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논술 21 - 현대 사회와 소외 현상
by 송화은율
<자료4> 현대 사회와 소외 현상
현대 사회를 흔히 자기 소외의 사회라고들 한다. 그것은 현대 사회가 인간의 뜻대로 움직여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이 사회의 매커니즘 속에 말려들고, 나아가 그것에 봉사하는 거꾸로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 사회는 기계 문명, 조직의 거대화와 관료제화, 집단 관계의 분화 없이는 사실상 존속될 수가 없는 사회인데, 그것이 도리어 인간 소외를 촉진하는 아이러니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기계로 생산하고 기계로 소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의 생활은 기계화되어 있다. 원래 기계는 인간의 육체적 노동을 절약하면서 생활을 문화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에서 과학 기술의 진보의 혜택으로 얻어진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생활을 행복하게 하고 풍족하게 만들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계는 기계대로의 세계를 가지고 있어서, 계속해서 새로운 기술이 고안되고 첨가됨으로써 양적으로 누적적인 고도의 발전을 되풀이하고 있다. 거기엔 정지도 후퇴도 없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의 조직의 거대화도 인간 소외의 근원이 되고 있다. 조직도 역시 인간이 보다 능률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나 관료 조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조직이 거대화하면 조직체의 공동 목표로 설정된 사실들이 조직 자체의 요청으로 되어버려 개인의 힘으로써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수준으로 규범화하고, 결국 조직 앞에 개인은 무력한 존재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리하여, 거대하고 고도화한 조직은 그 목표 달성을 위한 능률이라는 규범 체계를 확립시켜, 소속 개인들을 개성 있는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부속품처럼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여기선 개성적인 창의보다는 기계적인 규칙이나 원칙이 우선한다. 따라서 여기선 자본주의 정신으로서의 윤리가 통용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은 방해가 되며, 대체로 동조형이나 형식주의적인 행동과 반응을 존중하는 관료제적 윤리가 중요해지고, 사람들은 이러한 윤리를 각기의 행동 속에 내면화한다.
또한 현대인은 다수의 집단에 분속(分屬)하고 있다. 가족.이웃.직장.조합.종교.동향.동료 집단 등 무수한 집단 속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집단에는 각각의 규범이 있고, 그곳에 소속함으로써 우리들은 각각의 집단으로부터 여러 가지 역할을 기대 받고 있다. 그러나 이 역할들은 서로 일치되기보다는 서로 상치되고 모순되며 서로 다른 요구를 해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현대인은 이 상이한 기대 속에서 심각한 역할 갈등을 느끼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 중심적인 가치 체계를 형성하기를 포기하고 항상 상황에 따라 자기의 행동을 바꿀 수 있도록 자기를 훈련한다. 여기서 리스만이 말하는 타인 지향적인 성격이 나온다. 즉, 타인의 기대와 평가를 기준으로 하여 행동하고 자기의 본래의 주체적 의식은 둔화되며, 무엇을 하든 강한 성취 의욕이 일어나지 않고 또 충족되지도 않는다.
또한 현대인은 많은 집단에 자기의 이해득실을 고려하고서 참가하고 있으므로 타인에 대하여 이해 관계로만 접촉하게 되고, 따라서 인간과 인간의 전인격적인 결합은 어렵게 된다.
언제나 다른 사람과는 부분적으로, 그리고 한정적으로 관여함으로써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만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집단생활에의 참여는 생활의 풍족과 합리화를 의미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이 도리어 개인 자신을 분열시키고 공백화 시키는 소외 상태를 면할 길이 없게 된다.
소외의 요인은 이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특히 민주주의 사상의 고양과 교육 수준의 향상으로 사람들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사회와 조직이 인간을 압박하고 주체성이 상실된다는 사실을 더욱 민감하게 인식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현실과 이상간의 거리는 더욱 멀어지고, 욕구 불만의 강도는 상대적으로 커간다. 또한 현대적 광고 기술이나 선전 효과에 따라 우리들의 욕망이 이상적으로 자극되고 개발됨으로써 기대 수준만을 계속 높인다. 그럼으로써 우리들의 마음이 자기 자신의 내부로 향하지 않고 외부에만 주목하게 되고 자기와 남과의 비교로 열등감과 상대적 박탈감이 유발되며 소외 현상이 더욱 쉽게 받아들여지는 심적 성향이 길러진다. 그리하여 현대인은 소외된 인간이란 상태를 면할 길이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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