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싸움의 결과 / 쓸모 있는 눈 / 동화 / 방정환

by 송화은율
반응형

싸움의 結果[결과]

 

창남이와 창용이에게 아저씨가 참외를 반 개씩 깎아 주었습니다.

창남이와 창용이는 나이도 동갑이요, 무엇이든지 서로 지기를 싫어하는 터

이라, 남의 것이 자기 것보다 크지나 않은가 하여 서로 서로 참외를 비교해

보더니, 창용이가 먼저 상을 찡그리고,

창남이 것이 내것보다 더 큰데, 왜 나는 조그만 것을 주었어요.

하고 참외를 내밀었습니다.

아저씨는 미안하게 생각하였으나, 작은 참외를 크게 만들 재주가 없으므

,

그냥 먹어라.

고 달래었습니다.

그래도 듣지 않고 똑같이 해 내라고 자꾸 떼를 쓰므로, 아저씨는 하는 수

없이 창남이의 참외를 조금 칼로 베어내서 자기가 먹고,

자아, 이제는 창남이의 것도 작아졌으니까, 네것하고 똑같이 되었다.

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창남이가 자기 것을 창용이 것과 비교해 보더니,

응응, 이번에는 내것이 창용이 것보다 작아졌으니까 나는 싫어요. 저 애

것하고 똑같게 해 주세요.

하고 떼를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아저씨는 그냥 먹으라고 달래다 못해 이번에는 창용이의 참외를 칼로 조금

베어서 자기가 먹고,

자아, 이제는 둘이 똑같다.

하셨습니다.

그러나, 저울로 달아 보거나, 자로 재어 보지 못하고 베는 것이므로 이번

에는 창용이 것이 창남이 것보다 다시 작아져서 창용이가 떼를 씁니다.

아저씨는 창남이 것을 조금 또 베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창남이가 창용이

것보다 자기 것이 작아졌다고 떼를 쓰므로 창용이 것을 조금 또 베었습니

.

이렇게 똑같이 하기 위하여 베어내고 또 베어내고 일곱 번째 베었을 때에

간신히 둘이 똑같게 하기는 하였으나 그러나, 그 때는 남은 참외가 새끼손

가락만큼밖에 남지 않아서 입에 넣을 만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 때에야 두 사람은 의논한 듯이,

이럴 줄 알았으면 처음에 남의 것 큰 생각 말고 잠자코 그냥 먹을걸 그

랬지…….

하고 후회하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아저씨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이 크거든 나도 그같이 클 생각을 하여야지, 내가 클 생각을 못하고

남의 큰 것을 깎을 생각만 하면, 으레 그렇게 남의 것도 없어지고 자기 것

도 없어지리라.

 

〈《어린이 7 6, 1929 7·8월호, 방정환

 

 

 

쓸모 있는 눈

 

어떤 날 목사 한 분이 사막길을 걸어올 때, 장사꾼 두 사람이 급급히 뛰어

와서,

목사님, 우리가 약대(낙타) 한 마리를 동네에 매어 두었더니 그만 끈을

끊고서 달아났는데, 목사님이 이 길로 오시다가 혹 보시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 그 약대의 오른쪽 눈은 소경이고, 왼쪽 뒷다리는 짧지 않습니까?”

하니, 두 장사꾼은

, 그렇습니다.”

하고, 반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그 약대의 앞니는 빠졌지요?”

, 

그리고, 약대의 한 편에는 밀을 싣고, 또 다른 편에는 꿀을 실었지요?”

하니, 두 장사꾼은,

, , 그렇습니다. 그래, 그 약대가 어디로 갔습니까?”

하고 또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목사는 천연스럽게,

그러나, 나는 그 약대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므로, 두 장사꾼은 성을 버럭 내고 목사를 붙잡아 재판소로 갔습니다.

재판관은 그 목사에게,

목사가 참말 보지 못하였다면 어째서 그 한쪽 눈이 먼 줄을 아는가?”

그 약대 한쪽 눈이 먼 줄을 아는 건, 길가 편에 난 풀을 한편만 뜯어먹

었으므로, 한쪽 눈이 먼 것이 확실하지요.”

그러면, 한쪽 다리를 저는 건 어떻게 아는가?”

, 그것은 한쪽 뒷다리 발자국은, 다른 세 발자국보다 깊지 않은 것을

보고 알지요.”

그러면 앞니가 빠진 건 어떻게 아는가?”

, 그것은 풀 뜯어먹은 자리에 가운데만은 풀이 그냥 남아 있는 걸 보

면 이가 빠져 거기는 먹지 못한 표적이지요.”

그래, 그러면 어떻게 그 실린 짐이 한쪽은 밀, 한쪽은 꿀인 줄로 아는

?”

, 그건 한쪽은 개미들이 분주히 무얼 물어 옮기고, 한쪽에는 벌들이

모여드는 걸 보고 알았습니다. 친구여, 지금쯤 그 약대는 사막을 방황하고

있을 줄로 압니다. 그 약대를 도둑맞은 건 아닐 것입니다. 왜 그러냐 하면,

길 앞뒤를 암만 보아도, 발자국이라곤 없었으니까요. 그러니, 필시 길을 잃

고 방황하는 듯합니다.”

하였습니다.

재판관은 목사가 조그만 일까지도 잘 주의하여 세밀히 관찰한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 장사꾼들을 몹시 꾸짖고 나서 어서 찾아가 보라

하고, 목사는 그냥 돌려보냈습니다. 과연, 장사꾼들은 얼마 안 가서 사막에

서 방황하고 있는 약대를 찾았습니다.


 

반응형

블로그의 정보

국어문학창고

송화은율

활동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