직한 수모를 겪게 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중략)

크레온 : 이 죄인을 어떻게 잡았느냐?

파수병 : 아가씨는 그 놈을 묻어 주고 있었습니다. 정말입니다.

크레온 : 정말이냐? 그 말이 틀림 없느냐?

파수병 : 왕께서 매장해서는 안 된다고 하신 시체를 그 아가씨가 묻고 있는 것을 제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이젠 믿으시겠지요?

크레온 :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안티고네야. 너는 이 일을 인정하느냐, 부정하느냐?

안티고네 : 인정합니다.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크레온 : 자, 말해 봐라. 장황하지 말고 짤막하게, 매장을 금한다는 포고를 알고 있었느냐?

안티고네 : 네, 알고 있었습니다. 제가 그 명령을 지킬 수 있었을까요?

크레온 : 그렇다면 정녕 그 법을 감히 위반했단 말이지?

안티고네 : 네, 그 법은 제우스 신께서 만든 법이 아니니까요. 하계의 신들과 함께 계신 정의의 신도 이런 법을 세상에 반포하신 적이 없습니다. 인간의 글로 쓰여지진 않았으나 영원한 하늘의 법을 어길 수 있을까요? 저는 왕께서 정하신 법이 하늘의 법과 같은 힘을 지니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늘의 법은 어제, 오늘에 생긴 것이 아니며 아무도 그 법이 언제 생겼는지 알지 못합니다. 저는 인간의 자존심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신 앞에서 하늘의 법을 어겼노라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왕의 포고가 아니더라도 저는 죽어 마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 모르겠어요? 그러나 저는 제 명을 다 살지 못하더라도 그것을 은혜라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온갖 불행을 겪으며 산 사람이라면 죽음은 은혜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따라서, 이런 운명을 맞이한 것도 저에게는 보잘 것 없는 슬픔입니다. 한 어머니의 아들을 묻지 못하고 땅 위에 놓여 있게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저에게는 슬픈 일입니다. 그리고 왕께서 보시기에는 이번의 제 행동이 어리석겠지만 어리석은 재판관만이 저의 어리석음을 탓할 수 있을 거예요.

크레온 : 참으로 가증스럽구나. 나쁜 일을 하다 잡힌 자가 자기 죄를 영광으로 여기려 하다니.(하략)

요점 정리

지은이 : 소포클레스(Sophokles)

갈래 : 그리스 비극. 고대극. 운명 비극

연대 : B.C 441년

성격 : 비극적, 의지적

배경 : 고대 그리스 테바이 궁전 앞

구성 : 그리스 비극의 플롯 구조를 따라, 서막과 6개의 송시로 구성됨, 3일치법(시간, 장소, 행동의 일치)을 고수함.

제재 : 안티고네의 비극적 운명

주제 : 인간의 법칙을 두려워하지 않는 안티고네의 비극, 신의 법칙을 따르고 불의를 거부하는 안티고네의 강한 의지, 어떤 권위로도 막을 수 없는 인간 윤리의 추구

인물 :

안티고네 : 오이디푸스왕과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사이의 딸로 안티고네는 개인의 양심을, 권력에 눈이 먼 외삼촌 크레온은 국가와 폭력을 상징하며, 이 둘 간의 갈등이 작품의 주제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막강한 권력과 폭력도 안티고네의 뜻을 꺾을 수 없었으며 그녀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굽히지 않다가 목숨을 끊는다. 인간성을 수호하는 안티고네의 행위에서 작품의 주제를 알 수 있다.

 

이스메네 : 안티고네의 여동생으로 크레온에 저항하다가 죽은 오빠 폴류네이케스를 장사지내는 일을 두고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스메네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가족들을 예로 들면서 법을 어길 경우 자신은 비참한 죽음을 당할 거라며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일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명령을 어길 경우 크레온에게 죽음을 당할 수도 있지만 동기의 시신을 거두지 못하게 하는 왕의 부당한 명령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한다. 이 같이 두 사람은 법을 어길 것인가 지킬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크로온 : 안티고네의 외삼촌으로 자신의 그릇된 명령으로 결국 집안의 파멸을 불러 온다. 안티고네에서 크레온의 비굴과 고집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데, 이 글은 그러한 오만은 항상 신에 의해 벌을 받는다는 교훈도 담고 있다.

특징 : 개인과 국가, 인간과 운명 사이의 갈등을 묘사했고, 신화적인 이야기에 바탕을 둠.

줄거리 : 그리스신화에 등장하는 인물. 영웅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 태어난 딸로, 오빠는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이고 여동생은 이스메네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여성 가운데 가장 고상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아버지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죄를 부끄럽게 여겨 스스로 눈을 도려내고 장님이 되어 방랑하다가, 아티카의 콜로노스에서 일생을 마칠 때까지 아버지 곁에서 시중을 들었다. 아버지가 죽은 뒤, 조국인 테베로 돌아와 여동생과 함께 살던 중 새로운 불행이 닥쳤다. 테베로 침공해 들어온 아르고스의 일곱 장수를 격퇴했을 때, 오빠인 폴리네이케스와 에테오클레스는 적과 아군으로 대립하게 되어 결투하다가 둘 다 죽었다.

 

테베의 새 왕이 된 그녀의 큰아버지 크레온은 왕위를 둘러싸고 서로 싸우다가 죽은 안티고네의 오빠 에테오클레스와 폴류네이케스 중에서 조국의 지도자로서 에테오클레스의 장례는 거행했으나, 적군에 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은 매장하지 못하게 하였고, 이를 거역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고 포고하였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육친을 장사지내는 것은 신들에게서 부여받은 의무라고 생각하여, 안티고네가 이를 어기고 형제를 모두 매장하자 크레온은 이 일로 크레온의 노여움을 사게 되어 사형선고를 받은 그녀는 조상 라브다키데스의 무덤에 생매장당하였다. 안티고네는 그 속에서 목을 매어 죽었고, 그녀를 도우러 온 약혼자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도 그녀의 주검 앞에서 자살하였다.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슬퍼한 나머지 칼로 가슴을 찌르고 죽었고 크레온은 파멸에 이른다.(이곳에 제시된 부분 분석 : 테바이의 왕이 된 숙부 ‘크레온’이 안티고네의 죽은 오빠 ‘에테오클레스’와 ‘폴류네이케스’ 중에서 폴류네이케스의 매장을 허락하지 않자, 이를 거역하는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포고를 어기고 폴류네이케스의 매장을 시도하려는 대목이다. 여기에서 안티고네는 동생 이스메네와 갈등을 벌이는데, 이스메네는 약한 여인의 모습으로 안티고네는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여인으로 형상화되고 잇다. 안티고네는 폴류네이케스를 매장한 일로 이후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된다.)

갈등과 주제 : 주인공 안티고네는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사이의 딸이다. 이 작품에서 ‘안티고네’는 개인의 양심을, 권력에 눈이 먼 숙부인 ‘크레온’은 국가와 폭력을 상징하며, 이 둘 간의 갈등이 이 작품의 주제를 이루고 있다. 인간성을 수호하려는 안티고네의 행위에서 작품의 주제를 알 수 있다.

문학사적 평가 : 이 작품은 아테네의 발전 시기에 쓰여진 작품으로, 복잡하고 모순된 요소를 통찰력 있고 심오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모순된 요소간의 충돌을 통해 비극적인 진리를 보여 준 점 역시 높이 평가받는 이유가 된다.

내용 연구

 

등장 인물 : 안티고네(테바이의 전 왕 오이디푸스의 맏딸)

이스메네 (안티고네의 여동생)

크레온(오이디푸스의 처남)

파수병

하이몬(크레온의 아들이며 안티고네의 약혼자)

테이레시아스(눈먼 늙은 예언자)

에우류디케(크레온의 아내)

사자(使者)

다른 사자

코러스(테바이의 장로들로 구성된)

장소 : 테바이의 궁전 앞

(이스메네 등장, 그 뒤를 따라 안티고네 등장)

 

안티고네 : 이스메네야, 내 동기야.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오이디푸스 왕으로 하여 일어났던 여러 가지 재앙[천재지변(天災地變) 따위로 말미암은 불행한 변고] 중에서, 제우스 신이 우리에게 내리시지 않은 것이 없는 것을 너는 알고 있니? 온갖 고난과 파멸과 부끄러움과 욕스런 일치고 너와 나의 불행 중에서 안 당한 것이 없구나[오이디푸스 왕의 어머니이자 나중에는 아내가 된 이오카스테의 자살, 오이디푸스 왕이 두 눈을 찔러서 죽은 일, 조국에 활을 당겼다가 형제의 맞싸움으로 안티고네의 두 오빠가 죽은 일 등을 말한다.]. 게다가 이제 왕이 오늘 선포한 것이란 무슨 일이란 말이냐? 듣지 못했니? 글쎄, 우리 소중한 분들을 원수로 몰다니, 넌 모르고 있니?

 

이스메네 : 안티고네 언니, 우리 두 오빠들이 서로 싸워서 하루에 다 죽고[왕위를 둘러싸고 싸우다 죽음] 만 다음부터는, 기쁜 것이건 슬픈 것이건, 소중한 분들의 소식을 아무것도 못 들었어요. 그리고 어젯밤에 아르고스의 군인들이 도망친 후로는, 내 운명이 더 좋아질 것인지 나빠질 것인지 그 이상 난 아무것도 몰라요.

 

안티고네 :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네게만 말하려고 너를 궁문(宮門) 밖으로 데려온 것이란다.

이스메네 : 어떤 얘긴데요? 무슨 어둔[좋지 않은] 소식이 언니 가슴을 흔드는 것 같아요.[이 부분은 안티고네의 말을 끌어내는 역할을 함으로써 관객에게 사건의 전모를 전달해 준다.]

 

안티고네 : 글쎄 크레온 아저씨[새로운 왕, 안티고네의 외숙]가 우리 오빠들을 한 사람[에테오클레스]은 정중하게 장사 지내도록 하고, 다른 한 사람[폴류네이케스]은 그렇게 못하게 하시지 않겠니?[왕이 된 크레온이 폴류네이케스를 반역자로 몰아 매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안티고네는 이 명령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반발한다. 오빠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안티고네의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서양에서는 사람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가장 치욕적인 일로 생각하는 문화가 '시시포스 신화'에서도 엿볼 수 있다.] 오빠는 바른 법도에 맞게 장사를 치르고, 죽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부끄럽지 않도록 훌륭하게 묻어 준다더라만, 불쌍하게 돌아가신 폴류네이케스 오빠의 시체는 아무도 땅에 묻거나 그를 위해서 조상[남의 죽음에 대하여 애도의 뜻을 표함]해서는 안 되고, 아무도 그를 위해서 우는 사람 없이, 새들이 좋은 먹이라고 멋대로 쪼아 먹도록 내버려 두라는 명령[이스메네가 말한 어둔 소식에 해당하는 것으로 폴류네이케스를 반역자라고 했기 때문]이 장안에 내렸다고들 소문이로구나.

 

그런 명령을 저 고귀하신 크레온님께서 너와 나를 향해서, 그렇지, 나를 위해서 내렸다고들 말하더라. 아직 그 명령을 모르는 사람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이제 곧 그분[크레온]이 이리 오시겠지. 그리고 그분은 이 일을 가볍게 여기시지 않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것을 어긴 자가 있으면 사람들 앞에서 돌로 때려 죽인다더라. 너도 이젠 알았지? 그러니 네가 높은 가문에 맞는지 아니면 천하게 태어났는지, 이제야말로 보여 줄 때가 됐다.[오빠의 장례를 지내주자는 뜻으로 고귀한 신분에 맞는 행동을 하자는 의미, 다시 말해서 고귀한 가문의 격식에 맞추어 오빠의 장례를 치르자는 의미, 사회의 상층부가 이렇게 솔선수범하는 것을 노블레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라 한다. 프랑스어에서 파생한 이 말은 `고귀한 신분에 따른 윤리적 의무'를 뜻한다.]

 

이스메네 : 가엾은 언니. 만약 정 그렇다면, 나 같은 건 어떻게 해 봐도 이 이상 아무 도움이 안 되겠네?[자신을 부정(不貞)한 행실로 태어난 비천한 존재라고 생각함]

안티고네 : 나와 함께 하겠니? 날 도와 주겠어?

이스메네 : 무슨 일인데? 대체 무슨 뜻이에요?

안티고네 : 나를 도와서 그 시체를 들어 내지 않겠어?[크레온의 명령을 거부하고 폴류네이케스를 매장하려고 한 안티고네는 의지의 인간이다]

이스메네 : 장례를 지내겠다는 거예요? 온 장안 사람들에게 금지령을 내렸는데도?

안티고네 : 내 오빠, 그리고 싫건 좋건 네 오빠가 아니냐? 아무도 내가 오빠에게 잘못했다고 말하진 않겠지.[같은 혈육이기 때문에]

 

이스메네 : 어떻게 감히 그렇게……. 크레온 왕이 금하고 있는데.

 

안티고네 : 그분에게는 권리를 내게서 떼어 놓을 권리는 없는 거야.[앞의 '권리'는 신의 권리, 뒤의 것은 크레온 왕의 권리를 말한다.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크레온 왕이 막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혈육으로서 인륜의 도리를 행하는 권리는 절대권을 쥔 왕으로서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인륜과 법률 사이의 갈등을 나타낸다.]

이스메네 : 글쎄 그래도 언니, 생각해 봐요. 우리 아버지는 지겹고 부끄러운 일[친아버지를 죽이고 친어머니와 결혼한 일]을 당해서 스스로 죄를 들춰 내고, 결국 당신 손으로 두 눈을 찔러서 돌아가시고 말았죠.['오이디푸스 왕'에 나타난 사건으로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자기 어머니하고 결혼하면서 일어난 사건을 말한다. 그래서 오이디푸스는 죄책감으로 자기의 눈을 찔러 왕궁을 빠져 나가 방랑 끝에 죽고 말았다.] 그리고 그분의 어머니면서 아내라는 두 이름을 가진 분[왕비 이오카스테]은, 스스로 만든 고리로 목숨을 끊으셨죠. 그리고 이제 두 오빠는 같은 날, 무참하게도 동기간[형제 자매 사이]에 피를 흘리고 둘이 다 서로 죽이고 말았죠. 그리고는 이젠 우리 둘만 남았어. 그러니 언니, 우리가 만약 명령을 어겨서 왕의 법이나 권력을 손상시킨다면 우리가 그 어떤 경우보다도 얼마나 비참한 죽음을 당하겠어요! 우린 약한 여자예요. 이건 잊지 마셔요. 남자[크레온]와 싸우도록 타고나질 않았거든요. 게다가 우리는 우리보다 강한 자[크레온]에게 지배받고 있고, 그래서 이런 것만이 아니라 이보다 더 쓰라린 명령에도 복종해야 해[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태도로 운명에 저항해서라도 정의를 지키려는 안티고네와 대조됨]. 그러니 돌아간 분들에게도 용서를 빌고 아무래도 어쩔수 없는 일이니 나는 지배자[크레온]에게 복종하겠어. 분수를 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야.[이스메네의 나약한 성격이 드러나고 부모와 형제들의 비극적 결말에 대한 이스메네의 해석으로 볼 수 있음]

 

안티고네 : 억지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아니, 이젠 네가 하겠다 해도 네 도움은 고맙지 않다. 너 좋을대로 하렴. 내 손으로 그분의 장례를 치르겠다. 그 일로 해서 내가 죽는다면 얼마나 행복하냐! 이 고귀한 죄[오빠의 장례식을 지내기 위해 크레온 왕의 명령을 어긴 죄] 때문에, 나는 내가 사랑하는 그분과 함께 쉬련다.[안티고네는 오빠의 장례식을 지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안티고네의 생각은 크레온 왕의 명령에 거스르는 것으로 처벌의 대상이 되지만 인간의 법칙보다 신이 세운 보다 근원적인 원리와 정의에 입각한 생각이라는 점에서 '고귀한 죄'가 되는 것이다.] 살아 있는 사람보다는 죽은 사람을 섬기는 동안이 더 길단다. 나는 저 세상에서 영원히 살겠다. 그러나 신께서 숭고하게 세우신 법을 비웃고 싶거든, 실컷 비웃으려무나.

 

이스메네 : 비웃는 것이 아냐. 하지만 나를 상대로 해서 싸울 힘은 내게는 없어요[오빠의 장례를 치른 대가로 받을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이길 힘].

안티고네 : 그건 너의 핑계야. 이제 나는 가서 내가 사랑하는 오빠 위에 흙을 덮어 드리겠다.[오빠를 묻어 주겠다는 말을 신성함이 묻어나도록 표현한 것으로 고대 그리스의 풍속에 의하면 죽은 자를 매장해 주는 것은 친족의 절대적인 의무였다. 매장되지 못한 사람은 그 혼이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승과 저승 사이를 떠돈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스메네 : 가엾은 언니, 언니가 걱정이 돼서 못 견디겠어.

안티고네 : 내 걱정 말고, 네 운명이나 바로 잡아라.

이스메네 : 그렇다면, 적어도 이 계획은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비밀로 해요.

나도 그렇게 할 테니.

안티고네 : 야, 말해도 좋아. 네가 세상에 떠들어 대지 않는다면 너를 더 미워하겠다.

이스메네 : 그 끔찍한 일로 언니 가슴은 타고 있어요.

안티고네 : 내가 가장 기쁘게 해야 할 일에서 나는 기쁨을 느낀다.

이스메네 : 성공만 한다면야, 하지만 안 될 일을 하려고 하거든.

안티고네 : 힘이 부치면 그만이야.

이스메네 : 하지만, 안될 일을 하려는 것은 억지여요.

안티고네 : 그따위 소릴 하면 나도 널 미워하게 되겠지만, 돌아가신 오빠에게서도 마땅히 미움을 받을 거야. 하지만 날 내버려 둬. 이런 끔찍한 일을 당해도 나 혼자만의 바보짓이야. 내 훌륭한 죽음을 뺏을 수 있는 벌은 없으니까.

이스메네 : 그럼, 작정한 일이라면 해요. 그런 일이 어리석긴 하지만, 언니가 아끼는 분[죽은 플류네이케스 오빠를 지칭함]에게 언니는 진정 사랑을 받겠지.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따로 퇴장)

 

코러스(노래)

 

햇빛이여, 일곱 성문의 테바이에

일찍이 보지 못한 빛나는 햇살이여,

오오, 황금의 날의 눈이여, 너는 드디어 왔구나.

너는 디르케의 흐름 위에 떠올라서

온 몸을 갑옷으로 싸고

아르고스에서 온 흰 방패의 전사도

너로 하여 일어나서

줄달음쳐 급급히 도망갔다.

폴류네이케스의 권리 주장 때문에

우리 나라에 항거하여

날카롭게 소리치는 독수리같이

눈처럼 흰 날개로 덮여서

무장한 대군으로

무수한 철갑을 세우고

우리 나라로 쳐들어왔다.

그는 우리들 처소 위에 멈추어

피에 굶주린 창으로

우린 일곱일곱의 성 문턱을 둘러쌌다.

그래도 입이 우리 선지피를 포식하여

헤파이스토스 신(神)의 횃불이 우리 성탑을 태워 없애기 전에,

그는 여기서 도망쳐 갔다.

그의 등 뒤에서는 아레스의 외치는 소리 높고

그는 그 적인 용(龍)과 씨름하듯, 거칠게 날뛰기만 하였다.

허풍을 떠는 것을

제우스 신이 싫어하시며

쩔렁대는 황금의 거만스런 자랑으로

그들이 크게 물결쳐 옴을 보시고

이제 성벽을 기어올라

승리를 외치려는 적을

신은 불꽃을 휘둘러

힘차게 때려 눕히셨다.

그는 땅에 쓰러져 구르며,

횃불을 손에 들고 미친 듯 날뛰어

격심한 미움의 폭풍으로 우리에게 덤벼 온다.

그러나 그의 위협도 뜻대로 이루지 못하고

또한 다른 적에게도

힘찬 아레스 신께서 우리를 도우사

그들을 다 패망시키셨다.

(후략)

1. 이 글에서 ‘안티고네’와 ‘이스메네’ 사이의 갈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말해 보자.

 

이끌어주기 :

제시된 작품을 꼼꼼히 읽으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학생 스스로 정답을 찾아 말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리고 두 자매가 갈등을 벌이게 된 원인을 제공하는 ‘크레온’,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아버지 ‘오이디푸스’와의 관련성도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배경 설명을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

 

예시답안 :

‘크레온’에 저항하다 죽은 오빠 ‘폴류네이케스’를 장사지내는 일을 두고 ‘안티고네’와 ‘이스메네’는 갈등을 벌이고 있다. ‘이스메네’는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가족들을 예로 들어가며 법을 어길 경우 자신은 비참한 죽음을 당할 거라며 오빠의 장례를 치르는 일에 나서지 않으려고 한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명령을 어길 경우 죽음을 당할 수도 있지만 부정한 명령에 맞서 자신의 의지를 실현하려고 한다. 이같이 두 사람은 법을 거길 것인가 지킬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2. 그리스 로마 신화 중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는 작품을 모둠별로 한 편씩 찾아보고, 그 작품이 지니고 있는 상징적인 의미에 대해 발표해 보자.

 

이끌어주기 :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특히 성서와 함께 서구 문학의 주요한 고전적 소재로 거듭 수용되었는데, 이는 이 신화가 가지고 있는 풍부한 상징적 의미에 내재한 보편적 가치 때문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경험이 있을 것이므로 쉽게 작품을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에게 미리 작품 한 편씩을 다시 읽거나 찾아오게 과제를 제시하고, 해당 활동 시간이 되었을 때는 모둠을 나누어 모둠별로 15분 정도 동안 작품의 상징적 의미를 생각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후 모둠별로 발표를 하게 하면서, 다른 모둠 구성원들의 질문을 받게 하여 그것의 타당성 여부를 가려 낼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모둠에서 찾은 작품 : 프로메테우스

줄거리 : 프로메테우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족인 이아페토스와 바다의 요정 클리메네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는 자주 제우스(Zeus)를 골탕 먹이곤 했는데, 어느 날 제우스의 명령을 받아 흙을 빚어 인간과 각종 동물들을 만들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글쓰기, 셈하기, 가축 기르는 법, 집짓는 법, 배를 만들고 항해하는 법등 인간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한편 그의 동생 에피메테우스는 형이 만든 개체에다 털, 발톱, 가시 따위의 무기 등을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모두 나누어 주는 바람에 맨 나중에 남은 인간에게는 나누어 줄 게 없었다. 에피메테우스는 형에게 달려갔고, 프로메테우스는 천상의 불을 훔쳐와 인간에게 주었다. 이 선물로 인하여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우월하게 되었다. 이 불을 가지고 인간은 다른 동물을 정복 할 무기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기술을 발명하고, 상업의 수단인 화폐를 만들 수 있게 된 것도 이 불의 혜택이었다.

 

그렇지만 그 벌로 정작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형벌을 받게 되었는데, 오케아노스 강 끝 코카서스 지방의 카우카소스(Caucasos)산 꼭대기에 쇠사슬에 묶여, 매일 독수리에 의해 간을 파먹히는 고통을 당하게 된 것이다. 그는 30여넌 동안 그 형벌을 받았으나, 간은 매일 다시 자라났기에 죽지 않았다. 제우스가 그를 죽일 수 가 없었던 이유는 그가 자신의 왕위에 대한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우스는 헤르메스(Hermes)를 그에게 보내 수 차례 설득을 했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프로메테우스 작품의 상징적 의미 :

프로메테우스는 ‘먼저 생각하는(깨닫는) 사람’이라는 이름처럼 선지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가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 주었고 이로 인해 인류가 전보다 더 우월하게 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러한 선지자적 면모를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그는 부당한 수난에 대한 영웅적인 인내와 독재에 반항하는 의지력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그가 그를 부당하게 지배하는 제우스의 뜻에 복종했더라면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히는 고통스러운 형벌을 끝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에 굴하지 않고 욕심 많은 제우스의 횡포와 냉혹함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 준 존재이다. 그가 겪는 고통의 이야기는 알베르 카뮈의 유명한 에세이인 ‘시지프스의 신화’에 수용된 바 있으며, 그의 선구자적 자기 희생과 압제에 맞서는 영웅적 용기와 의지는 윤동주의 시 ‘간’에 중요한 모티프로 활용되었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그리스 종교에서 티탄족 출신의 최고 책략가이며 불의 신으로 그의 지적인 면은 '미리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이름에서 강조된다. 일반적으로 믿어지는 바에 따르면 그는 최고의 장인(匠人)이 되었고, 이러한 인연으로 불 및 인간의 창조와도 관계를 맺었다. 그리스의 시인 헤시오도스는 프로메테우스와 관련된 2가지 주요전설을 이야기했다.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프로메테우스에게 속아서 고기 대신 뼈와 기름을 제물로 받은 주신(主神) 제우스가 인간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불을 감추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불을 훔쳐 다시 지상에 돌려주었다. 불을 훔친 대가와 인간에 대한 벌로 제우스는 판도라라는 여자를 만들어 에피메테우스('때늦은 지혜'라는 뜻)에게 내려보냈고 에피메테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경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도라와 결혼했다. 판도라가 자신이 가져온 단지의 커다란 뚜껑을 열었을 때 악과 고된 일과 병이 나와서 인간들 사이에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희망만이 그 안에 남아 있게 되었다. 헤시오도스의 또다른 이야기에서는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복수로 제우스가 그를 카프카스의 바위에 사슬로 묶고 독수리를 보내서 영원한 생명을 가진 간을 쪼아 먹게 하는데 그 간은 끊임없이 다시 회복되곤 한다. 프로메테우스는 아이스킬로스의 〈묶인 프로메테우스 Prometheus Bound〉에서 구체화되는데, 아이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인간에게 불과 문명을 가져다주었을 뿐만 아니라 생존 수단 이외의 모든 예술과 과학을 줌으로써 불과 문명을 보호하는 존재로 표현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티탄신족(神族)인 이아페토스와 바다의 요정 클리메네 사이에 태어난 아들. 신(神)과 사람에 관한 미래 지식의 소유자로 되어 있다.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거인 아틀라스와 에피메테우스의 형제이다. 제우스가 인간에게서 불을 빼앗아버렸을 때 제우스를 속여 불을 훔쳐서 인류에게 주었으며, 희생으로 바친 소를 신과 인간이 분배할 때 계략을 써서 신들이 기름덩이를 가지도록 하였다. 그 밖에도 그는 인간생활에 필요한 여러 가지 지혜와 기술을 가르쳐준 인류문화의 은인이었다. 그러나 제우스는 이를 벌하기 위해 인류 최초의 여성인 판도라를 만들어 프로메테우스의 아우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었는데, 에피메테우스가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아내로 삼음으로써 <판도라의 상자> 사건이 일어나 인간은 여러 가지 고통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제우스의 장래에 관한 비밀을 제우스에게 알려주지 않아 제우스는 그를 코카서스의 큰 바위에 묶어 놓고 독수리로 하여금 간(肝)을 쪼게 하였으나 밤이 되면 그 간이 다시 회복되어 다음날이면 똑같은 고통을 당해야만 하였다. 오랜 세월 끝에 헤라클레스가 독수리를 죽여 구원을 받았고 제우스와도 화해하였다. (출처 : 파스칼세계대백과사전)

 

오이디푸스 이야기

 

테바이의 왕 라이오스는 새로 태어나는 아들이 성장하면 왕위와 생명을 위협받을 것이라는 신탁의 경고를 받았다. 그래서 왕은 아들이 태어나자 한 양치기에게 맡기고 죽여 버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양치기는 어린아이를 잔인하게 죽일 수 없었고, 그렇다고 명령을 어길 수도 없고 하여 어린아이의 발을 묶어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어린아이는 이런 상태로 한 농부에게 발견되었다. 농부는 아이를 지주 부부에게 데리고 갔는데, 그들은 그를 양자로 삼고 오이디푸스라고 이름지었다. 오이디푸스란 ‘부은발’이라는 뜻이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라이오스는 시종 하나만을 데리고 델포이로 가던 중 좁은 길에서 이륜차를 몰고 가는 한 청년을 만났다. 청년이 길을 비키라는 왕명을 거부하자 왕의 시종은 청년의 말 한 마리를 죽였다, 청년은 크게 노하여 라이오스와 그 시종을 죽였다. 이 청년이 바로 오이디푸스였으니,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친아버지의 살인자가 되었던 것이다.

 

이 사건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테바이 사람들은 대로를 횡행하는 어떤 괴물 때문에 고통을 받게 되었다. 그것은 스핑크스라고 하는 괴물로서, 사자의 몸뚱이에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괴물은 바위 위에 웅크리고 앉아 길가는 사람을 불러 세운 다음 수수께끼를 냈는데, 그것을 풀면 무사히 보내 주지만 풀지 못하면 죽여버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수수께끼를 푼 사람은 아직 한 사람도 없었고, 모든 통행인이 피살되었다. 오이디푸스는 이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도 조금도 겁내지 않고 대담하게 시험해 보러 갔다. 스핑크스는 그에게 물었다.

 

“아침에는 네 발로 걷고, 낮에는 두발로 걷고, 저녁에는 세 발로 걷는 동물은 무엇인가?”

오이디푸스는 대답했다.

 

“인간이다. 인간은 어릴 때는 두 손과 두 무릎으로 기어다니고, 커서는 두 발로 서고, 늙으면 지팡이를 짚고 다니기 때문이다.”

 

스핑크스는 자기가 제출한 수수께끼가 풀린 데 굴욕을 느끼고 바위 밑으로 몸을 던져 죽어 버렸다. 테바이 사람들은 오이디푸스 덕분에 괴물로부터 해방된 것을 무척 고마워 하며 그를 왕으로 추대하고 선왕(先王)의 아내 이오카스테와 결혼하게 했다. 오이디푸스는 이미 자기의 아버지인 줄도 모르고 아버지를 살해했고, 이번에는 왕비와 결혼함으로써 자기 어머니의 남편이 된 것이다.

 

이런 무서운 사실이 밝혀지지 않은 채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테바이에 기근과 역병의 재난이 일어나자 사람들은 신탁에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 결과 비로소 오이디푸스의 이중(二重)의 범행이 백일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이에 이오카스테는 자살하고 오이디푸스는 미쳐서 제 눈을 후벼파고 테바이를 떠나 방랑길에 올랐다.

그는 모든 사람의 공포의 대상이 되고 버림을 받았으나 딸만은 그를 충실히 보살폈다. 오이디푸스는 오랫동안 비참한 방랑 생활을 계속하다가 마침내 불행한 생애에 종말을 고했다. (출처 : 토마스 불핀치, '그리스 로마 신화')

(1) ‘오디세이’가 실제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인지 신화인지 생각해 보고,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말해보자.

 

이끌어주기 :

신화는 한 민족이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게 해주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허구성을 핵심으로 하는 문학의 단계를 넘어선 것으로 본다. 한편 외부에서, 또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문학작품으로 볼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 활동을 할 때에는 신화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고, 이에 근거하여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한다.

 

예시답안 :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보는 입장 : 신화는 문학 장르의 분류상 설화의 하위 영역으로 분류되지만, 해당 민족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단순히 문학의 영역에 머물지 않고 진실의 영역, 또는 그 민족의 조상의 영역으로 인정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사실에 버금가는 기록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와 로마 지역 사람들에게 그리스로마 신화는 그들 조상들의 삶을 그린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

 

허구적인 신화라고 보는 입장 : 신화를 외부적인 관점이나 객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것은 허구성을 바탕으로 하는 문학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화, 전설, 민담과 함께 설화 장르에 속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는 신들의 이야기이지 인간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것은 허구성이 매우 강하며, 따라서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볼 수 없다.

(2) 고대인들이 ‘오디세이’와 같은 작품을 어떤 방식으로 전해 왔을지 생각해보자.

 

이끌어주기 :

고대시대의 문학은 표기 수단이 없는 시대의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이해하는 활동에 초점이 있어야 하겠다. 따라서 이 활동에서는 '구술 문학' 또는 '구비문학'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록 문학에 비해 구비 문학의 역사가 훨씬 길다는 점 역시 이 활동을 통해 알아야 하는 내용이다.

 

예시답안 :

문자가 없던 시기의 문학이었으므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즉 구전의 방법으로 전해내려 왔다고 할 수 있다. 구전의 방법은 기록에 의한 전승과는 본질적인 차이를 보여 준다. 그것은 적층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기본적인 화소(話素)는 그대로이되, 전달하는 사람과 그것을 전달받는 사람, 지역, 시대에 따라 내용의 다양한 변형이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해와 감상

 

안티고네는 크레온이 두 오빠 중 폴류네이케스를 반역자라고 해서 매장도 해 주지 않자 신(神)의 법칙에 따라 자신이 몰래 오빠를 매장하려 한다. 인간의 법칙을 무서워하지 않고 신만을 따르려는 안티고네는 의지의 인간상으로서 이 사건이 결국 많은 사람의 죽음을 불러왔지만, 크레온에게서 정당한 이해를 받고 많은 교훈을 주게 되는 것도 정의에 대한 안티고네의 불굴의 정신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인간이 만들어 놓은 법과 신의 율법, 국가와 개인, 국가와 가정은 대립되고 있는데, 그 중 신의 율법이 무엇보다도 일차적인 것이 된다. 그리고 크레온의 비굴과 고집에 대해서도 비판이 가해지고 있는데, 인간의 그러한 오만은 항상 신에 의해 벌을 받는다.(출처 : 한계전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심화 자료

안티고네(Antigone)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오이디푸스와 그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사이에서 태어난 딸이다. 오이디푸스는 자신이 아버지를 죽였고 아내 이오카스테가 자신의 어머니였음을 알고는 자신의 눈을 찔러 멀게 했다. 안티고네는 여동생 이스메네와 함께 아버지의 길안내자가 되어, 그가 테베에서 추방되어 아테네 근처에서 죽을 때까지 동행했다. 테베로 다시 돌아온 안티고네와 여동생은 왕위를 놓고 싸우는 두 남자 형제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를 화해시키려고 노력했다. 에테오클레스는 테베와 왕관을 지키려 했고 폴리네이케스는 테베를 공격하고 있었는데, 결국 그들은 모두 죽고 삼촌인 크레온이 왕이 되었다. 크레온은 에테오클레스의 장례식은 성대히 치렀지만, 폴리네이케스는 반역자임을 선포하고 그의 시체를 들에 내다버려 짐승의 밥이 되게 했고 이를 거역하는 사람은 사형에 처한다고 포고했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폴리네이케스를 사랑했고 크레온의 명령이 옳지 않다고 확신했기 때문에 그의 시체를 몰래 매장했다. 화가 난 크레온은 안티고네에게 처형령을 내리는 한편 지하감옥에 가두었고 그녀는 거기서 목을 매어 자살했다. 이런 일이 있은 뒤에 그녀의 애인이자 크레온의 아들인 하이몬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크레온의 아내 에우리디케도 자해(自害)하여 크레온은 파멸에 이르렀다고 하는데, 이러한 내용은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Antigone〉에 따른 것이고 에우리피데스에 따르면 안티고네는 하이몬과 도망쳐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소포클레스(Sophocles)

 

BC 496경 그리스 아테네 근처 콜로노스 ~ BC 406 아테네에서 생몰

아이스킬로스 및 에우리피데스와 더불어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소포클레스(Sophokles)는 인간 고뇌의 극한까지 묘사하여 온화하고 명랑한 인물에게서도 가장 순수한 비극성이 잠재되어 있다는 역설을 성립시켰다. 대표작으로 "안티고네(Antigone)", "엘렉트라(Elektra)", "오이디푸스왕(Oidipous Tyrannos)" 등이 있다.

그는 123편의 희곡을 썼지만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7편뿐이며,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은 〈오이디푸스 왕 Oedipus Tyrannus〉이다. 소포클레스는 고향 아테네가 문학적·정치적·경제적으로 절정을 향하여 발전해가고 있던 BC 5세기에, 복잡하고 모순된 경험을 고대 그리스의 다른 어떤 극작가들(위대한 동료 비극작가인 아이스킬로스와 에우리피데스를 포함하여)보다 깊은 통찰력을 갖고 심오하게 표현했다. 그는 희곡을 통하여 긴 생애 동안 최고의 존경을 받았을 뿐 아니라, 고전문명의 본질적인 요소를 영원히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연극으로 바꾸었다.

공직생활

소포클레스가 태어난 BC 496년경에 아테네 사람들은 불과 12년 전부터 새로운 형태의 제한된 민주정치를 실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은 BC 406년에 아테네는 스파르타와 힘을 합쳐 이 도시의 상업적·제국주의적 '폭정'을 뒤엎으려는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세력에 굴복하려 하고 있었다. 아테네의 민주주의도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소포클레스는 마지막 희곡인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Oidipous Epi Kolono〉에서 아테네 성벽 밖에 있는 고향마을 콜로노스와 대도시 아테네(당시 아테네는 BC 431년에 스파르타와 긴 전쟁을 시작하기 전으로, 아직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음)를 찬양했다. 아테네와 그 도시의 이상에 대한 소포클레스의 믿음은 아테네가 고통과 패배를 당하고 있을 때도 외국으로 이주하여 궁정에서 살라는 외국 왕들의 초청을 단호히 거절했다는 고대의 기록이 실증한다.

 

소포클레스가 청년이었을 때 일어난 사건이 그의 미래를 형성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는 몸매가 아름다웠고 운동능력이 뛰어났으며 음악에도 재주가 있었기 때문에, 16세 때인 BC 480년에 그리스가 페르시아군과의 살라미스 해전에서 거둔 결정적 승리를 축하하는 찬가(신에게 바치는 정식 합창곡)를 지휘할 사람으로 선발되었다. 아테네는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함으로써, 그후 50년 동안 안전을 확보했고 거대한 사업과 바다를 통한 팽창 및 문화적 업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이런 아테네 역사의 전환기에 소포클레스는 이미 공동체 행사와 종교의식에 적극 참여하고 뛰어난 예술적 재능을 발휘하여 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었다. 그의 시민생활에 관한 정보는 비교적 부족하지만 모든 정보가 이것과 일치한다. BC 442년에 그는 아테네 제국의 속국인 약 300여 개 나라에서 공물로 바치는 돈을 받아 관리하는 출납관으로 일했다. BC 440년에 그는 10명의 장군(군대 사령관인 동시에 고위 행정관) 가운데 한 사람으로 뽑혔다. 그리고 당시의 가장 위대한 지도자 페리클레스(?~BC 429)의 동료로서, 망설이고 있는 '동맹국들'을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원정에 참여했다. 그는 그후에도 2번쯤 장군으로 일했을 것이다. BC 421년경에는 한 군소신인 의술의 신을 기리는 종교단체의 사제로 활동하면서, 신성한 의사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바쳐진 뱀을 건축중인 신전이 완성될 때까지 자기 집에서 맡아 보관했다. BC 413년 83세의 소포클레스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받은 10명의 자문위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시칠리아 섬의 시라쿠사에서 참패한 아테네의 경제 회복과 국내질서 회복을 계획하는 일을 맡았다.

 

소포클레스의 생애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은 이런 몇 가지 사실뿐이다. 이 사실들은 소포클레스가 아테네와 그 도시의 정치·종교·사회 형태에 대해 뚜렷하고 확고하며 진지한 애착을 가졌다는 것을 암시한다. 일부 학자들은 BC 5세기에 이루어진 아테네의 세력팽창과 당파싸움 및 문화적 격변에 내재하는 문제들도 소포클레스를 전혀 괴롭히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그리고 그들은 고대 작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소포클레스의 성품은 '상냥'하고 '차분'했으며 관점은 (반동적이지는 않았지만) '정통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가 쓴 비극이 남아 있지 않았다면, 이런 결론은 충분히 받아들일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소포클레스는 부유한 집안(그의 아버지는 갑옷 제조업자로 추정됨)에서 태어난 유한계급의 신사였고, 고등교육을 받았으며, 우아함과 매력으로 유명한 세련된 사교가였고, 귀족 가문들과 허물없이 지내는 사이였으며 보수적인 정치가 키몬이나 애국적 역사가인 헤로도토스 같은 사람들의 친구였고, 자식복도 있었으며(그의 아들 가운데 하나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존경받는 비극작가가 되었음), 고대인이 말했듯이 아테네가 BC 404년에 마지막으로 항복하기 전에 '운 좋게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희곡들을 보면, 이런 사실과 그밖의 알려진 사실들은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실도 소포클레스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어떻게 느꼈으며 정치나 국민을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증명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아테네의 영광을 기뻐한 사람이 〈안티고네 Antigone〉에서 안티고네와 크레온의 대결을 꾀하거나 〈아이아스 Aias〉에서 그리스 지도자들에 대한 아이아스의 증오심을 표현한 것은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또한 단순히 '상냥'한 사람이 타락한 오이디푸스나 사회에서 따돌림받는 불건전한 필록테테스나 비통하게 울부짖는 엘렉트라 같은 등장인물을 창조할 수 있었다는 것도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이다.

비극

결국 소포클레스의 생애에서 가장 결정적인 사실은 그가 쓴 비극이다. 그는 아테네에서 해마다 열리는 디오니소스 대축제에서 상연할 희곡을 쓰고, 연극에 삽입할 음악과 무용을 고안하고, 그의 연극에 출연할 모든 배우와 합창단원들을 지휘하고 훈련시켰으며, 때로는 직접 역을 맡아 연극에 출연하면서 생애의 마지막까지 65년을 보냈다. 그는 28세 때인 BC 468년에 축제용 극작 경연대회에서 위대한 아이스킬로스를 물리쳤고, BC 450년까지 계속해서 24편의 희곡을 썼다. 그리고 그때쯤 그는 이미 전통적 비극 형식을 부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었다. 그는 아이스킬로스의 3부작 형식을 각각 완전한 형식을 갖춘 3편의 희곡으로 바꾸었고, 아이스킬로스는 대사를 말하는 배우 2명을 채택했지만, 그는 여기에 3번째 배우를 추가하여 극적 갈등의 범위를 넓혔고, 합창단의 비중을 줄였다. 이러한 혁신은 비극의 근본적인 기법과 격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 혁신을 통하여 소포클레스는 그의 독특한 표현수단, 즉 응집력과 지속적 긴장감을 지닌 상황 속에서 다양한 성격묘사와 의미를 압축해서 보여주는 1시간 남짓한 복합극을 완성할 수 있었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 Poetics〉(BC 335경)에서 소포클레스를 다른 비극작가들보다 높이 평가하고 〈오이디푸스 왕〉을 그의 대표작으로 선정한 것은 바로 이처럼 완벽한 형식 때문이다.

 

소포클레스는 축제를 위해 통틀어 123편의 희곡을 썼다. 축제용 극작 경연대회에 참가하도록 선발된 작가들은 한 번의 축제에 각각 4편씩의 희곡을 상연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그는 30여 차례나 대회에 참여한 것이 분명하다.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그는 유명한 그리스의 3대 비극작가 가운데 가장 분명하게 창조적이었다. 그는 동시대인이면서 그보다 선배인 아이스킬로스나 후배인 에우리피데스보다 훨씬 오래 활동했다. 그는 더 많은 작품을 썼고, 두 사람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두었다(아이스킬로스는 13번 정도였고, 에우리피데스는 5번이었던 반면, 그는 무려 24번이나 우승했음). 그리고 당시는 문학과 그밖의 예술이 전무후무할 만큼 화려하게 꽃핀 시대였다. 그가 쓴 비극 가운데 지금까지 남아 있는 것은 7편뿐이다(그밖에 절반만 남아 있는 가벼운 사티로스 극, 단편 일부, 그리고 90개의 제목이 남아 있음). 이 작품들은 소포클레스의 내적 경험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며, 그의 태도와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각 작품이 언제 씌어졌는가를 알 수 있다면, 그의 발달 과정을 순서대로 개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제로는 2~3편의 작품에 대해서만 상당히 확실한 제작 연도가 알려져 있고, 이들 작품은 변화나 발전보다는 변함없는 일관성을 보여준다. 일부 학자들은 동의하지 않겠지만, 소포클레스의 작품 7편의 관점은 모두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적절할 듯하다. 소포클레스의 주요주제는 위기, 특히 고통이나 그 고통의 절정인 죽음의 위기이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불행과 고통 및 죽음은 결코 우발적인 것이 아니며 '슬프지도' 않고 무의미하지도 않다. 불행과 고통 및 죽음은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거짓된 삶에서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는 변화)를 낳거나 변화의 조짐이 된다. 죽음 같은 고통(정신이나 육체의 고통, 또는 정신과 육체의 고통)은 더 커진 이해력과 더불어 '재생'으로 이어진다. 이 과정은 디오니소스 신의 모습으로 나타난 황홀경과 번식 및 성장의 변형력(디오니소스 연극 대축제 자체가 이 힘을 찬양하는 축제였음)과 비슷하다. 이것은 또한 가까운 엘레우시스에서 열린 신비의식(비밀의식과 환상)의 정신적 기본내용과도 비슷하다. 소포클레스는 이 신비의식에 입회했음이 거의 확실하다.

우주

소포클레스의 희곡은 (신이나 자연력의 작용보다) 대표적인 인간상들간의 상호작용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등장인물과 관객을 시작과 변화의 과정 속에 끌어들인다. 그러나 전체적인 전개나 유형은 많은 등장인물(그리고 관객)의 경험뿐만 아니라 각 희곡의 형태를 낳은 바탕이기 때문에, 인간상 자체보다 더 근원적이다. 이 역동적 유형은 소포클레스가 생각했듯이 우주 전체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의 세계관, 또는 우주관은 그리스도교나 근대과학의 우주관을 비롯한 어떤 우주관과도 다르며, '신'이나 '역사', 또는 '물질'이나 '운명'과 비슷한 것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다. 그의 우주관은 다원적('신성'·'시간'·'자연'·'필연성' 같은 다양한 힘의 상호작용, 또는 다양한 힘 사이에 생기는 긴장관계)이다. 우주는 이런 힘들이 질서 있게 조정되거나 율동적인 일정한 형태를 이루는 것이며, 여기에서 비극의 줄거리에 기본적으로 내재해 있는 기쁨과 절망, 삶과 죽음의 엇갈림이 나온다. 이 우주는 근대적 관점에서 보면 '신적'인 동시에 '자연적'이고, '비개인적'인 동시에 '개인적'이다. 우주를 응집력 있는 하나의 통일체로 보든 추진력으로 보든 우주는 영속성을 갖고 있다. 희곡에서 우주를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상징은 신들이다. 신들은 영원한 힘과 현실의 구조를 구현한 화신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반면에 인간은 이런 힘과 구조에서 차단되어 있고 시간과 변화 및 고통과 죽음에 종속되어 있기 때문에 어두운 무지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우주의 질서와 확실하게 접촉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시간과 고통 및 죽음을 통해서이다. 이것이 소포클레스가 쓴 비극의 주요주제이다.

 

7편의 비극은 각각 이 과정의 한 단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과정 전체도 어렴풋이 보여준다. 주인공은 줄거리 속에서 일찍 죽을 수도 있다(아이아스나 안티고네처럼). 주인공이 죽은 뒤, 희곡의 대부분은 그 죽음이 등장인물을 어떻게 정당화했으며, 그것이 남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살아남은 사람들(관객을 포함하여)에게 어떻게 새로운 인식을 가져오는지를 보여준다. 또는 고통이 갑자기 출현하여 비극적인 결말을 맺을 때까지의 사건전개와 동기의 뒤섞임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도 있다(〈오이디푸스 왕〉, 〈트라키스의 여인들〉·〈안티고네〉의 크레온). 또는 불행하게 지속되다가 마침내 잔인하지만 꼭 필요하고 정당한 행동으로 끝나는 과정을 보여줄 수도 있다(〈오이디푸스 왕〉의 끝부분과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전체에서 오이디푸스가 한 행동, 〈엘렉트라〉·〈필록테테스〉).

죽음

우주의 작용은 생명을 낳고 인간성을 성취하지만, 항상 죽음과 고통으로 자신을 나타내기 때문에 두렵다. 소포클레스의 어떤 등장인물들은 당연히 끔찍한 시련을 피하려고 애쓰며, 어떤 등장인물들은 거기에 압도당한다. 또 어떤 등장인물들은 적어도 어느 정도 그 시련에 맞서서 대항한다(오이디푸스, 안티고네, 필록테테스). 그러나 그들이 아무리 시련에 대항해도, 주인공(그리고 일부 조역들)은 결국에는 모두 죽는다. 데이아네이라, 이오카스테, 에우리디케, 하이몬, 그리고 콜로노스의 신성한 무덤 속에 누워 있는 오이디푸스처럼 대다수의 주인공은 육체적으로 죽는다. 또한 다른 주인공들은 상징적으로 죽는다. 예를 들어 동생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절망에 빠진 엘렉트라, 자기 섬에 남겨질 것을 죽기보다 더 두려워하는 필록테테스, 아들과 아내를 잃은 크레온, 자신이 지은 죄를 깨닫고 스스로 눈을 찔러 장님이 되는 오이디푸스가 그런 주인공이다. 그리고 적어도 두 사람은 상징적으로 죽는 동시에 육체적으로도 죽는다. 굴욕적으로 체면을 잃은 아이아스의 삶은 살 가치가 없어지지만, 그는 자살을 통해 고귀해진다. 안티고네가 크레온의 부당한 포고령에 저항하기로 결심한 것은 결국 감옥에서의 자살을 예시해준다.

 

죽음의 형태가 어떠하든, '죽음'은 가장 의지가 확고한 등장인물의 예상도 초월하여 나타나는데, 이것은 진리와 보다 더 가깝게 접촉하여 자아의 새로운 영역으로 전환된다. 이러한 방법에 있어서 죽음은 '삶'의 포기에 의해 더 진실한 인간, 보다 더 본질적인 자아를 뜻하는 것이며, 이것은 자아를 초월하여 현실을 받아들이기 위한 증거가 된다. 오이디푸스와 아이아스 및 헤라클레스를 비롯한 여러 주인공들은 불의 시련을 겪는 인류를 상징한다. 그러나 이 불 속에서는 모든 점에서 더 커진 인물이 나온다. 불의 시련을 이겨낸 사람은 더 사납고 더 부드러우며, 더 강인하고 더 복잡하고 더 잔인하고 더 고귀해진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은 사실상 실제보다 과장되어 있다. 그들은 '신화적' 자아가 된 것이다.

신화적 진리

소포클레스의 비극에서 신화는 진리를 상징한다. 주인공은 자신의 삶 전체의 신화나 유형을 배우고 결국에는 받아들이게 된다. 그리고 이런 지식과 수용은 일찍이 주인공을 좌절시킨 가혹한 경험을 분명히 설명해준다(필록테테스, 2편의 희곡에 나오는 오이디푸스, 헤라클레스, 그리고 어느 정도는 〈트라키스의 여인들〉에 나오는 데이아네이라). 또는 신화적 유형이 작품의 전체 줄거리에만 분명히 드러나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관객은 그 의미를 이해하지만 특정한 등장인물은 그 신화적 유형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아이아스, 엘렉트라, 안티고네). 예언자들과 신탁은 모든 희곡에서 이 신화적 진실을 밝힌다. 게다가 소포클레스의 모든 비극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우주의 작용은 그것의 신화적 유형과 동등하다. 그러나 소포클레스가 전통적인 이야기들을 얼마나 자유롭게 각색하여 희곡을 만들었으며, 그가 생각해내어 이용한 신화가 그 자신의 특정한 주제와 어떻게 뒤얽혀 있고, 겉으로 드러난 '줄거리'의 윤곽을 제시하기는커녕 그 가닥조차 잡을 수 없을 만큼 다층적인 희곡을 낳았는가를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그의 등장인물들이 본질적·신화적 자아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소포클레스가 상상해낸 오이디푸스는 전설에 나오는 모순된 '오이디푸스'('인간들 가운데 가장 행복하고 가장 비참한 인간', 수수께끼를 푸는 사람, 장님, 폭군, 왕, 범죄자, 추방자)이지만, 동시에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공격적이면서도 너그럽고, 오만하고, 진리에 몰두하고, 열정적인 인물)가 되었다.

자유와 책임

소포클레스의 등장인물들은 우주를 분열시키는 작용과 맞선다. 따라서 우주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소포클레스의 견해나 모든 장면에서 서로 생생하게 대결하는 개인들이 어느 정도의 자유와 자율성 및 책임을 갖느냐에 대한 그의 견해를 둘러싸고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거의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소포클레스는 이런 문제들을 제거하는 대신 극화하고 싶어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가정일 것이다. 그의 비극에 등장하는 남자와 여자는 뚜렷이 묘사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대다수가 자유 행위자들이다. 그러나 그들의 태도와 보편적 원리, 도덕적 특성, 사회적 역할 따위를 보여주는 '전형'이기도 하다. 소포클레스에게는 자유로운 결정과 우주의 필연성 사이에 어떤 모순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테네에서는 민주주의의 확대(BC 460년대 이후)와 더불어 개인의 자율성도 발전했을 것이다. 그는 이 새로운 자율성을 무대로 가져왔다. 그러나 그는 신성한 사회적 진리가 참신함과 다양성 및 개성으로 인해 희미해지는 것을 보는 대신, 번화한 도시 한가운데에서 영원히 새로운 그 진리의 의미를 재발견했다. 그의 우주는 결국 인간을 배제하지 않고 인간을 포함한다. 신이나 사실이 인간에게 아무리 이질적으로 여겨지고 잔인해 보일지라도, 그것의 진리는 인간 존재의 신비로운 책임을 가리키고 있다. 오이디푸스는 숙명이 마치 외부에서 강제로 부과된 것인 양 숙명을 피해 달아났다. 그러나 그는 그 숙명이 자신의 현실임을 깨닫는다. 인간은 진실을 자기 '밖'에 놓고 우주와 싸움으로써 진실에서 벗어난다. 인간이 단순히 '개인'이나 '자아'라면, 이 싸움은 인간을 파멸시킬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비극은 이 싸움이 자아를 파괴하지만 그럼으로써 파괴할 수 없는 정신을 낳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소포클레스가 죽은 뒤에 초연된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는 이 점을 가장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다. 장님이 된 오이디푸스는 불행과 쇠약과 고통이 극한에 이르렀을 때 이 곤경에서 '다시 태어난다'. 그가 다시 태어난 것을 알려주는 징후는 말하는 능력(설득·명령·예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 그는 새로 얻은 인식을 통해 다른 모든 사람들 위에 우뚝 서서, 길을 '보고' 비밀 장소로 다른 사람들을 안내한다. 그리고 그곳에 이르자, 오이디푸스는 영원한 수호신으로 그를 바꾸어줄 초자연적인 죽음 속으로 조용히 사라진다.

태도와 성격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대한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하면, 소포클레스라는 인물에 대한 몇 가지 결론을 끌어낼 수 있게 된다.

정치와 공동체

소포클레스의 희곡 가운데 당시의 문제를 당파적으로 편협하게 다루거나 정치적 의도에 짜맞춘 작품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이다. 그러나 소포클레스의 비극은 몇 가지 다른 의미에서 '정치적'이다. 그의 희곡들이 지지하고 있는 것은 개인, 국내 관계, 정부와 사회, 그리고 우주의 전체 질서라는 유기적 통일체에 바탕을 둔 아테네 공동체와 민주주의의 정화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권력을 찬탈하거나 남용하는 것, 또는 남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이 친밀한 통일체를 어지럽힌다. 그러나 소포클레스는 똑같이 타당한 수많은 의견들을 '민주적으로' 나열하는 대신, 대다수의 사람은 지혜가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항상 무지와 착각 및 어리석음과 충돌하는 진리를 제시한다. 그의 희곡에는 생각과 계획, 결정 및 의사 전달의 결점과 실수(남의 판단을 그르치는 보고와 믿을 수 없는 소문, 거짓된 낙관론, 광기, 성급한 판단)를 극화한 장면이 많다. 이것은 대중이 정책을 결정하고 사법권을 행사하는 아테네 체제의 약점과 인간 지식의 한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소포클레스는 힘없는 사람들의 비참함과 전쟁의 공포, 노예 상태, 폭정 및 배신의 공포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평화주의자나 노예 제도 폐지론자가 아니었고 급진적 민주주의자도 결코 아니었다.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과 연민 및 동정 따위의 '사회적' 미덕은 그의 희곡에서 가장 높이 평가되는 가치가 아니다. 소포클레스가 특정한 사건들(그가 직접 참여한 사건들조차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그가 삶의 불행이 나오는 원천을 정치 체제가 아닌 다른 곳에 둔 것은 분명하다. 그는 정치적 혁신을 통해 삶의 불행을 극복할 수 있다고는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의 우주와 그가 쓴 비극은 BC 5세기의 그리스 세계와 마찬가지로 피할 수 없는 무자비한 권력투쟁, 인물과 국가의 예측할 수 없는 부침(浮沈), 그리고 행복은 논리적 계산으로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시인으로서의 소명

아테네의 디오니소스 축제는 비영리적이고 종교적인 행사였지만 경쟁이 치열했다. 일부 학자들은 소포클레스가 주로 '연극인'으로서 이 축제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가장 큰 희곡을 썼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가 쓴 비극은 아이스킬로스나 에우리피데스의 일부 작품보다는 대중의 지지에 노골적으로 호소하지 않는 듯하고, '오락적'일 뿐 아니라 그에 못지않게 '교훈적'이었다. 소포클레스는 비극이 관객에게 삶의 매우 중요한 지혜를 주어야 한다고 믿었던 게 분명하다. 그러므로 그는 자신의 작품을 예술로써 자연을 대체하거나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행위로 보지 않았으며, 그 자신을 압도하는 우주적 질서의 산물로 여겼다. 그는 예언자나 신탁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뛰어넘는 어떤 힘의 대변자 그러나 극작 기법에 관한 이론적 논문까지 쓴 자유롭고 자율적인 대변자였고, 그 힘은 그의 세계관을 완전히 표현하는 복잡하고 율동적이며 건축학적인 구조를 가진 언어로 표현되었다. 소포클레스가 언젠가 예술의 여신인 뮤즈를 기리는 문학 단체를 결성했을 때, 그는 시에 영감을 주는 힘과 그것을 언어로 표현하는 인간 정신의 힘에 대한 헌신을 강력히 주장했던 것이 분명하다. 시에 대한 소포클레스의 개념에서 인간과 우주는 상호 의존적이다. 인간의 언어는 진리의 영역 속에서 살 수 있고, 세계의 질서를 파악하여 그것을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며, 그럼으로써 인간의 본질적 자아를 지적할 수 있다. 문헌에 기록된 소포클레스의 마지막 활동은 BC 406년에 디오니소스 축제가 열리기 전에 죽은 경쟁자 에우리피데스의 공개 장례식에서 합창단을 지휘한 것이었다. 이것은 참으로 소포클레스다운 일이었다. 소포클레스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시극에서 이룩한 업적만이 아니라 시극 자체에 대한 헌신을 강조했다.

종교

소포클레스의 종교적 태도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은 다양하다. 일부 학자들은 그를 인도주의자라고 부르고, 다른 학자들은 그를 정통적이고 경건한 신앙인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현실과 자신의 직업에 대한 그의 인식에 비추어보면, 이런 해석은 둘다 적절하지 않다. 그의 희곡들은 우주의 신성에 경의를 표한다. 극작가로서 그는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종교(그리고 특히 디오니소스 숭배)에 봉사하고 있었다. 그가(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이) 평생 동안 종교의식에 헌신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기록에 따르면 헤라클레스를 기리는 신전까지 세웠다고 한다. 그가 죽은 뒤에는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봉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 자신이 영웅으로 추앙받았다. 그러나 그의 희곡들은 비록 델포이에 있는 아폴론 신탁소의 신탁이 진실이라고 가정하고 있지만, 어떤 특정한 숭배 대상이나 신을 존경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 실제로 그의 희곡들은 인간의 정의 및 미덕과 신의 관계가 갖는 모든 다의성을 극화하고 있다. 소포클레스는 근대 용어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고대 그리스 고유의 포괄적 종교에 몰두해 있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그는 영원한 힘에 대한 두려움 속에서 살았지만, 그 힘 앞에 굴복하지는 않았다. 금욕주의자도 아니고 신비주의자도 아닌 소포클레스는 아테네라는 지역에 한정된 자신의 삶 전체로 신성을 인정했다. 그는 초자연적인 미지의 힘을 자신의 질서정연한 우주 속에 받아들였다. 그는 이따금 완전하고 숭고한 조화를 낳는 삶과 죽음의 뒤틀린 엇갈림에 경의를 표했다. 숙명론자도 금욕주의자도 아니고 모든 것을 체념하지도 않았던 그는 잔인한 필연성 속에서 인간의 성취를 발견했다.

성격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드러나 있는 인간은 고대인과 현대인이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인간상을 인상적으로 풍부하게 집대성했지만,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희곡의 예술적 기교와 제어 장치가 그 속에 내재하는 기본적인 원동력이나 어둠과의 긴장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듯, 소포클레스의 외적인 침착함 및 냉정함과 내적인 엄격함 및 열정 사이에는 사실상 모순된 관계가 존재한다. 그의 희곡들은 오랫동안 일관성을 유지했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한 존경을 정당화하지만, 곤혹스러울 정도의 다양성은 그가 모든 각도에서 경험을 관찰하고자 했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의 희곡은 그가 본래 긍정적인 인물이라는 전통적 의견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희곡의 줄거리에는 완전한 고통과 절망이 드러나 있어서, 그가 '정통파'라면 당시 널리 퍼져 있던 악덕에도 불구하고 그가 강한 개인적 신념을 갖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가 '평정'하다면, 그것은 죽음과 고통이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사태를 실제로 직면한 뒤에야 비로소 얻을 수 있는 평정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T. Woodard 글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오이디푸스(Oedipus)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테베의 왕으로, 자신의 부모인 줄 모르고 아버지를 살해한 뒤 어머니와 결혼했다. 호메로스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오이디푸스와의 진정한 관계가 밝혀지자 목을 매어 자살했으나 오이디푸스는 죽을 때까지 테베를 통치했다고 한다. 호메로스 이후 오이디푸스에 관한 내용은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 Oedipus Rex〉·〈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 Oedipus Coloneus〉가 유명한데, 강조점이나 구체적인 사항에 있어 예전과 다소 차이가 난다. 전설에 따르면, 테베의 왕 라이오스는 아들에게 살해될 것이라는 신탁을 들었다. 따라서 아내 이오카스테(호메로스 서사시에서는 에피카스테)가 낳은 아들을 키타이론 산에 버렸다. 그때 그는 아이의 두 발목을 한데 못질했으며, '부풀어오른 발'을 의미하는 오이디푸스라는 이름은 거기에서 유래된 것이다. 아이는 한 목동에게 발견되었고, 코린트의 왕 폴리보스의 양자가 되어 자라났다. 청년이 되어 델포이를 방문한 그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게 될 운명을 갖고 태어났다는 것을 알게 되어, 결코 코린트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심으로 방랑의 길에 올랐다. 테베로 가던 중에 만난 라이오스가 싸움을 걸어 결국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를 죽이게 되었다. 여행을 계속하던 중 그는 스핑크스가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아 수수께끼를 내서 풀지 못하면 죽여버림으로써 테베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오이디푸스가 그 수수께끼를 풀자 스핑크스는 자살했다. 이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테베의 왕이 되었으며 미망인이 된 왕비 이오카스테, 즉 그의 어머니를 취하게 되었다. 그들 사이에서 에테오클레스·폴리네이케스·안티고네·이스메네 등 4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그후 진실이 밝혀지자 이오카스테는 자살했으며, 오이디푸스는(다른 출전에 따르면) 자신의 눈을 찔러 눈을 멀게 한 다음, 처남 크레온을 섭정으로 남기고 딸 안티고네·이스메네와 함께 나라를 떠났다고 한다. 마침내 그는 아테네 근처 콜로노스에서 죽었으며, 그곳 땅이 그를 삼켰고 그는 땅의 수호신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오이디푸스 전설은 역사적인 사실을 기초로 한 것일 수도 있으나, 민담의 요소를 빼면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오이디푸스 이야기는 알바니아·핀란드·키프로스·그리스 등의 민간설화에도 나온다. 이 고대의 이야기는 대단한 극적 매력을 지녀, 세네카를 거쳐서 피에르 코르네유, 존 드라이든, 볼테르 같은 극작가들에게 전해졌다. 20세기에도 그 인기는 퇴색하지 않아, 이고리 스트라빈스키의 세속적인 오라토리오 〈오이디푸스 왕 Oedipus Rex〉, 앙드레 지드의 〈외디프 Oedipe〉, 장 콕토의 〈폭탄 La Machine infernale〉 등도 이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아들이 어머니에 대해 애정의 감정을 느끼면서 아버지에 대해서는 질투와 혐오를 지니는 경향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라고 했는데, 실상 이것은 오이디푸스의 행동 동기나 성격을 좌우한 감정과는 상관이 없는 얘기이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Oedipus complex)

정신분석이론에서 이성 부모에 대한 성적 접촉 욕구나 동성 부모에 대한 경쟁의식을 가리키는 말로 정상적인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단계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 Die Traumdeutung〉(1899)에서 이 개념을 도입했다. 이 용어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테베의 영웅 오이디푸스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는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했다. 여성에게 나타나는 이와 비슷한 현상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고 하는데 이 용어는 자기 어머니의 살해를 도운 또다른 신화 속의 인물 이름을 딴 것이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약 3~5세 아동들의 특징으로 보았다. 그는 보통 이 단계가 아동이 자기자신을 동성 부모와 동일시하고 자기의 성적 본능을 억제하게 되었을 때 마무리된다고 했다. 부모와의 이전 관계가 비교적 애정이 깊고 심리적 외상이 없으며 부모의 태도가 지나치게 금압적이거나 자극적이지 않았다면 이 단계는 조화롭게 지나간다. 그러나 심리적 상처가 있었다면 '소아 노이로제'가 일어나며 이는 아동이 성인기가 되어서도 비슷한 반응을 보일 수 있는 중대한 전조가 된다. 성인의 의식있는 정신을 지배하는 도덕적 요인인 초자아도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다. 프로이트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대한 반작용을 인간정신의 가장 중요한 사회적 성취라고 생각했다.(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

엘렉트라는 그리스어로 '현명한 자'라는 뜻으로 그리스 전설에 나오는 인물로 아가멤논과 클리템네스트라의 딸이다. 아버지가 살해될 때 동생 오레스테스를 멀리 보내 그의 생명을 구했다. 동생이 돌아왔을 때 어머니와 정부를 살해하는 것을 도왔다. 그리고 동생의 친구 필라데스와 결혼했다.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가 쓴 〈엘렉트라〉라는 동명 희곡과 아이스킬로스의 〈코이포로이 Choephoroi〉는 주제에 있어 얼마간의 차이를 보인다. 그밖에도 유진 오닐의 희곡 〈상복이 어울리는 엘렉트라 Mourning Becomes Electra〉(1931)를 비롯해 엘렉트라를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이 있다.

 

여기서 유래된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는 여자아이가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으면서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고 질투하거나 적대시하는 경향으로 프로이트가 제시한 이론으로 융에 의해 명명되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에서 생식기 단계(phallic stage:3~5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그의 학문체계에서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대비가 되지만 그것만큼 중요시되지 않고 있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이 단계의 여자아이는 자신의 성기(clitoris)에 관심을 갖는데 남자아이의 성기(penis)에 비해 열등감을 느끼고 그것을 선망하게(penis envy) 된다. 그러나 남자와 같아지려는 희망을 포기하고 거세(castration)된 사실을 받아들이면서 아버지를 사랑하고 어머니에 대해 반감을 품게 된다.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어머니와 자신을 동일시하고 초자아(superego)를 발전시킴으로써 해소되어 다음 단계인 잠복기로 넘어가는데 이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노이로제의 주요원인이 된다. 엘렉트라는 그리스 신화의 인물로,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情夫) 아이기스토스를 살해했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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