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안전에 관한 속담 / 이규태

by 송화은율
반응형

안전에 관한 속담 / 이규태

 

좋은 사위감이거나 머슴감을 고를 때 그 인성 - 곧 사람 됨됨이를 은밀히 살피는 전통 관습이 여러모로 발달돼 있었다.

여름날 보슬비 내리면 물괭이 들고 논물을 보는 체하고 들판에 나아가 빗속에 일하는 장정을 보면 이를 마음 속에 찍어둔다. 보슬비 내리면 옷은 좀 젖지만 덥지 않아 볕이 쨍쨍한 날보다 몇곱절 일하기에 좋고 능률도 오른다. 하지만 게으르고자 하는 본성이 비 내린다는 구실을 빌미삼아 들판에 나오게 하지 않는다. 그래서 보슬비 속에 나와 일하는 장정이 좋은 사위 좋은 머슴감으로 찍히게 마련인 것이다. 이렇게 찍히면 그 후보자와 도시락을 더불어 먹을 기회를 만든다. 도시락이란 담긴 밥 분량에 비해 간장종지에 담긴 반찬이 부족하게 마련이다. 잘 가늠해서 먹지 않으면 맨밥을 먹게 되므로 이를 계산하고 먹어야 한다. 그래서 밥이 남거나 반찬이 남거나 하면 매사에 계획성이 없는 사람으로 사위나 머슴감의 물망에서 소외되게 마련이었다. 이렇게 사람 됨됨이에서 근면성과 계획성을 인정 받으면 조심성 테스트를 받게 된다. 이 후보자가 징검다리 없는 냇물을 건너려면 바짓가랑이를 물에 젖지 않게 하고서 건너야 한다. 그 바짓가랑이를 무릎위까지 걷어올리고 건너면 조심성이 있다고 판정되고 그 바짓가랑이를 두손으로 추켜들고 기우뚱거리며 건너면 조심성이 없는 것으로 판정받았다. 또 짐지고 가다가 쉴 때 지겟작대기를 평지에 아무 데나 괴고 받치면 조심성이 없는 것으로, 지겟작대기를 돌부리를 찾아서 받치면 조심성 있는 인성으로 판정을 한다.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우리 일상의 생활관습은 이 밖에도 비일비재하다. 부모나 상전에게 올리는 세숫물은 반드시 그 앞에서 손을 담가 안전 수온임을 보여드리는 것이 도리로 돼있었다. 곧 안전은 전통사회의 인간 됨됨이의 조건에서 3대 요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래서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속담도 우리 나라처럼 많은 나라도 드물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걸어라 하고 얕은 내도 깊게 건너라 한다. 구운 게도 다리를 떼고 먹어라 하고 식은 죽도 불어 먹어라 하며 무른 감도 쉬어 가며 먹고 아는 길도 물어 가며 냉수도 불어 먹어라 한다. 설마가 사람 죽이며 개미 구멍이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고 작은 안전소홀이 대참사를 유발하는 이치를 속담에 담아 경고했다. 안전문화가 철저했기에 안전속담이 많았는지 안전문화가 빈약했기에 안전속담이 많아졌는지 알 길은 없다. 다만 현대를 사는 인간 조건으로 우리 옛 조상들이 비중을 크게 두었던 조심성이 새삼스러워지는 것이다. <이규태: ‘安全俗談考에서>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