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by 송화은율
아르테미스와 악타이온
이상 두 예(헤라와 그녀의 연적들)를 보더라도 헤라가 그 연적에 대하여 얼마나 가혹한지를 알 수 있다. 다음 우리는 한 처녀 신이 자기의 은신처에 침입한 자를 어떻게 벌하였는가를 보기로 하자.
해가 중천에 떠 있던 어느 날 카드모스 왕의 아들인 젊은 악타이온은 같이 산에서 사슴 사냥을 하고 있던 청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을 걸었다.
"친구들 우리의 그물과 무기는 짐승들의 피로 물들었다. 오늘은 이만 하면 하루 사냥은 잘하였으니 그만하고 내일 또 하기로 하지. 해가 있는 동안 무기를 놓고 맘껏 쉬기로 하지."
그곳에는 삼나무와 소나무가 우거지고 수렵의 여신 아르테미스에게 봉헌된 한 골짜기가 있었다. 그 골짜기 끝에 굴 하나가 있었는데 사람 손으로 꾸민 것은 아니었지만, 그 구조가 자연적으로 기묘하게 되어 있어 흡사 사람 손으로 만든 것 같이 보였다. 특히 그 지붕의 아치에 돌이 알맞게 딸린 것이 그러하였다. 굴 한쪽에서는 샘물이 솟아 나오고, 넓은 웅덩이 주위에는 풀이 우거져 있었다. 숲의 여신 아르테미스는 사냥에 지치면 이곳에 와서 반짝이는 물로 자신의 몸을 씻곤 하였다.
어느 날 여신은 님페들과 그 곳에 갔었는데, 한 님페에게는 창과 전통과 활을 맡기고, 다른 님페에게는 옷을 맡기고, 또 다른 님페에게는 여신이 신고 있던 구두를 벗기게 하였다. 그들 가운데서도 가장 솜씨가 좋은 크로칼레는 여신의 머리를 빗겨 주었다. 네펠레와 히알레 및 기타의 님페들은 항아리에다 물을 긷고 있었다.
이렇게 여신이 몸단장을 하고 있을 때, 친구들 사이를 떠나 특별한 목적 없이 거닐던 악타이온은 운명에 이끌리어 이곳에 오게 되었다. 그가 굴 입구에 나타나자 님페들은 비명을 지르며 여신에게 달려가서 자기들의 몸으로 여신을 가리려고 하였다.
그러나 여신은 님페들보다 키가 커서 머리 하나쯤 더 있었다. 해가 질 무렵이나 뜰 무렵에 구름을 물들이는 붉은 빛깔이 놀란 아르테미스의 얼굴을 물들였다.
님페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으나 아르테미스는 반사적으로 화살을 찾았다. 그러나 화살이 가까이 없었으므로 우선 침입자의 얼굴에 물을 끼얹으며 말하였다.
"가서 아르테미스의 나체를 말할 수 있으면 말해보아라." 이 말이 끝나자 마자 가시가 돋친 사슴의 뿔이 악타이온의 머리에 나고 목은 길어지고 귀는 뾰족하게 되고 손은 발이 되고 팔은 긴다리가 되고 몸에는 털이 나고 반점이 있는 짐승의 가죽이 덮이게 되었다. 전에는 대담했던 그였지만 악타이온은 공포에 질려 달아났다.
악타이온은 도망치는 자기의 걸음이 빠른 것을 알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물 속에 비친 자기의 뿔을 보았을 때, "아... 나의 신세여." 하고 외쳤으나 말이 되어 나오지를 않았다. 그는 신음하였다. 눈물이 사슴의 얼굴로 변한 그의 얼굴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의식만은 남아있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숲 속에 있자니 무섭고 집으로 돌아가자니 창피스러울 것 같았다. 그가 주저하고 있는 동안에 개의 무리가 그를 보았다. 제일 먼저 스파르타의 개인 멜라푸스가 짖어 신호를 하니 그 밖의 다른 개들도 바람결처럼 잽싸게 그에게로 돌진하였다. 그는 바위와 절벽을 넘고 길도 없는 골짜기로 도망치고 개들은 계속 추격하였다. 그가 전에 종종 사슴을 추격하고 그의 사냥개들이 격려하던 곳에서 지금은 그의 사냥 친구들의 격려를 받으면서 자기의 사냥개들에게 추격을 받고 있다.
그는 "난 악타이온이다. 너희들 주인을 알아보라." 고 마음속으로 울부짖었으나, 말이 나오질 않았다. 개 짖는 소리에 사방이 요란하였다. 곧 한 마리가 그의 뒤에서 달려들고 다른 한 마리는 그의 어깨를 물었다.
이 두 마리가 그들의 주인을 물고 있는 동안에 다른 개들도 달려와서 이빨로 그의 살을 물어뜯었다. 그는 신음하였다.
그것은 인간의 소리는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사슴의 소리는 더더욱 아니었다. 그리고 무릎을 꿇고 눈을 들었다. 만약 팔을 가졌더라면 애원하기 위해 팔을 들었을 것이다. 평소 그의 사냥 친구들은 개들을 부추겼다. 그리고 와서 구경하라고 악타이온을 부르며 찾았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듣자 악타이온은 머리를 돌렸다. 그도 현장에 있었더라면... 그렇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개들의 공훈을 보고 대단히 유쾌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그 공훈의 구경거리가 되어있는 처지이니 참으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개들은 그를 둘러싸고 사정없이 찢고 뜯었다. 개들이 그의 생명을 다 뜯어먹은 후에야 아르테미스의 분노는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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