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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의 개념과 특성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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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장의 개념과 특성

 본문

 역대의 왕조들은 개국의 위업을 찬양하고 제왕의 덕을 기리며 천하의 태평을 구가하는 의식악(儀式樂) 및 연악(宴樂)을 필요로 하였다. 이와 같은 궁중 악곡에 실리어 가창 혹은 음영된 시가를 악장이라 한다. 그러한 넓은 의미의 악장은 고대 국가 성립기부터 있었을 터이나 온전한 모습으로 전해지지 않는다. 고려 시대에는 전통 음악인 향악과 중국계 음악인 당악(唐樂)이 국중악으로 함께 사용되었으며, 다수의 악장이 창작되는 한편 민간 가요의 궁중악화(宮中樂化)의 현상도 활발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은 조선 초기의 구악(舊樂) 정리 과정에서 가사가 제거 혹은 개작되어 자세한 모습을 알기 어렵다. 따라서 오늘날 일반적으로 말하는 좁은 의미의 악장은 조선 왕조의 창업과 번영을 송축하기 위하여 15세기에 주로 만들어진 궁중 악가(樂歌)를 뜻한다.

 

악장의 기본적 속성이 왕조의 존엄성을 예찬하고 숭고한 정치 이상을 펴는 것이었던 데다가 유교에서는 예악(禮樂)의 교화적 기능을 특히 중시하였기 때문에 조선조의 악장은 전반적으로 강렬한 이념성,교훈성을 보인다. 그것은 국가적인 기억과 지향을 노래하는 것이기에 개인적 사정과 다른 공식성을 바탕으로 개국의 역사적,도덕적 필연성과 왕조의 무궁한 번영을 예찬하는 찬가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점에서 악장은 교술적인 시가의 일종으로 파악된다.

 

현존하는 악장류 작품들은 그 표현 언어와 형태 및 규모가 다양하다. 악장에는 순전한 한시로 된 것과 함께 [납씨가(納氏歌)], [정동방곡(靖東方曲)], [문덕곡(文德曲)] 등과 같이 여러가지 한시 형태에 국문으로 토를 단 것이 있는가 하면, [신도가(新都歌)],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처럼 우리말의 표현력을 잘 구사한 국문시가도 있다. 또한 [상대별곡(霜臺別曲)],[화산별곡(華山別曲)]은 경기체가의 형식을 빌렸으며, [신도가(新都歌)]는 일정한 율격 유형을 롹기 어려운 7개의 시행 사이에 '아으 다롱디리'라는 고려 가요류의 여음을 넣은 단형 가요의 형태를 취했다.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 및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이들과는 달리 대구로 이루어진 연이 길게 중첩되는 장편 찬가이다.

 

내용상으로 볼 때 조선조의 악장들은 천명론(天命論)과 유교적 덕치주의의 이념으로 왕조 건국의 필연성을 강조하면서 개국 시조들을 일종의 문화적,도덕적 영웅으로 예찬하는 성향을 보여 준다. 그 중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는 목조(穆組),익조(瀷祖),도조(度祖),환조(桓祖),태조(太祖),태종(太宗)에 이르는 건국 초기의 사적이 15세기 국어의 섬세한 표현력을 바탕으로 인상깊게 점묘되어 있는 대작이다. 한편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은 나머지 작품들과 달리 왕조의 영광을 노래한 악장에는 넣을 수 없는 것이지만, 찬가로서의 공통적인 자질과 [용비어천가(龍飛御天歌)]와의 유사성을 고려하여 악장류 시가의 하나로 다루어진다.

 

김흥규, 한국 문학의 이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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