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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 요점정리 및 해설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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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가 / 해설

  

<전략>

 

[아니리]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낮이면 강두에 가서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제 그 마을 사는 묘한 여자가 하나 있으되 호가 뺑파것다. 심 봉사 딸 덕분에 전곡(錢穀)간에 있단 말을 듣고 동리 사람들 모르게 자원 출가(自願出嫁)하여 심 봉사 그 불상헌 가산을 꼭 먹성질로 망하는디,

 

[잦은모리]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 먹고 벼 퍼주고 술 사 먹고 이웃집 밥부치기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초군(樵軍)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갈기와 배 끓고 발 털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다려 담배 달라 실낭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 남의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난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문 앞에 들어서며 불이야 이 놈의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뺑파한테 빠져서 나무칼로 귀를 외어 가도 모르게 되었것다.

 

[아니리]

심 봉사 하루난 돈궤를 만져 보니 엽전 한 푼이 없것다.

"여 뺑파 돈궤에 엽전 한 푼이 없으니 이게 웬일이여."

"아이고 그러니 외정(外丁)은 살림 속을 저렇게 몰라. 영감 드린다고 술 사오고 고기 사오고 떡 사오고 하는 돈이 모도 그 돈 아니요."

"나 술 고기 떡 많이 잘 사 주더라. 여편네 먹은 것 쥐먹는 것이라고 할 수 있나."

"영감아 지난 달부터 밥 구미는 둑 떨어지고 신것만 구미가 당기니 어째서 그런가 모르겄오."

"파아하하 거 그러면 태기가 있을란가부네 어쩌튼 하나만 낳라. 그런디 신것이 구미가 당기면 무엇을 먹는가."

"아 살구 먹었지요."

"아 씨 되어 보니 닷말 서 되입니다."

"거 신 것을 그리 많이 먹어. 그 놈은 낳드라도 안 시건방질가 몰라. 이것 농담이요."

하로난 관가에서 부름이 있어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허였는디 만일 잔치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封庫罷職)을 당할 것이니 어서 급히 올라가라 노비(路費)까지 내어 주것다. 그 노비 받어가지고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하였는디 잔치에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을 당한대여. 그러니 어서 급히 올라가세."

"아이고 여필종부(女必從夫)라고 영감 따러가지 누구 따러갈 사람 있소."

"아닌게 아니라 우리 뺑파가 열녀도 더 되고 백녀다 백녀. 자 그럼 어서 올라가세. 의복 챙겨 있는 것 자네는 맡아서 이고 가고 나는 괘나리 띳빵해서 질머지고 가세."

막상 떠날라고 허니 도화동이 섭섭하든가 보드라.

 

[중모리]

도화동아 잘 있거나 무릉촌(武陵村)도 잘 있거라 내가 인제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랴느냐. 어이 가리 너 어이 갈고 황성 천리를 어이 갈고 조자룡(趙子龍)의 월강(越江)허든 청총마(靑 馬)나 있거드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이 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그나 어이 가리 너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를 좀 맞어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어미가 길소리를 맞는디 어디서 메나리조를 들었는지 메나리조로 먹이것다.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 가장 다리고 몇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거나. 이리 한참 올라가다 일모(日暮)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자는디 그 때으 뺑덕이네는 황 봉사와 등이 맞어 주인과 약속을 허고 밤중 도망을 허였는디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첫 새벽으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아니리]

"여보소 뻉덕이네 삼복성염(三伏盛炎)에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길을 사오십 리 처야 될띠, 어서 일어나, 어서. 아 어디 갔어."

또 장관이지,

"그 방구석에서 멋허고 섰어. 허허 내가 보듬고 와야지."

방 네 구석을 더듬어도 없제.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오."

"아니요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발서 떠났오."

"아니 그러면 주인 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 그말히여."

"아 그분과 내외간인지 알었지, 심 봉사님과 내외간인지 알았소."

"그는 그럴 것이오, 아이고 이년이 갔구나."

 

[진양조]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예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 없는 이년아 당초에 늬가 버릴 테면 있던 데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 날 버리고 네가 무엇 잘 될소냐. 이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이년아. 오라 오라 현철한 곽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내 딸 청이 생죽엄도 당했는디 네까짓 년을 생각허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

 

[아니리]

주인과 작별허고.

 

[중모리]

주막 밖을 나서드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그 자리 펏석 주저앉더니 뺑덕이네 뺑덕이네 예끼 천하에 무정한 년.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어이 찾어 가잔 말이냐. 이 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흘리면서 한 곳을 점점 나려 갈제,

 

<후략>

 

<정권진 창(唱)>


 요점 정리

 갈래 : 판소리 사설

 배경 :

공간적 - 황주 도화동, 중국 황성

시간적 - 송나라 말년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사상적 배경 : 인과응보 사상, 도교의 신선 사상, 불교의 윤회 사상, 유교의 효 사상

 근원설화 : 맹인(盲人)득안(得眼설)화, 거타지 설화, 효녀지은설화, 인신공희(人身供犧)설화

 성격 : 교훈적, 해학적, 우연적

 구성 :

① 발단(發端) : 심청의 출생과 성장 과정.

② 전개(展開) : 심청이 아버지를 모시는 고생과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몸을 팖.

③ 위기(危機) : 심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짐.

④ 절정(絶頂) : 다시 살아나 왕후가 됨.

⑤ 결말(結末) : 아버지를 만나고, 심 봉사는 눈을 뜨게 됨.

 제재 : 심청의 효심(수록 지문에서는 뺑파의 악행과 심봉사의 몰락)

 주제 : 심청의 효(孝)[수록된 지문 주제는 심봉사의 어리석음이다. 심 봉사는 딸을 죽음으로 내몰아 놓고도 돈으로 인해 마음이 헤퍼지는 범속한 인물로 제시된다. 뺑덕어미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게 삶을 즐기자는 인물]

 특징 : 적층문학이고, 인물의 심리 및 행동이 현실감 있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었고, 판소리 사설이고, 심 봉사의 말과 행위가 희화화되었고, 판소리 창자가 직접 등장 인물의 말을 연행하고, '심청가' 중 가장 희극적인 부분에 해당함

 주제 및 배경 사상 : 일부에서는 심청의 주제를 '불공에 따른 불교적 극락왕생'으로 보기도 하나, 많은 이들은 '심청의 효'를 주제로 보고 있다. 그러나 사상적 배경은 효를 최고의 덕목(德目)으로 볼 때는 유교적이고, 화주승을 통해 부처의 신통력을 내세운다는 점에서는 불교적이고, 옥황상제와 선궁(仙宮), 선녀(仙女) 등이 등장해서 심청을 소생시킨다는 점에서는 도교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외래 사상의 밑바탕에는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희가 뱃사람들의 행위를 통해서 민간의 고유신앙이 흐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혼합적 사고는 외래사상과 고유 신앙이 혼재되어 있는 한국문학의 사상적 특질을 엿볼 수 있다.

 개관 :

(1) 작품 선정의 취지 : 이 작품은 전통적 가치인 '효(孝)'를 주제로 하는 판소리 사설로서, 옛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가치관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심청가'는 복합적인 구조물로서의 성격이 뚜렷한 작품이다. 따라서 이 작품의 교수 학습 과정에서 학생들은 '심청가'를 내적인 형식과 외적인 형식으로 나누어보고,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 측면과 관련된 내용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짐으로써 문학의 구조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 지도의 핵심 : 무엇보다도 '심청가'는 판소리 사설로서 관객들 앞에서 구연(口演)되었다는 점, 광대들의 기억력에 의존해 입에서 입으로 구전(口傳)되었다는 점에 유의하여 지도해야 한다. 또한 실제로 교과서 수록 부분을 판소리로 들어 보는 것도 문학의 복합적인 구조를 음미해 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3) 작품 연구 : 이 작품은 작자 연대 미상의 판소리 사설이다. '인신 공희 설화(人身供犧說話)', '효자 불공 구친 설화(孝子佛救親供說話)', '맹인 득안 설화(盲人得眼說話)'를 근원 설화로 보고, '삼국사기'의 '효녀지은(孝女知恩)'(일명 '연권녀(連權女) 설화'), '삼국유사'의 '빈녀 양모(貧女良母)'와 '거타지(居陀知)설화', 전남 성덕산 관음사 연기문(觀音寺緣起文)에 나오는 '홍장(洪莊)처녀 이야기'등을 문헌상의 근원 설화로 본다. 이런 전래 설화가 창(唱)의 판소리 사설로 구전되어 오다가 영 정도에 이르러 소설화한 것으로 보여서, 대체로 '근원 설화→판소리 사설('심청가')→고전 소설('심청전')→신소설(이해조의 '강상련(江上蓮)')'의 변천과정을 거친 것으로 이해되며, 여러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첨삭(添削)된 적층 문학(積層文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전반적으로 동양 사상인 효를 강조한 것이면서, 동시에 불교의 인과응보(因果應報)가 주된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양반들의 기호에 맞게 중국의 고사와 관련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고, 평민들의 기호에 맞도록 솔직하고 우스꽝스러운 대목도 많다. 그런가 하면 심청은 물에 빠졌다가 거듭나기 때문에 그 제의적(祭衣的)의미 역시 중요하게 해석되기도 한다. 이처럼 이 작품의 주제는 논란거리인 만큼 다양하게 해석되고 있고, 그 현대적 의미도 거듭 평가되고 있다. 한편'심청전'의 무대가 황주 도화동으로 되어있어서 우리나라의 황해도 황주로 알고 있으나 작품 속의 국명이나 하천명 등으로 보아서는 중국의 호북현에 있는 땅으로 보아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은 '심청가'에서 가장 희극적인 대목이다. 심 봉사는 딸을 죽음의 구렁텅이로 보내 놓고는 돈으로 인해 공연히 마음이 헤퍼지는 범속하기 짝이 없는 인물로 전락하고 만다. 한편 뺑덕 어미는 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게 삶을 즐기자는 인물로 당대 사회에서 하나의 유형으로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널리 알려진 판소리 사설의 하나이다. 이 작품을 통해 문학 작품이 내적 형식과 외적 형식을 지닌 구조물이라는 점을 확인해 보자.

 출전 : 정권진 창(1948)

 내용 연구

 

<전략>

 

[아니리 : 소리꾼이 대화하듯이 말로 읊는 부분]

밤이면 집에 돌아와 울고 낮이면 강두에 가서 울고 눈물로 세월을 보낼 제[심봉사가 딸을 그리워 하는 마음 / 심청이 공얌미 삼백 석을 마련하기 위해 뱃사람들에게 인당수 제수(祭需)로 팔려 간 후의 심 봉사의 심경을 나타내고 있다.] 그 마을 사는 묘한 여자가 하나 있으되 호가 뺑파것다. 심 봉사 딸 덕분에 전곡(錢穀 : 돈이나 곡식)간에 있단 말을 듣고 동리 사람들 모르게 자원 출가(自願出嫁 : 스스로 원하여 시집을 감)하여 심 봉사 그 불상헌 가산을 꼭 먹성질로 망하는디,[심청이가 자신의 몸을 제물로 바쳐 만들어준 재물을 먹어서 없애 버리는 뺑파를 비꼬아 표현함]

[잦은모리 : 비교적 빠른 장단으로,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가지 사건을 늘어놓는 대목, 그리고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고기 잘 먹고 떡 잘 먹고 쌀 퍼주고 고기 사 먹고 벼 퍼주고 술 사 먹고[밥 잘 먹고 ~ 술 사 먹고 : 뺑파의 먹성을 나열하고, 대구 형식으로 리듬감을 줌] 이웃집 밥부치기[사람을 시켜 밥을 지어 먹기.] 동인 잡고 욕 잘 허고 초군(樵軍 : 나무꾼)들과 싸움허기 잠자며 이갈기와 배 끓고 발 털고 한밤중 울음 울고 오고 가는 행인다려[행인에게] 담배 달라 실낭허기 술 잔뜩 먹고 정자 밑에 낮잠 자기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죽허고[힐끗허면 ~ 삐죽허고 : 뺑파의 고약한 심술을 유사한 의태어를 반복하여 재미있게 표현 / 뺑덕이네의 행실을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때, 뺑덕이네를 미워하기보다는 웃음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뺑덕이네의 행동을 과장하여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우리말의 특성을 잘 살려 음악성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남의 혼인허랴 허고 단단히 믿었난디 해담(害談)을 잘 허기와 신부 신랑 잠자는디 가만가만 문 앞에 들어서며 불이야 이 놈의 행실[뺑파의 못된 행실]이 이러허여도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뺑파[인간의 본능에 충실하게 삶을 즐기자는 인물의 유형]한테 빠져서 나무칼로 귀를 외어 가도[잘라가도] 모르게 되었것다.[뺑파의 먹성과 악행이 심하지만 그것을 모르는 심봉사를 속담으로 표현한 것으로 속담은 '어떤 한 가지 일에 쏠리어 다른 일에 관심을 기울일 겨를이 없음을 뜻함' / 심 봉사가 뺑덕이네의 행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서술자의 개입을 통해 드러내고 있다.]

 

[아니리 : 소리꾼이 대화하듯이 말로 읊는 부분]

심 봉사 하루난 돈궤를 만져 보니 엽전 한 푼이 없것다.

"여 뺑파 돈궤에 엽전 한 푼이 없으니 이게 웬일이여.[미심쩍은 목소리가 적당]"

"아이고 그러니 외정(外丁 : 바깥일을 맡아 보는 남자)은 살림 속을 저렇게 몰라. 영감 드린다고 술 사오고 고기 사오고 떡 사오고 하는 돈이 모도[모두] 그 돈 아니요."

"나 술 고기 떡 많이 잘 사 주더라[뺑파의 말이 거짓임을 강조하기 위한 반어적 표현]. 여편네 먹은 것 쥐먹는 것[쥐 먹는 것만큼 적음]이라고 할 수 있나."[‘마른 나무에 좀 먹듯(건강이나 재산이 모르는 동안에 쇠하거나 없어지다.)’의 속담과 관련 깊은 구절이다. 이 말의 풀이는, ‘아내가 먹은 것은 쥐먹는 것과 같아 (재물이 없어지는 줄 모르게 조금씩 사라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영감아 지난 달부터 밥 구미는 둑 떨어지고 신것만 구미가 당기니 어째서 그런가 모르겄오."[뺑파가 자신의 위기를 피하기 위해 태기가 있는 것처럼 꾸밈, 화제 바꾸기]

"파아하하 거 그러면 태기가 있을란가부네 어쩌튼 하나만 낳라. 그런디 신것이 구미가 당기면 무엇을 먹는가."[심봉사가 남을 잘 믿는 성격이 드러남]

"아 살구 먹었지요."

"아 씨 되어 보니 닷말[한 말은 18리터] 서 되[한 되는 1.8리터]입니다."[살구씨만 100kg 가까이 나올 정도로 먹었다는 뺑파의 과장된 거짓]

"거 신 것을 그리 많이 먹어. 그 놈은 낳드라도 안 시건방질가 몰라[유사한 음을 이용한 언어유희 / 돌상에서 감(열매)을 먼저 잡으니 감(느낌이나 생각)을 잘 잡는 똑똑한 아이가 되겠구나.]. 이것 농담이요."

하로난 관가에서 부름이 있어 들어가니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의식이나 연희에서, 필요한 것들을 벌이어 베풀음]허였는디 만일 잔치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封庫罷職 : 어사나 감사가 못된 짓을 많이 한 고을의 원을 파면하고 관가의 창고를 봉하여 잠그던 일)을 당할 것이니 어서 급히 올라가라 노비(路費)까지 내어 주것다. 그 노비 받어가지고 돌아와,

"여보 뺑덕이네 황성서 맹인 잔치를 배설하였는디 잔치에 불참허면 이 골 수령이 봉고 파직을 당한대여. 그러니 어서 급히 올라가세."

"아이고 여필종부(女必從夫 : 아내는 반드시 남편의 말을 좇아야 한다는 말. 능청스러운 어조가 어울림)라고 영감 따러가지 누구 따러갈 사람 있소."[* 알아두면 좋을 한자 성어 - 거안제미(擧案齊眉) : 밥상을 눈썹과 가지런하도록 공손히 들어 남편 앞에 가지고 간다는 뜻으로, 남편을 깍듯이 공경함을 이름]

"아닌게 아니라 우리 뺑파가 열녀도 더 되고 백녀다 백녀[언어유희를 통한 과장이지만 무엇보다도 뺑덕이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흐믓해 하고 있으므로 감동하거나, 흡족한 어조가 타당함]. 자 그럼 어서 올라가세. 의복 챙겨 있는 것 자네는 맡아서 이고 가고 나는 괘나리 띳빵[괴나리 봇짐]해서 질머지고 가세."

막상 떠날라고 허니 도화동이 섭섭하든가 보드라.[편집자적 논평]

 

[중모리 : 조금 느린 장단으로, 어떤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도화동아 잘 있거나 무릉촌(武陵村)도 잘 있거라 내가 인제 떠나가면 어느 년 어느 때 오랴느냐. 어이 가리 너 어이 갈고 황성 천리를 어이 갈고 조자룡(趙子龍)의 월강(越江 : 강을 건넘)허든 청총마(靑瘻馬 : 중국 삼국 시대 촉한의 명장(名將) 조자룡이 조조의 군사와 싸우다가 적진을 뚫고 나갈 때, 앞에 막힌 강을 청총마라는 그의 준마가 단번에 뛰어넘어 적으로부터 위기를 넘겼다는 '삼국지연의'의 이야기에서 나온 말.)나 있거드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이 내 다리로 몇 날을 걸어서 황성(皇城)을 갈그나 어이 가리 너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여보소 뺑덕이네 길소리[길 가며 부르는 소리]를 좀 맞어 주소. 다리 아퍼 못 가겄네. 뺑덕어미가 길소리[길 가며 부르는 소리]를 맞는디 어디서 메나리조[농부들이 논에서 일을 하며 부르는 노래의 한 가지]를 들었는지 메나리조로 먹이것다[메기것다. ‘메기다’는 어떤 사람이 부르고 다른 사람이 따라 부르거나 후렴을 받는 형식의 노래에서, 먼저 노래를 불러 상대가 받게 하는 의미함]. 어이 가리 너 어이 가리 황성 천리를 어이 가리. 날개 돋힌 학이나 되면 수루루 펄펄 날어 이 날 이 시로 가련마는 앞 못 보는 봉사 가장 다리고 몇날을 걸어서 황성을 갈거나. 이리 한참 올라가다 일모(日暮 : 해가 저물어)가 되니 주막에 들어 잠자는디 그 때으 뺑덕이네는 황 봉사와 등이 맞어[서로 정분이 나서, 마음이 맞아] 주인과 약속을 허고 밤중 도망을 허였는디[야반도주(夜半逃走) : 남의 눈을 피하여 한밤중에 도망함] 심 봉사는 아무런 줄 모르고 첫 새벽으 일어나서 뺑덕이네를 찾는구나. - 심 봉사와 황성으로 가다 황 봉사와 도망을 한 뺑덕이네

 

[아니리 : 소리꾼이 대화하듯이 말로 읊는 부분]

"여보소 뺑덕이네 삼복성염(三伏盛炎 : 삼복의 무더위)에 낮에는 더워서 갈 수 없고 새벽길을 사오십 리 처야 될띠[내쳐야 하는데. 즉, '가야 하는데'의 뜻], 어서 일어나, 어서. 아 어디 갔어."

또 장관이지,[뺑파가 도망친 줄도 모르고, 심지어 '내가 보듬고 와야지'라고 넉살을 부리는 심 봉사의 행동이 꼴불견이라는 뜻으로 서술자가 독자에게 자신의 느낌을 밝히고 있는 편집자적 논평 혹은 서술자의 개입]

"그 방구석에서 멋허고 섰어. 허허 내가 보듬고 와야지."

방 네 구석을 더듬어도 없제.

"여보 주인 우리 마누라 혹 안에 들어갔오."

"아니요 간밤에 어느 봉사와 밤길 친다고 발서 떠났오."

"아니 그러면 주인 녀석이 되어가지고 인제 그말히여."

"아 그분과 내외간인지 알었지, 심 봉사님과 내외간인지 알았소."

"그는 그럴 것이오, 아이고 이년이 갔구나."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힘]

 

[진양조 : 판소리 장단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사설의 극적 전개가 느슨하고 서정적인 대목에서 주로 쓰인다]

허허 뺑덕이네가 갔네그려 예이 천하 의리 없고 사정 없는 이년아 당초에 늬가 버릴 테면 있던 데서 마다허지 수백 리 타향에다 날 버리고 네가 무엇 잘 될소냐. 이년아. 귀신이라도 못 되리라 이년아. 오라 오라 현철[어질고 사리에 밝음. 또는 그런 사람]한 곽씨[심청의 생모]도 죽고 살고 출천대효(出天大孝 : 하늘이 낸 큰 효자나 효녀) 내 딸 청이 생죽엄도 당했는디[심청이 인당수에 제물로 빠져 죽은 일] 네까짓 년을 생각허는 내가 미친 놈이로구나.[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뺑파를 원망하고 있는 심 봉사와 어울린 한자성어는 만시지탄(晩時之歎/晩時之嘆 : 시기에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하는 탄식]

 

[아니리 : 소리꾼이 대화하듯이 말로 읊는 부분]

주인과 작별허고.

 

[중모리 : 조금 느린 장단으로, 어떤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주막 밖을 나서드니 그래도 생각이 나서 그 자리 펏석 주저앉더니 뺑덕이네 뺑덕이네 예끼 천하에 무정한 년. 황성 천리 먼먼 길을 어이 찾어 가잔 말이냐. 이 때는 어느 땐고. 오뉴월 삼복성염(三伏盛炎 : 삼복 중의 무더위)이라. 태양은 불빛 같고 더운 땀을 흘리면서 한 곳을 점점 나려 갈제, <후략>

 이해와 감상

판소리 다섯마당 가운데 하나. 앞 못 보는 심봉사의 딸 심청(沈淸)은 태어나자마자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의 동냥젖으로 자란다. 15세에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려고 공양미 300석에 몸이 팔려 인당수(印塘水)에 빠졌으나 하늘의 도움으로 세상에 나와 황후가 되고, 맹인잔치에서 아버지를 만나 눈을 뜨게 된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춘향가〉 다음으로 사설의 문학성과 소리의 음악성이 뛰어나고 유명한 대목이 많아 ‘작은 춘향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설의 길이도 〈춘향가〉 다음으로 길어서 한마당을 모두 부르는데 흔히 네 시간 가량 걸린다.

 

〈심청가〉는 조선조 중기에 이미 불렸을 것으로 송만재(宋晩載)의 ≪관우희 觀優戱≫, 이유원(李裕元)의 ≪관극팔령 觀劇八令≫, 이건창(李建昌)의 ≪부심청가(賦沈淸歌) 2수≫와 같은 조선시대 후기 문헌에만 보인다.

 

순조 때의 명창 김제철(金齊哲)이 〈심청가〉를 잘 불렀는데 특히 심청이 탄생하는 대목이 그의 더늠(명창이 독특하게 만들거나 다듬은 판소리의 한 대목)이라 한다. 철종 때의 박유전(朴裕全)·주상환(朱祥煥)·이날치(李捺致)·김창록(金昌祿) 등과 고종 때의 명창 이창윤(李昌允)·전도성(全道成)·이동백(李東伯)·김채만(金采萬) 등이 〈심청가〉를 잘 불렀다고 한다.

오늘날 전승되는 심청가 바디(더늠)에는 정권진(鄭權鎭)이 보유하고 있는 정응민(鄭應珉)바디, 한애순(韓愛順)이 보유하고 있는 김채만(金采萬)바디, 오정숙이 보유하고 있는 김연수(金演洙)바디가 있고, 박동진(朴東鎭)도 심청가를 짜서 전판 공연한 바 있다.

 

박봉술(朴奉術)이 송만갑(宋萬甲)바디를 일부 보유하고 있으나 전판 공연된 적은 없고, 그 밖의 다른 바디들은 전승이 끊어졌거나 거의 끊어져 가고 있다. 지금 전승되고 있는 여러 심청가 바디 가운데 정응민바디와 김채만바디가 옛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심청가〉는 바디마다 짜임새가 얼마쯤 다르게 되어 있으나 흔히 초앞, 심청 탄생, 심청어미 출상(出喪), 동냥다니는데, 장승상댁, 공양미 삼백석, 범피중류(泛彼中流), 인당수, 용궁, 심황후 자탄가, 뺑덕어미, 황성길, 부녀 상봉, 뒤풀이의 순서로 짜여진 경우가 많다.

 

심청가에서 이름난 소리 대목은 심봉사 통곡(자진모리-계면조), 심청모 출상(중모리·중중모리-계면조), 시비 따라가는데(진양-우조), 중타령(엇모리-계면조), 후원 기도(진양-계면조), 선인 따라(중모리-계면조), 범피중류(진양-우조), 인당수 바람부는데(자진모리 또는 엇모리-계면조), 꽃타령(花草歌, 중중모리-평조), 망사대(望思臺, 진양-계면조), 추월만정(秋月滿庭, 진양-계면조), 방아타령(중중모리-계면조), 눈 뜨는데(자진모리-계면조)를 꼽을 수 있다.

 

〈심청가〉는 슬픈 대목이 많아서 소리 또한 계면조로 된 슬픈 노래가 많다. 감정을 풍부하게 하여 정교한 시김새를 구사하는 대목이 많아서 목이 좋지 않은 명창은 부르기가 어렵다. 〈李輔亨〉

 

또, 〈심청가〉는 몇 가지의 이본이 전하지만 미세한 자구의 차이만 보인다. 즉, 읍내본(邑內本)을 영인한 자료와 주석하여 각 이본의 차이를 표시한 자료가 출판되었다. 일반적으로 판소리로 불린 〈심청가〉는 독서물로 읽혀진 경판본(京板本) 〈심청전〉과는 다른 작품 구조를 지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판본 〈심청전〉이 작중화자(作中話者)의 일정한 시점(視點)에 의하여 통일된 줄거리와 고정된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데 비하여, 판소리 사설 〈심청가〉는 청중의 흥미와 감동을 불러 일으키기 위하여 특정한 부분이 확대되기도 하고 인물의 성격에 변화가 일어나기도 한다.

 

신재효(申在孝)의 〈심청가〉에는 경판본 〈심청전〉의 성격과 판소리 사설 〈심청가〉의 성격이 공존하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그 자신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 직접 노출시키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그는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죽기 직전의 모습을 그리는 대목에서, 심청의 공포를 서술하였던 이본을 비판하고 죽음을 의연하게 맞이하는 영웅적인 심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또한, 심봉사가 관가에서 맹인잔치의 통보를 받고 나오는 대목에서 관직이 매매되는 현실을 실감있게 표현하여 현실에 대한 인식태도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기도 하였다. 즉, 그가 향리로서 체험했던 조선조 후기의 현실에 대한 인식태도가 간접적으로 표명되고 있는 것이다.

 

≪참고문헌≫ 朝鮮唱劇史(鄭魯湜, 朝鮮日報社 出版部, 1940), 申在孝의 판소리사설硏究(姜漢永, 延世大學校 人文科學硏究所, 1969), 申在孝 판소리解說 硏究(徐鍾文, 서울大學校 博士學位論文, 1983).(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심화 자료

 판소리의 장단

· 진양조 : 판소리 장단에서 가장 느린 것으로, 사설의 극적 전개가 느슨하고 서정적인 대목에서 주로 쓰인다.

· 중모리 : 조금 느린 장단으로, 어떤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인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 중중모리 : 중모리보다 조금 빠른 장단으로,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 잦은모리 : 비교적 빠른 장단으로,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가지 사건을 늘어놓는 대목, 그리고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 휘모리 : 잦은모리를 더욱 빠르게 휘몰아 나가는 것으로,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빠른 장단이다. 어떤 일이 매우 바쁘게 벌어지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친해지기

1. 뺑덕이네가 심 봉사를 따라 황성길에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학생들이 작품의 내용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스스로 확인해 봄으로써 문학 작품을 가까이할 수 있는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한 활동이다. 다만 뺑덕이네가 황성길에 따라나서면서 내세운 이유와, 길에 나서서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친다는 실제행동이 상반되므로 뺑덕이네의 말을 액면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심 봉사를 따라 황성길에 나서게 된 이유를 표면적(表面的)인 이유와 이면적(裏面的)인 이유로 나누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풀이 :

표면적 이유 - 여자는 남자를 따라야 하므로[여필종부(女必從夫)]
이면적인 이유 -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기회를 보아 심 봉사 곁을 떠나기 위해서)

 

 

꼼꼼히 읽기 :
 

[춘향전]과 함께 우리 민족의 사랑을 받아 온 이 작품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설화, 장님이 눈을 뜨는 설화, 효녀가 부모를 극진히 모시는 설화' 등의 전래 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창(唱)이 판소리 사설로 구전(口傳)되어 오는 그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의 참여에 의해 첨삭(添削)된 적층 문학(積層文學)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특히 창, 아니리, 발림으로 구성되는 판소리 사설이므로, 관객을 상대로 공연한다는 연극적 성격까지 고려하면서 감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 이 작품이 희곡으로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소설에 더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방법 :

 이 활동은 판소리의 갈래적 특성을 학생들 스스로 생각해 볼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물론 문학의 갈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은 앞으로 '문학의 갈래' 단원에서 학습하게 되겠으나, 여기서는 판소리 사설이 서사 갈래로 분류되며, 특히 판소리 사설들이 문자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판소리계 소설로 변모하게 된다는 점을 개략적으로 이해하는 수준으로 지도하도록 한다. 여러 학생들의 대답을 통해 판소리 사설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종합해 보는 활동이 바람직 할 것이다.

풀이 : 인물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서 보여 준다는 점. 판소리의 창자(唱者, 광대)가 연극의 배우처럼 표정이나 동작을 이용한 연기를 한다는 점은 희곡의 성격과 통하는 바가 있다. 그러나 연극에서는 서술자에 의한 직접적인 묘사나 서술이 불가능한 데 비하여 소설에서는 그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 작품은 서술자가 인물의 심리를 묘사한다거나 사건의 전개 과정을 개략적으로 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설에 더욱 가까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도우미

 판소리 사설의 갈래적 특성 판소리는 문학적 요소인 사설·재담과 더불어 다채로운 음악과 현장 연출을 필요로 하는 예술이기에 그 연행성을 중시하여 연극이라 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판소리 전체를 지배하는 원리는 서사적인 것이며 연극적인 것은 이에 부수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1인칭의 예술인 판소리 자체는 근본적으로 서사자의 서술에 의거하여 작품의 전체적 흐름이 엮여지는 서사 양식에 속하는 것이다. 특히 판소리 사설의 경우는 논란의 여지없이 서사양식에 속한다. 이를 오늘날의 갈래에 비추어 본다면,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다.

 

탐구 : '심청가'의 구조
 

외적인 형식

창, 아니리, 발림

내적인 형식

 

1. 인지적 측면 : 하층민의 가난한 삶의 실상, 조선 시대의 생활풍습 등

2. 정의적 측면 : 남편을 버리고 도망치는 뺑덕이네의 행동에 드러난 부부간의 윤리 문제, 불쌍한 심 봉사를 돌봐 주는 사람이 없는 것에 드러난 공동체의 윤리 문제 등

3. 심미적 측면 : 해학미(골계미), 비장미 등


지도방법 : 문학 작품의 구조는 내적 형식과 외적 형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내적 형식은 다시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 측면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심청가'의 교과서에 수록된 부분에서 이러한 요소들은 찾아보도록 지도한다.

탐구 / '심청가'의 구조

이 작품은 외적(外的)으로는 창과 아니리, 발림을 통하여 시간 순서에 입각해 사건의 경과를 전해 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내적으로는 가난하게 살았던 하층민의 실상을 알게 한다든지(인지적 측면), 남편을 버리고 가는 뺑덕이네를 통해 부부간의 윤리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든지(정의적 측면), 비극적인 상황을 희극적으로 처리하여 해학미를 느끼게 하는(심미적 측면) 등의 복합적인 요소를 갖추고 있다.

2. 이 작품에서 '발림'에 해당하는 부분이 표시되지 않은 이유를 판소리의 전달 방식을 바탕으로 생각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판소리의 외적인 형식과 전달 방식을 이해하기 위한 활동이다. 판소리 사설이 문자로 정착되는 과정에서 창과 아니리 부분은 표기되었지만, 몸짓으로 표현되었던 발림은 생략된 이유를 생각해 보도록 한다.

 

풀이 : 판소리가 문자로 기록되어 전하지 않고 입으로 구연(口演)되었기 때문이다.

 

도우미 : 발림

 판소리에서 창자(唱者)가 소리의 가락이나 사설의 내용에 따라서 손·발·온몸을 움직여 감정을 표현하는 몸짓을 뜻하는 말로, 과(科)·너름새·사체라고도 한다.

 

 조선 시대 판소리 연구가였던 동리 신재효(申在孝)는 '광대가'에서 발림의 뜻으로 쓰인 너름새가 인물·사설·득음과 함께 광대가 갖추어야 할 네 가지 필수 요건 중 하나라고 하였다. 그렇지만 판소리에서의 너름새는 연극에서의 연기처럼 인간의 행동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연기에서는 등장 인물이 우는 연기를 한다면, 실제로 울어야 한다. 판소리에서는 창자가 직접 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우는 흉내를 낼 뿐이다. 주저앉아서 손바닥으로 땅을 친다든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시늉을 할 뿐이다. 이처럼 판소리에서의 너름새는 비사실적이며, 극도로 상징화된 방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연극에서의 연기와는 다른 점이 많다. - 출처 : '두산세계대백과'

 

3. 뺑덕이네의 행실을 소개한 부분을 읽을 때, 뺑덕이네를 미워하기보다는 웃음이 나오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판소리가 지닌 해학적 성격을 확인해 보기 위한 활동이다. 한국의 미의식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인 해학성을 학생들 스스로 이해하도록 한다. 특히 너무 전문적인 설명에 치중하지 않도록 유의하여 지도한다.

풀이 : 뺑덕이네의 행동을 과장하여 우스꽝스럽게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힐끗허면 핼끗허고 핼끗허면 힐끗허고 삐쭉허면 빼쭉허고 빼쭉허면 삐쭉허고"라고 묘사한 대목에서는 인물의 성격을 유사한 의성어를 열거해 가면서 재미있게 형상화하고 있다

 

시야 넓히기

판소리 '심청가' 중에서 본문에 인용된 부분을 듣고, 내용과 장단(長短)의 상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종합 예술로서의 성격을 직접 느껴 보도록 하는 활동이다. 판소리를 직접 들어 봄으로써 서양의 오페라와 비교될 만한 판소리의 성격을 학생들 스스로 느끼게 될 것이다. 다음과 같은 표를 만들어 보게 함으로써 학생들 스스로 내용과 장단의 상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유도한다.

내용

분위기나 정서

장단

뺑덕이네의 심술궂은 성격

우스꽝스럽다

잦은모리

심 봉사가 뺑덕이네와 길을 떠나는 장면

처량하다

중모리

뺑덕이네가 도망친 것을 알고 심봉사가 한탄하는 장면

원망(怨望), 자책(自責)

진양조

심 봉사 혼자 길을 나서는 장면

슬프다

중모리

풀이 : 기쁘거나 우스꽝스러운 대목에서는 장단이 빨라지고, 슬프거나 처량한 대목에서는 장단이 느려진다.

 

도우미

판소리의 장단  :  판소리 장단(長短)은 가장 느린 '진양조'에서 가장 빠른 '휘모리'사이에 '중모리', '중중모리', '잦은모리' 등의 장단 변화가 있어 사설의 내용에 따라 적절하게 선택하여 사용한다. 진양조는 구슬프고, 중머리는 태연한 맛과 안정감을 주며, 중중모리는 흥취를 돋우고, 잦은모리는 명랑하면서도 상쾌하며, 휘모리는 흥분과 긴장감을 주어, 작품을 다채롭고 생동감 넘치게 한다.

 판소리 용어 해설

(1) 광대 : 노래를 부르는(판소리를 하는) 사람.
(2) 고수 : 북을 치는 사람.
(3) 소리(唱) : 노래를 부름.
(4) 발림 : 광대가 노래할 때 연기로서 하는 몸짓.
(5) 너름새 : '발림'과 같으나 가사, 소리, 몸짓이 일체가 되었을 때 일컫는 말.
(6) 추임새 : 고수가 발하는 탄성. 흥을 돋우는 소리.
(7) 아니리 : 창 도중에 창이 아닌 말로 이야기하는 것.
(8) 진양조 : 소리가 가장 느린 장단으로 사설의 극적 전개가 느슨하고 서정적인 대목에 쓰임

<적벽가> 유비, 관우, 장비 세 형제가 공명을 찾아가는 대목

세마치 <춘향가> 춘향이 곤장 맞는 대목(십장가)

(9) 휘모리 : 소리가 가장 빠른 장단으로 어떤 일이 매우 빠르게 벌어지는 대목에서 쓰임

<심청가> 심 청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대목
(10) 중모리 : 소리가 중간 빠르기로 안정감을 주고, 사연을 담담히 서술하는 대목이나 서정적 대목에서 쓰임

<단가> 백발가

<춘향가> 몽룡이 춘향을 달래는 대목

<수궁가> 토끼가 수궁을 빠져나와 자라에게 욕을 하는 대목
(11) 중중모리 : 흥취를 돋우며 우아한 맛이 있다. 춤추는 대목, 활보하는 대목, 통곡하는 대목에서 쓰인다.

<수궁가> 토끼가 뭍으로 다시 돌아오며 기뻐하는 대목

<흥보가> 놀보가 제비 후리러 나가는 대목
(12) 자진모리 : 섬세하면서도 명랑하고 차분하다. 어떤 일이 차례로 벌어지거나 여러 사건을 늘어 놓는 대목, 격동하는 대목에서 흔히 쓰인다.

<적벽가> 적벽강에 불 지르는 대목
(13) 엇모리 : 평조음으로 평화스럽고 경쾌하다.

<심청가> 몽은사 화주승이 물에 빠진 심 봉사를 구하는 대목
* '-모리'라는 용어도 분명하게 통일된 것은 아니어서, 사람에 따라서는 '-몰이', '-머리'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이런 현상은 주인공의 이름을 '흥보'라고도 하고, '흥부'라고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판소리가 입에서 입으로 전하는 구비전승과정에서 빚어진 차이라고 볼 수 있다.

(14) 더늠 : 어떤 광대가 창작하여 삽입한 마디를 말함 

 

표현하기

다음 설화를 읽고, 아래의 조건에 따라 편지를 써 보자.
 

손순(孫順)은 모량리(牟梁里) 사람으로서 아버지는 학산(鶴山)이라 했다. 그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는 아내와 함께 남의 집에 품을 팔아 곡식을 얻어다가 늙은 어머니를 봉양했는데, 어머니는 이름을 운오(運烏)라 했다. 손순에게는 어린 아이가 있어, 언제나 어머니의 음식을 빼앗아 먹으므로 손순은 이를 민망히 여겨 그 아내에게 의논하기를, "아이는 다시 얻을 수 있지만 어머니는 다시 얻기 어렵소. 이제 아이가 저렇게 어머니 음식을 빼앗아 먹으니 어머니의 굶주림이 얼마나 심하겠소? 차라리 이 아이를 땅에 묻어 버려서 어머니를 배부르게 해 드리는 것이 좋겠소." 했다. 이에 아이를 업고 취산(醉山) 북쪽 들로 가서 땅을 파니, 거기에서 갑자기 기이한 석종(石鐘)이 나왔다. 그들 내외는 놀라고 이상히 여겨 잠시 나무 위에 걸고 그 종을 쳐 보았더니 그 소리가 은은하고 고왔다. 아내가 말하기를, "이 이상한 물건을 얻은 것은 아이의 복인 것 같으니 도로 데리고 갑시다." 하니, 남편도 역시 그렇게 생각하여 아이를 업고 종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종을 들보에 달고 두드리니 그 소리가 대궐에까지 들렸다. 흥덕왕(興德王)이 그 종소리를 듣고 좌우에게 말하기를, "서쪽 교외에서 이상한 종소리가 나는데 더없이 맑고 멀리 들리니 속히 조사해 보라." 했다. 왕의 사자(使者)가 그 집에 가서 조사해 보고 사실을 자세히 아뢰니, 왕은 "옛날 곽거(郭巨―손순과 같이 하다가 금솥을 얻은 중국 사람)가 아들을 파묻을 때 하늘이 금솥을 내렸다더니, 지금 손순이 아이를 묻으려 하자 땅에서 석종이 솟아났으니, 이 두 효도는 천지에 똑같은 본보기로다." 하고, 집 한 채와 해마다 곡식 50석을 주어 그 지극한 효성을 숭상했다.

- 삼국유사} 권5, [손순매아(孫順埋兒)]


· 손순의 아내에게 보내는 편지의 형식을 취한다.

· 손순의 행동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입장 중 하나를 택한다.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효(孝)의 의미와 가치를 내면화하기 위한 활동이다. 옛 사람들의 윤리 의식을 정리해 보고 그것을 현대적 관점에서 비판해 본다든지, 옛 사람들의 가치관을 충분히 수용하는 입장에서 그것을 옹호하는 글을 써 봄으로써 자기 생각을 효과적으로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논설문을 쓰는 것이 아니라 간단한 문학 작품을 쓰는 활동이라는 점에 유의하여 지도한다. 반드시 편지글의 형식을 따르도록 하고, 단순히 주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그러한 주장을 하게 된 근거를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또 이 활동을 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미리 과제를 주어 써 오게 하여 우수작을 발표하게 하는 방법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예시 답안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요즘 우리 학교 교정에는 라일락 향기가 넘쳐서 봄 기운이 무르익고 있어요. 아주머니가 계신 곳은 어떤가요?

학교에서 문학 시간에 손순 아저씨와 아주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읽었어요. 설화 속 등장 인물에게 편지를 쓴다는 게 조금 어색하기는 하네요. 그렇지만 어디선가 아주머니가 이 편지를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물론 아주머니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요. 자식을 키워 본 경험이 없으니까요. 아이를 땅에 묻어 버려야 되겠다고 아저씨가 말했을 때 얼마나 놀라셨나요? 물론 처음에 아주머니는 당연히 반대를 하셨겠지요. 그렇지만 아저씨가 어쩔 수 없는 결정이라는 점을 눈물을 흘려 가며 거듭 말했을 때 결국 남편의 말을 따르기로 결심하셨겠지요.

 

누구든 아저씨나 아주머니를 욕하기는 쉬울 거예요. 그렇지만 아이를 땅에 묻어 버리기로 결심하기까지 얼마나 가슴 아픈 고민을 많이 하셨겠지요.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고 했잖아요? 어머니에 대한 효성이 그토록 지극하신 아저씨가 다른 일은 대충대충 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더구나 사랑스런 철부지 아이를 그저 쉽게 버리기로 결심했으리라고는 절대로 생각하지 않아요. 여러 가지 가능성을 다 생각해 보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도 간혹 생활고를 비관해서 동반 자살하는 일가족 이야기가 신문에 실릴 때가 있어요. 어린아이들까지 같이 죽이는 것이지요. 그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죽이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오죽하면 아이들을 같이 데리고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만약 제가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어떤 결정이든 결코 쉽게 내릴 수 없는 일이겠지요.

 

처음 뵙는 분에게 너무 슬픈 이야기만 드렸군요. 다음에는 서로 즐거운 이야기도 나누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빌며 이만 줄입니다. 안녕히 계세요.

 효녀 지은(연권녀) 설화

 효녀 지은(知恩)은 신라 한기부 백성 연권(漣權)의 딸인데 천성이 효도에 지극하였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그 어머니를 봉양하여 나이 32세가 되었으되 시집을 가지 않고 혼정신성(昏定晨省)하여 좌우를 떠나지 아니하며 봉양할 것이 없으면 품팔이라도 하고 혹 나가서 밥을 빌어다 먹이기도 하였다. 그러기를 오래 하자 피곤함을 견디지 못하여 부잣집을 찾아가 종으로 팔리기를 자원하여 쌀 10여 석을 얻어 두고 종일토록 그 집에서 일하다가 저녁이면 밥을 지어 가지고 와서 봉양하여 삼사 일은 지났다. 그 어머니가 딸더러 이르기를 "지난날에는 밥을 먹어도 달았는데 요즘은 밥은 좋으나 맛이 전만 못하고 마치 칼로 심장을 에는 것 같으니 이것이 무슨 심사냐", 하니 딸이 실정을 말하였다. 그 어머니는 "나 때문에 네가 종이 되었느니 내가 빨리 죽는 것만 못하다", 하고 이냥 소리를 놓아 크게 우니 딸도 따라 울어 슬픔이 길가는 나그네를 감동케 하였다. 그때 효종랑(孝宗朗)이 구경 나왔다가 보고 돌아가 부모님께 청하여 조 백 석과 의복 등속을 실어 보내 주고 또 매주(買主)에게 변상하여 좋은 사람에게 시집가게 하였다. 낭도 수천 명이 각기 조 한 섬씩을 내어 보내니 진성왕(정강왕이라고도 함.)이 듣고 벼 오백 석과 집 한 채를 주고 호세와 풀역을 없애며 곡식이 많아서 도둑해 가는 자가 있을까 염려하여 소속 관원에게 명령하여 병정을 번갈아 보내어 지켜 주게 하고 그 마을에 푯말을 세워 효양방이라 하여 인하여 표를 당실에 올려 아름다움을 들렸다. 효종 당시 제3재상 서발한 인경의 아들인데 어릴 적 이름은 화달이다. 왕은 그가 나이는 비록 어리나 노성(老成)한 사람과 같다 하여 곧 친형 헌강왕의 딸을 아내로 주었다. -'삼국사기'권 48열전, 신호열 편역

 

도우미

 이 설화는 후에 '심청전'의 근원이 되는 설화로서 그 주제가 효(孝)이고, 또한 그 구조에 있어서도 다소의 차이는 있으나 거의 동일한 면을 보이고 있다. 근원 설화가 판소리로 발전하고, 여기서 다시 판소리계의 고전 소설로 형성되어 가는 발전과 정에 비추어 보아서도, '효녀 지은'의 설화가 '심청전'의 판소리나 고전 소설의 대본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더 읽을거리

최동현 외 편, '심청전 연구', 태학사, 1999.
최운식, '심청전 연구', 집문당, 1997.

 

정리 학습

 

정리

 

1. 문학은 인간의 가치 있는 체험을 말과 글로 표현한 예술이다.

2. 문학은 언어를 표현 매체로 하는 예술이다. 문학의 언어는 다의성을 지니고 있으며, 수준 높은 언어 표현으로 언어 발전에 기여하기도 한다.

3. 문학은 인간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언어를 통해 형상화하게 되며, 문학이 제기하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들은 특수성과 함께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

4. 문학은 사물이나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대신 그것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형상화하게 된다.

5. 문학은 개연성 있는 허구로서, 실제보다도 더 뚜렷하고 질서 있게 삶의 모습을 비추어 주기도 한다.

6. 문학은 외적 형식과 함께 내적으로 인지적, 정의적, 심미적 요소가 복합되어 있는 구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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