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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信佛)과 나의 가정 / 본문 일부 및 해설 / 김일엽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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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불(信佛)과 나의 가정 / 김일엽

 

 

남편은 재가승(在家僧), 나는 그의 아내. 어떤 동무가 '중한테 시집갔다지?' 하고 하하 웃었다. 허물없는 동무라 나오는 대로 말하다가 자기 말이 우스워서 웃는지도 모르나, 재래(在來) 관념으로 비웃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불법을 듣고 또 중한테 시집 온 것이, 숨은 보배를 감춘 듯 든든하고 만족하다. 다만 남편이 절에서 수도(修道)와 경서(經書)만 전수(專修)한 사람이 아니고, 맨손만 들고 현해탄을 건너가서 십여 년 동안을 정신이 육체를 지배한다는 불교 정신 아래서 악전고투(惡戰苦鬪)를 하느라고, 잠잘 시간을 이용하여 당면한 학과를 공부한 이라, 우주에 꽉 들어찬 불교진리를 알고 싶은 생각이 용솟음 치지만, 중이라는 남편에게 원만한 해답을 들을 수 없는 것이 유감일 뿐이다.

 

<하략>

 

 


 지은이 : 김일엽

 갈래 : 수필

 성격 : 설득적, 해설적

 구성 :

전반부(1-4단락) : 승려와 결혼하게 된 동기. 불교관 피력

후반부(5-6단락) : 결혼 생활의 단면 - 행복한 결혼 생활

 주제 : 승려와 결혼한 이유와 그에 대한 만족

 특징 : 중과 결혼한 자신의 입장을 설득력 있게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다.

 

내용연구

<전략>

 

언제인가 중의 결혼 축사(祝辭)에 행복스러운 여자 하나가 늘었다고, 실감(實感)을 이야기한 적도 있지만, 다른 남성에게는 아무래도 유전적 횡포성이 잠재하여 여자를 울리지만, 모든 다른 사람의 행복과 이익을 위한다는 불교적 참 수양을 받은 남성은, 아내부터도 참으로 귀하게 알고, 정(情)의 함축(含蓄)이 많아서 다른 남성에게서 얻지 못할 깊은 사랑을 느끼는 동시에, 남편으로서 탈선되는 일을 아니하는 까닭에 아내에게 안심을 준다.[아내부터도 - 안심을 준다 : 승려와 결혼한 이점으로 아내만을 위해 준다는 점을 들어 서로에게 의미 있는 결혼 생활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부부는 서로 대상을 본위로 일하며 생각하게 되고, 어느 정도까지 물욕(物慾)을 여의어서 좀더 잘 살겠다는 욕심(慾心)을 아니 내고, 제 몸을 위하여 검소하며 현재에 자족(自足)하고 나머지가 있으면 남을 도왔으면 할 뿐이다. 우리가 결혼한 지 삼 년, 이제는 겨우 심신(心身)이 함께 안정을 얻은 듯도 하다.

 

남편이 출근한 낮 동안은 아주 자유로운 시간이니, 어찌 되었든지 잘 이용하려고 애쓴다. 가사(家事) 조수(助手)인 소녀에게 집안 일을 대강은 다 맡기고, 학교에 다닐 남의 집 어린 소녀를 부려먹게 되는 것이 애처롭지만, 좀더 나은 일을 하고 또 준비하기 위하여 하는 생각(변명?)으로, 내가 해야 할 바느질이나 그 외의 일은 어느 틈에나 얼른 하여 놓고는 아무 의식(儀式)을 따르지 않지만, 잠깐잠깐 염불 삼매(三昧)[염불삼매(念佛三昧) : 염불로 잡념을 없애고, 제법 실상을 보기에 이르는 경지. 혹은, 정토문에서,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부르고 부처만을 생각하는 경지.]에 들고 주로 초입(初入 : 처음 들어감)의 불교서적을 읽는다. 그 외에 원고도 써보고, 볼 일도 갈 일도 있고, 내 일생에 마음으로 제일 긴장되고 바쁜 때이다. 남편이 돌아와야 벌써 저녁 때인가 하고, 해 가는 것을 알 때에도 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만 괴로워하는 대중(大衆)에게, '그릇된 불교 껍데기를 보고 오해하지 말고, 직접 불문(佛門)에 들어와 보아요. 우주의 대진리를 발견할 터이니.' 하고 목소리가 찢어지게 외치고 싶은 충동도 자꾸 받지만, 좀 수양(修養 :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하고 배운 후에, 붓으로, 말로, 포교(종교를 널리 폄) 사업에 힘쓰기로 서원을 세울 뿐이다.

저녁에는 고요한 방에 둘이 앉으면 흐지부지 보내기 쉬우니까, 나는 요새 남편이 연구로 읽는 예수교 영문(英文) 신약 전서를 책상 앞에 갖다 놓으면서,

 

"중이 애욕에 빠져 타락하지 말고, 책이나 보아요."

 

하면 남편은,

"종일 뻐덕뻐덕한 남성들만 대하다가, 돌아와서 부드러운 마누라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나 좀 해야지."[필자가 남편에게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 불도에의 정진]

 

하면서 책을 든다. 그리고 여년(餘年 : 여생으로 앞으로 남은 인생)에는 참선(參禪 : 선사(禪師)에게 나아가 선도을 배워 닦거나, 스스로 선법을 닦아 구함)만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어쨌든 밤 시간이라도 잘 이용하고 자리에 누우면 퍽 만족하다.[자신의 결혼 생활에 대한 만족감이 담겨 있음]


 신문학 운동과 여성 계몽운동으로 분주하게 활동하면서 불도에도 정진했던 김일엽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글이다. 1920년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 新女子'를 창간하여 스스로 주간이 되기도 하였으며, 동아일보사 문예부기자, '불교 佛敎'지의 문화부장 등으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신여성답게 중과 결혼한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옳았음을, 그리고 지금의 생활이 행복함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으면서 지은이의 인생관과 불교관을 제시하고 있다.

 

 글의 전반부는 승려와 결혼하게 된 동기를 밝힘으로써 자신의 불교관을 피력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고, 후반부는 결혼 생활의 단면을 통해서 자신이 선택한 결혼의 행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은이는 재가승과의 결합이 오히려 불도를 실현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독특한 인생을 살았던 김일엽의 결혼 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 있는 글이고, 이러한 글쓴이는 그의 서원처럼 나중에 1928년 만공선사(滿空禪師) 문하에서 득도 수계(受戒)하고 불교 신앙으로 전향하게 되어 만공이 있던 예산 수덕사(修德寺)에 입산, 수도하는 불제자로 일생을 마쳤다.

 

 김일엽(金一葉)

1896∼1971. 여류문인·승려. 본명은 원주(元周). 호는 일엽(一葉). 평안남도 용강 출신. 아버지는 목사(牧師) 용겸(用兼)이다. 아버지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관계로 20대까지는 교회에 다니며 성장하였다. 그는 기독교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일찍 개화하였던 아버지의 뜻에 따라 구세학교(救世學校)와 진남포 삼숭학교(三崇學校)를 거쳐 서울 이화학당에서 수학하였다.

 

또한 일본에 건너가 닛신학교(日新學校)에서 수학하였다. 1920년 우리 나라 최초의 여성잡지 ≪신여자 新女子≫를 창간하여 스스로 주간이 되기도 하였으며, 동아일보사 문예부기자, ≪불교 佛敎≫지의 문화부장 등으로 활약하기도 하였다.

기독교신자였으나 1928년 만공선사(滿空禪師) 문하에서 득도 수계(受戒)하고 불교 신앙으로 전향하게 되어 만공이 있던 예산 수덕사(修德寺)에 입산, 수도하는 불제자로 일생을 마쳤다.

 

문학 활동은 19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활동하였던 문학 영역은 시·소설·수필 등의 분야이다. 1920년 자신이 주간으로 있는 ≪신여자 ≫ 3월호에 소설 〈계시 啓示〉를, 4월호에 〈어느 소녀(少女)의 사(死)〉를 발표하였다. 1921년 1월 ≪폐허≫ 2호에 〈먼저 현상(現象)을 타파(打破)하라〉는 등의 글을 발표하였다.

 

같은 해 ≪신민공론≫의 편집동인이 된 후 〈단장 斷腸〉(문예시대, 1927.1.)·〈애욕(愛慾)을 피(避)하여〉(삼천리, 1932.4.)·〈오십전은화 五十錢銀貨〉(삼천리, 1933.1.) 등의 단편을 발표하고, 수필과 시론도 썼다. 또한 문학 활동을 하는 한편, 나혜석(羅蕙錫)·김명순(金明淳) 등과 함께 자유연애를 부르짖고 여성의 자유와 개방을 추구하며 지위향상운동을 폈다.

 

그의 문학적 특성은 예술성보다도 주제에 비중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작품 자체는 그다지 높이 평가할 만한 것은 못 된다. 그러나 우리 나라 근대문학 초기에 여성으로서 대담한 사회활동과 아울러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여 작품 활동을 함으로써, 오랫동안 폐쇄된 규범 속에 묻혀 있어야 하였던 우리 나라 여성들이 사회 진출과 문학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았다는 점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작품으로는 소설에 〈계시〉·〈자각 自覺〉·〈순애의 죽음〉·〈사랑〉 등이 있고, 시에 〈추회 秋懷〉·〈이별〉·〈동생의 죽음〉 등과 수상록 ≪청춘을 불사르고≫(文宣閣, 1962)·≪행복과 불행의 갈피에서≫(휘문출판사, 1965) 등이 있다.

 

≪참고문헌≫ 現代文學史(趙演鉉, 人間社, 1961), 未來世가 다하고 남도록(金一葉, 人物硏究所, 1974), 金一葉의 文學實績論(朴堯順, 藏菴池憲英先生華甲記念論叢, 1971), 金一葉文學論(성낙희, 아세아여성연구 17, 숙명여자대학교 아세아여성문제연구소, 1978.12.).(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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