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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효용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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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효용

 본문

  첫째, 시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생각, 느낌을 표현함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표출되지 않은 답답한 감정에 얽매인 상태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이 점은 시를 쓰는 사람만이 아니라 읽는 사람의 경우에도 그러하다. 왜 그럴까? 쉽게 풀이하자면 음악의 예를 들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여러분은 아마도 어떤 슬픔이나 우울함에 잠겨 있을 때 나직하고 어두운 선율의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경험하는 터이지만 이 때 우리의 마음은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이나 우울함으로부터 벗어나 이상하게도 평온함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이 현상을 여러 가지로 설명하지만 쉬운 말로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고여있는 느낌, 생각의 연못에 시 또는 음악이라는 물줄기를 터서 흐르게 하는 효과를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

 

 둘째, 시는 그 간결한 말과 가락을 통해 사람들이 서로 마음을 통하고 어울리어 하나가 되게 한다. 이 점에서 특히 대표적인 것은 민요일 것이다. 사람들은 모내기를 한다던가 무거운 짐을 함께 운반하는 일을 할 때, 혹은 한 마을이 모여 어떤 공동의 행사를 벌일 때 이에 알맞은 노래를 부른다. 노래를 부르기에 그 리듬으로 일하는 손과 발걸음을 맞추어 피곤함을 잊으며, 목소리를 합하기에 그 어울림 속에서 흥겨운 마음으로 한 덩어리가 되는 것이다. 인쇄술이 발명되고 시를 혼자 눈으로 읽는 시대가 되면서 이러한 관습은 사라졌다. 그러나 그 바탕에 있는 뜻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시집을 대하고 있을 때 우리는 씌어진 작품을 통해 그 시인과 함께 있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어디선가 같은 작품을 대하고 있을 수많은 독자들과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 편의 시, 한 권의 시집을 읽음으로써 이 모든 사람들과 경험을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여는 이웃이 된다. 마음을 통하는 이웃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셋째, 시는 우리가 일상 생활 속에서 살아가는 동안 자주 잊어버리곤 하는 사물들의 모습과 의미를 다시금 발견하게 해 준다. 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현실적 효용에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길을 걸을 때에는 목적지까지 빨리 갈 것을 생각하고, 탐스런 과일을 보면 먹고 싶어하며, 아름다운 고려자기를 보고는 값이 얼마나 될까를 짚어 보는 등등의 일이 그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이 삶의 전부일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세상과 자연을 보는 맑은 눈을 조금씩 읽고 모든 것을 눈앞의 효용과 값으로 따지는 버릇이 든다. 좋은 시는 이런 삶 속에 얽매인 이들에게 세상의 여러 사물과 일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해 준다.  

 

              <김홍규,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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