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나이트 / 천일야화 / 해설 및 줄거리
by 송화은율 아라비안 나이트(Arabian Nights)
해설
"아라비안 나이트"는 "아라비안 야화", "아라비안 설화", "천일야화"라는
제목으로도 불리운다. 세계문학사상 둘도 없는 기서로서 아라비아와 페르시아의
불가사의하고 신비로운 이야기로 엮어진 대설화집이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려 왔는데 이처럼 종교와 인종 연령이나 시대
국가를 넘어서 수많은 사람들의 어린 시절을 꿈으로 아름답게 가꿔 주고 이처럼
다양한 세계를 여러 가지 수법으로 생생하게 그린 작품은 어느 시대 어느
곳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원본이 아라비아 인에 인하여 아라비아 어로 씌어진 것은 틀림없으나 어느
시대에 누구에 의해 쓰여진 것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이 책은 3세기부터 7세기에 걸친 페르시아의 사사니아 왕조 시대에 이 책의
일부분으로 추측되는 것이 창작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그 후 페르시아가
아라비아인들에게 정복된 후 문학도 아라비아 인의 서고로 넘어가게 되었다.
14세기에 이르러 바그다드의 수도가 함락될 때까지는 아라비아 인들의 손에서
확고히 보존되고 그들의 소유물로서 한 편의 책으로 통용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의 배경이 되고 있는 무대는 고대 이집트를 중심으로 대서양과
소아시아 그리스 인도 중국까지 걸쳐 있으나 내용은 아라비아 인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전설과 비유담 우화 교훈 등이 대부분이며 정통파 회교도의 세계관이
반영되어 있다.
회교도들의 신앙의 대상은 알라와 마호메트에 있지만 또한 신에 의하여 창조된
것으로서 공기에서 나온 천사 대지가 낳은 인간 외에 불에서 나온 징이라는
일종의 마성을 지닌 존재를 믿고 있었다.
징은 인간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 때로는 인간과 결혼하는 일도 있으며
이 마성의 활약이 "아라비안 나이트"의 세계를 불가사의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징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자는 교조 마호메트 외에는 옛날의
현자 솔로몬 왕이 있을 뿐이며 교황이라 할지라도 마호메트의 유물이나 솔로몬
왕이 남겨 놓은 반지의 힘에 의하지 않고서는 이것을 지배할 수가 없었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그 후 많은 사람들의 손에 의하여 수정되었으나
17세기경까지는 유럽에 전해지지 않았다. 그 최초의 소개자는 프랑스의 동방학의
권위자 앙트와느 가랑이었다. 그가 대사 노완델 후작을 따라서 터키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주재하게 되었는데 그 후 소아시아 지방을 여행하면서
마호메트교도 사이에 전해지고 있는 이야기에 깊은 흥미를 느끼고 1704년부터
번역에 착수하여 17년 동안 12권의 책을 완성하였다.
처음 이 이국적 정서가 짙은 동방 이야기를 들은 프랑스 인들은 완전히
매혹되었다. 이렇게 현란한 설화가 세계의 다른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이
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선녀 같은 미녀 램프 속에서 나오는 거인
불가사의한 마술사 거대한 루크 새의 알 보석의 계곡 선박에 박힌 못을
끌어당기는 자석의 섬 금과 은으로 만든 이슬람 궁정 동양풍의 호화로운 향연 등
모두가 경이로운 이야기들이었다.
따라서 이 이야기는 당시 화제의 중심이 되었으며 나중에는 가랑이 쓰는 책의
출판을 기다리다 못해 애독자들이 심야에 그의 집 창문 앞에 모여서 신기한
아야기를 듣기 위해 일대 소동을 벌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 후 각개 국어로 번역되어 유럽에 소개되자 단시일 내에 널리 애독되었으나
아라비아의 풍속과 습관 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이 와전되어 있었으므로 그
뒤로 많은 학자들이 이 책의 복원에 힘쓰게 되어 유사한 책들이 속출하였다.
유럽은 한때 "아라비안 나이트"의 시대가 된 듯하였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처음으로 문자화한 최초의 무명의 저자는 수많은 이야기를 우연히 수집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발단에서 출발한 일맥 상통한 이야기로 만들기에 힘썼다.
이야기의 발단은 이렇다.
인자한 정치로 백성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던 페르시아 왕 사리아르는 어느 날
사냥을 하러 나가고 없는 틈에 왕비가 흑인 노예와 음탕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격분하여 역시 부정한 아내를 가진 아우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도중에
징이 그의 아내를 두 겹의 철궤 속에 집어 넣고 일곱 개의 자물쇠로 잠가 놓아도
여자는 그것을 깨뜨리고까지 정부와 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음을 눈앞에서
보여 주었다. 왕은 모든 여자를 저주하게 되었다. 왕비와 노예를 죽인 뒤 세상의
부정한 여자를 근절시키기 위해 새로운 법령을 내렸다. 전국의 미인을 저녁마다
한 사람씩 수청을 들게 한 다음 날이 밝으면 사형에 처하였다. 피를 보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잔악한 생활이 3년 간이나 계속되었다.
이 때문에 바그다드는 물론 국내의 구석구석까지 딸을 가진 부모는 극도의
공포에 떨게 되었으며 이 잔인한 국왕을 원망하게 되었다. 그 처형을 피하려고
국외로 도망하는 처녀들도 많았다. 이리하여 국내의 미녀가 전부 사라지게 되자
재상의 딸로 재색을 겸비한 미녀 세라자드는 자기의 아버지를 설득하여 왕의
폭행을 중지시킬 목적으로 자진하여 수청을 들 것을 결심하였다.
세라자드는 자기의 동생 테니아사아르를 후궁으로 궁전에 동반하는 것을
조건으로 했다. 이튿날 사형 집행 한 시간 전에 국왕에게 청을 해서 이 세상과의
고별을 위해 데리고 온 자기 동생에게 이야기를 해 주게 되었다. 세라자드가
들려 주는 이야기는 대단히 흥미있는 것이었는데 제일 재미있는 곳에서
중지하였으므로 왕은 그 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 그때마다 사형 집행을
연기하도록 하였다.
이 이야기가 천일 밤을 계속하자 왕은 세라자드의 지혜를 믿게 되어 관대하고
자혜로운 마음으로 변하여 세라자드를 왕비로 삼고 더욱 어진 정치를 베풀어
페르시아 왕국은 오래도록 번영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아라비안 나이트"에 실려
있는 이야기는 세라자드가 국왕과 동생에게 들려 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천일야화"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19세기에 들어서면서 최초의
번역서인 가랑의 번역서가 수정되고 또한 콘스탄티노플에서 발견된 이집트
고초본에서 알려지지 않은 새 자료가 발견되어 첨가되었으며 아라비자의
원본이라는 신역도 나오는 사이에 유명한 동양학자이며 반생을 이집트에서 보낸
원레인과 바튼의 역서가 영국에서 간행되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레인은 문자화하기에 거북할 만큼 심각한 성 묘사의
장면을 생략하거나 애매하게 처리했으나 바튼의 한정판 16권 본은 이 점을
보완하였기 때문에 완전한 정본으로 통용되고 있다.
줄거리
알라딘의 램프
아득한 옛날 중국 어느 도시의 한 재봉사의 집에는 알라딘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그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들었는데도 어린애들과 어울려 놀기만 하고
도무지 일을 할 줄 모르는 게으름뱅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이것을 걱정한 나머지
병에 걸려 결국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는데 하루는 죽은 아버지의
동생이라고 하는 낯선 사나이가 찾아와 알라딘에게 좋은 장사를 시켜 주겠다고
하였다. 사실은 삼촌이라는 것은 거짓말이었고 아프리카의 악명 높은 마술사로서
보물이 중국의 어느 위험한 지대에 있다는 것을 마법으로 알아 내고 이것을 얻기
위하여 알라딘을 이용하려고 하였던 것이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훌륭한
사업을 시켜 주겠다는 말을 듣고 대단히 기뻐하였으며 알라딘도 그 말에 속아
마술사의 목적지인 어는 높은 산봉우리까지 따라가게 되었다.
그 사나이가 근처에 흩어져 있는 마른 나뭇가지와 잎에 불을 지르고 향을 던져
넣고는 몇 마디 주문을 외우자 연기가 사라지며 땅이 갈라지더니 그 속에 반지
한 개가 들어 있는 네모난 돌이 나타났는데 그 돌을 들어 보니 그 밑에 큰
구멍이 나타났다.
알라딘은 마술사가 시키는 대로 그 구멍 안으로 내려가 그 아래에 놓여 있는
램프의 불을 끈 다음 기름을 쏟아 버리고 가지고 나오려고 하였으나 마술사는
그가 구멍에서 나오기 전에 그 램프만을 올려 달라고 하였다. 알라딘이 그
사나이의 행동이 의심스러워 나가서 주겠다고 고집하였더니 그는 화를 내며
구멍을 무거운 돌로 막아 버렸다.
알라딘은 하는 수 없이 구멍 속 깊이 내려가 보았다. 그 밑바닥에는 뜰이
있었는데 그 곳에는 보석의 열매가 달린 과실나무로 가득했다. 그는 많은 보석
열매를 호주머니에 따 넣었다.
그러나 다시는 밝은 세상에 나갈 길이 없다는 것을 깨닫자 슬픔에 빠졌다.
모든 화를 면하게 해 준다고 마술사가 구멍 밑으로 내려올 때 끼어 준 반지를
우연히 문지르게 되었다. 그 순간 이 신비스러운 반지의 종이 나타나 알라딘을
구출하여 주었으므로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가 가지고 돌아온 램프를 헝겊으로 닦다가 램프 속에서 거인이 나타난다는
사실도 자연히 알게 되었다. 그 거인을 불러 내어 무엇이든지 명령만 하며
소원대로 이루어졌다. 알라딘은 어머니와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알라딘은 국왕의 딸 아루바슬을 보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 그러나
자기와는 너무도 큰 신분의 차이가 있었으므로 도저히 소원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어떤 대신의 아들도 역시 왕녀를 사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라딘이 용기를 내어 청혼했더니 왕은 흑인 노예 40명과 백인 노예 40명을
시켜서 보석을 담은 그릇 마흔 개를 선물로 보내면 딸과 결혼시켜 주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리하여 알라딘은 램프의 거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국왕의 요구 이상으로
아름다운 선물과 찬란한 의복을 선물했고 알라딘이 성으로부터 나올 때 멋진
행렬이 있었는데 이런 것들은 전부 램프의 덕택이었다. 결국 알라딘의 소원이
이루어져 왕녀와 결혼하였고 램프의 거인이 만들어 준 훌륭한 궁궐에서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한편 아프리카의 마술사가 점을 쳐 보았더니 죽은 줄 알았던 알라딘이 아직도
살아 있으며 더구나 램프를 사용하여 행복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대단히 화가 나서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불행하게도 알라딘이 사냥을 간 틈에 마술사에게 램프를 빼앗기게 되어 램프의
거인은 이제 마술사의 명령에 따라 왕녀와 궁궐을 고스란히 아프리카로 옮겨
가버렸다.
알라딘이 사냥에서 돌아와 보니 궁궐과 왕녀가 없어졌으므로 반지의 종의 힘을
빌려 그것이 그를 속인 원수 같은 마술사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알라딘은 아프리카로 달려가 비밀리에 왕녀와 힘을 합하여 마술사를 독살해
버렸으며 램프도 다시 찾게 되었다.
마술사의 아우도 또한 마술사였는데 알라딘에게 해를 입히려다가 램프의
거인에게 죽고 말았다.
이리하여 알라딘과 왕녀는 궁전도 예전과 같은 자리에 옮기고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오래도록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고 한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옛날 페르시아의 어느 도시에 두 형제가 살고 있었는데 형은 카심이었고
아우는 알리바바였다. 그들의 아버지는 얼마되지 않은 유산을 두 형제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는데 형은 재산을 독차지한 뒤 부잣집 과부를 아내로
맞이하여 부유한 상인이 되었으나 알리바바는 자기와 처지가 같은 가난한 여자를
아내로 삼아 가난하게 살면서 산에서 나무를 베어 그것을 말라빠진 세 마리의
노새의 등에 싣고 매일 도시에 나가 팔아 겨우 생계를 이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알리바바는 늘 하던 대로 산 밑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는데 말을 탄
도둑들이 벌판을 건너 왔다. 그는 무서워서 높은 바위 옆에 있는 나무로 올라가
몸을 숨기고 그들의 거동을 살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40명이나 되었는데 그 곳에 도착하자 두목이 선두에 서고 각자
무슨 귀중한 물건이 들어 있는 듯한 자루를 한 개씩 들고 그의 뒤를 따랐다.
두목이 큰 바위 앞에 가서 "열려라 참깨!" 하고 외치자 큰 돌문이 활짝 열리고
도둑들이 모두 그 안으로 들어가고 돌문은 다시 닫혀 버렸다.
도둑들이 다 가버린 후 알리바바는 나무 위에서 내려와 돌문 앞에 서서
도둑들이 그 문을 열 때 쓰던 말을 시험하려 보려고 "열려라 참깨!" 하고 외쳐
보았다.
과연 문은 활짝 열렸다. 그가 어두컴컴한 동굴일 줄로만 알았던 그 안에는
밝고 넓은 방이 있었다. 천정 구멍에서 햇빛이 환하게 비치고 있었는데 갖가지
음식과 값진 옷감과 금은 보석이 산처럼 쌓여 있었으며 돈이 든 자루도 헤아릴
수 없이 쌓여 있었다.
알리바바는 어떤 왕도 가지지 못한 많은 보물을 보고 이 동굴이 도둑들이 훔친
것을 오랫동안 쌓아 놓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알리바바는 이 도둑들이
훔친 보화를 자기가 좋은 목적에만 쓴다면 약간 가져가도 나쁜 일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자기의 노새가 운반할 수 있는 만큼의 자루를 싣고 그 위에 나뭇가지를
올려 놓아 흔적이 나지 않게 감추었다. 그리고는
"닫혀라 참깨!" 하고 소리치니 문은 그전과 같이 닫혀 버렸다. 그는 집에 와서
놀라는 아내에게 신기한 모든 이야기를 들려 준 후 비밀로 할 것을 당부하였다.
아내는 대단히 기뻐하며 그 금화를 모두 세어 보겠다고 했지만 알리바바는
구덩이를 파고 묻어야 한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남편이 구덩이를 파는 사이에 보석이 몇 되나 되는지
보려고 근처에 사는 카심의 집으로 되를 빌리러 갔다.
그러나 카심의 처는 알리바바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그의 아내가
되로 달 만한 것이 있는지 호기심이 나서 되의 밑바닥에 쇠기름을 조금 발라
두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돌려받은 되의 밑바닥에 금화가 한 개 붙어 있었다.
이것을 발견한 알리바바의 형수는 '그들에게 되로 달 만한 금화가 있단
말인가?' 하고 질투가 일어났다. 그는 자기의 남편 카심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남편에게 이제까지는 자기들이 부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알리바바는 돈을
계산하는데 되를 사용할 정도라고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카심은 깜짝 놀라서 그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설명해 달라고
재촉하였다. 그의 아내는 그 날 있었던 일들을 상세히 말하고 그 증거로 한 개의
금화를 보여 주었다. 카심은 부자 과부로 결혼한 후로는 알리바바를 동생으로
취급하지 않고 멀리하며 그를 미워하고 있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한 달에 은화
한 푼도 가지기 어려운 동생이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불같은
질투심이 일어나 그 날 밤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카심은 그 이튿날 먼동이 트기도 전에 알리바바의 집으로 달려가 아내에게서
들은 금화의 이야기를 하며 금화의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면 고소하겠다고 위협을
하였다.
알리바바는 비밀로 감추고 있던 것을 들키고 말았으므로 하는 수 없이 형에게
전날의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자기 형제가 일평생 쓰고도 남을 만큼 많은 금화가
있으니 그것을 나누어 갖고 비밀을 지켜 달라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욕심 많은 카심은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열 마리의 노새 등에
큰 상자를 올려 놓고 알리바바가 가르쳐 준 길을 떠나서 그 동굴 앞에 닿았다.
그리고 "열려라 참깨!" 하고 주문을 외치니 역시 문이 열렸다. 그는 재빨리 그
안에 들어가서 욕심껏 많은 양의 금화 자루를 꺼내어 싣고 문을 열려고 하였으나
깜박 그 암호를 잊어버리고 말았다. 참깨라고 하지 않고 "열려라 보리!" 하고
외쳤다. 그러나 무거운 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는 위험을 느끼고 초조해져서
생각나는 곡식의 이름을 아는 대로 불러 보았으나 도무지 문이 열리지 않았다.
그는 미친 사람처럼 모든 보물을 내던지고 그 동굴 속에서 안절부절 하였다.
낮이 되어 도둑들이 이 동굴로 돌아와 그는 꼼짝없이 살해당하고 말았다.
도둑들은 그의 보물 창고가 외부에 발견된 사실에 화가 나고 분해서 공범자에게
겁을 주기 위해 카심의 시체를 넷으로 찢어서 동굴 안의 좌우에 나누어 걸어
놓았다.
알리바바는 날이 지나도 형이 돌아오지 않으므로 이상한 생각이 들어 세
마리의 노새를 몰고 산에 가서 돌문을 열고 보니 과연 짐작했던 대로였다. 그는
곧 넷으로 찢겨진 형의 시체를 노새 위에 싣고 보이지 않게 그 위에 나뭇가지를
덮고 다른 노새의 등에는 금화 자루를 가득히 싣고 어둠을 이용하여 형의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카심의 집에 하녀로 있는 모르자나는 영리하고 지혜로운 여자였다.
그는 주인이 병으로 누워 있는 것같이 꾸미느라고 약방으로 약을 사러 다니며
이웃 사람들을 속였다. 그리고 가죽을 깁는 노인을 금화를 주어 매수한 후 눈을
가리고 집으로 데리고 와서 주인의 시체를 꿰매게 하였다. 그녀는 주인이 병으로
죽었다고 큰 소리로 통곡하여 감쪽같이 주인의 변사를 감추고 장사를 지냈다.
알리바바는 얼마 후 형수의 집으로 살림을 옮기고 밤을 이용하여 금화도 전부
옮겼으며 형의 가게는 자기의 장남에게 관리하게 했다.
한편 도둑들은 동굴의 시체가 없어진 것을 보고 놀라서 시체를 훔쳐간
사람을 찾을 목적으로 자기들 중에서 가장 용감한 사람을 나그네로 가장시켜
시내로 들여보냈다. 약 중대한 그 범인을 찾지 못할 때에는 목숨을 잃을
것이라는 무서운 조건도 붙였다. 변장한 도둑은 마을에 들어와서 우연히도 신
깁는 노인의 가게까지 오게 되었다. 노인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큰 바늘을 들고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이것을 본 도둑이 무심코
"당신은 참 부지런하군요. 더구나 그런 나이에 눈이 참 밝으십니다" 하고
감탄하며 말을 건네자
"나리는 잘 모르실 것입니다만 내가 이런 나이에 여기보다 더 어두운 곳에서
죽은 시체를 꿰맸다는 것을 아신다면 더욱 놀라시겠지요" 하고 자랑스러운 듯이
대답하였다. 이것을 들은 도둑이 깜짝 놀라며 그에게 말을 추궁하였다. 노인은
그제서야 비밀을 누설했다는 것을 깨닫고 얼버무리려 하였으나 도둑이 주는
금화에 매수되어 자기가 알고 있는 모든 사실을 고백하였다. 그러나 눈을 가리운
채 찢어진 시체가 있는 집으로 갔던 까닭에 카심의 집 위치는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둑이 시키는 대로 처음에 하녀에게서 눈을 가리운 곳까지 가서 눈을
가린 채 도둑의 부축으로 하녀와 같이 걸었던 대로 걸었다.
그래서 카심의 집 바로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도둑은 눈 가리개를 벗기기
전에 카심의 집 문에 분필로 표시를 해 두고는 기뻐하며 소굴로 돌아갔다.
그런데 모르자나가 외출했다 돌아오는 길에 문에 그려진 이상한 표시를
보았다.
'대체 이것은 무슨 표시일까?' 하고 궁금해 하다가 누군가 자기 주인을
해칠려고 계획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근처의 모든 집에 꼭 같은 표시를
해두었다.
그날 밤 산에서 내려온 도둑들은 알리바바의 집을 발견한지 못한 채 그만
돌아가 버렸고 임무를 다하지 못한 도둑은 두목에게 피살되고 말았다.
그러나 도둑들은 자신들의 안전 때문에 동굴의 침입자를 찾아내야 했으므로
도둑 한 명을 다시 시내로 들여 보냈다. 이번 도둑도 동료가 하던 방법으로
알리바바의 집을 찾아서 이번에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빨간 표시를 해 두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모르자나 때문에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두목은 용감한
부하를 두 사람이나 죽게 하고도 침입자를 찾지 못한 것을 분하게 여기고
이번에는 자기가 직접 그 약탈자의 집을 찾기로 하였다. 그도 역시 우연하게 그
신 깁는 노인을 이용하여 알리바바의 집을 찾아내고는 표식을 하는 대신 그
주위의 지리를 상세히 관찰하여 두었다.
동굴로 돌아온 그는 19필의 노새와 큰 가죽으로 만든 38개의 독을 모아서 그
중 한 개에는 기름을 가득히 담게 하였다. 그는 알리바바의 집을 무난히 찾은 후
자기는 기름 장수인데 내일 시장에서 팔 기름을 노새에 싣고 왔으니 하룻밤 자고
갈 숙소를 빌려 달라고 간청하였다. 사람 좋은 알리바바는 도둑의 두목이라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채 그의 처지를 생각하고 쾌히 승락하였다. 그리고
알리바바는 손님을 위하여 성대한 만찬까지 베풀어 주었다.
밤이 깊어져서 불이 꺼졌으므로 모르자나는 기름 장사의 기름을 얻으려고 뜰로
나왔는데 기름독 안에서
"두목님 시간이 되었습니까?" 하는 말이 들려왔다. 영리하고 지혜로운
모르자나는 그 순간 음모를 알아차리고 알리바바의 일가와 자기 몸의 위험을
생각하여 떠들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마음먹고
"아니 아직 때가 아니다. 좀더 기다려라" 하고 침착하고 낮은 소리로 독마다
돌아다니며 똑같은 말을 해 두었다. 그리고 재빨리 기름이 든 독에서 기름을
따라서 주전자에 가득히 담아 끓인 후 도둑들이 들어 있는 독의 뚜껑을 열고
하나씩 차례로 그 기름을 부었다. 독 속에 들어있던 도둑들은 소리도 못 지르고
전부 죽어 버렸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모르는 두목은 밤이 깊어 집안이 조용해졌을 때 몰래
뜰로 나와 자기의 계획을 실행하려고 부하들이 들어 있는 독의 뚜껑을 열고
"나오너라. 때가 되었다"고 낮은 목소리로 말하였으나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제서야 놀라서 독 뚜껑을 모두 열어 보니 어느 놈이고 다같이 무서운 죽음을
당해 있었다. 두목은 자기의 계획이 실패했음을 알고 한시도 그 곳에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 37명의 생명을 빼앗은 무서운 손이 언제 자기의 생명을
빼앗을지 몰라서 겁이 난 그는 곧 담을 넘어 도망쳐 버렸다.
그러나 두목은 부하들의 원수를 반드시 갚겠다고 굳게 결심하였다.
그 이튿날 아침 알리바바는 모르자나로부터 전날 밤에 일어났던 무서운
이야기를 듣고 깊은 감사를 표하였으며 그 보답으로 모르자나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 주었다.
알리바바의 집은 뒷마당이 넓었으므로 그 곳에 구덩이를 파고 도둑들의 시체와
독과 무기를 묻었다. 그리고 많은 노새는 모르자나를 시켜 몇 차례에 나누어
시장에 나가 팔았다. 그 후 몇 해 동안 알리바바의 집은 아무 근심없이
평화스럽게 지냈다.
그간 도둑의 두목은 음침한 동굴 속에서 혼자 있으면서 부하들의 복수를 하지
않고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어서 시내로 들어와 동굴에서 가져온 옷감으로
포목점을 시작하였다. 그 상점은 알리바바의 아들이 보고 있는 상점의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도둑의 두목이 가게를 시작한 며칠 후에 알리바바와 자기 아들의 상점에 찾아
갔는데 그 때 두목이 그를 보고 말았다. 그 날부터 두목은 그의 아들에게
접근하여 특별한 친절을 보이며 때때로 자기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도 같이하게
하였다. 알리바바의 아들은 두목의 호의에 답례하려고 자기의 아버지와 상의하여
그를 초대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두목은 소금을 친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괴상한 주문을
하였다.
모르자나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예로부터 복수하려는 사람은
소금을 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하고 수상하게 생각하며 그 소금기가 있는
음식을 먹지 못한다는 손님을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나 음식 접시를 나르는
체하고 객실로 들어가 보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손님은 교묘하게 변장한
도둑의 두목이었이며 주의해서 살펴보니 옷 속에 단도를 품고 있었다.
모르자나는 주인에게 닥칠 위험을 직감하고 어떤 행동이든 취해야겠다고
결심하였다.
그리고는 고향의 의복으로 화려하게 차려 입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페르시아로 잡혀와서 이 곳에서 노예가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객실로 들어가
주인에게 이 댁의 경사를 위하여 자기가 어렸을 때 배운 춤으로 귀한 손님을
환대하고 싶다고 청하였더니 모두들 대단히 기뻐하였다.
그는 여러 가지 춤을 아름답게 추고 나서 단검을 빼어 들고 한 손으로는 북을
들고 구경꾼들에게 희사를 바라는 시늉을 하였다. 알리바바가 금화 한 개를 그
북위에 놓아 주니 그의 아들도 그렇게 했다. 이번에는 도둑이 품안에서 돈
주머니를 꺼내려 하였다. 순간 모르자나는 그가 가지고 있는 모든 용기와 힘을
다하여 손님의 가슴에 단검을 푹 찔렀다. 이 광경을 본 알리바바는 부자는
놀라며 큰 소리로
"이게 무슨 짓이냐?"
"우리는 이제 파멸이다!" 하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는 침착한 어조로
"아닙니다. 주인님을 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사람을 잘 보십시오" 하고
죽은 손님의 옷을 헤치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단도를 보이고 모든 음모를
밝혔다.
알리바바는 뛰어난 기지로 자기들의 생명을 구해 준 모르자나의 은혜에
감격하여 그녀를 얼싸안으며
"나는 너를 자유의 몸으로 풀어 주었다. 그러나 오늘부터는 우리집 며느리로
삼겠다"고 말하며 아들에게도 그녀와 부부가 되어 줄 것을 간곡히 권하였다.
아들도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즉석에서 승낙하였다. 전부터 그는 모르자나를
깊이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도둑의 두목을 뒷뜰에 그의 부하들과 똑같이 묻고 며칠 뒤에는
알리바바의 아들과 모르자나의 결혼식을 성대히 거행하였다.
이웃 사람들은 그간의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단지 모르자나의
아름다운 성품을 귀하게 여기는 주인의 도량과 인품을 칭찬하며 이 결혼을
축복해 주었다.
알리바바는 1년 동안은 도둑의 동굴을 찾지 못했었다. 아직도 어디엔가 도둑이
살아 남아 있는 것 같이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리바바는 그 해가 저물어 갈 무렵 몹시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겨서
말을 달려 그 동굴로 가 보았더니 두목이 상점으로 옷감을 운반한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온 자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야말로 이 보물 창고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단지 자기 한 사람뿐이며 그 속에 들어 있는 많은 재보를 전부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기뻐하며 말로 운반할 수 있는 양의 금화 자루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수년 후 그는 자기 아들로 동굴로 데리고 가서 모든 비밀을 가르쳐 주었고
아들은 그것을 자손에게 전해 주었다. 자손들도 이 재산을 유익하게 사용하였다.
이리하여 알리바바의 자손들은 몇백 년 후대까지 행복하게 살아갈 수가
있었다고 한다.
신드바드의 모험
바그다드의 하룬 알 라시트 왕 시대에 히드바드라는 가난한 짐꾼이 살고
있었다. 몹시 더운 어느 날 무거운 짐을 지고 시내로 들어 가다가 어느 훌륭한
저택 옆에서 쉬고 있었다.
그 집에서는 정원에 우거진 화초의 향기와 함께 아름다운 음악이 지저귀는
새소리와 함께 시원하게 들려왔다. 거기에 맛있는 음식 냄새까지 섞여와 성대한
주연이 벌어져있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그 집 주인이 누구인지 알고 싶은 호기심이 생겨 문 앞에 훌륭한 복장을
하고 서 있는 문지기에게 물어 보았다. 문지기는 그에게 바그다드에 살면서도
세계의 어느 곳이고 안 가본 데가 없는 유명한 항해자 신드바드의 집을
모르느냐고 도리어 반문하였다. 그러자 히드바드는 하늘을 쳐다보며 누구에게나
다 들릴 만큼 큰 소리로
"전능하신 천지 만물의 조물주시여 신드바드와 나와는 어찌 이다지도 신분의
차이가 있습니까? 나는 매일매일 허덕이며 괴롭게 일을 해도 처자식에게
보리빵도 충분히 먹이지 못하고 있는 처지인데 그에게는 저렇게도 막대한 재물을
써 가면서도 항상 즐거운 날을 보내게 하시는지요. 왜 이다지도
불공평하십니까?" 하고 신세 타령을 하며 비관에 잠겨 있는데 하녀가 나오더니
주인이 부른다며 따라 오라고 하였다. 히드바드가 들어간 곳에는 산해 진미를
차려 놓은 식탁을 둘러싸고 여러 사람이 앉아서 호화로운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그는 불안에 몸을 떨면서 겨우 여러 사람에게 인사하였다.
흰 수염을 길게 늘인 훌륭한 노신사인 신드바드는 그를 가까이 불러 앉히고
술을 부어 주며 환대하였다. 그가 식사를 다 끝마치자 이름과 직업을 묻고 방금
밖에서 한 말을 다시 한 번 자세히 들려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히드바드는
너무나 지치고 피곤하여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을 했다며 무분별했음을
사과했다.
신드바드는 자기는 그렇게 사리를 모르는 인간이 아니며 그러한 불평이
불쾌하지는 않지만 무언가 오해가 있으니 그것을 풀어 주겠다고 하였다. 자기가
이렇게 행복해진 것은 도저히 상상도 못할 만큼의 노고를 몇 년 동안이나 견디어
왔기 때문이며 그 이야기를 듣는다면 히드바드의 생각이 바뀌게 될 거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러한 재물을 얻게 된 일곱 번의 항해 중에 겪은 여러 가지의
모험담을 들려 주겠다고 하였다.
제1항해
신드바드는 원래 막대한 유산을 받았으나 방탕한 생활로 전부 탕진해 버리고
워낙 모험을 좋아했기 때문에 외국에 가서 장사나 해 볼 생각으로 항해를
결심하였다. 그들 일행은 페르시아 만을 지나 동인도를 향하여 항해를 시작했다.
하루는 배가 작은 섬의 기슭에 닿게 되었다. 그것은 섬이라고는 하나 해면에서
겨우 노출되어 있을 뿐인 푸른 풀밭과 같은 곳이었다. 선장이 그 섬에 내리고
싶은 사람은 상륙하여도 좋다고 하였으므로 신드바드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상륙하여 여행에서 지친 몸을 쉬고 있었는데 별안간 그 섬이 기우뚱하고
흔들리더니 그만 침몰하고 말았다.
그들이 섬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은 실은 커다란 고래의 등이었다. 그는 미쳐
타고 온 작은 배에 뛰어오르지도 못하고 그 섬에서 불을 때기 위해 가지고 내린
나뭇가지에 의지하여 표류하다가 간신히 어떤 섬나라의 어진 왕에게 구조되었다.
그는 섬나라를 떠날 때 왕에게서 많은 선물을 받았으며 귀국하는 도중에 그가
타고 온 배와도 만나게 되어 항해의 상품도 손에 들어오게 되어 막대한 재산을
갖게 되었다.
그는 이야기를 다하고 나서 돈이 많이 든 주머니를 히드바드에게 주면서
내일도 자기의 모험담을 들으러 꼭 와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 다음 날 히드바드는 제일 좋은 옷으로 차려입고 관대한 이 여행가를
찾아갔다. 신드바드는 반가이 맞아 주었고 손님들이 다 도착하자 맛있는 음식과
함께 그의 제2항해의 모험담을 시작했다.
제2항해
항해 중 그는 과실나무가 무성한 어느 무인도에 상륙하여 술을 마시고
기분좋게 낮잠이 들었는데 그 사이에 배가 떠나고 말았다.
그는 절망 끝에 순간 죽어 버리고 싶은 마음도 들었으나 어쩔 수 없이 모든
것을 신에게 맡기고 높은 나무에 올라가서 섬의 형태를 살펴보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아득한 푸른 바다뿐인데 제일 먼저 눈에 뜨인 것은 먼 곳에 있는
이상하게 생긴 타원형의 흰 물체였다. 그가 가까이 가서 살펴 보니 높이가
상당하고 둥근 지붕처럼 생겼으며 아무리 찾아 보아도 문 같은 것은 없고
미끄러워서 위로 올라 갈 수도 없는데 그 주위를 걸어보니 약 50 걸음이나
되었다.
이 때 갑자기 하늘이 먹구름에 덮인 듯이 캄캄해졌다. 이상해서 하늘을
쳐다보니 그것은 이 섬을 향하여 날아오는 무섭게도 큰 한 마리의 날짐승 때문인
것을 알고 그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것은 그가 뱃사람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는 루크라는 큰 새가 틀림없으며 정체를 알 수 없던 원으로 생긴 물체도 그
새의 알이었던 것이다.
이 루크의 몸의 길이는 약 80 미터나 되는데 날개를 펴면 그 넓이가 100
미터나 되고 코끼리나 소를 마음대로 채가는 무서운 것이었다. 이 새는 내리더니
그 알 위에 앉았다.
신드바드는 새가 앉기 전에 몸을 그 알 옆에 숨겼으므로 바로 그의 눈 앞에
새의 한쪽 발이 놓이게 되었는데 그것이 큰 나무통만 하였다. 그는 새의 발에
자기의 몸을 끈으로 매고 루크 새가 자기를 이 무인도에서 옮겨 줄 것이라
기대하고 하룻밤을 지냈다.
그 이튿날 예측했던 대로 큰 새가 날아 갔는데 어찌나 빠른지 정신이 아찔할
정도였다. 새가 땅으로 내려가는 것 같아 재빨리 묵었던 끈을 풀자마자 루크
새는 무섭게 긴 뱀을 입으로 채 가지고 다시 날아가 버렸다.
새가 그를 내려 놓고 간 곳을 사방이 병풍과 같이 깍아지른 듯한 높은 산으로
첩첩이 둘러싸여 있었으며 하늘을 찌를 듯이 높고 험해 도저히 그 골짜기에서
빠져 나갈 길이 없을 듯하였다. 골짜기를 걸어보니 다이아몬드가 흩어져 있는데
놀랄 만큼 큰 것도 있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였지만 바로 건너편을 바라보니
무섭게 긴 뱀이 아가리를 벌리고 모여 있는데 그 중에서 제일 작은 것이
코끼리를 한숨에 삼킬 만큼 큰 것이었다.
이것을 본 그는 그 섬을 떠나 이곳에 온 것을 후회하였다.
이 뱀들은 낮에는 구덩이 속에 들어가 루크 새의 눈을 피하고 밤에만 활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이 뱀을 피하기 위하여 밤이면 작은 동굴 속에 들어가 그
입구를 큰 돌로 가리고 지냈다. 그러나 뱀은 밤이 되면 그 주위를
'쉬-쉬-' 하고 소리를 내며 기어다녔기 때문에 무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하루는 너무나 피곤해서 밖에서 잠을 자고 있는데 돌연 큰 날고기 덩어리가
공중으로부터 떨어졌다. 보석 상인들이 독수리가 새끼를 가질 때쯤 되면 이
골짜기 근처에 와서 다이아몬드를 채집할 때 쓰는 방법으로 큰 고기 덩어리를 이
다이아몬드 골짜기 속으로 던지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다이아몬드가 고기
덩어리에 박히게 되면 크고 강한 이 곳의 독수리가 이 고기 덩어리를 채어서
그들의 둥우리로 돌아와 새끼 독수리에게 먹이려고 날아오게 된다. 그러면
상인들은 이것을 감시하고 있다가 곧 달려와서 그 어미 독수리를 쫓고 그 고기
덩어리에 박힌 다이아몬드를 떼어 가는 것이었다.
신드바드는 이 방법을 이용하면 이곳에서 구출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깨닫고 그 근처에 있는 수많은 다이아몬드 중에서도 가장 큰 것으로 골라서 그중
가장 큰 고기 덩어리에 자기 몸을 단단히 묶은 후 땅바닥에 누워 있었다. 잠시
후 한 마리의 큰 독수리가 그의 몸이 묶인 고기 덩어리를 물고 산봉우리에 있는
둥지로 날아갔다. 그러자 마침 그 곳에 대기하고 있던 보석 상인들에게 그는
무사히 구조되었다.
신드바드는 놀라는 상인들에게 가지고 온 다이아몬드를 나누어 주고 자기의
모험담을 이야기하였다.
그는 상인들과 같이 무사히 귀국한 후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 항해에서 얻은
막대한 재물의 일부를 나누어 주고 자기도 행복한 생활을 하였다. 이 제2항해의
이야기가 끝나자 주인은 히드바드에게 또 많은 돈을 주며 다음 날도 와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초청하였다.
제3항해
신드바드 일행은 폭풍우를 만나 항로에서 벗어나 어느 섬 근처를 표류하게
되었다. 그런데 선장은 그 섬에 상륙할 것을 꺼려하였다. 선장은 이 섬과 부근의
섬에는 전신에 털이 돋은 보기 흉한 야만인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습격해 올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난쟁이이지만 대항해서는 안 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메뚜기보다도 수가 많기 때문이며 만일 그들 중 한 사람이라도
죽인다면 일행을 한 사람도 남기지 않고 죽여 버릴 것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선장의 말이 끝나자 키가 2피트 가량 되는 빨간 털이 난 무서운 난장이들이
수를 헤아릴 수 없이 헤엄쳐 와 배 주위를 둘러싸고 놀랄 만큼 민첩한 행동으로
그 배를 빼앗아 다른 섬으로 가 버렸다.
신드바드 일행은 하는 수 없이 이 섬에 내렸다. 일행은 이 곳에서 거대한
건물을 발견하고 가까이 갔다. 훌륭한 건축 양식으로 된 궁전이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넓은 실내에 인기척은 없고 눈에 띄는 것은
산더미같이 쌓인 해골과 수없이 놓여 있는 쇠꼬챙이였다.
이 무서운 광경을 보고 겁에 질려 있을 때 요란스러운 소리와 함께 키가
종려나무만큼 큰 검둥이 거인이 나타났다. 그는 이마 한가운데에 눈이 하나
있었으며 앞니는 길고 날카롭게 뾰죽이 나와 있었다. 윗입술은 가슴까지 쳐져
있었으며 귀는 코끼리 귀와 흡사한데 양 어깨를 길게 덮고 있었다. 손톱은
사나운 짐승과 같이 길고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었다.
이 무서운 괴물을 본 일행은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들이 깨어났을 때에 괴물은 현관에 앉아서 그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있었다. 괴물은 그 중에서 가장 통통한 선장을 참새를 잡듯이 한 손에 쥐고
꼬챙이에 꿰었다. 괴물은 선장을 불에 구워 먹고 난 후 우뢰와 같이 코를 골면서
잠들어 버렸다. 신드바드 일행은 처참한 공포 속에서 그 날 밤을 지새웠다.
이튿날 거인은 그들을 궁전 안에 두고 밖으로 나갔다.
일행은 이 괴물을 죽이기로 협의하였다. 그 날 저녁 거인은 살이 많은
뱃사람을 잡아먹고 잠이 들어 버렸다. 괴물이 골아 떨어졌을 때 일행 중 용감한
10명의 뱃사람이 쇠꼬챙이를 불에 달궈 일제히 그 거인의 눈속 깊이 틀어박아
장님을 만들어 버렸다. 거인은 아픔을 견디지 못하여 무서운 괴성을 지르며
일어나 양손을 벌려 그들을 잡으려 하였으나 모두 재빠르게 도망쳐 버렸다.
뱃사람들은 곧 해안에 나와 흩어져 있는 배의 파편을 모아 세 사람씩 탈 수 있는
뗏목을 몇 개 만들었다.
거인은 동이 트기도 전에 그와 똑같은 거인 두 사람을 데리고 왔으며 그
뒤에도 여럿이 계속 몰려 오는 것 같았다. 일행은 그 거인이 죽어 버리면 이
섬에 머무를 희망을 가졌으나 불가능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은 때를 놓치지
않고 각자 뗏목에 올라 바다로 저어 나갔다. 이것을 본 거인들은 큰 바위
덩어리를 끼고 허리까지 닿는 바다까지 쫓아와 바위덩어리를 뗏목을 향해
던졌다. 뗏목은 산산이 부서져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신드바드의 뗏목만 모면할
수 있었다.
이튿날 아침 일행은 표류하다 겨우 섬을 발견하고 그 곳에서 좋은 열매를 따
먹고 원기를 회복하였다. 그 날 저녁은 해변가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그
곳에서도 놀랄 만큼 커다란 뱀의 습격으로 잠을 깨었다.
뱀은 한 사람을 통채로 삼켜 버리더니 그를 다시 토해내어 땅 위에 두드려
부셔서 먹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불쌍한 사나이의 뼈가 바스라지는 무서운
소리를 들으면서 정신 없이 도망쳤다.
그 이튿날도 무서운 뱀을 보았다. 섬 가운데를 헤매다가 높은 나무 하나를
발견하고 그 날 저녁은 나무 위에서 뱀을 피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뱀은 그들의
뒤를 쫓아와 신드바드보다 아래 앉아 있던 한 사람을 발견하여 통채로 삼켜
어디론가 사라졌다. 신드바드는 자기도 동료들과 같은 죽음을 면할 수 없음을
깨닫자 두려움에 떨며 바다 속으로 몸을 던지려 했으나 끝까지 절망에 빠지지
않고 인간의 생명을 주관하는 신에게 그의 몸을 맡기기로 결심하였다.
신드바드는 그 나무를 중심으로 나뭇가지나 덩굴을 이용하여 몸을 은신할 수
있는 작은 방을 만들고 그를 위협하는 잔인한 운명을 모면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 노력하고 그 날 밤 덩굴 속에 숨어 있었다. 뱀은 전날과 똑같은 시각에
나타나 그 나무의 주위를 돌아다녔으나 신드바드를 발견하지 못했다. 뱀은 밤이
새도록 숨은 쥐를 망보고 있는 모양으로 대기하고 있다가 날이 밝자 어디론가
가버렸다.
신드바드는 그 날도 절망하여 몸을 바다 속으로 던지려고 했다. 순간 멀리서
한 척의 배를 발견하였다.
그 배는 이전에 그를 떨쳐 놓고 간 바로 그 배였다. 그는 그의 성품과 그
이익을 되찾고 무사히 귀국하게 되었다.
이 날도 신드바드는 히드바드에게 많은 돈을 주고 다음 이야기를 들으러
오라고 하였다.
제4항해
이번 항해도 태풍을 만나 파선하여 몇 사람만이 겨우 어느 섬에 다다르게
되었다. 이 섬에는 사람 사는 곳이 있었다. 일행은 마을 가까이 갔다가 많은
흑인들에게 포위당하고 말았다. 흑인은 일행을 붙들어 각자 분배하여 집으로
돌아갔다.
신드바드는 일행 다섯 사람과 함께 어느 집으로 붙들려 갔었는데 흑인은
그들에게 이상한 풀을 먹으라고 손짓하였다. 일행은 몹시 시장한 터여서 그것을
받아 먹었으나 신드바드는 무슨 흉계가 있을 것만 같아서 먹는 시늉만 하고
삼키지는 않았다.
얼마 안 되어 일행은 정신을 잃고 혼수 상태에 빠졌다. 다음 흑인들은
야자씨 기름으로 조리된 쌀밥을 주었다. 흑인들이 그 풀을 먹인 것은
뱃사람들에게 이성을 잃게 하여 비참한 운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함이었고 쌀밥을 준 것은 그들을 살찌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흑인들은 식인종이었으므로 뱃사람들의 살이 오르면 잡아먹으려는 의도였다.
여러 주일이 지났다. 흑인들은 가장 살찐 사람부터 잡아먹기 시작하였으나
신드바드만은 정신이 온전하여 죽음의 공포로 나날이 여위어 갈 뿐이었다.
이렇게 신드바드가 쇠약해지는 병에 걸렸으므로 흑인은 그를 잡아먹는 것을
연기하게 되었다.
그러는 동안 그는 자유로운 몸이 되어 나중에는 거의 감시조차 받지 않게
되었다. 신드바드는 기회를 보아 그 곳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는 8일 간의 여행 끝에 겨우 백인들이 산호초를 채취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구원을 청하였다. 백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던 섬으로 그를 데리고 가서
왕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 섬나라는 인구도 대단히 많고 상업도 번창한 곳이었다.
이 곳은 고생만 연속하던 그에게 참으로 좋은 위안처였다. 도량이 넓은 왕은
그를 후대하였다. 왕은 그가 고향 생각을 잊고 오랫동안 자기의 영토에 머물도록
아름답고 부유한 궁녀와 결혼시켜 주었으므로 신드바드는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신드바드는 고향이 그리워 기회만 있으면 본국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이 나라에는 야만적인 습관이 있었는데 부부 중 한 사람이 죽으면 그 나라의
법에 의하여 남편도 같이 매장되어야 하는 것이었다.
신드바드는 그 곳에서 가장 친한 친구가 그의 아내가 죽었을 때 아내의 시체와
함께 묻히는 것을 보았다.
그 장례식은 마치 결혼식과도 같이 화려했다. 고운 옷을 입고 많은 보석으로
몸을 꾸민 시체를 뚜껑이 없는 관대 위에 실은 후 그 뒤에 남편을 선두로 많은
친척과 친구가 따랐다. 매장할 장소에 이르자 깊은 구덩이를 덮은 거대한 돌을
일으키고 시체를 눕힌 관대를 그대로 컴컴한 구덩이 속으로 내려 보냈다.
그의 남편은 친척 친구들과 생이별을 하고 또 하나의 관대에 한 병의 물과
일곱 개의 작은 빵을 차려 놓은 위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누웠다. 그리고
이것도 시체와 같이 그 구덩이 속으로 내려 보냈고 그 위를 무거운 돌로 덮자
의식은 끝났다.
그런데 신드바드의 아내가 병으로 죽었다. 불행하게도 2주일 후에 그도 아내와
함께 매장되야 할 운명에 놓여졌다. 국왕은 모든 신하들과 국내의 명사들을
참가시켜 그 장의를 빛나게 하여 신드바드의 마음을 위로하려고 노력하였다.
성대한 식이 끝나자 그 구덩이 속으로 내려가는 도중 위로부터 비치는
광선으로 그 구덩이 속의 윤곽을 대충 알게 되었는데 끝이 없는 동굴의 깊이는
약 50 길이나 되어 보였다. 신드바드는 가지고 온 빵과 물로 겨우 연명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무슨 발소리를 들었다.
그가 소리를 따라가니 짐승이 도망치기 시작하였다.
신드바드가 그 뒤를 쫓아가노라니 멀리 마치 별과 같은 빛이 보였다. 이 빛은
잘 보이지 않았으나 더욱 앞으로 가보니 좁은 바위 틈에서 비쳐 오는 빛이었다.
신드바드가 그 틈을 겨우 뚫고 나오니 바로 눈앞에 바다가 나타났다.
신드바드는 이것을 보고 용기를 얻어 다시 동굴로 되돌아 가서 관대 위에 놓인
다이아몬드와 루비 금팔찌 등 손에 잡히는 대로 모아 가지고 해변 가까이
나왔다. 다행히도 신의 가호를 받아 지나가는 배에 구조되어 고향에 돌아왔다.
신드바드는 묘지에서 가지고 온 보물로 더욱 부자가 되었다. 그는 사원의
유지와 빈민 구제를 위해서 재물을 아끼지 않고 기부하였다.
제5항해
신드바드는 다시 배를 한 척 준비하여 각 국의 상인들과 상품을 가득 싣고
출항하였다.
긴 항해였다. 그들은 처음으로 무인도에 상륙하였는데 두 번째 항해에서 본
것과 같은 큰 루크 새의 알을 발견하였다. 그 알은 어미새가 부리로 깨기
시작하여 새가 곧 나올 것 같았다.
신드바드는 상인들에게 건드리지 말라고 일러 두었으나 그들은 호기심에 차서
망치로 알을 깨뜨리고 새를 꺼내어 태워 버렸다.
식사를 마치기 전 하늘 높이 두 뭉치의 큰 구름 덩어리가 나타났다. 선장은
경험에서 그 구름이 루크 새의 수컷과 암컷인 것을 알고 일행을 배에 오르도록
재촉하였다. 두 마리의 루크 새는 무서운 소리를 내며 가까이 오다가 알이 깨져
새끼가 없어진 것을 알고 더욱 억세게 날개를 쳤다. 루크 새는 그들이 날아오던
방향으로 사라졌으나 뱃사람들은 그들에게 닥쳐 올 것 같은 재난을 면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여 배를 저었다.
얼마 안 되어 루크 새는 발톱 사이에 큰 바위 덩어리를 끼고 와서 공중을
한 바퀴 돌더니 배 위에 던졌다. 배는 이 돌에 맞아 산산이 박살나고 말았다.
신드바드는 배의 조각에 매달려 겨우 어느 섬까지 다달았으나 다른 사람들은
모두 익사하고 말았다.
이 섬은 맛있는 열매가 많이 있고 나무도 무성하여 흡사 낙원 같았다.
신드바드가 좀더 걸어 들어가니 깨끗한 개울이 있었다. 시냇가에는 몹시 야위어
보이는 노인 한 사람이 앉아 있었다.
신드바드는 가까이 가 인사를 하고 왜 그렇게 앉아만 있느냐고 물어 보자 그는
겨우 머리만 흔들고 자기를 업어서 건너편으로 옮겨 달라고 손짓을 하였다.
신드바드는 노인이 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것이라 믿고 그를 업고 시내를
건넜다. 보기에는 아주 힘없이 보이던 늙은이는 날쌔게 신드바드의 어깨 위에
올라타더니 발로 목을 감고 힘껏 졸랐다.
그는 정신을 잃고 기절했다. 이 고약한 노인은 그가 기절해도 목 위에 올라
타고 있었으며 그가 겨우 숨을 내쉬자 노인은 한 쪽 발로 그의 옆 배를 누르고
한 쪽 발로는 그를 걷어 차 억지로 일어나도록 했다. 그가 일어나자 노인은 나무
밑으로 가자며 열매를 따서 먹기 위하여 때때로 멈춰 있으라고 하였다. 노인은
종일 신드바드의 목을 감은 다리를 풀지 않았으며 잘 때에는 마찬가지였다.
신드바드는 어느 날 나무에서 떨어진 표주박을 발견하여 그 곳에 포도를 짜서
술을 만들었다. 그 술은 아주 훌륭해서 그에게 새로운 힘을 북돋아 주었다.
신드바드는 기분이 좋아서 노인을 업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즐겁게 놀았다.
노인은 그가 이전보다 가볍게 자기를 업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이상스럽게
생각하며 자기에게도 좀 달라고 손짓하였다.
노인은 그 술을 상당히 마시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신드바드의
어깨 위의 다리 힘이 풀렸다. 신드바드는 노인을 땅 위에 내던져 버렸다. 노인은
그대로 잠이 들어 움직이지 않았다. 신드바드는 얼른 큰 돌을 들어 노인을 때려
죽였다.
신드바드는 노인에게서 해방된 기쁨을 안고 해변가로 걸어나왔다. 마침 물을
얻으려고 멈췄던 배에 구조되었다.
이 배의 선원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그 괴물이 교살하려는 것에서 모면한
최초의 사람이라고 모두 놀라했다.
이 노인은 한 번 붙잡아 자기의 마음대로 움직이게 된 사람은 죽을 때까지
절대로 놓지 않는다고 하며 이 섬은 그 괴물의 손아귀에 죽은 사람이 많기로
유명하다는 것이었다.
이 뱃사람들은 대단히 그를 후대하여 주었으며 배에 탄 상인들과도 친밀한
사이가 되었다. 항해하다 배는 항구에 닿았다. 그와 친밀한 상인이 큰 자루
하나를 소개하여 주었고 그들과 똑같이 행동을 취하고 만일 그들로부터 떨어지는
경우에는 생명이 위험하다고 주의를 주었다.
신드바드는 항구 사람들을 따라 야자수 밀림까지 왔는데 그 나무들은 대단히
높고 미끄러워서 도저히 올라가 열매를 따기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때 많은 원숭이 떼가 그들 일행을 보자 재빨리 나무의 맨꼭대기로
올라갔다. 같이 갔던 사람들의 나무 위에 있는 원숭이를 향하여 돌을 던졌다.
신드바드도 사람들을 따라 돌을 던졌다. 원숭이들은 대단히 성이 나 야자 열매를
일행을 향하여 던졌다.
그들은 원숭이가 던진 구하기 어려운 야자 열매를 얻을 수가 있었다.
신드바드는 귀국 후 장사를 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을 수가 있었다. 그는 고향에
돌아와 이익의 1할을 자선 사업에 사용하고 피로한 심신을 쉬었다.
제6항해
신드바드는 다섯 번이나 조난을 당해 위험을 거듭하였으므로 친척과 친지들이
만류를 했지만 1년도 못 되어 다시 바다로 나갈 준비를 하였다.
이번 항해는 선장과 도선사가 침로를 잘못 잡았다. 선장은 미친 사람처럼
탄식하며 스스로 자기의 머리를 쥐어뜯었다.
신드바드가 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물었더니 배가 이 대양에서 가장 위험한
장소에 왔는데 빠른 조류가 배를 이끌고 있어 15분 후에는 그들이 바다 속으로
빠져 죽을 것이라고 말하며 모든 것을 단념하고 신에게 기도를 올리자고 하였다.
배는 조류로 인해 평시에는 도저히 가까이 댈 수도 없는 산의 절벽까지 올라가
그 곳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그러나 일행은 생명과 식량 가장 중요한 물품은 구할 수 있었다. 산 중턱에는
난파선의 파편과 해골과 믿을 수 없이 많은 종류의 보물이 산같이 쌓여 있었다.
그러나 이상한 것은 이 곳에서는 많은 물이 바다로부터 컴컴한 동굴 속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그 동굴의 입구는 대단히 높고 넓었다. 또한 이 산의 돌은 수정과 루비와 여러
종류의 보석으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었다. 이 곳에는 역청이 샘물과 같이 바다로
흐르는데 물고기가 그것을 먹으면 용연향이 되어 곧 토해 내었다. 물결이 이
용연향을 해변가로 밀어 붙여 수목이 그 곳에 자라나게 되어 있었고 자라는
나무는 대개가 가라목이었다.
이 곳은 배가 일정한 거리 이내로 들어오면 바람과 파도 때문에 벗어나지
못하여 산으로 올라갈 수도 없고 바다로 피할 수도 없어 이 지역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신드바드의 일행은 이 산중턱의 해변가에서 나날이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륙하였을 때에 그들은 있는 식량을 공평하게 분배하였기 때문에 각자 식량의
취급 여하에 따라 길게도 혹은 짧게도 살 수가 있었다.
신드바드는 식량을 조절하여 가장 오래 살아남아 있게 되었다. 신드바드는
죽음을 각오하고 마지막으로 죽은 동료를 매장한 후 자기 손으로 자기의 무덤을
파 두었다.
신드바드는 동굴로 흘러 들어가는 강가로 가보았다. 그는 이 곳에서 탈출할
방법이 없을 까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이 강은 땅 밑으로 흐르지만 반드시 출구가 있을 것이다. 뗏목을 만들어 흘러
가는 데까지 가 보자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 있을 것이다. 만일 익사하는 경우가
있을지라도 죽는 방법이 달라지는 것뿐이다'
그는 곧 큰 배 조각과 닻줄로 튼튼한 뗏목을 만들었다. 그리고 루비 에메랄드
용연향 수정 등이 가득한 상자와 값이 나갈 물품을 담은 자루를 싣고 신에게
그의 운명을 맡겼다.
동굴 안은 컴컴하였으며 천정은 머리가 닿을 만큼 낮은 곳도 있었다. 가지고
온 식량도 도중에 전부 떨어져 정신을 잃어 버렸기 때문에 그 후의 일은 알 수가
없었다.
신드바드가 정신을 회복하였을 때 그는 넓은 들판 위에서 많은 흑인들에게
둘려 싸여 있었다. 그들 중에 아라비아 어를 해독하는 흑인이 있었으므로 다행히
그로부터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이 나라의 주민인데 가까운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강물을 논에 담고
있을 때 신드바드의 뗏목을 발견하고 그 뗏목을 끌고 와 그의 정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신드바드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듣고 왕에게 안내하여 주었다. 이
나라의 인도였다. 왕은 그에게서 진기한 모험담을 만족하게 듣고 그를
후대하였다.
신드바드는 인도 왕으로부터 회교도의 지배자인 아라비아 왕에게 보내는
친선의 서한과 많은 보물을 전달할 것을 부탁하고서 귀국하였다.
대교주인 국왕은 이 선물을 받고 그 나라의 이야기를 흥미있게 들은 후
신드바드에게 많은 선물을 주어 사람을 시켜 그의 집까지 보내 주었다.
이야기가 끝나자 신드바드는 전날과 같이 히드바드에게 많은 돈을 주며
다음 날 그의 최후의 항해를 꼭 들어 달라고 당부하였다.
제7항해
그는 귀국하자 다시는 항해에 나가지 않겠다고 결심하였다. 신드바드는 이제
나이도 많이 들었고 이제까지 겪어 온 위험한 일에 다시는 몸을 내던지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하루는 대교주로부터 사절이 왔다. 인도 왕에게 답례로써 답서와 예물을
가지고 사절로 가 달라는 명이었다.
그는 대주교인 국왕에게 자기는 이후 일체 항해를 단념하였다고 말하였으나
국왕이 부탁하는 것을 거절할 수 없어 승낙하고 말았다.
신드바드는 인도에서 되도록 속히 사명을 마치고 돌아오려 하였다. 인도 왕은
그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으므로 곧 귀로에 올랐으나 불행히도 해적의 습격을
받았다. 선원 중에는 저항을 하여 생명을 잃는 자도 있었고 남을 사람들은 먼
섬으로 끌려가 노예로 팔려 갔다.
신드바드를 산 주인은 부자였으며 그를 후대하여 노예로서는 분에 넘치는
몸차림을 하여 주었다. 주인은 그에게 무엇을 할 줄 아느냐고 물었다. 신드바드가
상인이라고 하였더니 활을 쏠 줄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활 쏘는 것은 젊었을
때의 운동이었다고 말하였더니 주인은 만족한 듯 커다란 코끼리에 그를 태우고
활과 많은 화살을 싣고 밀림 속 깊이 그를 데리고 갔다. 큰 나무 밑에 가자
주인은 그에게 나무 위로 올라가라고 했다. 주인은 코끼리의 무리가 이 앞을
지나갈 때는 활로 쏘아 넘어지는 놈이 있으면 자기에게 곧 알려 달라 하고
음식물을 남겨둔 후 시내로 돌아가 버렸다.
그 이튿날 새벽녘에 수많은 코끼리 떼가 몰려 왔다. 신드바드는 그 중 한
마리를 쏘아 넘어트렸는데 다른 놈들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이것을 보고하니 대단히 기뻐하며 그를 칭찬하여 주었다. 그들은 코끼리를
땅에 묻었는데 이것이 썩어버릴 때에 코끼리의 큰 상아를 뽑아 팔 계획이었다.
신드바드는 이 일을 약 2개월 간 계속하였는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다.
신드바드는 여전히 나무 위에서 망을 보고 있을 때 코끼리들은 그 나무 앞을
지나가려 하지 않고 멈춰 서서 무서운 소리를 지르며 신드바드가 은신하고 있는
나무 주위를 둘러쌌다. 코끼리의 수는 실로 헤아릴 수 없었다. 코끼리 무리는 긴
코를 공중으로 쳐들어 일제히 신드바드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는 이 광경을 보고
정신이 아찔했다.
제일 커다란 코끼리가 나서서 코로 그 나무를 뿌리째 뽑아 땅 위에
넘어트렸다. 신드바드가 땅 위에 떨어지자 코끼리가 그의 몸을 코로 감아 자기의
등에 앉혔다. 신드바드는 마치 죽은 사람과 같았다. 그 코끼리가 선두에 서서
걸어가자 많은 수의 코끼리가 질서 있게 열을 지어 뒤를 따랐다.
어느 지점에 도달하자 코끼리는 신드바드를 땅 위에 내려 놓고 어디론지
가버렸다.
그는 얼마 동안 누워 있다 이상히 생각하여 주위를 살펴 보니 그 곳은 길고
넓은 언덕 위였는데 코끼리의 뼈와 상아로 덮여 있었다. 코끼리의 무덤이었다.
코끼리는 자기들을 죽이지 말라는 뜻을 알리기 위하여 신드바드를 이 곳까지
데리고 온 것이었다.
이제 코끼리를 죽이지 않고도 상아를 얼마든지 손에 넣을 수 있는 장소를 알려
주었기 때문이다.
신드바드는 하루를 꼬박 걸어 주인집에 돌아왔는데 주인은 그가 살아서 돌아온
것을 보고 대단히 놀랐다.
그는 주인에게 모든 이야기를 전하고 코끼리를 타고 그 언덕까지 가서 많은
상아를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인은 그에게 코끼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지금까지 그
밀림 속의 코끼리들은 많은 경고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예를 매년 수없이
죽여 왔다. 그러나 신은 신드바드만은 사랑했음인지 코끼리들의 분노에 거슬리지
않고 기적적으로 살아나게 했다. 이것은 아마도 신이 그를 이 세상에서 더욱
유익하게 일을 시키려는 증거일 것이라고 하며 그 날부터 신드바드를 자유의
몸으로 하고 재산도 나누어 주며 친형제와 같이 지내게 되었다.
신드바드는 위험한 바닷길을 피하고 낙타 대상에 합류하여 육로로 무사히
귀국하였다. 사절의 임무를 완수하여 국왕이 많은 보물을 주었으며 그 후로
바그다드를 떠나는 일이 없이 가족들과 행복하게 여생을 보냈다.
신드바드는 그의 항해담을 다 마치고 히드바드를 향하여
"저의 친구여! 당신은 내가 겪은 만큼 많은 고난을 당한 사람의 소문을
들었는지요. 내가 이러한 고생을 다하였으니 평화롭게 유쾌한 생활을 즐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하고 말하였다.
히드바드는 그의 손에 키스를 하고
"저의 고생은 당신과는 비교도 안 됩니다. 당신은 행복하게 살아야 하며
재산도 이렇게 훌륭하게 사용하니 그 자격도 충분하고 남습니다. 영원히
행복하십시오" 하고 대답하였다.
신드바드는 다시 그에게 많은 돈을 주며 짐을 운반하는 일은 그만두고
앞으로는 자기의 식탁에서 식사를 함께 하자고 말하였다.
그렇게 한 것은 히드바드가 뱃사공이던 신드바드를 친구로 사귀게 되는 것을
일생 동안 잊지 못할 기쁘고 당연한 일로 믿게 하고 싶었던 것이다.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