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문학창고

시의 언어

by 송화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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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언어

(1) 시어의 개념

시의 언어는 시에서 사용되는 언어로 일상어이면서도 일상어 속에 용해 될 수 없는 풍부하고 다양한 정서적 의미와 독자성을 갖는 언어다.

(2) 언어의 두 가지 측면

① 지시적 의미[외연, 사전적 의미, 개념 표시]

사전에 정의된 대로의 말의 일반적 의미, 즉 사회적으로 공인된 비개인적 의미이며 모든 사람에게 같은 뜻으로 파악되는 언어로, 이는 객관적 논술이나 설명에 쓰인다.

② 함축적 의미[내포, 정서 환기]

지시적 의미를 구체적인 문맥 속에서 확대, 심화시킨 언어가 지닌 다의적, 암시적, 상징적인 의미로 독자의 감각적 정서적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글(문학, 광고 등)에 쓰인다.

(3) 시어의 특성

① 시어는 함축적 의미를 지닌다.

② 시어는 운율을 지닌다.

③ 시어는 압축 생략되어야 한다.

④ 시어는 심상, 어조 등의 형성을 중시 한다.

⑤ 시어는 도치, 반복, 점층 등의 방법에 의하여 긴장과 대립의 구조를 갖는다.

⑥ 시어는 자기 목적성을 지닌다.

⑦시적 허용 : 시적 효과를 위하여 어법 어휘 등에 대해 파격이 허용이 된다.

<예시 1>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예시 2>

낙엽은 해마다 땅에 쌓였다.

수목의 고향은 하늘

박두진 <수목의 고향>

이러한 시어의 특질을 구체적으로 찾아보면 '모란'은 그 외연적 의미가 단순한 꽃 이름이라기 보다는 함축적이고 내포적인 '희망', '보람', '이상'을 상징하는 화려함의 역설적인 '슬픔'이라는 내포의미로 쓰이고 있다. '모란'을 통해서 잃어버린 설움에 잠기는 삶을, 영랑 자신의 삶의 노래, 즉 정신적 굴절이 창조되어 있다. 이렇게 '모란'은 정서적 분위기를 수반하면서 내포적이고 함축적이다. 또 '수목의 고향은 하늘'도 단순한 사전적 의미의 지시적 언어기능으로 이해하기 보다는 환정적 언어기능에 의해서 이해될 때만이 감동의 전달을 받게 된다.

"수목의 고향은 하늘 / 낙엽은 해마다 땅에 쌓였다." 는 외연적 의미상은 시가 사실 자체가 아니고 시는 창조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시가 사실의 세계가 아님을 이 시에서 만나게 된 것은 '수목'이 '인간'을, '고향'이 '마음(정신)이 향하는 곳'(에덴)을, '낙엽'이 '인간의 육체'를 상상해 낼 수 있게 된다.

<예시 3>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고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이 시는 소월의『진달래꽃』의 전문인데, 여기에 씌어져 있는 시어를 보면 그 단어와 작문법이 보통 일상어라든지 과학어와는 판이하게 다름을 보게 된다. 그리고, 시어는 산문문학의 언어와도 또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어, 우선 그 언어만 가지고도 시문학의 특징을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예시 4>

겨울 하늘은 어떤 불가사의한 깊이에로 사라져 가고

있는 듯 없는 듯 무한은

무성하던 잎과 열매를 떨어뜨리고

무화과 나무를 나체로 서게 하였는데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닿을 듯 닿을 듯하는 것이

시일까.

언어는 말을 잃고

잠자는 순간

무한은 미소하며 오는데

무성하던 잎과 열매는 역사의 사건으로 떨어져 나가고

그 예민한 가지 끝에

명멸하는 그것이

시일까.

김춘수 <나목과 시>

김춘수의 시는 대체적으로 존재의 문제를 탐구하는 관념적인 면이 많지만, 그러나 이『나목과 시』에서 보듯이 그렇게 난해한 편은 아니다. 무화과의 예민한 가지 끝에 명멸하는 무한 그것이 곧 시가 아니겠느냐는 시인의 직감과 영원을 바라보는 투시력이 잘 나타나 있고, 언어가 풍기는 철학적인 무드와 존재에 대한 성찰이 엿보인다.

<예시 5>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 해바라기들 새에 서서

나도 해바라기가 되려오.

황금사자 나루

방만한 왕후의 몸매로

진종일 짝소리 없이

삼복의 염천을 노리고 서서

눈부시어 요요히 호접도 못오는 백서!

한점 회의도 감상도 용납치 않는

그 불정스런 의지의 바다의 한 분신이 되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해바라기 밭으로 가서

해바라기가 되어 섰으려오.

 

유치환 <해바라기 밭으로 가려오>

위에 든 시는 의지를 노래한 생명파 시인 청마의 작품이다. 여기에 나타난 언어는 결코 정서적이거나 미화된 언어가 아니고, 오히려 거칠고 관념적이다. 그러나, '해바라기'로 대표되어진 꼿꼿하고 굽힐줄 모르는 의지의 세계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되어 있어,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언어의 내포성이 살아 있음을 본다.

 

* 참고 사항

<언어의 유기적 통합체로서의 시>

시를 언어 예술 작품이라고 보고, 그 작품의 구조를 연구하는 것을 구조주의적인 시 연구라고 한다. 이때 구조라는 개념은 마치 수학의 집합이란 개념처럼 각 원소들이 전체 집합과의 긴밀한 연관성 내지 유기성을 지닌 것을 가리킨다.

시에는 무수한 언어적 요소들이 존재한다. 음성적인 요소, 구문적 요소, 의미론적 요소 등이 섞여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총체적 구조를 이룬다고 보는 것이다.이렇듯 서로 다른 언어적 요소들이 이루는 구조를 파악함으로써 겉으로 드러난 의미 이외에 심층적 의미를 읽어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시의 언어에 대하여>

이제까지 주로 '시가 어떤 내용을, 또는 어떤 주제를 담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졌는 데 비해서 시의 언어가 어떻게 짜여져 있고, 어떤 구조를 형성하느냐를 살펴봄으로써, 시는 단지 내용이나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한 언어 구조 자체로서 독자에게 미적인 체험을 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시는 언어로 이루어지는 예술'이라는 견해는 시를 단지 개별적인 문학의 한 분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모든 예술 분야가 그 표현 재료에 있어서 차이를 지니면서도 동일한 예술의 범주에 들 듯이, (예를 들면 조각은 석고나 청동을, 음악은 선율, 리듬, 화성 등을 각각 재료로 하는 차이를 지니지만, 동시에 동일한 예술 분야로 간주되듯이) 우리는 시를 언어를 재로 하는 예술의 한 분야로 볼 수 있으며, 또한 그렇게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때 관심의 대상으로 되는 것은, 어떻게 현실 언어가 짜여져서 한 편의 예술 작품인 시 작품이 이루어지느냐는 것이다.(마치 하나의 흙덩이가 조각품으로 되듯이) 이때 '현실 언더'와 '예술 언어로서의 시어'가 어떻게 차이를 지니는 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문학적 형상화(形象化)>

형상이란 사람이나 사물의 생긴 모양이나 형태를 말하는데, 문학에서의 형상은 어떤 내용을 언어로써 실감 있는 모습으로 바꾸어 놓은 것을 말한다. '형상'은 '구상 (具象)'이라고도 하는데 이처럼 구체적으로 실감 있는 모습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형상화' 또는 구상화'라 한다.

형상화는 문학을 다른 모든 글과 구별해 주는 기준이 된다. 신물 기사나 철학 논문이 가치 있는 체험을 객관적으로 '전달'함에 비해, 문학은 그러한 체험을 '표현(형상화)'한다. 이 점에서 문학의 언어와 과학의 언어는 차이가 있다.

<문학 언어의 특질>

문학의 언어는 과학 언어와 대조적인 양극을 이루며 일상 언어는 그 중간적인 성격을 띤다.

<문학 언어와 과학 언어>

문학 언어

과학 언어

- 함축적, 내포적 언어 사용

- 비유, 비약, 생략, 상징 등 독자의 상상력을 위한 언어 사용

- 시적 진실 추구

- 간접적 개인적 언어

- 구체적 언어, 구체적 의미

- 객관적 사실보다는 표현 위주

- 외연적 언어 사용

- 하나의 언어가 하나의 의미만 나타낸다.

- 진리를 지향하므로 참과 거짓이 뚜렷하다.

- 설명적 언어

- 설명적 언어

- 진술 위주

 

< 시어와 산문어>

시어

산문어

- 운율적인 글로서의 언어

- 시의 언어

- 진리 표현의 시 언어

- 무용에 대응

- 과학적 진술의 언어

- 이야기의 언어

- 즐거움을 주는 산문어

- 보행에 대응

 

<시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

 

① 시적 언어 : 주관적·함축적·개인적·간접적

② 일상적 언어 : 객관적·개념적·비개인적·직접적

<시적 언어의 특징>

 

시적 언어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성립되지만 또 일상적 언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상적 언어가 어휘의 지시적 의미를 중시하는데 반해 시의 언어는 함축적 의미를 중시한다. 또 시어는 반복되는 소리의 질서에 의한 리듬감을 지니며, 상징적 표현에 의해 하나의 표현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것도 시어만의 특징이다. 그 외 시어만의 특수한 언어 용법으로 시적 진실을 위해 일상적 진실을 파괴하는 사이비 진술의 기법과 시인의 특이한 정감이나 미적 효과를 위하여 일반적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시적 허용 등이 있다.

<시어의 함축적 의미>

 

함축적 의미는 대상을 정확하게 지시하기 위한 것(지시적 의미)이 아니라, 어떤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이며,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어가 그 시에서 더 획득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시어의 함축적 의미는 시의 문맥 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지므로, 시어의 전후 문맥과 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확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 지시적 언어 >

 

① 지시적 기능을 가진 언어의 의미

② 실재하는 사물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1:1 대응 관계를 이루는 언어, 즉 사전적 의미

③ 과학적 언어가 이에 해당됨

 

< 함축적 언어 >

 

① 암시적이고 주관적이며 간접적 의미

② 대상을 지시함과 함께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

③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는 것으로 시어가 추구하는 의미

(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번지'의 의미-"구획된 땅의 번호"라는 의미에서 "문명, 자연적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로)

 

* 보충자료

1. 시어의 특성

① 시는 언어 예술이다. - 시는 언어의 의미와 소리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언어 예술이다.

시 = 형식(언어) + 내용(정서 - 주요소, 사상 - 종속요소)

② 외연적(外延的) 의미와 내포적(內包的) 의미

(1) 외연적 의미: 언어의 과학적 쓰임.

사전적이고 직접적이며 객관적인 의미→지시적의미

 

예) 국화 : [식] 국화과에 딸린, 관상용으로 심는 여러해살이 풀. →국화에 대한 과학적 진술로 객 관적 지식ㆍ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한다.

(2) 내포적 의미 : 언어의 정서적 쓰임. 암시적이고 간접적이며 주관적인 의미→함축적의미

예)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서정주, 「국화 옆에서」>

→여기서의 '국화'는 '국화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풀'이라는 의미 외에 '젊은 날의 시련과 방황을 겪고 도달한 생(生)의 원숙한 경지'라는 특수한 시적 의미를 얻고 있다.

③사이비 진술(似而非陳述) : 과학적 진실이나 상식에 어긋나면서도 시적 진실을 표현하는 진술방식으로 '가진술(假陳述)'이라고도 한다. 시적 언어의 주요한 속성이다.

예) 사람이 술을 먹는다.(과학적 진술) → 술이 사람을 먹는다. (사이비 진술)

④ 시적 자유 : 문법 파괴, 신조어 구사, 고어ㆍ사투리 사용 등 규범 문법의 제약에서 벗어난 표현

예)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십니까?)<신석정,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⑤ 다의성 : 하나의 시어가 서로 다른 의미로 해석되는 상태로 모호성 또는 애매성이라고 도 하며, 이는 시어의 함축적 기능에 연유한다.

예) 산(山)/ 산(山)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 「산유화」>

→ '저만치'라는 말은 저기, 저쪽(장소ㆍ거리), 저렇게(상태), 저런 모양(정황) 등의 여러 가지 의미를 갖고 있다.

2. 시어와 기법

1. 반어(反語) : 표현된 것과 표현의 의도가 상반된 진술 방식. 따라서 반어적 표현에는 '말한 것'과 '의미한 것' 사이의 긴장, 대조 혹은 갈등이 담겨 있다.

* 긴장 : 시에서 대립되는 요소의 충돌 및 공존에서 오는 관계, 또는 여기에서 느끼는 독자의 정서적 충격

예)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김소월, 진달래꽃>

- 님을 보내야 하는 극한 슬픔을 반어적으로 표현하였다.

2. 역설(力說) : 겉으로 보면 명백히 모순되고 이치에 닿지 않는 듯한 표현 속에 어떤 진실을 담고 있는 진술 방식이다.

예)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얐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 떠나간 임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리라는 희망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였다.

3. 풍자(諷刺) : 웃음을 자아내는 가운데 날카로운 비판 의식을 감추어 두는 기법. 주로 인간의 악덕과 어리석음, 사회 부조리를 비판하려는 목적으로 쓰인다.

예) 냇가의 해오라비 므스 일 셔잇는다

무심한 져 고기를 여어(엿보아) 므삼 하려는다

두어라 한 물에 잇거니 니저신들 엇더리 <신흠의 시조>

→겉으로 보기에는 한가로운 이의 고기잡이 정도로 생각할 수 있으나 실은 조선 왕조의 고질적인 당파 싸움을 꼬집은 풍자시다.

4. 언어 유희(言語遊戱) : 다른 의미를 암시하기 위한 말이나, 동음 이의어를 해학적으로 사용하는 것. 즉 말이나 문자를 소재로 한 말장난을 뜻한다.

예) 치정(癡情) 같은 정치가 상식이 병인 양하여 ∼ 현금이 실현하는 현실 앞에서 다달은 낭떠러지 <송욱, '하여지향'>

→음절 도치에 의한 언어 유희로 재미와 함께 긴장감을 준다.

예) 청산리 벽계수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 창해하면 도라오기 어려오니,

명월이 만공산 하니 쉬어간들 엇더리. <황진이의 시조>

→ 동음 이의어에 의한 언어 유희. '벽계수'는 푸른 시냇물이란 뜻이자 당시 종실의 한 사람의 이름이고, '명월'은 밝을 달이자 황진이의 기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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